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만 모르는 북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통일부의 대북 인권 단체 사무 검사는 인권 침해와 정치적 탄압 소지가 있다는 공식 통보문을 곧 한국 정부에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8일 워싱턴D.C. 인권 단체 화상 토론회에 참석한 킨타나 보고관은 "통보문에 더 무게가 실리도록 유엔 인권이사회의 다른 특별보고관들도 동참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외교 장관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 출신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런 지적은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의 대북 정책은 국제사회의 흐름과 동떨어진 인상을 주는 일이 잦다. 최근 통일부가 추진하다가 대북 제재의 벽에 부딪힌 한국 설탕과 북한 술의 '물물교환'도 마찬가지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 저촉 우려가 있는 교역을 추진했다는 지적은 제쳐두더라도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이 어떤 나라인가에 대한 객관적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엄청난 속도로 핵탄두와 각종 미사일을 개발했다. 미국에 '핵군축'을 요구할 정도다. 여권(與圈)에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 미국을 탓하고 싶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이 고강도 유엔 제재를 받고 있다는 것은 국제사회가 그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안보리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조차 심각성을 부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 26일 미 국토안보부, 재무부, 연방수사국(FBI)과 사이버사령부는 북한 금융 해킹에 대한 합동 경보를 발령했다. 북한 정찰총국 산하의 일개 해킹팀이 외국 은행 결제 시스템을 악성 코드에 감염시켜 자동입출금기(ATM)에서 빼돌리려 한 현금만 20억달러(약 2조3700억원) 규모라고 한다. 다음 날 미 법무부는 북한이 암호 화폐 거래소 해킹으로 탈취한 수백만달러를 세탁하는 데 사용한 계좌 280개에 대한 몰수 소송을 제기했다.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핵 능력과 최첨단 사이버 작전 능력을 가진 나라. 이것이 국제사회가 보는 북한이다. 제재도 그래서 받고 있다. 그런 북한을 다루는 통일 장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한다는 일이 설탕을 보내줄 테니 술을 달라는 것이다. 북한을 뭐로 보고 있는 것인지, 이 정도면 김정은이 모욕감을 느낀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통일 장관이 대학생이던 1980년대 우리 사회 일각에선 북한을 '북괴'로만 보지 말자는 '북한 바로 알기'가 유행했다. 그때의 담론을 그대로 적용할 사람이 설마 있겠냐만은, 요즘 통일부가 하는 일들을 보면 뭔가 시대착오적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2020년의 북한은 1980년대의 북한과 달라졌고, 한국이 북한 핵·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에 지켜야 할 의무도 달라졌다. 그런 점을 잘 모르겠다면 '2020년대의 북한 바로 알기'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
-김진명 워싱턴 특파원, 조선일보(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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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국방장관 회담 불참, 국민을 어디로 끌고 가나
미·일 국방장관이 29일 괌에서 회담을 갖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를 위해 유엔 안보리 제재의 완전한 이행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는 중국 행위에 반대한다"며 대중 견제 메시지도 보냈다. 통합 미사일 방어망 구축과 정보·감시 협력 문제도 다뤘다고 한다. 북·중 위협과 대응 등 우리 안보와 직결된 이슈가 논의된 자리였는데도 한국 국방장관은 불참했다. 6·25 이후 한국을 지켜온 한·미·일 군사 협력에서 한국만 빠진 것이다.
우리 국방부는 21일 "코로나 영향과 각국 일정으로 한·미·일 모두에게 맞는 회담 일을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국내 코로나가 심각해 해외 출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다. 코로나는 미·일이 더 심각하다. 국방장관은 방역 주무 장관도 아니다. 정부는 22일 중국 외교 수장 양제츠가 서울 대신 부산으로 간 이유에 대해선 "국내 코로나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 불참은 코로나 때문이고 중국 양제츠의 부산행은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말이 되나. 미·일 국방장관을 만나는 것보다 중요한 우리 국방장관의 일정이 뭔지도 밝히지 않는다. 모두 거짓 변명이다.
문재인 정권은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봐왔다. 특히 남북 쇼와 시진핑 방한에 목을 매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와 중국 비판이 나올 미·일 국방장관과 만남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양제츠는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메시지까지 던지고 갔다. 그러나 북은 핵 SLBM 완성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 패권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러는 지난해 6·25 이후 처음으로 동해 상공에서 합동 훈련을 했고 러시아 군용기는 독도 영공도 침범했다. 이런 북·중·러 위협을 한·미·일 안보 공조 말고 무엇으로 막을 수 있나. 적성국 눈치 보고 비굴하게 군다고 안보가 지켜지나.
이 정권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라는 거짓 환상을 만들어내더니 이제는 북·중의 눈치 보는 것을 일상화하고 있다. 보신에 급급한 군인들은 권력에 영합할 뿐이다. 한·미·일에서 이탈해 북·중으로 기우는 것을 국민이 동의했나. 5년짜리 정권이 5100만 국민을 어디로 끌고 가나.
-조선일보(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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