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한국의 화웨이' 길로 가나?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 때린 미·중 다툼 본질은 기술 패권
안보 내세우며 기술 무기화한 일본의 경제 보복과 닮은꼴
미·중 무역 전쟁이 절정에 달했던 두어 달 전 SNS에서 '오가륭 가설'이란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오가륭이라는 대만 이코노미스트의 글을 인용해 미·중 무역 전쟁의 배경을 분석한 것인데, 이 가운데 '미국이 중국 IT 기업인
화웨이를 집중 공격하는 이유' 부분만 요약하면 대략 이런 내용이다.
F-35 전투기 같은 미국의 최첨단 무기 체계들은 목표물을 탐지하고 공격하는 기술이 하나의 전체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시차를 줄인 고속 통신과 고도의 연산이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여기에 활용되는 가장
앞선 '5G' 기술을 중국의 화웨이가 갖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안보에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미·중 패권 전쟁의 승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관련한 세부적인 정보가 공개된 적은 없지만 미국이 이미 오래전부터 화웨이 공격의 명분으로 국가 안보를
거론해 온 것을 보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분석이라는 생각을 필자도 갖게 되었다.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을 강행하면서
'안보'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다. 그런데 일본은 우리 반도체 산업에 치명상을 줄 수 있는 원료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대상 품목인 '불화수소'가 북한으로 밀반출될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1995년 발생한 도쿄 지하철역 '사린 가스 테러'의 기억을 교묘히 떠올리게 만들었다. 일본 언론들도 북한이 김정남을 암살하는 데 사용한 VX 신경가스를
거론하면서 불화수소와 한국, 북한의 터무니없는 연결 고리를 암시했다.
이 판국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일본이 100여 개의 긴 보복 리스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해 국민을 더 허탈하게 만들었다. 알고 있었는데 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는가? 실행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인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일본이 경제 보복을 하면 우리도 가만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해 놓고는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데 아프리카 출장을 떠났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른바 '역사
바로 세우기'로 국민에게 큰 박수를 받았지만 국내 정치적 이유로 한·일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며 외교 상식을 벗어나는 호기를 부렸다. 이후 외환 위기가
발생했고 수많은 기업이 무너졌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일본이 먼 산 불구경하듯 했다는 것 역시 다 알려진 사실이다. 국제 관계란 이렇게 냉혹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만 끝나면 이번 사태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순진한 생각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기업들은 이미 생존 본능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여러 날을 일본에 머물면서 선대로부터 인연을 맺어온 정·재계의 다양한 인사를 만나고
있는 것도 본능적으로 위험 신호를 감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미·중 무역 전쟁의 상징이 된 것처럼 일본이 보복의 명분으로 안보를 내세운 것은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가 한·일 간에 극단적인 분쟁으로 비화하면 그 타깃은 분명히 기업이 될 것이다. 사드 문제로 우리 기업들이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벌써 잊었는가? 그런데도
청와대가 기업인들을 불러 모아 결사항전(決死抗戰)을
주문했다면 상황을 잘못 파악해도 한참 잘못 파악한 것이다.
-신동욱 TV조선 뉴스9 앵커, 조선일보(1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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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계산된 홀대 말려들지 말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어제 도쿄에서 열린 한·일 첫 실무협의에서 일본 측이
우리 대표단을 의도적으로 홀대했다. 일본은 창고를 연상시키는 어수선한 곳에 테이블 두 개를 붙여서 임시로
회의장을 마련했다. 바닥에는 전선이 정리되지 않은 채 튀어나와 있었다.
먼저 앉아 있던 일본 관리들은 우리 대표단이 들어설 때 인사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했다. 악수를 하거나 명함 교환도 하지 않았다. 테이블 옆 화이트보드에는 '사무적 설명회'라고 써 붙여놨다.
'한국 정부가 이번 조치를 궁금하게 여기니 설명할 뿐 한국 입장은 듣지 않겠다'는 의미다.
평소 외국 손님을 맞을 때 '오모테나시'(극진한
환대)를 내세우는 일본에서 실무 관리급이 자체 판단으로 이런 결례를 할 수는 없다.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저하게 계산된 푸대접이다. 일본은 최근 아베
총리뿐 아니라 관료, 집권당이 뭉쳐서 한국을 공격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오사카 G20 정상회의 때 20여 국가 및 국제기구와
회담을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만 만나지 않았다. 정부와 언론은 확실한 근거도 없이 '한국에 수출된 전략물자가 북한 등으로 밀반출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불신감을 키워 이를 경제 보복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서 촉발된 최근 한·일 갈등은 일본 측이 불만을 가질 수 있는 문제다. 그들이 보기에 한·일 협정에 어긋나는 판결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역 보복이라는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무역을 끊겠다는 것은 적대행위로서
외교 갈등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외교 문제는 대화와 교섭으로 풀어야 한다.
모든 일을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는 일본의 특성상 이번 홀대 행위도 의도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흥분하면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일으키려는 것도 득이 되지 못한다. 일본은 한국 정부와 한국민이 어떻게 나올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 계산과 다르게 가야 한다.
-조선일보(1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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