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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일상이 이렇게 소중한 것인 줄은] [중국 구멍 만든 文이 국민에 '작은 구멍 만들지 말라'니] [응답하라, 외교부]

뚝섬 2020. 4. 1. 06:39

평온한 일상이 이렇게 소중한 것인 줄은

 

코로나 위기 닥치자 방역 장비, 백신 놓고 각국 각자도생 모색
감염병, 기후 급변 등 불확실 위기 대응에 막대한 비용 쓰게 될 것

 

작년 2 '전염병이 기후까지 바꾼다'는 칼럼을 썼다. 그즈음 발표된 영국 과학자들 논문을 소개한 것이었다. 유럽인들이 서기 1500년대에 퍼뜨린 천연두 등 전염병으로 미주 대륙 인구 90%가 사멸했다. 그로 인해 방치된 농경지에 숲이 들어차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최대 10ppm까지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지구의 수은주도 떨어졌다. 원래 이 주장은 미국 기후학자 윌리엄 러디먼이 2003년 내놓은 것이다. 작년 논문은 관련 증거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제시한 것이다. 러디먼 교수는 서기 200~600, 1200~1400년에도 페스트 등으로 세계 인구가 12~18% 감소했다고 계산했다. 인구 자체가 준 데다 생존자들도 감염 공포로 마을을 벗어나 흩어지면서 농경지가 숲으로 변했다. 러디먼 교수는 남극 빙하의 기포(氣泡) 분석을 통해 인구의 거대 사멸(Great Dying) 시기마다 이산화탄소가 5~10ppm 떨어진 사실을 밝혔다.

세계가 전대미문의 코로나 공포에 휩싸였다. 이걸 겪으면서 글로벌 세상이 얼마나 위태로운 균형 속에서 버티고 있는 것인가도 알게 됐다. 마드리드, 뉴욕에선 의료진이 쓰레기봉투를 테이프로 이어 붙인 방호복을 입었다. 파리, 뉴욕은 영안실이 모자라 냉동 트럭에 시신을 안치했다. 뉴욕타임스는 인공호흡기 제조에 14국의 1500개 부품이 필요하다는 절망적 소식을 보도했다. 자동차 회사, 진공청소기 회사가 호흡기 제작에 나섰지만 빨라도 몇 주 걸린다. 그 몇 주가 다시 수십만, 수백만의 확진자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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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 위기에 각국 정부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을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 대만은 마스크 수출부터 막았다. 독일이 3월 초 방역 장비 수출을 금지하자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페인이 거칠게 항의했다. 트럼프는 독일 바이오 기업 CEO를 백악관에 불러 거액 투자를 제시하고는 백신이 개발되면 미국인 먼저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제시액이 10억달러라는 보도가 나왔다. 메르켈은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다. 독일 장관은 "국가 책무엔 우리 의약품을 지키는 것도 포함된다"고 했다. 미국, 중국 사이에선 "중국 바이러스" "미군이 중국에 바이러스 유포했을 가능성"이라는 거친 말들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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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기엔 평시의 도덕, 윤리, 질서가 먹히지 않는다. 미국 스탠퍼드대 엘리자베스 해들리 교수가 2012년 네팔의 히말라야 생태 조사 도중 겪은 일이다. 일행 넷이 해발 3000m 고산지대의 원주민 집에서 하루 묵게 됐다. 계단식 농경지 옆, 집이라곤 딱 두 채뿐인 곳이다. 원주민들은 친절했는데, 저녁 무렵 날카로운 비명이 들리더니 두 집의 어른, 아이가 모조리 뛰쳐나와 엉겨붙었다. , 작대기를 휘두르고 할퀴고 머리를 끌어당기는 패싸움이 벌어졌다. 수습 후 해들리 교수팀이 머리, 얼굴 찢긴 원주민들 상처를 꿰매줘야 했다. 싸움은 한 집 아이가 이웃집 장작더미를 훔치다 들키면서 벌어졌다. 땔감 모으는 건 아이들 일이다. 나무의 손 닿는 높이까지 가지들을 솎아내 땔감으로 써왔다. 숲의 아래 가지들이 고갈되면서 점점 멀리까지 내려가야 하는 고된 작업이 됐다. 고작 나무 한 더미가 첩첩산중 딱 두 집만 사는 이웃 사이를 죽자 살자 사생결단으로 밀어 넣었다. 물자가 부족하면 인간 심성은 그렇게 험악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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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개인보다도 훨씬 이기적인 행동 주체다. 국가 사이는 궁극적으론 힘과 계산으로 작동한다. 2003년 미국 포천지가 '펜타곤 리포트'라는 국방부의 미래 예측 보고서를 특종 보도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기후 급변으로 멕시코 만류 흐름이 끊기면서 2020년 유럽이 시베리아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보고서는 방글라데시, 카리브 등의 아사(餓死) 사태를 내다봤다. 대량 난민으로 세계는 무정부 상태가 된다. 보고서는 식량, , 에너지 확보를 놓고 국가 간 일상적 전쟁의 시대로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핵전쟁도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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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 리포트 예측은 들어맞지 않았다. 그러나 전염병이든 기후 급변이든 또는 다른 어떤 요인이든, 인간 세계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위기가 덮칠 수 있다는 걸 코로나 사태가 깨우쳐 주고 있다. 만일 기후 붕괴로 세계 작물 수확량이 3년쯤 내리 20~30% 감소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한국 같은 식량 수입국이 손 놓고 있다가 당하면 코로나의 10, 100배 지옥 같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건 아닐까. 코로나 이후는 바뀔 수밖에 없다. 평소 관점에선 불필요해 보이는 곳에도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 위기 예방력, 위기 대응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우선순위를 놓고 많은 고민과 토론이 있을 수밖에 없다. 평온한 일상이 그렇게 소중한 것인 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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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구멍 만든 文이 국민에 '작은 구멍 만들지 말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해외 유입에 대해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작은 구멍 하나가 둑을 무너뜨리는 법"이라고 했다. 오늘부터 시행되는 모든 해외 입국자 대상 '2주간 의무 자가 격리'와 관련해 강력 단속을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작은 구멍' 비유는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말한 것이다. 코로나는 과거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무증상 상태에서 감염이 이뤄진다. 잠복기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감염 후 나았다가 다시 감염되는 사례까지 보고되고 있다. 항체 생성과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도 아직 모른다. 그만큼 방역이 어렵기 때문에 사태 초기부터 작은 구멍 하나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사태 초기에 역병 창궐지인 중국을 향해 대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그 큰 구멍을 만든 책임자가 국민을 향해 '작은 구멍 만들지 말라'니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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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감염학회·대한의사협회 같은 전문가 단체가 그토록 권고해도 귓등으로 흘려듣고 오히려 "한국인이 중국에서 감염원을 갖고 왔다"는 식으로 국민을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그사이 국내 환자가 1만명 가까이 되고 사망자는 160명이 넘었다. 그나마 이 정도로 막고 있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철저할 정도로 개인 방역을 지키고 있는 국민과 헌신적인 의료진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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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모든 해외 입국자를 상대로 2주 격리를 의무화하면 격리 대상자가 하루 7000여 명씩 불어나게 된다. 불과 2주 뒤면 10만명이다. 10만명 격리 관찰에는 그만큼 행정·방역 인력이 필요하다. 일선 지자체에선 벌써부터 비명을 지르는데 정부는 "문제없다"고만 한다. 2주간의 해외 입국자 10만명 가운데 외국인이 1~15000명이라고 한다. 이 어려운 상황에 왜 외국인까지 국민 세금으로 진단비·치료비까지 대주며 의료진을 힘들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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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문을 열어놓은 것을 정당화하려 억지를 거듭하다 보니 한국은 전 세계에서 차단당하면서 전 세계에 문을 열어놓은 나라가 됐다. 이제는 일본도 어제 "한국과 중국, 미국 전역에서 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조만간 거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 개인이 모두의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한 개인'이 누군가.

 

-조선일보(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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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외교부

 

"진짜 답답하네요. 왜 외교부 대변인실은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겨우 통화가 돼도 답을 안 주나요?"

외교부에 출입한 지 얼마 안 된 동료 기자가 하소연을 해왔다. 외교부가 며칠 전 국산 코로나 진단키트의 대미(對美) 수출과 관련한 '설익은 발표'로 관련 업계가 아수라장이 됐는데도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아 속이 터진다고 했다. 회사에선 '외교부 입장'을 취재하라는 지시가 계속 내려오는데 외교부가 모르쇠로 일관해 난처하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얘기가 도처에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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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외교부가 토요일인 지난 28일 예고 없이 "코로나 진단키트가 미 식품의약국(FDA) 사전 승인을 받아 수출이 가능해졌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당사자인 의료·진단 업체들은 "'사전 승인'이라는 절차나 용어는 들어본 적도 없고, 관련 통보를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당장 '가짜 뉴스'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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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당시가 코로나 관련 방역·진단 업체들 주식이 '테마주'로 언급되며 연일 주가가 요동치는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외교부 보도자료는 이처럼 민감한 시장에 불을 질렀다. 투자자들 사이에 루머가 급속 확산됐고, 일부 업체는 접속자 폭주로 웹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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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초래한 외교부의 해명을 듣기 위해 언론의 취재가 이어졌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외교부는 주말 내내 단 한 줄의 추가 설명도 내놓지 않다가 일요일(29)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국내 업체 3곳의 진단키트 제품이 '잠정 FDA 승인'을 받았다" 했다. 논란이 된 '사전 승인'이란 말을 '잠정 승인'이란 용어로 슬쩍 바꿔놓은 게 다였다. 왜 용어를 바꿨는지, 사전 승인과 잠정 승인은 뭐가 다른지 등에 대한 추가 설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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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담당자의 브리핑은 월요일(30) 오전에야 열렸다. 긴 변명에 앞서 최소한 "혼선을 초래해 송구하다"는 한 마디 정도는 있을 줄 알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익명에 숨은 이 당국자는 "'사전'이든 '잠정'이든 논란이 될 필요가 없다. 확실한 건 이번 조치로 수출이 된다는 것"이라며 외교부를 비판한 언론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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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교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코로나 사태로 해외에서 교민들이 고립되고, 혐오 범죄에 노출되는 등 매일매일이 비상이다. 이 와중에도 우리 외교부는 "한국 방역이 세계 최고"라는 자화자찬성 홍보에 치중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사전 승인' 소동도 며칠 전 한·미 정상 통화의 성과로 급히 포장하려다 벌어진 사고란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걸핏하면 '적폐'로 모는 정권에서 공무원으로 살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것 하나만은 부탁하고 싶다. 정권 홍보도 좋지만 사고를 쳤으면 제때 설명이라도 해달라. 응답하라, 외교부.

 

-노석조 정치부 기자, 조선일보(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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