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코로나가 귀찮은 외교관들] ['마스크 해적'] [코로나도 못 말리는 일본의 '파친코'] 막으면 사회적 불안이 커질까봐 나서지 않았다..

뚝섬 2020. 4. 6. 06:35

코로나가 귀찮은 외교관들

 

얼마 전 유럽에 근무 중인 외교관의 '솔직한 계산'을 들었다. 월급과 수당, 주택 임차비, 자녀 학비까지 정부에서 받는 돈을 더해 보니 연간 23000만원이라 했다. 외무고시에 합격한 지 20년쯤 된 공직자다. 그는 "세전으로 치면 33000만원이니까 큰돈이라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공관장이 되면 관저·차량·운전기사 등이 붙으니 액수가 차원이 다르게 커진다. 명예·권한과 별개로 외교관 앞으로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를 강타하는 지금이 외교관들이 '몸값'을 해내야 하는 시기다. 그러나 눈꼴 사납게 만드는 이가 적지 않다.

유럽 각국에서 교민·유학생·주재원 확진자가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쉬쉬하고 싶어 하는 공관이 적지 않다. 일부 외교관은 "우리 관할 지역의 한인 확진자가 다른 곳보다 많으면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 정도는 양반이다. 유럽의 공관장 A씨에게 '한인 확진자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답변을 거부했다. A씨는 "잘 몰라서 확인해봐야 알 것 같다. 안다고 해도 밝히는 건 나한테 좋을 게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확진자가 나온 나라의 고참 외교관 B씨는 "그걸 밝히면 (외교부 본부에서) 동선 파악하라고 시킬 수도 있는데…"라고 했다. 번거로운 일이 되니까 싫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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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불신을 샀던 공관장들에 대해서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냉소적 반응이 나온다. 공관장 C씨는 배우자가 같은 나라의 다른 도시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이다. 일부 교민은 "C씨는 자녀 교육과 주말 부부 생활에 신경 쓰고 다른 일에는 큰 관심 없는 사람인데 달라질 게 있겠느냐"고 했다. 대사 D씨를 가리켜서는 "자기 학교 동문이 교민 회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건 잘하더니 요즘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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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지인 감염자가 워낙 많아 한국인끼리 조심하더라도 한계가 있다거나, 현지 방역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래도 한국인 감염자 정보를 공유해야 한인 사회 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 많은 이가 동의한다. 파리의 대기업 주재원은 "정보 공개를 막으면 외교관들 몸만 편해질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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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해외에서 벌어지는 먼 이야기로 치부할 게 아니다. 유럽·미국의 코로나 광풍을 피해 서둘러 귀국하는 유학생·교민 중에서 감염자를 하나라도 줄여야 한국 내 피해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외교관들이 한국의 방역을 치켜세운 외신 기사를 서울에 보고해 점수 따는 데 관심이 쏠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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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위기를 맞아 해외 근무 중인 공직자들의 어깨가 무거운 시절이다. 그러나 보신(保身)과 개인 영달이 우선인 이가 적지 않다. 외교관들은 국가에서 얼마나 큰 혜택을 받고 있는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손진석 파리특파원, 조선일보(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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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해적'

 

지난 주말 영국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의 여객기 한 대가 런던에 착륙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사람 대신 마스크를 비롯한 방역 물자 35만개를 가득 싣고 날아왔다. 기장과 승무원들이 내리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마스크 수입 성공'을 축하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 마스크 착용을 비웃던 유럽이 지금은 마스크에 목매는 상황이 됐다.

 

▶몇 천원짜리 마스크가 고도의 '전략물자'가 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마스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시법인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해 미국 내 의료기기 업계와 자동차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마스크를 수출하느라 국내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고 자동차 업계엔 인공호흡기를 빨리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웃 나라인 캐나다에까지 마스크 수출을 못 하게 금지하자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물자 교류를 방해하면 미국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우리도 마스크 핵심 재료인 부직포 필터 93t을 해외에서 들여오면서 삼성그룹의 힘을 빌렸다. 정부가 나서면 자칫 해당 국가의 '마스크 이기주의'를 건드릴 수도 있고 구매와 통관 절차도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코트라가 해외 부직포 업체를 물색하고 삼성이 대신 구매계약을 맺어 들여왔다. 이 재료로는 마스크 9000만장가량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대만은 마스크를 이용한 '외교전'에 나섰다. 유럽에 마스크 700만장, 미국에 200만장, 여타 수교국에 100만장씩 마스크를 기증키로 했다. 대만은 이런 외교로 세계보건기구 재가입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마스크가 중간에서 실종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상하이 공항에서 프랑스로 갈 예정이었던 마스크 수백만장이 사라지자 프랑스 관리들은 "미국 업자들이 돈을 세 배 더 주고 미국으로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독일 정부가 해외에서 사들인 마스크 600만장이 케냐 공항에서 사라지기도 했고, 베를린시가 미국 회사에 주문한 마스크 20만장이 태국에서 압류된 뒤 미국으로 보내지기도 했다. 베를린시는 이 사건을 두고 미국을 '현대판 해적'이라고 비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회 체제나 환경, 문화와 상관없이 세계 모든 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마스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만 보면 동맹국이든 이웃 나라든 아무 소용없는 것 같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2009년 신종플루 때 호주·영국·캐나다 같은 가장 좋은 친구들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 주기를 거부했다"고 했다. 이런 위기 앞에선 "동맹이고 뭐고 없다"는 것이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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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못 말리는 일본의 '파친코'

 

도쿄 유흥가의 파친코는 요즘도 평일이면 저녁 7시가 되기 전부터 북적인다〈사진. 다닥다닥 붙어 앉은 손님 중 마스크 쓴 사람은 절반 정도에 그친다. 유라쿠초, 간다, 아키하바라 등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도쿄 번화가의 파친코는 대부분 사정이 비슷했다. 코로나 사태 전과 달라진 게 별로 없다.

구슬을 기계 장치로 튕겨 잭팟을 노리는 게임인 파친코는 당첨되면 돈이 아니라 경품을 지급하기 때문에 도박이 아니라 레저로 분류된다. 전국에 업장 수가 160(2018년 기준)에 달하고, 파친코 인구는 연간 900만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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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파친코 왕국'이란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떨고 있는 요즘 특히 잘 드러난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야구·축구 프로 스포츠 리그가 연기되고 인기 가수 콘서트가 취소됐다. 도쿄 디즈니랜드,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테마파크도 휴업 중이다. 미쓰코시 등 유명 백화점이 이달 중순까지 수도권 지점의 주말 영업을 포기했다. 지난달 말부터는 코로나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등 수도권 지자체장들이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파친코만은 별다른 제재 없는 '무풍지대'. 일본 보건 당국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노래방, 클럽, 마작장 등을 예로 들며 '환기가 잘 안 되고 사람이 모이는 공간을 피하라'고 권고했지만, 파친코는 이 목록에서 빠졌다.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환자가 급증하면서 최근 다시 도쿄도지사가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이용을 자제하라"고 했지만 역시 파친코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에선 한동안 '중국 마스크 재료와 원료가 같아 휴지 생산에 차질이 있을 것'이란 가짜 뉴스가 퍼져 전국 매장에서 휴지가 삽시간에 사라지기도 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여전히 휴지 가격이 예전보다 다섯 배 이상 비싸다. 얼마 전엔 도쿄 각지의 수퍼마켓과 대형 마트에 시민들이 몰려나와 냉동식품, 컵라면, 빵 등 식료품을 쇼핑 카트에 쓸어 담았다. 이곳도 전염병에 둔감한 사회는 아니란 것이다.


'
왜 파친코만?'이란 의문이 제기된다. 야당 의원들이 "학교도 휴교하는 마당에 왜 파친코는 휴업 대상이 아니냐"고 여러 차례 정부에 질문하자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업계도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만 했다. '자발적 노력'이란 소독을 철저히 하거나 광고를 자제하는 걸 말한다.

 

일본 정부의 파친코 '비호' 배경으로는 '경제' 때문이란 주장이 많다. 2018년 기준 파친코 업계 총매출액은 우리 돈으로 약 240조원에 달했다. 그해 일본 방위비 총액의 4배에 육박하고, 일본 실질 GDP 3.8%를 차지하는 수치다. 지난달 말까지도 2020 하계올림픽을 정상적으로 개최하려 했던 일본 정부가 파친코를 막으면 사회적 불안이 커질까봐 나서지 않았다는 견해도 있다. 일각에선 파친코 이용자들에게 정부 인기가 하락할지 모른다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한다. 아베 내각은 안 그래도 코로나 대응 미숙, 각종 정치적 스캔들 때문에 지지율이 한때 30%대까지 떨어졌다. 아베 총리의 주 지지층은 남성들인데, 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파친코를 건드리고 싶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도쿄 시내 파친코에서 만난 50대 직장인 야노씨는 "아직 이탈리아처럼 심각한 상황도 아닌데 영업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 괜히 국민들 스트레스만 심해질 뿐"이라며 제재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20대 회사원 나가이씨도 "병에 걸리는 건 개인 책임"이라며 "만원 지하철도 그대로 놔두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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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동 도쿄특파원, 조선일보(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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