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ert Hammond 'It never rains in southern California'(1972)
장발과 마리화나, 로큰롤로 상징되는 1960년대에서 70년대 전반의 서구 청년 문화가 낳은 노래 중에는 비에 관한 노래가 아주 많다. 통기타를 앞세운 한국 청년 문화 또한 비의 노래가 만개했는데, '창밖에는 비오고요'(1971)가 솔로 데뷔작인 송창식은 특히 비에 관한 노래를 많이 불렀다.
대공황 시대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 준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 붐을 몰고온 진 켈리의 'Singin' in the Rain' 이후로 비는 청춘의 우수를 상징하는 낭만적 표상이었다. 그러나 대중음악이 세상의 현실에 눈을 뜨면서 비는 다양한 의미의 스펙트럼을 탑재하게 된다.
가장 충격적인 비 노래는 아마도 밥 딜런이 1963년에 발표한 'A Hard Rain's A-Gonna Fall'일 것이다. 싱어송라이터 양병집이 '소낙비'라는 제목으로 번안하기도 한 이 노래에서의 비는 핵의 공포를 은유한다.
영국 출신 작곡가 앨버트 해먼드가 스페인에서 영국, 그리고 미국에 뿌리를 내리면서 오랜 시간 공들인 끝에 솔로로 데뷔하면서 단숨에 성공을 거둔 'It never rains in southern California'〈사진〉는 또 다른 비의 이미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 노래 제목에서 말하는 '남부 캘리포니아'는 할리우드를 가리키고 사막 지대에 조성된 할리우드에는 당연히 비가 내리지 않는다.
이 노래는 기회의 땅 할리우드에 청운의 꿈을 품고 노크했지만 좌절하고 몰락한, 그래서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여자 배우 지망생의 삶을 다룬다. 멜로디는 수채화같이 담담하고 리듬은 적절하게 경쾌하지만 그 속에 쓰디쓴 비애가 녹아 흐른다. 여기서 비가 내리지 않을 거라는 말은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인류 4대 문명 스토리는 물을 다스리는 것에서 출발했다. 물은 인류의 생존에 무엇보다도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그러나 삼 년 가뭄은 견뎌도 석 달 홍수는 견디기 어렵다는 옛말처럼 너무 많은 비는 대재앙을 의미한다. 오늘도 비가 온다. 와도 너무 많이 온다.
-강헌 음악평론가, 조선일보(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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