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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뚫은 K원전… 100년 수명 원전 짓는다] ....

뚝섬 2025. 6. 6. 09:34

[유럽 뚫은 K원전… 100년 수명 원전 짓는다]

[화석연료 ‘중독’으로 불타는 세계] 

[K원전 지금이 기회] 

["탈원전, 우릴 일자리서 내쫓아… 고용 유지 말로만 하는 대통령에 배신감"] 

[다음 정부가 원전 산업 再起를 도모할 토대라도 유지시켜 놓으라]

 

 

 

유럽 뚫은 K원전… 100년 수명 원전 짓는다

 

25조 체코 원전 최종 계약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최초 허가 기간 60년이 지나면 22세기가 눈앞이고, 20년씩 두 번만 연장하면 100년을 운전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와 체코 간에 100년을 이어가는 협력 모델을 만든 겁니다.”

 

‘본고장’ 유럽 시장으로 원전 수출을 확정한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5일 통화에서 이같이 체코 신규 원전 계약을 설명했다. 한수원은 2022년 3월 입찰 개시 후 3년 3개월 만, 지난해 7월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 때부터 따지면 11개월 만에 발주사인 EDUⅡ(두코바니Ⅱ 원자력 발전사)와 전날 최종 계약을 맺었다.

 

체코 신규 원전은 1000MW(메가와트)급 두코바니 5·6호기를 2029·2030년 착공, 2036·2037년 완공하는 약 25조원(4000억코루나) 규모 사업이다. 우리나라로선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후 16년 만의 해외 원전 수출이다. 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에 짓는 한국형 원전(APR-1000)의 최초 가동 연한은 60년으로, 최근 국제적인 원전 가동 연한 추세를 반영하면 100년 가동은 충분하다. 미국은 올 3월 두 번째 연장을 허가한 오코니 1·2·3호기 등 1970년대부터 가동을 시작한 다수 원전의 가동 연한을 20년씩 두 차례 연장하며 2050년대까지 운전할 예정이다.

 

◇법원 결정 후 4시간 만의 ‘전광석화’ 발표

 

지난 4일 체코 측은 그동안 양측의 계약을 막았던 체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무효가 되자마자 관련 서류에 서명하고, 곧이어 페트르 피알라 총리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최종 계약 체결을 공식 발표했다. 현지에서 오전 10시 반쯤 법원 결정이 알려진 뒤 전자 서명은 2시간 반 만에 이뤄졌고, 정부 발표는 4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예정됐던 체결식 당시 이미 우리 측은 모든 서류에 전자 서명을 완료했고, 체코 측도 법원 결정 후 곧바로 서명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양측은 작년 7월 우선 협상자 선정 후 9개월간 200차례가 넘게 만난 끝에 3월 말 협상을 마무리하고, 지난달 7일 계약을 맺기로 했다. 하지만 체결식 전날인 6일 갑작스럽게 브르노지방법원이 계약을 중지하라는 가처분을 내리며 계약은 연기됐다. 체코로 가는 비행기에서 소식을 접한 우리 대표단, 손님을 초대한 체코 측 모두 당혹스러웠지만, 흔들리지는 않았다. 양측은 계획대로 원전 분야는 물론, 배터리, 자동차, 로봇 등의 첨단 산업 분야에서 각종 MOU(양해각서)를 맺었고, 체코 정부는 내각회의를 열고 계약을 승인하며 가처분이 취소되는 즉시 계약을 맺을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한 달 가까이 검토를 마친 법원이 계약 중지를 풀자마자 전광석화처럼 계약을 끝냈다.

 

계약 후 준공까지만 10년 이상 걸리고, 60년 이상 가동하는 원전 프로젝트로 100년 이상 이어질 협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국형 원전인 APR-1000 모델인 두코바니 5·6호기는 최초 허가 기간이 60년이고, 안전성 평가에서 문제가 없으면 100년 이상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호 전 한수원 본부장은 가동 연한이 60년이라는 의미는 원자로와 계측 제어 부품 등 핵심 기기가 최소 60년은 이상 없이 쓸 수 있게 설계됐고, 검증까지 마쳤다는 뜻”이라며 “안전성을 재검증하면 충분히 100년까지 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시대 ‘글로벌 원전 경쟁’의 동력 확보

 

K원전이 유럽 시장을 뚫어내면서 추가 수주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AI(인공지능)의 확산에 따라 원전 수요가 폭발하는 국면에서 유럽은 물론 미국 등 선진 시장 어디에나 진출할 동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세계원자력산업협회(WNA)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운전 중인 원전은 439기, 건설 중인 원전은 70기 수준이며, 계획이 확정돼 건설을 앞둔 원전은 110기, 각국이 추진 중인 원전은 580기에 이른다.

 

특히 2050년까지 지금의 4배인 400GW(기가와트)까지 원전 설비를 늘리겠다고 밝힌 미국 시장에 K원전의 진출이 기대된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현재 세계적으로 원전 경쟁력이 있는 나라는 러시아·중국·한국·미국·프랑스 정도로 미국이 추가 원전을 지으려고 하지만, 자체 건설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시공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프랑스를 활용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미국 시장에 들어갈 나라 중 한국이 가장 경쟁력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조선일보(25-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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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중독’으로 불타는 세계

 

홍수·가뭄·산불·이상 기온… 기후 변화로 신음하는 지구
2030년까지 석탄시설 닫고 재생에너지 투자 3배로 늘려야

 

네로 황제는 로마가 불탈 때 하프를 탔다는 유명한 말로 종종 비판을 받는다. 오늘날 어떤 지도자들은 당시의 네로보다 더 나쁜 행동을 한다. 불길에 기름을 붓는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커지는 에너지 위기에 봉착한 일부 국가들은 화석 연료 사용에 박차를 가한다. 석탄·석유·가스 등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기후 위기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 

 

독일 환경단체 '마지막 세대'(Letzte Generation) 소속 운동가들이 30일(현지시간) 수도 베를린의 한 도로에서 '화석 연료 광기를 끝내자!'라는 표어가 적힌 팻말 깔고 앉아 차량 통행을 막고 있다. 2022.6.30/로이터 연합뉴스

 

모든 기후변화 지표는 역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격렬한 폭풍, 홍수, 가뭄, 산불, 믿을 수 없는 온도 등 이상기후 현상이 지구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는 기후 대혼돈 상황이다. 화석연료는 정답이 아니며, 정답일 리도 없다. 지구가 파괴되는 장면을 매일 벌어지는 뉴스 속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누구도 그 파괴에서 벗어날 수 없다.

 

화석연료는 기후 위기의 원인이다. 기후 파괴를 제한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해답은 재생에너지다. 재생에너지는 21세기의 평화 계획이기도 하다. 하지만 빠르고 공정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싸움에 평평한 운동장은 없다. 투자자들은 아직도 화석 연료를 지원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도 석탄·석유·가스에 수십억 달러를 뿌리고 있다.

 

작금의 화석연료 선호 상황은 ‘중독’ 수준이다. 우리 사회와 지구의 건강을 위해 화석연료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에너지 안보, 안정적인 전기 가격, 번영, 생존 가능한 지구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뿐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G20 국가들에 대해 석탄 인프라를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은 2030년까지, 다른 나라들은 2040년까지 석탄 시설을 폐쇄하라고 했다. 나는 금융 담당자들에게 화석연료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고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라고 요구했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를 부흥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재생에너지 기술은 전 세계적 공익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기술 이전에 방해가 되는 지식재산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둘째, 재생에너지 관련 부품과 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전 세계적 접근권을 개선해야 한다. 셋째, 태양과 풍력 에너지 발전을 저해하는 요식 행위도 없애야 한다. 풍력발전소 하나 허가하는 데 유럽연합(EU)에서는 8년, 미국에서는 10년 걸린다. 대한민국에서는 해풍(海風) 발전 프로젝트를 건설하기 위해 8곳의 정부 부처에서 22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넷째, 화석 에너지에 지급되던 보조금을 중단해야 한다. 그 재원은 에너지 쇼크에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로 전환하는 데 쓰여야 한다. 끝으로 재생에너지 투자를 지금보다 3배로 늘려야 한다.

 

전 세계 지도자들도 기후변화 문제에 더 시급함을 느껴야 한다. 최악의 기후 영향을 피하기 위해 금세기 중반까지 탄소 중립 상태가 돼야 하지만 지금 추세로는 10 년 뒤 탄소 배출량이 14% 늘어날 전망이다. 재앙 수준이다.

 

이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은 재생에너지다. 기후변화를 막고, 에너지 안보를 달성하며, 수백만 명의 에너지 취약 계층을 위한 청정 전기 공급 등을 가능하게 하는 재생에너지는 일석삼조(一石三鳥)다.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은 화석연료에 비해 3 배 많은 일자리도 창출한다.

 

물론 재생에너지가 기후 위기에 대한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사막화한 땅에 나무를 심는 등의 자연적인 해결책도 필요하다. 에너지 효율 증대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야심 차게 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가 화석연료를 끊는다면, 그 과실(果實)은 클 것이다. 우리의 미래가 불타는 동안 하프나 타고 있어서는 안 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 조선일보(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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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원전

 

신재생에너지·4차산업혁명도 싼 전기가 핵심… 원전 없인 힘들다

 

태양광 셀 제조원가에서 전기료 비율이 가장 커… 中기업이 독식
전기차·자율주행차·데이터센터 등도 안정적 전력공급이 필수
탈원전으로 적자 누적된 한전, 산업용 전기료 내릴 여력 없어

 

탈(脫)원전 정책은 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탈원전으로 원가가 비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늘리면 한전의 적자가 커지고, 이는 결국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료는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셀(전지)의 제조원가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전기료가 우리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싼 가격으로 치고 들어오는 중국산에 맞서 국산 제품이 경쟁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자가 누적된 한전에 산업용 전기료를 더 낮출 여력은 없다. 전력 생산 비용이 저렴한 원전 가동은 줄이고 값비싼 신재생·LNG 발전을 늘리면서 지난해 한전은 창사 이래 둘째로 큰 1조2765억원 영업 손실을 냈다. 2015년 107조원이었던 한전의 부채는 작년 128조원으로 늘어났다. 한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大選) 공약으로 추진 중인 한전공대 설립·운영 자금 1조6000억원도 부담해야 한다.

 

한국 원전 수출 1호 바라카의 환호… 이런 순간 다시 올까 - 두산중공업과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이 2017년 12월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바라카 원전(총 4기)은 국내 원자력 기술로 만든 최초이자 유일한 해외 원전으로, 1호기는 올 하반기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해 앞으로는 이런 모습을 보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데이터 센터 등 전력을 많이 쓰는 산업 분야가 확대되면서 원전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이 산업 분야들은 값싸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우리 원전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전력원이라는 것이다.

미래 첨단 소재 산업 역시 전기료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독일 자동차업체 BMW는 전기차 i3의 차체 소재인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공장을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모세 레이크(Moses Lake) 공장에 두고 있다. 인건비가 비싼 미국에 공장을 둔 이유는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이다. 모세 레이크는 인근 수력댐에서 공급되는 값싼 전기를 공급받는다. 워싱턴주는 풍부한 수력발전 덕분에 산업용 전기료가 미국 평균의 절반(54%)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첨단 소재 산업 육성을 위해서라도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의 원전 제로 정책으로 전기료가 급등하자 일본 소프트뱅크는 그해 5월 전력 소비가 큰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설립하기로 결정했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료가 인상돼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 우리 기업들의 탈출 러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조선일보(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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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우릴 일자리서 내쫓아… 고용 유지 말로만 하는 대통령에 배신감"

 

이성배 두산중공업 노조지회장

"민노총이 뭐라고 해도 우리의 밥줄 달려있어… 조합원들 생존권이 먼저
민노총, 왜 정부 말만 듣나… 맹목적인 탈원전 방침은 회원 노조의 입장에 반해"

 

KTX 창원행 열차표에 맞춰 집을 나서려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두산중공업 노조 측이었다.

"어제 저희가 민노총 경남본부를 방문했습니다. 바로 전에 코로나 의심 증상자가 거길 다녀갔다 합니다. 오늘 새벽 이 사실을 통보받았습니다. 모두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이런 일도 생길 수 있구나. 창원까지 못 내려가고, 이성배(43) 두산중공업 노조지회장과 예정된 인터뷰를 전화로 했다.

"코로나 사태로 항공사·정유사 등 많은 대기업이 최악의 위기에 몰렸지만, 우리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코로나가 아닙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일감이 없어졌습니다. 일이 없는데 무슨 수로 매출이 나고 고용이 유지되겠습니까."

노동조합의 책임

―정부나 환경 단체에서는 두산중공업의 부도 위기는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 경영 실패의 결과라고 하는데?

"경영 판단에 실수가 있었다고 봅니다. 지난 10년간 1조원 넘는 적자를 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떤 발전 사업 계획이 나오면 미리 자재와 설비를 구매하고, 정부 주문에 맞춰 미래 사업에도 투자해야 합니다. 당장 영업 매출로 연결 안 되니 회계상 적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부채에 따른 금융 비용은 높았지만 탈원전 정책 전에는 영업이익에서 흑자였습니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발전 사업이 진행됐으면 결코 이렇게 되진 않았습니다."

―경영진은 청와대나 산자부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노동조합은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현 정권이 탈원전을 밀어붙이기 시작할 때 노동조합이 나서서 반대했으면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 텐데요?

"현 노조집행부는 작년 말 선거로 출범했습니다. 정부가 탈원전을 밀어붙일 때는 저도 일반 조합원이었습니다. 주어진 업무에만 신경 썼지 탈원전 정책의 파급 효과가 어떨지를 잘 몰랐습니다. 우리 일자리를 이렇게 빼앗아갈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성배 노조지회장은 “코로나 뉴딜 사업 차원에서 신한울 3·4호기 공사부터 재개해달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노조 제공

 

―막대한 영업 적자가 계속 나면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건 상식입니다. 전임 노조집행부는 급격한 탈원전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대략 알았겠지요?

"전임 지도부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럽습니다. 아마 이런 상황이 될 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전임 지도부는 탈원전에 따른 고용 문제에 대해 정부가 해답을 줄 것처럼 말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은 '정부가 탈원전을 밀어붙이는 대신 다른 무엇을 해주겠지' 하고 어렴풋이 믿어왔던 겁니다."

노동조합이 민노총 계열이라 탈원전 반대에 소극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바깥에서는 지금 두산중공업 상황을 자업자득으로 보지 않을까요. 이제 와서 노조가 탈원전 폐기 집회를 여는데, 먼저 '우리의 판단 착오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당했다'라는 식의 반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일반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 노동조합이 무엇을 했나'라며 질책성 평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임 지도부는 이 문제에 대해 노코멘트하고 있습니다. 제가 당사자라면 과오를 인정했을 겁니다. 조합원들의 고용과 일자리를 못 지킨 데 노조의 책임이 분명 있었습니다."

―본인은 탈원전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었지요?

"전임 지도부가 민노총과 연계돼 정치적 성향이 강한 노선이었다면 이번 지도부는 좀 다릅니다. 작년 말 선거를 치를 때 우리는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와 탈원전 폐기' 공약을 내걸어 당선됐습니다. 그동안 창원 시내에서 탈원전 폐기 집회를 열고, 청와대와 세종 정부청사 앞에서도 피켓 시위를 벌였습니다."

―'탈원전'을 표방하는 민노총과는 충돌이 생기겠군요?

"상급 단체에서 뭐라 해도 당장 우리의 밥줄이 달려 있습니다. 제게는 우리 조합원들의 생존권이 먼저입니다. 민노총과 금속노조 간부를 만나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은 옳지 않다. 민노총이 언제부터 정부 말만 듣고 맹목적으로 따르느냐. 이런 상황에서 탈원전의 대안이 뭐냐. 상급 단체가 어떻게 회원 노조의 입장과 생존권에 반하느냐'고 구두와 공문으로 항의성 질의를 한 적 있습니다."

―통상 민노총은 산하 노조가 투쟁 집회를 할 경우 지지나 동참을 하는데, 이번에는 그걸 기대하기 어렵겠군요. 민노총이 탈원전 방침을 바꿀 리는 없을 테니까.

"민노총과 의견이 상충돼도 우리는 독자적으로 해나갈 겁니다. 사실 민노총에는 원전 관련 회사 노조가 꽤 많이 가입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민노총도 난처한 입장이라 공개 표명을 못 하고 있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인공호흡기 달아

―민노총이 탈원전 방침을 고집하면, 원전 관련 노조들은 함께 가기 어려운 게 아닌가요? 회사가 망하고 나면 노동조합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회원사 조합원들의 이익에 반하는 민노총에 회비를 내면서까지 소속돼 있어야 합니까?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할 사안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민노총은 공개적으로 우리의 탈원전 폐기 투쟁을 지지하지는 못해도 암묵적으로는 지지해주는 것 같습니다. 민노총의 탈원전 방침은 편향된 환경 운동가들의 시각에 의해 비롯된 것 같습니다. 과학적 검증 없이 탈원전을 하면 마치 정의 사회가 구현되는 것처럼 본 것이지요."

―지난 3월 두산중공업 사측은 '일부 휴업' 방침을 통보했지요. 휴업이란 공장을 사실상 못 돌리겠다는 것인데?

"회사의 잘못으로 일감이 떨어져 공장을 닫겠다는 겁니다. 해당 직원들에게 평균 임금 70%를 주고 쉬게 하는 것인데, 당사자 동의가 없어도 법으로 가능하게끔 돼 있습니다. 당초 4월 초에 휴업을 시행하려다가, 총선 앞두고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정부가 일단 막은 걸로 압니다. 현재 공장 가동률은 거의 10% 선입니다. 탈원전 정책 기조가 안 바뀌면 언젠가는 닥칠 겁니다."

―탈원전 이후로 직원들이 얼마나 나갔습니까?

"올해 들어서만 750여 명이 명예퇴직 등으로 나갔습니다. 고정비 절감을 이유로 신규 채용은 안 하고, 이미 해마다 평균 200명씩 감소돼왔습니다. 몇 년 전 7700명이었던 총 직원 숫자가 지금은 5000명 선입니다."

 

―지금은 2차 명예퇴직이 진행 중이라고 들었는데, 명퇴 나이 기준이 어떻게 됩니까?

"처음에는 45세로 했지만 이제 나이 기준이 없어졌습니다. 원전의 경우 더 이상 인력을 감축하면 사업 자체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일이 없다고 해서 원전 설계나 엔지니어 인력을 한 번 자르면 나중에 충원할 수 없습니다. 이들은 중국이나 러시아 원전 업체에 스카우트될 겁니다. 한 번 원전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면 복원이 쉽지 않습니다."

―두산중공업도 어렵지만, 협력 업체들의 사정은 훨씬 더 심할 텐데요?

"협력 업체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더 이상 못 버텨낼 겁니다. 창원에만 170개 협력업체에 1만3000명이고, 경남 전체로는 280개 업체에 2만3000명입니다.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단번에 다 무너질 겁니다."

―두산중공업에는 이미 정부 재정 1조원이 지원됐습니다.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해 추가 지원이 있을 걸로 들었습니다. 정부가 자기 손으로 두산중공업을 경영 위기로 몰아넣고는, 이제 와서 국민 세금으로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는 격인데?

"만기 도래된 채권 상환을 위해 지원해준 것인데 이것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됩니다. 지금은 정부가 1조·2조를 빌려주고 안 주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는 금융 지원의 조건으로 자산 매각을 요구하지만, 팔 것 다 팔고 난 뒤 어떻게 할 겁니까. 두산중공업은 매출이 일어나는 데가 거의 없습니다. 공장이 안 돌아가는데 어떻게 은행 빚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겠습니까. 정부 재정만 집어넣어 봐야 마지막 시간을 연장해줄 뿐 결국 닥치게 될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재정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고용 유지를 언급했는데?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제시한 두산중공업 자구안에는 고정비 1500억원 절감도 포함돼 있습니다. 일 없어 놀고 있는 인력을 잘라내라는 겁니다. 문 대통령은 매스컴에서 '고용 유지'를 말해 점수를 따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렇게 해고 압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회사가 망해가는 판인데, 현실적으로 고용 유지가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바로 그 얘기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솔직히 대통령에 대해 배신감을 느낍니다. 말로만 고용 유지를 해야 한다고 할 뿐이지, 현장에서 고용 유지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지 않는 겁니다. 기업에 일감이 있어야 고용이 유지됩니다. 공장을 돌려야 봉급이 나오고 경제 순환 기능도 살아날 수 있습니다."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만 재개하면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봅니까?

"상당 부분 숨통은 트일 겁니다. 신한울 3·4호기는 2조2000억원 사업입니다. 정부가 '코로나 뉴딜' 사업 계획을 한다고 발표했는데, 확정된 사업으로 진행해오던 신한울 3·4호기는 계획을 세울 것도 없습니다. 이미 4900억원 상당의 투자가 이뤄졌고, 기자재 보관 비용까지 합치면 7000억원이 들어가 있는 상황입니다. 중단시킨 것을 재개만 하면 됩니다."

中國 좋은 일만 시켜줘

―환경 단체 출신인 여당의 양이원영 당선자는 "원전 노동자들을 훈련시켜 풍력(風力)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정말 실정을 모르는 소리입니다. 태양광·풍력은 기저 발전(24시간 연속 운전으로 전력 생산)이 될 수 없습니다. 풍력은 바람이 안 부는 시기에는 작동 안 되고 발전 효율이 너무 낮습니다."

―풍력 발전소 현장을 가보니 산림 훼손과 소음으로 인해 주민들의 민원이 심하더군요.

"경제적으로도 태양광·풍력은 일자리 창출이 거의 안 됩니다. 해외시장에서 국내 기술의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태양광·풍력 부품 재료는 중국에서 거의 모두 수입합니다. 우리는 조립밖에 안 합니다. 풍력 팬이 잘 돌아가 봐야 중국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겁니다."

다음 날 코로나 의심 증상자가 진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 그는 자가 격리에서 풀려났다.

 

-최보식 선임기자, 조선일보(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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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부가 원전 산업 再起를 도모할 토대라도 유지시켜 놓으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실과 국가경제위원회가 참여한 핵연료워킹그룹이 지난달 공동 작성한 '원자력 경쟁력 회복 보고서'를 통해 "붕괴 직전인 미국 원자력 산업의 전 분야를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하고, 특히 미국 수출입은행과 국제개발금융공사가 원전 수출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 13일 롯카쇼무라 핵연료재처리 공장에 대한 안전 심사를 6년 만에 통과시켰다.

미국·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러시아·중국이 세계 원전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현실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판단과 관련 있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2013년 보그틀 원전 두 기 착공까지 34년간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돼 원자력 산업 생태계가 무너진 상태다. 1950~1980년대 세계 원전의 절반을 도맡아 지었던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2017년 파산보호 신청을 거쳐 2018년 캐나다의 자산운용사에 팔려나갔다. 일본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동안 원전 폐쇄 정책을 밟으면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그 사이 중국·러시아가 국제 원전 건설 시장을 쥐고 흔들었다. 러시아 국영 로사톰은 세계 12국 36기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로사톰은 원전 건설-운영-폐기까지 전 과정을 통제하는 BOO(Build Own Operate) 방식으로 개도국에 진출하고 있어 원전을 매개로 한 종속 관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중국도 파키스탄 원전 수출 성공에 이어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하나로 개도국 원전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원자력 기술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같은 3세대 원전은 그 이전 2세대 기술보다 사고 확률을 10분의 1로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의 3+세대 원전은 전력 공급이 끊기더라도 냉각수 공급이 가능한 피동형(passive) 설비를 장착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경수로의 고압(高壓) 폭발 위험 소지를 없앤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 기술을 개발 중이다. 그간 3700억원이 투입됐지만 탈원전 영향으로 내년부터는 연구 지속이 불확실하다. 원자력연구원에선 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4세대 초고온가스로도 연구 중이지만 탈원전으로 후속 연구 인력이 충원되지 않는다면 결실을 보기 어렵다. 두산중공업은 미국 기업과 4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을 공동 개발 중이지만, 내년 3월 신고리 5·6호기 설비 납품이 끝나면 원전 분야 사업장의 문을 사실상 닫아야 하는 위기로 몰리고 있다.

대기오염·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석탄발전소를 줄여가야 한다. 그러나 전 세계 석탄발전소 5000기를 원자력 없이 태양광·풍력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기 혜택을 못 누리는 개도국 국민에게 냉장고 TV 컴퓨터를 보급하는 것은 인권 차원의 과제다. 선진국도 전기차 빅데이터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원자력 없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과학기술에 조예가 없는 대통령 등 몇몇 인사가 자의적으로 원자력은 위험 기술이라고 단정짓고 기술 개발 기반의 뿌리부터 뽑아버리고 있다. 20~30년 뒤 중국·러시아 주도로 원자력이 주도적 에너지 기술로 자리 잡을 경우 그때 가서 국가 운명을 망친 데 대해 그들이 책임을 질 것인가. 기후 붕괴, 대기 오염 심각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탈원전을 외치고, 수소경제를 주장하면서 수소 대량생산이 가능한 원자력 기술을 외면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편견일 뿐이다. 정부는 최소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로 원자력 기술 생태계의 명맥을 유지시켜야 한다. 다음 정부에서라도 정책을 다시 검토해 원자력 산업의 재기(再起)를 꾀할 토대 정도는 남겨둬야 할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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