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추 장관 아들 의혹 눈치 보지 말고 철저히 규명하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 씨의 군 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어제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은 2017년 당시 추 장관의 국회의원 보좌관이라는 인물이 전화를 걸어와 서 씨의 휴가 연장 여부를 문의했다고 진술한 군부대 지원장교 A 대위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추 장관 아들 사건은 2017년 6월 병가 기간이 끝났는데도 서 씨가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고 문제가 되자 개인 연가로 처리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집권여당 대표이자 5선 중진 국회의원인 추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는지 여부가 의혹의 핵심이다. 올해 1월 야당은 추 장관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서 씨에게 19일간의 병가를 내준 근거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추 장관은 그제 국회에 출석해 보좌관이 전화를 건 일이 없다고 부인했고, 검찰도 그런 진술을 확보한 게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 대위는 어제 오전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추 의원 보좌관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으며 검찰 조사에서 관련 내용을 진술했다”고 밝혔다. 어제 국회에서 공개된 녹취록도 같은 내용이다. 그러자 어제 검찰은 그저께의 해명과 관련해 “그런 해명을 한 적이 없다”며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만약 A 대위 등이 검찰에서 진술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검찰의 그제 해명은 장관을 감싸기 위해 국가기관이 진실 은폐에 가담한 행위로 엄중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
이 사건은 부대 동료 병사들이나 휴가명령권자 등을 불러 조사하면 곧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서울동부지검은 야당이 고발한 지 8개월이 지나도록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검찰 인사로 지검장, 차장, 부장검사까지 수사 지휘라인이 모두 바뀌었다. 검찰이 인사권자인 추 장관의 눈치를 보며 사건을 뭉개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일고 있다. 이렇게 간단한 사건을 갖고 이렇게 오래 시간을 끌며 소모적 논란을 키워온 것 자체를 검찰은 수치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동아일보(2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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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비리 콕 찍어 알려준 추미애의 검찰인사
아들 ‘황제 탈영’ 거짓말한 법무장관.. 반칙과 특권, 불공정의 추한 상징
정치권력에서 독립한 브라질 검찰처럼 진정한 무사는 곁불을 쬐지 않는다
아들의 ‘황제 탈영’ 의혹을 제기한 야당 의원에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소설 쓰시네” 빈정댔다. 두 달 전엔 “아이가 굉장히 화가 나고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검찰이 빨리 수사해 진실을 밝히기 바란다고 오만하게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거짓이었다. 집권당 대표 때는 보좌관을 시켜 그 어렵다는 군인 병가를 받아내더니, 법무장관이 돼선 대한민국 검찰까지 딴소리하게 만드는 형국이다.
그 마마보이 같은 아들이 변호사를 동원해 뭐라 설명하든, 군인이 부대 복귀 날 안 가고도 무사한 건 ‘엄마 찬스’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이 땅에 태어난 여자들은 누구나 한때 군인을 애인으로 갖는다. 대한민국 남녀 모두를 분기탱천시킨 반칙이고 특권이 아닐 수 없다.
동부지검은 고민 많게 됐다. 조국 등 현 정권 인사들을 수사한 검사들을 효수(梟首)하듯 표 나게 좌천시킨 추미애다. 법무장관 아들의 휴가에 문제가 없었다고 수사 결과를 말하면 국민이 안 믿을 것이고, 문제가 있었다고 발표하면 선혈 낭자한 귀양길을 가야만 한다. 정권이 바뀌기까진 어떤 검찰도 똑같은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브라질은 그런 고민하지 않는다. 우리처럼 전직 대통령 한 명을 부패 혐의로 감옥에 보내고 또 한 명은 탄핵한 이 나라에선 지금도 연방검찰총장이 두려움 없이 현직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수사를 들여다보고 있다. 올해 4월 세르지우 모루 법무장관이 “대통령은 연방경찰에 수사·정보 보고를 요구하다 거부당하자 연방경찰청장을 경질했다”며 전격 사퇴하자 연방검찰총장이 즉각 수사를 촉구한 것이다.
나는 내 상식을 의심했다. 청와대가 당연히 여기는 정보경찰 보고가 정상 국가에선 직권 남용이고, 사법 방해였던 거다. 더구나 아우구스투 아라스 검찰총장은 작년 9월 대통령이 연방검사들의 3배수 추천을 무시하고 지명한 코드인사였다.
그럼에도 검찰총장이 대통령 권력 앞에 당당한 이유는 인사와 예산의 독립성이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도 21년이나 우리처럼 군사독재를 겪었고 검찰은 집권세력의 충견이었다. “1988년 민주헌법에서 대통령과 법무부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브라질 검찰은 주도적으로 개혁에 나섰다”고 브라질 변호사인 조희문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한다.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대가로 제4의 헌법기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은 것이다.
제도가 바뀌어도 문화는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처럼 끈끈하고, 챙겨주고 챙김 받는 걸 좋아하며, 권력자는 법 위에 있는 브라질에선 권력형 비리는 일상이었다. 2014년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 비자금 문제가 드러나면서 ‘라바 자투(세차용 고압분사기) 작전’이라는 이름의 대대적 부패 수사가 시작됐다.
2013∼2017년 검찰총장을 지낸 호드리구 자노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부터 자신을 임명한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그리고 미셰우 테메르 전 대통령까지 3명을 기소하는 쾌거를 이뤘다. 2017년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 기소된 테메르가 “드라마를 쓰고 있네”라며 검찰을 비난하자 자노는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며 맞선 진정한 무사였다.
그럼에도 자기들 역시 부패에서 자유롭지 않은 연방하원은 두 번이나 대통령 기소 안건을 부결시켰다. 자노 총장은 임기 만료 이틀 전인 2017년 9월 15일 또다시 테메르를 기소했다. 결국 테메르는 퇴임 석 달 만인 작년 3월 부패 혐의로 전격 체포됐다. 이 기소장에 의거해서다.
우리나라에선 1987년 민주화 이후 집권세력들이 검찰에 더 의존해 왔다는 건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집권 정치권력에 충성하는 검찰 권력의 속성이 바뀔 새가 없었다는 것도 비극이다. 스스로 개혁할 동력도, 이유도 없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다가 오늘날 굴욕을 당하는 셈이다.
행인지 불행인지 추미애는 이번 검찰 인사에서 문재인 정권의 비리를 콕 찍어 폭로함으로써 브라질의 모루 장관 같은 내부 고발자가 되고 말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기 만료 이틀 전까지 끈질기게 현직 대통령을 기소했던 브라질 검찰총장을 배웠으면 좋겠다.
추 장관도 역시 현직 대통령 비리를 폭로해 2022년 대통령감으로 번쩍 뜬 모루 전 법무장관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가 라바 자투를 출범부터 이끌어 록스타급 인기를 누린 판사 출신이라는 것을.
-김순덕 대기자, 동아일보(2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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