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은 마초 집단의 '꽃'이 되려는가
朴 성추행 고소 침묵한 女의원들 "보호받고 싶었다"는 절규 외면
'맑은 분'이란 말은 여권이 고(故) 박원순 시장을 추모하는 대명사가 됐지만, 원조는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 정치 원년을 만들자며 여성계가 똘똘 뭉쳐 만든 것이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였다. 이들은 '여성 100인 국회 보내기'란 타이틀을 걸고 부패한 기성 정치인들과 차별화한 '맑은' 여성 리더들을 발굴해 각 정당에 공천을 요청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박 전 시장도 추천 위원 중 한 사람이었다.
성과는 대단했다. 추천한 101명 중 46명이 17대 총선 출마를 확정 지었고, 16대의 두 배가 넘는 39명의 여성 의원이 탄생했다. 비례대표의 50%를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한 것도 17대부터 여성 의원이 급증한 이유다. 이후 여성들의 국회 진출이 본격화한다. 지난 4월 총선을 통해 21대 국회에 입성한 여성 의원이 57명. 헌정사상 첫 여성 부의장이 된 김상희를 비롯해 남인순, 정춘숙, 권인숙, 이재정, 진선미, 한정애 등 거대 여당의 여성 의원들이 사실상 그 수혜를 입고 금배지를 달았다.
그러나 여성 브랜드를 앞세워 국회에 입성한 이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참담하다. 2008년 호주제 폐지 이후 여성 의원들이 일궈낸 성취가 기억나지 않는다. 보육시설의 아동 학대가 이슈가 돼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셀 때 한명숙, 김상희 등 다수 좌파 여성 의원들이 거대 이익집단이자 유권자인 어린이집 원장들 압력에 설치를 반대했던 것만 또렷하다.
이들은 그저 진영과 당의 논리에 충실했다.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섹스 비디오, 성형 시술 등 성적(性的) 비하와 가짜 뉴스로 초토화될 때 모른 체했고, 미투 정국에서 고은·이윤택 등 좌파 예술인들이 줄줄이 불려나왔을 때 머뭇거렸으며, 안희정·오거돈 등 여권 정치인들의 성범죄가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조차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비판했다.
진짜 민낯은 이번 박 시장 성추행 고소 사건에서 드러냈다. 오거돈 때 "뼈를 깎는 심경으로 당내 성폭력 문제를 원천적으로 근절하겠다"던 남인순 최고위원을 비롯해 정춘숙·진선미 의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등은 성추행 관련 질문에 침묵 혹은 "나는 모른다"로 일관했다. "여성을 팔아먹고 사는 여성들"이란 비난이 나오자 마지못해 입장문을 발표한 게 전부다.
여성운동을 아낌없이 지원했던 박 시장에 대한 연민을 탓하는 게 아니다. 여성을 차별하는 법과 제도를 철폐하려고 국회에 들어갔다면, 박 시장과의 인연 이전에 피해 여성의 편에 서서 진상을 규명하라 외쳤어야 한다. 그들에겐 "숨 쉬고 싶었다.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던 피해 여성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민주당의 집단적 2차 가해나 다름없는 '님의 뜻 기억하겠다'는 현수막이 서울 전역에 걸릴 때 그들은 무엇을 했나.
강남역 살인 사건, 전국을 뒤덮은 미투 열풍에도 대한민국 여성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체육계의 성폭행은 여전하고, 아동 포르노 범죄자를 석방하는 나라다. 여성은 여전히 밤길을 걷기 두렵고, 일과 양육을 병행하지 못해 사표를 쓴다. 이걸 바꿔달라고 국회로 보냈더니, 선거철 "여성을 30% 이상 공천하라" 요구할 때만 의기투합한다.
김상희 부의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권인숙 의원은 "이번 기회에 더 많은 여성이 광역단체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여성들은 여성 의원, 여성 장관의 숫자가 자신을 지켜줄 수 없다는 걸 현 정권 아래서 처절히 깨달았다. 한국 여성운동의 완벽한 퇴보다.
대체 그 '맑던'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김윤덕 문화부장, 조선일보(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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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가해자에게 '피해 호소' 방패 씌워준 동지들
겪은 고통 위로한다면서도 '피해자' 대신 '피해 호소인'… 박 시장 무죄추정한다는 뜻
안희정 충남지사 미투 사건으로 요란하던 2018년 3월, 박원순 서울시장을 인터뷰한 일간지 기자는 "우 조교 사건(서울대 성희롱) 때"라고 질문을 꺼냈다가 박 시장으로부터 "신 교수 사건이라고 불러야지요"라는 반박을 들었다. 박 시장은 "뭐든 피해자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핀잔 듣고 감명받았다는 취지의 기사였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2018년 5월 21일, 3선 도전을 앞둔 박 시장은 '박원순 캠프와 함께하는 성추행 예방교육'을 열었다. 이때 박 시장이 처음 꺼낸 말도 "피해자 관점에서 봐야 한다"였다. 성범죄를 가르는 '피해자 중심'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그날 발표한 예방 매뉴얼에는 사생활 간섭, 성적 농담, 불필요한 신체 접촉 금지 등이 명시돼 있었다. 박 시장 비서가 밝힌 '늦은 밤 음란한 문자를 보내고, 침실에서 안아달라고 하고, 셀카를 찍자며 신체를 밀착시킨 일' 등이 모두 해당한다. 이런 가해가 안희정 미투 즈음에도 계속됐다고 피해자는 말한다.
박 시장은 별명 '친절한 원순씨'로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 피해자는 아픈 무릎에 '호' 해주겠다며 다가서는 박 시장의 '과도한 친절'에 "제발 이러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다고 했다. 박 시장이 남을 단죄할 때 들이댔던 '피해자 중심' 잣대를 한 번이라도 떠올렸다면 딸보다 어린 비서에게 그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박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너무 맑아서…" 또는 "자신에게 너무 엄격해서"라고 했다. 이런 말들 속엔 두 가지 함의가 담겨 있다. 박 시장이 심하게 자책했다는 거고, 그가 자책한 일이 대수롭지 않다는 거다. 박 시장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스스로를 책망했다면 그의 유서 속 첫머리에는 피해자 그 한 사람에 대한 사과가 선행됐어야 한다. 박 시장은 대신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자신에게 실망한 '모든 분' 속에 피해자도 그저 한 사람으로 끼워 넣은 것인지, 또는 그 '모든 분'속에 피해자가 포함돼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박 시장 지지자들은 그를 '거목'과 '큰 별'에 빗대며 그가 저지른 '대수롭지' 않은 일탈을 덮어 버리려 한다. 역사적 사실도 불분명한 이순신 장군과 관노의 동침까지 끌어들인다. 이런 황당한 애도사들은 '너 따위가' '그까짓 일'이라는 화살이 돼서 피해자에게 날아간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당에서 성추행 의혹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기자가 묻자 "XX 자식"이라는 막말로 답했다. 민주화 운동을 해온 수십 년 동지에게 추잡한 의혹을 들이대냐는 거다. 바로 그 수십 년 민주화 동지가 추잡한 의혹을 남기고 떠나 버렸기에 기자는 남아서 진상을 규명할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물었을 뿐이다. 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던 상당수 국민은 함께 욕설 세례를 받은 기분이었다.
박 시장의 잘못을 인정하더라도 그의 업적은 따로 평가돼야 한다고 한다. 공과 과를 따지는 건 경제는 잘했지만 정치적으로 독재를 했다든지, 경제를 망치고 국가 재정을 파탄 냈지만 감염병 대응은 다른 나라보다 양호했다는 식으로 다른 분야를 비교하는 것이다. 박 시장은 서울대 신 교수가 우 조교에게 저지른 성적 괴롭힘에 대해 첫 성희롱 판결을 이끌어내 명성을 얻은 인권변호사였다. 그가 서울대 교수보다 훨씬 막강한 서울시장 자리에서 비서에게 그에 못지않은 일을 저질렀다면 어떻게 그의 업적을 따로 떼어내 값을 쳐줄 수 있나. 민주당은 시내 한복판에 "그분의 뜻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그분의 뜻은 낮과 밤에 딴판이었는데, 어느 쪽을 기억하고 계승하겠다는 것인가.
이해찬 대표는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느꼈는지 뒤늦게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 시장에게 핀잔 듣고 감명받았던 일간지 기자도 청와대 대변인으로 옷을 갈아입고 "피해 호소인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한다. 피해자 대신 '피해 호소인'이라는 생소한 용어가 등장했다. 박 시장이 가해자가 되자 그의 편에 서서 무죄추정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박 시장과 그 진영 사람들이 떠받들던 '피해자 중심' 원칙은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이자, 자신들을 진보로 포장하는 패션 아이템이었을 뿐이다. 입장이 바뀌자 피해자를 밟아서라도 진영을 지킨다는 '우리 편 중심'으로 돌변했다. 피해자라는 표현을 애써 피하려는 그들의 꼼수는 위안부 존재를 끝내 인정 않으려는 일본과 꼭 닮았다. 피해를 인정 않는다면서 뭘 위로하고 무슨 2차 가해를 걱정해주나. 말장난이자 우롱일 뿐이다.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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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소 유출' 은폐와 물타기 조작 시작됐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이 언론에 나와 "(박원순 시장 피소 1시간 30분 전인) 8일 오후 3시쯤 박 시장에게 '시장님 관련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그러면서도 "(당시) 성추행 혐의인 줄은 몰랐다"며 "그날 밤 박 시장 관사에서 늘 하던 현안 회의를 했는데 그때도 박 시장 피소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납득하기 어렵다. 임씨 말대로라면 구체적 추문 내용을 알지도 못하면서 무턱대고 박 시장에게 '뭐가 있느냐'고 묻고, 박 시장이 '모르겠다'고 하자 더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시장 업무를 중단시킬 정도로 다급한 보고였다면서도 그랬다는 것이다. 상식에 맞는가. 임씨가 참석한 현안 회의는 박 시장이 만찬을 하고 귀가한 이후인 한밤중에 열렸다. 심야에 젠더 특보를 불러 논의해야 할 '현안'이 뭐였겠나. 그런데도 "늘 하던 회의"였다고 한다. 박 시장은 회의 다음 날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집 안에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비서 성추행 피소 사실은 물론 조사 진행 상황 등을 다 알고 신변을 정리한 것이다. 임씨가 뭔가 핵심적인 부분을 감추기 위해 교묘하게 둘러댄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임씨 주장 가운데 '피소는 몰랐다'는 부분은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 박 시장에게 직접 피소 사실을 알려줬다는 얘기가 된다. 피해자 측은 이와 관련해 "고소 2시간쯤 전까지도 고소 여부와 고소장을 어느 경찰서에 낼지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고소부터 박 시장에게 알려진 시간이 길지 않다. 경찰은 고소가 접수되자마자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보고했다. 국정상황실은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했을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 아니면 경찰이 유출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런데 이 의혹이 확산하자 14일 오후부터 일부 언론이 '정부 관계자' '서울시 관계자'를 인용해 임씨가 박 시장에게 뭔가 있느냐고 물어봤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청와대나 경찰이 유출한 것이 아니라 임씨 때문에 박 시장이 알게 됐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임씨는 "피소 사실은 몰랐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자신이 법적 책임을 뒤집어쓸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 의도적으로 임씨에게 책임을 떠넘겨 의혹을 물타기하려 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와중에 경찰이 박 시장 휴대전화 분석을 미적대다가 15일에야 시작한 사실이 알려졌다. 검찰이 계속 지휘하는데도 "박 시장 삼우제를 마친 뒤 유족과 상의해보겠다"고 했다고 한다. 법적으로 유족의 허락은 필요 없다. 미적대면서 핑계를 대는 것이다. 드루킹 사건의 재판(再版)을 보는 것 같다. 물타기 조작은 이미 시작됐다. 끝까지 국민을 속이고 진상을 덮으려 할 것이다.
-조선일보(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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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추행 피해 호소 묵살했던 서울시가 "성추행 진상 조사하겠다"고. 콩으로 메주 쒔다 한들 믿겠소?
-팔면봉, 조선일보(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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