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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평화) 시대의 종언?] ....

뚝섬 2025. 5. 19. 08:55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평화) 시대의 종언?]

[“한국은 중국 앞 항공모함”]

[한미 협상의 변수 ‘트럼프의 기억법’]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평화) 시대의 종언?

 

[朝鮮칼럼]

미·중 관계 특이점 있지만 '美 패권의 終焉' 선언은 일러
이번 관세 협상 중간 타결 보라.. 첨단 과학, 기축통화도 마찬가지
주가, 국채, 달러 가치 흔들렸지만 '셀 아메리카'도 이제 진정 기미
우리에겐 위기와 도약 갈림길.. 오롯이 새 정부의 몫이다

 

지난 6일 타계한 미국의 대표적 석학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그의 저서 ‘Is the American Century Over’에서 영국이 20세기 초반까지 영국에 의한 평화(Pax Britannica)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해군력이 제2, 제3위 국가의 해군력을 합한 것보다 크게 유지되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나이 교수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국방비가 2위부터 10위국가의 국방비 합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에 중국의 거센 도전에도 상당 기간 ‘미국에 의한 평화’ 시대는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유 핵무기도 5044기 대 500기로 미국이 현격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군사력을 전 세계에 투사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 15년간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중국이 급속도로 증가시키고 있는 해군력과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스텔스 기능 전투기(청뚜J-20) 같은 첨단 무기 개발과 놀랄만한 실전 배치 속도는 동북아 지역 안보에 심각한 도전이다.

 

미국 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 후 첫 100일 동안 쏟아진 ’매가(MAGA) 혁명‘ 실현 방안이 국제, 국내 이슈를 막론하고 철저한 자국 이익 우선주의에 매몰되어 있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에 의한 평화) 시대의 종언이 온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지난 100년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 취임 후 첫 100일간 이렇게 세상을 뒤엎어 놓은 적이 없다고 평가한 점에서도 트럼프2.0의 위력을 실감한다. 이러한 트럼프’100일 혁명’의 소용돌이 가운데 팍스 아메리카나의 향배를 가늠할 미중 관계 특이점을 주목해 보고자 한다.

 

첫째, 미·중의 치킨 게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5월 11일 스위스에서 중간 타결한 미·중 관세 협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 1930년 스무트-홀리법이 50%가 넘는 고율 관세와 보복 관세 때문에 대공황으로 연결된 역사적 실수를 어느 쪽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무역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제2, 제3 플라자 합의 추진이나 미국입장이 충분히 반영된 무역협정체결(USMCA등), 또는 100년물 미국채 매입 요청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것이다.

 

둘째, 무소불위의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발효일인 4월 9일 중국을 제외한 모든 협상 대상국에 상호 관세 적용을 90일 유예한다는 일종의 휴전을 선언했는데, 미국채 투매라는 뜻밖의 난적과 맞닥뜨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주가, 국채, 그리고 달러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소위 ’트리플 약세’가 발생했는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주식, 채권과 달러를 팔고 해외 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을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행히 미·중 관세 협상 중간 타결 이후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셋째, 첨단 과학과 기축통화 문제에서 중국의 도전을 발본색원한다는 미국의 방침은 확고하다. 이것은 딥시크 등 중국의 자체 첨단 기술 혁신에 대한 미국의 충격을 반영한다고 하겠다. 기축통화 문제를 보면, 중국이 전 세계 수출입액의 12.5%, 미국이 전 세계 수출입액의 11%를 점하고 있는 데 반해, 거래 통화 비율은 중국 위안화가 1.7%, 미국 달러는 39.3%를 차지하는 극심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중국의 불만이다. 그러나 IMF 특별 인출권(SDR) 내 위안화 비율이 달러화에 비해 상당한 거리가 있고, 국제결제은행(BIS)에서도 90%가 달러로 거래되고 있어 달러화 이외 대안 부재의 벽을 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최근 미국의 활발한 스테이블코인 결제수단 활용에 대응하여 중국이 위안화를 디지털화폐(CBDC) 시대의 기축통화로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있다.

 

넷째, 벌써부터 내년 상하원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2.0에 레임덕이 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확률을 80%로 전망하였다. 중간선거에서는 집권당이 불리한 데다 현재 하원은 219 대 216석으로 공화당이 근소한 3석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3선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본디 법무장관이 이미 불가능함을 시사한 바 있다.

 

위에서 살펴본 여러 측면에서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종언을 선언하기는 이르다고 하겠다. 3년여 전 워싱턴 DC에서 필자가 주관한 국제회의에서 조셉 나이 교수는 ‘중국의 도전과 역사의 교훈’ 제하의 만찬연설을 통해 중국이 군사력 성장에 힘입어 무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미국은 ‘관리된 경쟁’이나 ‘협력적 경쟁’에 초점을 두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전후 80년을 이어온 미 패권의 시대가 나이 교수가 제안한 대로 미·중의 ‘협력적 경쟁’ 시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미국이 매가 혁명의 깃발 아래 휩싸이든지, 어떤 경우든 우리가 그저 팔짱 끼고 바라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매가의 대두와 한국의 대선이 맞물려 있다. 밑동이 흔들릴 수도 있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롯이 내달 초 출범하는 신행정부의 몫이다.

 

-박인국 전 주유엔대사/최종현학술원 초대원장, 조선일보(2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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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국 앞 항공모함”

 

제2차 세계대전 때 항공모함(aircraft carrier)의 등장과 함께 해전은 바다 위 항공전 성격이 강해졌다. 하지만 항공모함 역시 잠수함이나 대함미사일에는 빈틈이 있다. 군사 전략가들은 가라앉지 않는 ‘불침(不沈·unsinkable) 항모’를 꿈꿨고, 전투기의 근접 이륙이 가능하면서도 침몰하지 않는 섬의 가치에 주목했다. 중국 턱밑의 대만, 미국령 괌이나 일본령 오키나와가 불침 항모로 불렸다. 중국은 남중국해 암초에 콘크리트를 퍼부어 중국식 불침 항모를 만들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5일 한국을 불침 항모처럼 묘사했다. 한 심포지엄에서 한국은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 또는 고정된(fixed) 항공모함과 같다고 했다. 중국 코앞에 있는 평택, 군산의 미군기지를 떠올리게 한다. 미 핵심 당국자가 한국을 이렇게 불렀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드문 발언인데, 대중 억제를 위한 전략적 가치를 인정한 발언이다. 1983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당시 일본 총리가 “일본은 미국에 있어서 (소련에 함께 저항하는) 불침 항모”라고 스스로를 낮춰 부른 적은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의 성격을 재정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봐야 한다. 내용도 피터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올 3월 비공개 회람한 ‘국방전략 잠정 지침’과 맥을 같이 한다. 그 지침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한다. 하지만 북의 재래식 군사 위협은 미군이 아닌 한국과 일본이 함께 막도록 하겠다고 돼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 후 남은 힘으로 한국을 돕는다는 구상이다. 주한미군은 1953년 동맹 이후 유지해 온 북한 억제가 아닌 중국 대응으로 성격이 달라진다.

 

트럼프라도 동맹을 쉽게 버릴 순 없다. 미국의 최강대국 지위는 나토 같은 집단안보나, 한미, 미일 등 양자동맹을 잘 맺어 이룬 것이다. 주한미군을 돈의 가치로 따지려 드는 트럼프지만 필요성은 명확히 알고 있다. 그는 집권 1기 때 “왜 비싼 돈 들여 주한미군을 운용하느냐”며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에게 물은 적이 있다. 그때 나온 답이 “북한이 워싱턴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쐈을 때 알래스카 미군은 15분 뒤에 파악하지만, 주한미군은 7초 만에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그 이후론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6·3 대선 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은 통상 및 관세 못지않게 70년 넘게 주둔한 주한미군의 혜택을 돈으로 보상해 달라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한반도라는 위치가 지닌 가치를 인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이란 항모에서 전투기를 대만으로 출격시키겠다며 미중 갈등에 우리를 끌어들일 개연성을 높였다는 점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안보 운명을 가를 동맹 간 험난한 대화와 협상의 때가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김승련 논설위원, 동아일보(2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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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협상의 변수 ‘트럼프의 기억법’

 

한미 통상협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일단 우리 정부는 6·3대선 등 국내 정치 일정과 상황 등을 고려해 협상 속도를 조절하겠단 입장이지만, 마냥 버티는 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조속한 협상을 강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미국은 마주 앉는 데만 시간이 꽤 걸릴 듯했던 중국과도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갖고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다. 협상 속도를 내는 게 좋다는 메시지도 꾸준히 내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한미 협상에 영향을 끼칠 변수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진다. 워싱턴 안팎에선 트럼프 정부가 문제 삼는 한국의 통상정책이나 비관세 장벽 등을 우선 변수로 지목한다. 미국이 통상협상에 안보 등 다른 영역까지 ‘패키지’로 묶자고 요구할지도 관심사다. 우리 국내 정치적 상황이나 트럼프 정부와 다른 국가들 간 협상 상황 등도 한미 협상에 영향을 줄 변수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만난 미국의 전직 통상 고위 당국자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트럼프의 기억’을 협상의 ‘중요한 잠재 변수’로 지목했다.

 

오래가고 매서운 ‘트럼프의 뒤끝’

이 전 당국자는 트럼프 1기와 2기의 가장 큰 차이로 “지금은 트럼프의 머릿속에 1기 때 기억이 있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관세 폭탄’을 중심에 둔 트럼프의 통상전쟁은 1·2기 모두 큰 방향성에선 유사하다. 그런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겪은 기억과 경험이 이번 협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억’은 바꿔 말하면 ‘뒤끝’이다. 그의 뒤끝은 오래가고 매섭기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자 뉴욕타임스(NYT)는 “동맹과 적 모두 트럼프의 ‘보복의 물결’을 예상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당시 전직 미 법무부 관계자는 NYT에 “자신을 화나게 하는 사람들에 대한 트럼프의 보복 욕구는 진짜”라고 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1기 때 통상협상 기억을 여러 차례 소환했다. 최근 미중 통상협상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기억한다”는 말을 시작으로, 1기 당시 대(對)중국 통상협상 뒷얘기와 그에 대한 자신의 소회까지 묶어 거의 10분가량 말폭탄을 쏟아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우린 서명을 눈앞에 뒀지만, 중국이 철회했다. 그때 난 매우 화가 났었다”면서 이번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어설픈 변칙 승부, 역효과 낼 수도

한국과의 협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보다 더 많이 요구하고 더 확실한 안전장치를 두려고 할 게 확실해 보인다. 그는 백악관 입성 후 줄곧 “동맹들이 때론 적들보다 더 나쁘다”고 불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 한가운데 자리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뭔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다만 트럼프 1기 통상협상을 주도했고, ‘트럼프 무역정책 설계자’로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발언을 보면 그 단면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포스코 같은 훌륭한 회사를 보유한 건 전적으로 보조금과 보호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기억 속에 있는 한국은 “‘산업 정책’ 덕분에 성장해 온 불공정한 국가”란 이미지로 요약됐다.

그의 말 중 우리 정부가 새겨들으면 좋을 법한 대목도 있긴 했다. “미국을 대할 땐 ‘현실적 접근’을 취하라”는 조언이 대표적이다. 이미 한미 양국은 서로의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다. 또 트럼프는 ‘우회 전략’을 혐오한다. 그런 만큼 어설픈 변칙 승부나 눈치보기식 접근은 오히려 협상에서 역효과를 낼 거란 지적이다.

 

-신진우 워성턴 특파원, 동아일보(2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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