김제동 敵도 김제동
방송인 김제동이 과거 최순실 딸의 입시 비리를 비판하는 모습은 인터넷에서 찾기 쉽다. "열심히 공부하는 청소년들의 의지를 꺾었으며 이 땅의 아빠·엄마들에게 열패감을 안겼다면 그것이 헌법 34조 위반이고 내란"이라고 열변을 토한다. 입시 비리에 무려 '내란죄' 딱지를 붙인 그가 자고 일어나면 쏟아지는 조국 장관의 자녀 입시 의혹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조국 사태' 초반에 침묵을 지키던 '개념 방송인'들이 대부분 '참전'을 선언했지만, 김제동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그가 진행하던 라디오 방송에서 한 패널이 "야당 대표가 애국가가 울린 가운데 조국 파면을 주장하며 삭발했다"고 하자 "애국가는 원래 국민의례 때 쓰는 건데요"라고 한 게 전부다. 아무리 '우리 편'이라지만 궤변까지 동원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일까.
▶김제동의 본업은 개그맨이지만 요즘 그를 그렇게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국정교과서, 사드 도입 같은 온갖 정치·사회 이슈에 나서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폴리테이너' 중에서 첫손 꼽힐 정도다. 현 정부 들어 공영방송 시사 프로를 잇따라 꿰찼지만, 지나친 정치색과 편파성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빚었다. 결국 조국 사태가 불거진 이후 KBS 시사토크쇼, MBC 라디오 방송에서 잇따라 하차했는데 낮은 시청률·청취율 탓이라고 한다.
▶한동안 뉴스에서 사라졌던 김제동이 어제 다시 지면에 등장했다. 대학에서 '청춘힐링 콘서트'라는 강연을 하면서 고액을 챙겼다고 했다. 전국 6곳 대학을 돌면서 받은 강연료가 8500만원인데 따져보니 분(分)당 22만원꼴이었다. 주로 학생들이 낸 자치회비에서 나간 돈이라고 한다. 몇 달 전에는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가 1550만원을 주고 김제동 강연을 섭외했다가 논란 끝에 취소한 일도 있다.
▶액수가 커도 '시장 논리'에 따랐다면 문제될 게 없다. 대학 강연료에는 지자체 경우처럼 세금도 안 들어간다. 다만 아픈 청춘을 위로한다며 평소에 해온 말과 180도 다른 김제동 모습에 다들 혀를 찬다. 그가 쏟아놓은 말이 있다. "많이 번 사람들이 능력이 좋아서 많이 번 게 아니다" "최저임금 올리는 게 힘들면 최순실 일가에서 10조 빼앗고 고소득자 세금을 50%로 하면 된다" "판사와 목수의 망치는 동등해야 한다"…. 정작 본인은 시장의 혜택을 최대한 누리면서 다른 사람 돈 버는 것은 적폐 취급해 인기를 모았다. 조국의 적(敵)이 '과거 조국'인 것처럼, 김제동도 '과거 김제동'이 제일 큰 적이다.
-임민혁 논설위원, 조선일보(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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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강연료 1550만원
경남의 작은 신문사에서 연락이 왔다. 기자들을 상대로 글쓰기 강의를 해달라고 했다. 2시간 강의료는 30만원이었다. 한국언론재단 지원사업을 통한 강의여서 강의료는 언론재단 기준에 맞춘다고 했다. KTX 왕복 요금에 기차역에서 시내까지 왕복 택시비, 원천징수되는 세금까지 빼니 실제 강의 보수는 10만원가량이었다. 휴일 아침 9시 집에서 나와 밤 10시에 귀가했다. 대학 시간강사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처세술 강연으로 꽤 이름난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의 수첩은 한 달 20일가량의 강연 스케줄로 빼곡했다. 그는 유명인사는 아니지만 워낙 말솜씨가 좋아 강연 시장에서 제법 인기 있었다. 조심스레 물어보니 2시간 강연에 200만원 정도 받는다고 했다. '꿈을 강의하는 사람' 김미경, 베스트셀러 작가인 승려 혜민 같은 사람은 2시간에 500만원쯤 받는다고 한다.
▶개그맨 김제동이 15일 대전 한남대에서 청소년과 학부모 대상으로 1시간30분 강연하고 1550만원을 받기로 했다고 한다. 한 시간에 1000만원꼴이다. 인터넷에는 김제동이 "편의점 알바에게 물어보니 시급 1만원 받으면 행복할 것 같대요. 그런 애들 행복하게 못 해 줍니까"라며 거의 울먹이는 영상이 있다. 강연 한 시간에 1000만원 받는 사람은 시급 1만원 주는 게 왜 그렇게 힘든 일인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김제동은 시청률 2% 안팎의 KBS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을 진행하면서 월 5000만원 넘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에 큰 산불이 났을 때 KBS가 재난 방송을 포기해 가면서 방송을 강행했던 그 프로그램이다. 김제동을 초청한 대전 대덕구는 교육부에서 받은 국비로 강연료를 지출한다고 한다. KBS 출연료나 교육부 예산이나 모두 국민 세금에서 나온 것이다. 김제동 기사에 달린 화난 댓글들에는 그런 정서가 반영돼 있다.
▶유튜브엔 김제동이 정권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강연 영상이 넘쳐난다. 그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그 돈이 모두 경제활동에 쓰이고, 그게 바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소득 주도 성장"이라고 소리 높인다. 최저임금 강행 이후 국민 40%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37%나 줄어든 충격적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재정자립도 16%인 대전 대덕구가 김제동 강연을 여는 이유는 "역경을 견디고 성공한 인사의 경험담을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성공 비결은 강연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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