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富村은 보통 사람에게 편안한 땅이 아니다
‘부자가 될 터와 부자가 사는 터는 다르다.’ 풍수 격언이다. 부자가 되면 기존에 살던 집이 좁아 보이고 주변 환경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하여 부촌으로 이사를 한다. 부촌에는 재력과 권력이 비슷한 사람들이 살면서 특권의식과 자긍심이 생긴다.
서울에는 산업화로 부의 축적이 이뤄지고 새로운 부자들이 생겨나면서 그들만의 동네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평창동과 성북동이다. 풍수상 길지여서가 아니다. 권력의 중심 청와대와 주요 관청들과 가깝기 때문이었다. 마치 조선왕조 궁궐 주변에 명문가들이 밀집하였던 것과 같다. 왕이 찾으면 가마를 타고 금방 입궐할 수 있듯이, 평창동과 성북동도 권부와 가까워 자동차로 몇 분이면 달려갈 수 있다. 평창동과 성북동에 이어서 지금은 한남동에 재벌들이 많이 산다.
평창동·성북동·한남동 3대 부촌을 풍수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전통적 길지로 알려진 조선조 명문 고택 터와는 다르다. 명문 고택이 산이 끝나는 지점에 자리한다면 저 3대 부촌은 산비탈, 즉 산의 중간 지점에 자리한다. 왜 조선왕조에서는 산비탈을 꺼렸을까? 실용적 이유와 풍수적 이유 두 가지가 있다. 실용적 관점에서 보면 산비탈은 물이 부족하고 접근이 어렵다. 지금은 교통과 상하수도 발달로 이 문제는 해결되었다. 왜 풍수에서는 꺼렸을까? 마을이나 도시 터를 풍수에서 양기(陽基)라고 부른다. 양기에는 두 가지 입지가 있다. 산골짝 터[山谷陽基]와 평지 터[平支陽基]가 그것이다. 평지에 들어서는 마을과 도시는 후자에 해당된다(평원에 자리하는 외국의 주요 도시). 산악 국가인 우리나라 도시들은 산곡양기(山谷陽基)에 있다.
산골짝에 터[산곡양기]를 잡을 때 금과옥조가 있다. “산골짝 집터는 산비탈을 내려와 평탄한 지점에 자리해야 한다(山谷陽基, 欲其脫落平地).”(‘탁옥부·琢玉斧’) 예컨대 북악산에 터를 잡을 때 지금 청와대가 자리한 곳은 산비탈이다. 그 아래 경복궁은 산비탈을 내려와 평탄한 지점이다. 청와대가 풍수 구설에 휘말리는 본질적 이유이다.

하얏트호텔 20층에서 본 한남동 부촌.
3대 부촌 가운데 한남동은 평창동·성북동과는 또 다르다. 남산의 중심 맥이 하얏트호텔, 승지원(삼성 이병철 회장 집무실), 부군당(府君堂·신당), 녹사평역, 미군기지로 이어진다. 즉 남산에 터를 잡을 경우 산비탈이 아닌 미군기지 일대가 양기로 적절하다. 고려 숙종 때 나온 ‘남경 천도론’의 후보지 세 곳(한양·용산·노원) 가운데 하나로 이곳이 꼽혔으며, 고건 전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사를 계획했던 곳이다.
하얏트호텔과 그 아래 한남동·이태원 부촌은 산 정상도 아니고 평지도 아닌 산비탈에 자리한다. 풍수상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본디 남산은 한양의 객산(손님 산)이며, 백두대간 1000리를 달려온 말이 한강을 바라보며 안장(남산 산 모양이 안장 같다)을 벗고 쉬는 곳이다[주마탈안·走馬脫鞍]. ‘부군당’이 말해주듯 작은 신들을 모시는 땅이다. 이전에는 무덤도 많았다. 종합하면 귀인·손님·신(神)·재물(한강의 물은 풍수에서 재물로 해석)을 맞이하는 땅이다. 외국 대사관과 미군 기지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얏트호텔 터는 남산 동쪽에서 서쪽을 가로지르는 산길 고갯마루에 자리한다. 주막이 있었을 법하다. 중국에서 호텔을 주점(酒店)이라 한다. 호텔 아래 주택들은 좌우 청룡·백호 호위를 받고 동쪽에서 흘러들어오는 한강[財物]을 마중한다. 반은 신이자 반은 인간[半神半人], 반은 주인이자 반은 손님[半主半客]의 성정을 갖는 땅이다. 보통 사람에게 편안한 땅은 아니다. 또 이곳 모두가 길지는 아니다. 자투리 땅, 모난 땅, 불편한 가상(家相), 신규 건축 간섭으로 이웃 간에 길흉을 다투기도 한다.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조선일보(2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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