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배달
동네 음식점에 음식을 배달시키려는데 가게 주인이 “지금 라이더(오토바이 배달원)가 없어 내가 직접 가야 하니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 배달을 포기하고 직접 가지러 갔다. “오늘 비 와서 매장은 개시도 못했는데 오토바이 배차가 안 돼요. 주문 들어오는 게 무서워 그냥 가게 문 닫았어요.” “기다리다 지쳐 내가 가야겠다 맘 먹으면 그때 잡히더라구요.” 코로나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된 요즘, 배달 지연에 손님들은 물론 음식점 주인들도 ‘배달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지난주 새벽 인천에서 오토바이 타고 직접 치킨 배달에 나섰던 50대 치킨집 주인이 30대 음주 운전자가 모는 차량에 부딪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저간의 사정도 모른 채 주문한 치킨을 기다리다 항의하는 글을 올린 손님에게 딸이 “손님분 치킨 배달을 가다가 저희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참변을 당하셨습니다. 치킨이 안 와서 속상하셨을 텐데 이해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는 답글을 올렸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답글'이 바로 이 글일 것 같다.

▶"비 오고 차 막혀 내비에는 43분 걸린다고 나오는데 회사에서는 20분 만에 배달하라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배달이 조금만 늦어지면 고객들 항의가 빗발치니 배달 대행업체는 ‘신속 배달’을 요구한다. 라이더들도 배달 건수가 곧 수입으로 연결되는 구조이니 교통 신호 무시한 위험천만 주행이 속출한다. 라이더들이 결성한 라이더유니온 측은 교통 신호를 준수하면서 시간당 4건 배달해 최저임금보다는 나은 수입을 올리려면 기본 배달료가 4000원은 되어야 한다고 ‘안전배달료’ 도입을 주장하는 실정이다.
▶배달 산업이 커지면서 ‘라이더 모시기’ 경쟁이 불붙었다. 몸값도 치솟는다. 얼마 전 서울 강남에서 하루 64건 배달하고 일당 58만원 벌었다는 라이더 얘기가 화제였다. 주 5일 근무했다 치고 1년 수입으로 계산하면 ‘억대 연봉자’다. 하지만 라이더들은 ‘억대 연봉’ 운운하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고 주장한다. 비 오는 주말에, 그것도 주문 쏟아지는 서울 강남에서 기본 배달료 외에 온갖 할증료가 다 붙어 나온 극소수의 예외적인 수입일 뿐, 오토바이 배달은 여전히 힘들고 위험한 직업이라는 것이다.
▶편리함에는 비용과 대가가 따른다. 배달 급증과 함께 사고도 늘어 올 들어 8월까지 오토바이 사고 사망자가 336명이나 된다. 하루 1.4명꼴이다. 누군가 목숨 걸고 오토바이 배달에 나선다 생각하면 배달의 편리함이 결코 편하지만은 않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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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라이더 몸값
서울 마포구의 주부 A 씨. 코로나19 사태로 외식 횟수를 줄였는데 월 식비 지출은 85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늘었다. 하루 한 끼 이상을 배달 음식으로 해결하는 탓이다. “재택 근무하는 남편까지 네 식구가 하루 세끼를 집에서 먹어요. 배달 앱이 없었다면 내가 못 견디고 뛰쳐나갔을 거예요.”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 7월까지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주요 배달앱 결제 금액은 6조4000억 원으로 지난 한 해 7조1000억 원에 육박한다. 심야시간대 음식점 매장 영업을 금지한 지난 일요일 주문 건수는 57만5000건으로 한 달 전보다 12만 건(25.8%) 늘었다. 배달문화가 코로나19로 고사 직전에 몰린 자영업자들에게 구명줄이 되었다는 말이 나온다.
▷라이더(배달 대행기사) 구인난에 몸값도 뛰어올랐다. 쿠팡이츠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에서 활동한 라이더가 하루 47만1100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매일 그렇게 벌 수는 없겠지만 주 5일 근무를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연수입 1억2000만 원에 해당하는 하루 수입이다.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의 지난해 평균 연수입은 4800만 원, 상위 10%는 7500만 원을 벌었다. 웬만한 대기업 연봉 부럽잖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러나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월 1000만 원을 버는 라이더는 상위 1%에 불과하다”고 했다. 교통신호가 언제 바뀌는지, 골목길 구석구석을 훤히 꿴 상태에서 하루 150∼200km씩 달려 100건을 배달해야 그 돈을 벌 수 있다. 그렇게 2, 3개월 몸을 혹사하면 한 달은 쉬어야 할 만큼 지친다. 배달료 가운데 10%는 배달대행업체가 가져간다. 한 라이더는 “600m에 2600원이 기본요금이고, 추가요금은 100m당 100원씩 붙는다. 이것저것 떼고 나면 하루 10시간씩 뛰어도 10만 원을 못 번다”고 했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의 라이더 대상 설문조사 결과 1년간 안전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8.9%였지만 산재보험 가입률은 0.4%에 불과했다. 인도를 달리거나 신호가 채 바뀌기도 전에 급출발하는 일부 난폭운전 탓에 배달 오토바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여전하다.
▷태풍 바비 북상을 앞두고 한 업체는 라이더들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는 문자를 돌려 논란이 됐다. “태풍이 오면 안전을 위해 쉬게 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바비보다 강한 태풍 마이삭이 북상 중이다. 많은 라이더들이 ‘태풍 대목’을 노리며 더 바빠질 것이다. 코로나 시대 집에서 안전하게 즐기는 맛집 음식에는 위험을 감수하고 달리는 사람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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