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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이 아시아에게 배워야 할 세 가지 교훈] ....

뚝섬 2020. 5. 18. 06:08

[미국·유럽이 아시아에게 배워야 할 세 가지 교훈] 

['타의 모범'에서 '반면교사'로] 

[재난지원금 백태]

 

 

 

미국·유럽이 아시아에게 배워야 할 세 가지 교훈

 

①발빠른 대응 ②중앙정부 주도 ③사스 등 과거 경험에서 학습
韓·대만·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 코로나와 싸움에서 탁월한 성과
국제 지식과 자원 공유 선도해 치료제·백신 개발도 앞장서야

 

한국에서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번져 시민들을 속상하게 만들었지만, 한국과 아시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아 "(확진자 증가) 곡선을 평탄하게 만드는 일"에서 미국이나 유럽보다 확실히 더 성공적이었다. 미국에는 국가적 진단 전략, 국가적 접촉자 추적 전략, 충분한 정치적 리더십이 없었다. 5월 중순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의 총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는 중국과 상대적으로 인접한데도 미국이나 이탈리아와 비교해 대단히 적다. 미국과 같은 날 첫 확진자가 나왔던 한국은 6주 안에 감염률을 낮춰 확진 사례가 1만1000건 정도에 머물렀다. 반면 미국은 확진 사례가 150만건에 이르고 방역 속도에서 한국에 몇 주, 혹은 몇 달 뒤처졌다. 베트남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도 감염률은 가장 낮다. 싱가포르는 최저 수준의 사망률을 보이며 검역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감염을 억제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대만은 5월 중순까지 확진 사례가 440건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이 봉쇄 조치를 내리고 경제적으로 곤두박질친 데 비해, 아시아 국가들은 어느 정도 정상적 상태와 경제적 활동을 유지했다. 세계가 현재와 미래의 전염병 대유행에 대비해 아시아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첫째, 빠른 대응이다. 홍콩, 한국,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의 정부 당국자들은 코로나19 대응에서 시간과 속도를 중시했다. 작년 12월 31일 중국에서 정체불명 폐렴이 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대만 당국자들은 우한에서 오는 비행기에서 유증상자를 가려내기 시작했다. 얼마 후, 홍콩은 중국과 잇댄 모든 국경을 닫았고 싱가포르는 중국발 비행기 입국을 일찌감치 금지한 국가 중 하나가 됐다. 반면 미국은 2월 2일까지 중국에 대한 여행 제한을 두지 않았고, WHO는 2월 4일까지도 국가들이 국제 여행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국 단위의 1339 콜센터를 설립하는 데 9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첫 확진 열흘 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취약 사업장에 마스크 70만장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첫 확진 후 2주 만에 여섯 시간 안에 결과가 나오는 코로나 진단 키트가 승인을 받아 배포되었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진단 검사가 수백만 건 이뤄지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이라고 자랑해 왔다. 그러나 아픈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기준은 평범한 시민이 원한다면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받을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아니다.

둘째 교훈은 보건 전문가 말을 듣고 전국 단위에서만 가능한 일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한국도 미국처럼 N95 마스크 부족 문제에 직면했지만 정부가 개입해서 배포를 전국화했다. 싱가포르에서도 N95 마스크와 개인 보호 장구(PPE) 같은 중요한 의료 장비 배분을 중앙정부가 통제했다. 대만에서는 위생복리부 질병관제서가 마스크 가격 책정과 증산에 중심적 역할을 했다. 진단 키트, 산소호흡기, 다른 의료 장비를 놓고 시장(市長)과 주지사들이 다툼을 벌여야 했던 미국의 무계획적 대응과 비교하면 차이점은 현저하다.

셋째 교훈은 과거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는 2003~2004년 사스 유행이 대중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미국은 전국에서 사스 감염이 27건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공공장소에 비치된 손 세정제, 공공기관의 열 감지기, 엘리베이터 버튼에 붙은 항바이러스 필름, 라텍스 장갑, 마스크처럼 사스 이후 아시아 사회에서 '뉴 노멀'로 자리 잡은 예방적 공중 보건 조치가 서구인 대부분에게는 낯선 것이었다.

좋은 소식은, 다음번 전염병 대유행 때는 미국·유럽도 아시아 국가들처럼 과거 경험을 토대로 준비돼 있을 것이란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시아가 코로나19 대응의 선례를 보여준 것처럼, 치료제와 백신 개발도 선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들이 긴급 자원을 쏟아붓고, 공공과 민간 간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의료계와 과학계를 총동원해서 치료제를 찾아야 한다. 사스와 메르스 때문에 아시아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져 있으며, 그런 전문성은 세계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국경 너머까지 공유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아시아가 함께 치료제를 찾을 지식과 자원의 공유를 선도해야 할 때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조선일보(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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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의 모범'에서 '반면교사'로

 

며칠 전 일본에서 효고현(縣) 어린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지역 의료인들에게 수제 방호복을 기부한 사실이 언론에 비중 있게 보도됐다. 의료용 방호복이 부족하다고 하니 한 학교 법인에서 유치원생까지 나서 비닐봉지, 가위, 테이프로 간이 방호복 1400장을 만들어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미담'처럼 포장돼 매스컴을 탔다.

일본인들 반응은 싸늘했다. '생명이 걸린 일은 소꿉장난이 아니다' '방역에 해가 되니 기사화하지 말라'는 의견이 쏟아졌다. 그중 '전쟁 중 죽창(竹槍)만큼 역겹다'는 표현이 눈에 띄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병사들에게 죽창에 폭탄을 꽂아 탱크를 상대하게 했던 일, "폭격기를 격추하겠다"며 부녀자들까지 죽창술을 훈련한 일에서 유래한다. 무모함의 대명사로 꼽힌다.

각종 재난 때마다 '○○해서 응원하자'며 캠페인을 벌이고 호응하는 일본 사회가 이 정도로 무기력하고 회의감에 빠진 건 이례적이다. 어느 때보다도 자국 정부의 실책·무능이 가감 없이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비교 대상이 한국이란 점이 일본인들을 더 예민하고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 초기 방역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보건 당국과 의료진의 헌신, 다수 시민의 성숙한 의식 덕에 큰 고비는 한 번 넘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감염 경로 파악과 확진자 관리 과정에서 활용한 빅데이터 등 정보 기술은 일본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죽창에 비교하면 초음속 전투기쯤 돼 보일 것이다.

일본에선 한·일 간 차이가 '경험 유무'에서 왔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일본 사회가 선례와 그에 따른 지침에 좌지우지된다는 건 익히 알려졌다. 한국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병 당시 감염자·사망자 세계 2위(감염 186명, 사망 38명)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은 감염자가 0명이었다.

그러자 "왜 한국을 필사적으로 배우지 않는 건가"(뉴스위크 일본판)라는 유의 목소리가 나왔다. 매뉴얼이 없으면 한국을 귀감(龜鑑) 삼으라는 주장이다. 뉴스위크는 아직도 보건소에서 종이와 연필, 전화로 감염자 경로를 쫓고 있는 일본의 현실을 '전차에 죽창' 정도가 아니라 '로켓포에 활'로 싸우는 격이라고 개탄했다.

하지만 일본이 부러워 마지않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서울 이태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하루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늘고 있다. 지자체와 일부 젊은이의 방심이 빚은 실책이다. 이 일도 실시간으로 일본에 전달되고 있다. 일본 각 매체의 기사 논조부터 독자 반응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한국의 실수를 참고해 우린 절대 방심하지 말자"는 식이다. 일본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타의 모범'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급반전했다. 이래저래 주목을 받는 'K방역', 이런 본보기는 달갑지 않다.

 

-이태동 도쿄 특파원, 조선일보(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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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백태

 

현금 살포 위력은 놀라웠다. 긴급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이 시작된 지난주 닷새 만에 전체 2171만 가구의 46%(997만가구)가 6조6732억원을 받아갔다. '무차별 현금' 받아본 경험이 있는 경기도민이 역시 노련했다. 전체 신청 건수의 26%가 경기도민이다.

 

▶지난달 편의점 와인 매출이 전달보다 6~7배로 급등했다. 고기, 이어폰, 소형 완구 같은 것도 잘 팔렸다. 서울 재난긴급생활비, 경기 재난기본소득 등 지자체에서 먼저 뿌린 재난지원금을 제로페이와 코나카드로 사용하는데, 내역을 보니 평소 편의점에서 잘 안 팔리던 단가 높은 제품이 많이 판매됐다고 한다. 내 주머니에서 돈 나갈 때는 한 푼이라도 싼 것을 사려는 심리가 작용하지만, 나라에서 준 공돈이니 씀씀이는 커진다.

 

▶졸속으로 정한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처를 놓고도 논란이 분분하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사용만 막는 바람에 엉뚱한 수혜자들이 나오고 소외된 기업들은 불만이 태산이다. 롯데하이마트에서 국산 전자제품 사는 건 안 되는데, 애플 매장에서 수입품 사는 건 된다. 중소기업들도 납품하는 대형 마트에서 생필품 사는 건 '대기업 점포'라서 안 되는데, 골프 전문점에서 골프채 사고 강남 고급 식당에서 코스 메뉴 먹는 건 가능하다. 글로벌 가구 브랜드 이케아도 대형 마트 규제에서 빠졌다. 급기야 가구 협회가 "제발 재난지원금을 이케아에서 사용 못 하게 해달라"고 긴급 성명까지 냈다.

 

▶병원 사용은 가능하다. 그러자 강남 성형외과들이 재난지원금 마케팅에 나섰다. 쌍꺼풀 수술, 입술 필러, 보톡스, 지방 흡입에도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걸 두고 인터넷에선 갑론을박이다. 누군가 "얼굴이 재난이냐"고 비꼬는 댓글을 달았더니, "어디 쓰든 무슨 상관이냐. 불법도 아니고. 그렇게 준 국가가 문제지"라는 맞댓글이 달렸다. 문제는 돈 풀어 표 얻는 '매표(買票) 정책'을 속 뻔히 들여다보이게 해놓은 정부일 것이다. 국민한테만 '착한 기부' '착한 소비'를 요구해봤자 먹혀들겠는가.

 

▶'긴급재난지원금'이란 명칭에서 드러나듯 원래는 코로나 피해가 심각한 '소득 하위 50%'를 지원하려던 정책이었다. 총선 바람 타고 '코로나 정책'이 '코로나 정치'로 둔갑해 '70% 지원'이 됐다가 급기야 '100% 전 국민 지급'까지 갔다. '소비 진작' 명분을 내세우긴 했지만 소요 재원 12조2000억원을 감당 못해 적자 국채를 3조4000억원이나 찍는다. 아무리 '소비가 미덕'이라지만 우리나라가 적자 국채 찍어 쌍꺼풀 수술시켜주고 골프채도 사줄 형편이 되는 나라는 아닐 것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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