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은 왜 한여름에도 가죽재킷인가]
[엔비디아]
[손정의, 美엔비디아에 ARM 매각… 반도체 지각변동]
[美 엔비디아, 英 ARM 47조에 인수…‘초대형 반도체 공룡’ 탄생]
[美제재 D-1… 화웨이, 대만에 전세기 띄워 반도체 사재기]
젠슨 황은 왜 한여름에도 가죽재킷인가
黃, 덥고 답답해도 가죽재킷 고집
NYT "독립, 반항, 개방을 상징"
백인 남성 사회에서 생존 전략?
主流가 끊임없이 바뀌어야 발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일 타이베이 국립대만대 종합체육관에서 아시아 최대 IT박람회 '컴퓨텍스 2024' 개막에 앞서 열린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6월 초 컴퓨텍스 참석차 대만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또 가죽 재킷을 입었다. 그는 1년 전 같은 행사로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가죽 재킷을 벗은 적이 없다. 보다 못한 기자가 물었다. “안 더워요?” “아뇨, 전 언제나 쿨합니다(I’m always cool).” 황 CEO의 ‘쿨’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엔비디아 주식이 하나도 없는 나로선 천정부지로 오르는 그 회사의 주가보다 황 CEO가 날씨와 상관없이 가죽 재킷만 줄창 입고 다니는 이유가 더 궁금하다. 구글에서 그의 가죽 재킷을 검색하자 스타들이 입은 가죽 재킷을 본떠서 파는 쇼핑몰이 나온다. 제임스 딘, 말런 브랜도, 해리슨 포드와 나란히 황 CEO가 있었다. 가격은 149.99달러. 그 쇼핑몰에서 기업인이라곤 그 하나뿐이었다. 창업자나 경영인의 옷차림이 비교적 자유스러운 실리콘밸리에서도 가죽 재킷은 찾아보기 어렵다. 멋스러울진 몰라도 편한 옷은 아니니까. 무겁고, 빳빳하고, 바람도 안 통하니 일하는 사람이 입는 옷으론 영 별로다. “죽어라 일을 한다”고 알려진 황 CEO가 굳이 작업복으로 어울리지 않는 가죽 재킷을 고집한다는 게 영 이상하다.
뉴욕타임스는 황 CEO의 가죽 재킷을 두고 “독립심, 개방성, 반항, 섹스어필과 연결지을 수 있다”고 했다. 섹스어필은 지극히 개인적 취향의 영역이기 때문에 제쳐두자면, 독립심이나 반항과 같은 표현은 최근 테크계의 록스타 반열에 오른 황 CEO와 대체로 잘 들어맞는다. 우연이 아니다. 그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가죽 재킷을 입고 다녔을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2020년대 전까지 ‘백인 남성의 골짜기’ 혹은 ‘보이스 클럽’으로 불렸다. 2015년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낸 실리콘밸리 관련 보고서에는 “아시아인들로 꽉 찬 구내식당 말고 임원 사무실이 있는 층에 가 보면 문제가 뭔지 알 수 있을 것”이란 표현이 나온다. 당시 구글, 야후, 인텔, 휼렛패커드, 링크트인에서 기술직으로 일하는 아시아계의 비중은 27%였지만 임원급은 14%에 불과했다. 고학력이어도 아시아계는 하위 기술직에 머무는 게 현실이었다.
2004년에 나온 ‘해롤드 앤 쿠마 화이트캐슬에 가다’란 미국 영화의 주인공 해롤드는 한국계 미국 청년이다. 해롤드는 똑똑하고 성실하지만 같은 회사의 백인 동료들은 매번 그에게 일을 미룬다. 순종적이고 소심한 그는 체념한 듯 남의 일감을 받아들인다.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적 편견을 비꼬면서, 아시아계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만약 황 CEO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상징인 이세이 미야케의 검정 터틀넥이나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가 즐겨 입은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반팔 티셔츠를 입었다면 어땠을까. 좋은 대학을 나오고 일도 열심히 하지만 중간 관리자 이상은 되기 힘들어 보이는 해롤드와 비슷한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속으로는 땀띠가 나도록 더울지라도 가죽 재킷을 고집한 것은 ‘나는 고분고분하고 만만한 아시아계 공돌이가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가죽 재킷은 그에게 패션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자이자 리더로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엔 주류(主流)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성장하는 공동체의 주류는 끊임없이 바뀐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CEO는 인도계이고, 애플과 오픈AI의 CEO는 성소수자다. 엔비디아의 뒤를 쫓는 AMD의 리사 수 CEO는 아시아계 여성이다. 실리콘밸리에 여전히 세계의 부와 기술이 몰리는 게 이해가 간다. 황 CEO가 가죽 재킷 때문에 얼마나 덥고 갑갑했을지 그 고통을 헤아릴 순 없지만, 그의 가죽 재킷은 실리콘밸리를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제대로 한몫을 했다.
-변희원 기자, 조선일보(24-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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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미 실리콘밸리에는 옷차림으로 상징되는 세 사람이 있다. 검은 터틀넥의 스티브 잡스, 검은색 가죽 재킷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그리고 회색 티셔츠의 마크 저커버그다. 그중 젠슨 황은 여름에도 공식 석상에선 가죽 재킷을 벗지 않는다. 올 5월 섭씨 30도가 넘는 대만에서 기자가 “덥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그는 “난 항상 쿨해요(I’m always cool)”라고 답했다. 그의 가죽 재킷은 엔비디아의 진취적, 도전적 이미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젠슨 황의 엔비디아가 내년에 차세대 AI 칩인 그레이스 호퍼 200을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또 하나의 혁신이다.
▶엔비디아는 1993년 실리콘밸리에 있는 식당 체인 ‘데니스’에서 시작됐다. 대만에서 9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간 황은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했다. 그는 다른 엔지니어 2명과 커피만 4~5잔 시켜 마시며 데니스 식당 구석에서 사업 계획을 짰다. ‘넥스트 버전(NV)’에 라틴어로 부러움이라는 뜻의 인비디아를 합쳐 회사명을 지었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던 황은 게임 그래픽을 개선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주력 제품으로 삼았다. 그 GPU가 다량의 연산이 필요한 인공지능(AI) 학습에 활용되며 엔비디아의 수직 성장을 이끌고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1년 사이 시가총액이 3배가 됐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세계의 대만 파워를 보여준다. 세계 파운드리 업체 1위 TSMC을 세운 모리스 창은 젠슨 황의 우상이다. 황은 창에게 “당신은 나의 영웅”이라고 했다. 엔비디아는 삼성 파운드리에도 일부 주문을 하지만 최고급 제품은 최우선으로 TSMC에 맡긴다.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 이상이다. 황은 다른 미국 반도체 업체인 AMD의 리사 수 CEO와도 5촌 친척 관계로 알려졌다.
▶최근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같은 중국 IT 기업이 엔비디아의 GPU A800을 6조6000억원어치 선주문했다. 미국이 엔비디아의 최고 사양 제품인 A100 수출을 통제하자 그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A800에 일단 돈부터 낸 것이다. 바이두 측은 “엔비디아 반도체 없이는 AI 개발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엔비디아 GPU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한다. 엔비디아가 그 이름처럼 선망의 대상이 됐다.
▶엔비디아도 고민이 크다. 황은 최근 “중국 시장은 대체 불가능하다”며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반도체를 살 수 없다면 그들은 스스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격화하는 미·중 갈등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을 어디로 몰아갈지 궁금하다.
-김성민 논설위원·디지털기획팀장, 조선일보(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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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美엔비디아에 ARM 매각… 반도체 지각변동
AI·데이터센터·스마트폰용 반도체 모두 아우르는 ‘공룡’ 탄생
인텔과 삼성전자가 주도해 온 세계 반도체 시장이 대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미국의 그래픽·AI(인공지능) 반도체 전문 기업 엔비디아가 13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인 영국 ARM을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400억달러(약 47조4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인수합병(M&A) 금액이다. 4년 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ARM을 사들인 320억달러(약 38조원)보다 9조4000억원 많다. 업계서는 이번 거래가 단순한 기업 결합을 넘어, 세계 반도체 시장의 틀을 바꾸는 대형 사건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ARM 반도체 설계 기술은 세계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95%에 들어간다. 사실상 독점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ARM을 엔비디아가 인수해 AI·그래픽 반도체 기술과 결합하면 스마트폰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 센터용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는 “이 거래는 엔비디아가 반도체 산업의 한 시대를 지배하기 위해 갖춰야 할 마지막 요건일지 모른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역사상 최대 인수합병 성사
ARM은 1990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설립됐다. 삼성전자·퀄컴·애플 등 세계 1000여 기업에 반도체 설계도를 팔고 사용료(로열티)를 받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런 ARM을 2016년 320억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그는 “바둑으로 치면 50수 앞을 내다보고 인생 최대의 베팅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위워크, 우버 등 스타트업 투자 실패로 최대 8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내면서 ARM 매각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미국 그래픽 칩 제조 업체인 엔비디아가 낚아챈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을 넘어서 AI와 사물인터넷(IoT), 더 나아가 데이터 센터용 CPU(중앙처리장치) 시장까지 석권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엔비디아의 GPU는 탁월한 병렬 데이터 처리 기술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같은 블록체인 기반 암호 화폐 기술과 클라우드(원격 컴퓨터) 게임 서비스를 하는 데이터 센터에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시총 3000억달러(약 356조원)짜리 기업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RM과 손잡고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기술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시장 판이 바뀐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미친 또 다른 파장에 들썩이고 있다. ARM은 그동안 중립적 입장에서 반도체 업체와 거래를 해왔지만, 엔비디아가 이런 원칙을 깰 수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ARM의 개방형 라이선스 모델과 고객 중립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지만 업체들은 “이전보다 리스크가 가중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업계는 엔비디아가 로열티를 올리거나, 특정 업체에 ARM 기본 설계도를 제공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ARM의 기본 설계도가 없으면 당장 스마트폰 핵심 반도체를 개발할 때 지금보다 엄청난 시간 지체가 불가피하다. 반도체 업체들은 ARM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에 본격 착수할 것이란 분석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그동안 반도체 업체들은 ARM과 향후 개발 로드맵을 공유하며 사업을 진행해왔다”며 “하지만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가 인수한 후의 ARM과 이러한 민감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업체들은 ARM 외 다른 CPU 코어 설계 회사를 활용하거나 오픈소스 기반인 ‘리스크파이브(RISC-V)’ 기술에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각 업체들이 완전 오픈소스인 리스크파이브에 투자하며 ARM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ARM 인수 놓고 미·중 갈등 심화 가능성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앞으로 미국·영국, 유럽연합과 중국 등 세계 각국 독점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엔비디아는 이 과정이 1년 6개월 걸릴 것으로 봤다. 이 과정도 쉽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2015년 미국 퀄컴이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를 50조원에 인수하려 했지만, 중국이 반대해 무산된 사례가 있다.
현재 영국에서는 ARM의 매각에 반대하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 영국의 고급 기술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를 승인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로 중국 IT 산업의 팔과 다리가 잘린 상황인데, ARM이 미국에 넘어가는 것을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기업이 되는 ARM이 미국의 제재에 동참해 중국에 설계도를 제공하지 않으면 중국 ‘반도체 굴기’는 직격탄을 맞는다.
중국에 남은 ARM차이나도 남은 불씨다. 중국 펀드가 과반의 지분을 차지한 ARM차이나는 영국 본사의 지시를 대놓고 거부하는 상황이다. 일본 도쿄의 M&A 자문회사 카치타스의 고지 히라이 사장은 블룸버그에 “ARM은 미국 기업이 되고, 중국에는 ARM차이나가 남는다”며 “ARM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민 기자/최인준 기자, 조선일보(2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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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엔비디아, 英 ARM 47조에 인수…‘초대형 반도체 공룡’ 탄생
설계 독점 운영, 특허료를 높게 받는 등의 정책 우려 나오지만
최근 GPU물량 전량 수주 등 경쟁과 협력 동시에 진행 가능성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14일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인 영국의 ARM을 400억달러(약 47조350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금액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계약금으로 20억달러를 ARM에 지급하고, 215억달러는 엔비디아 주식, 100억달러는 현금으로 지불하는 조건으로 ARM 지분을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사들이기로 했다.
이번 초대형 인수합병으로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 ‘공룡’이 탄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가 ARM 인수로 CPU 기술까지 확보할 경우 AI 등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이나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로서 올해 2분기 역대급 실적을 내며 지난 7월 초 시총 경쟁에서 인텔을 제쳤다. 현재는 인텔의 1.5배 수준으로 덩치를 키운 초우량 기업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엔비디아가 ARM 인수로 인텔이 과거 누리던 반도체 시장에서의 확고한 파워를 갖게 될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의 중심에 선 미국의 위치도 공고해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엔비디아는 GPU를 병렬로 배치해 연산처리 능력을 극대화한 ‘GPGPU’ 기술 보급 확대 이후 글로벌 인공지능(AI)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절대 강자인 인텔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며 정보기술(IT)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ARM은 반도체 설계 명령어를 여타 CPU 업체보다 단순화한 저전력 반도체 설계 기술로 스마트폰 시장 도래 이후 모바일용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AI, 자율주행 등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려면 CPU와 GPU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일각에선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 등에 악재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허를 폐쇄적으로 운영하거나 특허료를 높게 받는 등의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금까지 ARM은 반도체 설계 외엔 제조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중립성’ 덕분에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삼성, 애플, 퀄컴 등 고객사들에게 다소 껄끄러운 사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는 “AI는 우리 시대 가장 강력한 기술력으로 새로운 컴퓨팅 바람을 일으켰다. ARM과 엔비디아 조합은 AI 시대에 걸맞는 훌륭한 회사를 만들 것”이라면서도 “ARM의 오픈 라이선스 모델을 계속 운영하겠다”며 엔비디아의 ARM 설계 독점 사용 의혹을 일축했다. 또 일각에선 엔비디아는 최신 GPU 물량을 삼성전자에 맡기면서 양사의 사이가 적에서 동지로 변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달 초 엔비디아는 차세대 CPU ‘지포스 RTX 30’ 시리즈를 공개하고 삼성전자의 8나노미터(nm)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생산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20년 파트너인 TSMC를 배제하고 삼성전자에 전량 생산을 맡긴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젠슨 황 엔디비아 창업자는 대만 출신으로 모리스 창 TSMC 창업자와 각별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마무리되면 반도체 업계를 뒤흔들 공룡이 탄생하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경쟁사이긴 하지만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진행하는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동아닷컴(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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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재 D-1… 화웨이, 대만에 전세기 띄워 반도체 사재기
내일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판매 금지
대만 타이베이시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13일 낯선 중국발 화물 비행기가 내렸다. 비행기가 화물 터미널로 들어서자 노란색 작업 조끼를 입은 직원(화물탑재관리사) 수십명이 기다렸다는 듯 비행기에 화물을 싣기 시작했다.
자유시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 비행기는 중국 화웨이가 보낸 특별 화물기였다. 비행기에 실린 화물은 대만 반도체업체 TSMC가 생산한 최신 ‘기린 9000’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수백만개. 이 중엔 미처 품질 검수나 포장 절차를 거치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자유시보는 “화웨이는 전용 화물기를 한 번 띄우는데 700만대만달러(약 2억8300만원)를 쓰고 있다”고 했다.
화웨이가 반도체 등 첨단 부품 공급 중단을 이틀 앞두고 막판 부품 수급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미국은 15일부터 미국의 장비, 기술,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만든 모든 반도체를 미국 허가 없이 화웨이에 공급할 수 없게 했다. 화웨이는 현재 최장 6개월을 버틸 수 있는 부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황망 등 중국 매체는 “화웨이에는 비장함마저 감돌고 있다”고 했다. 확보한 재고가 소진되면 화웨이의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사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화웨이뿐만 아니라 세계 반도체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화웨이는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로, 지난해 2억405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미국 퀄컴,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 등 화웨이가 고객인 세계적 전자 기업들도 단기적으로 매출 타격을 입는다. 중국 언론사 신랑재경은 “세계 전자부품 공급망에 격랑을 일으킬 사건”이라고 했다.
◇떨고 있는 전 세계 반도체 업계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던 업체들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미디어텍 등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 상무부에 화웨이와의 거래 허가 승인 요청을 한 상태다. 그러나 13일까지 별다른 응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거래 허가 승인을 내줄 가능성은 매우 작다”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미국의 태도가 강경하다는 것이다.
화웨이와 거래 중단으로 인한 한국과 일본, 대만 기업의 손실은 2조8000억엔(약 31조2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전망했다. 한국 업체들은 총 13조원에 달하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판다. 삼성전자는 연간 전체 매출 중 3.2%에 해당하는 7조3700억원을, SK하이닉스는 연간 매출의 11.4%인 3조원을 화웨이에서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부품업계도 떨고 있다. 일본은 화웨이 전체 부품 공급의 30%를 차지한다. 소니는 화웨이에 스마트폰 이미지센서를, 무라타제작소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기옥시아는 메모리반도체를 화웨이에 판다. 화웨이에 연간 6조2000억원의 반도체를 생산해 파는 대만의 TSMC, 4200억원의 모바일 AP를 파는 미디어텍도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 화웨이가 미국 업체들로부터 수입한 부품은 187억달러(약 22조2000억원)에 달한다.
◇"단기적 타격이나 장기적 이익"
반도체 업체들은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으로 생기는 매출 감소를 메울 대체 거래처 확보에 뛰어들었다. 일본의 디스플레이 업체 JDI는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인 샤오미나 오포, 비보 등으로 공급선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업계 고위 임원은 “아직 드러난 움직임은 없지만, 향후 화웨이를 대체할 다른 업체에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이 단기적으로는 타격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업체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장 “올해 3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 매출은 예년보다 좋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화웨이의 재고 확보 움직임에 따라 수출 물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화웨이의 빈자리를 중국의 중저가 브랜드와 애플·삼성전자 등이 차지하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전체 반도체 수요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중국 시장은 중국 브랜드가 화웨이의 중저가 라인업을 대체하고, 애플과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플래그십(전략) 모델을 대신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 1·2위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화웨이가 시장에서 힘을 잃는다고 해도 연간 14억대라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른 업체가 부상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성민 기자/오로라 기자, 조선일보(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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