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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재판’ 끝나야 與圈 대선 구도 보인다]

뚝섬 2020. 9. 20. 06:50

김경수 ‘족쇄’ 풀리면 대선판 요동
"댓글, 난 몰랐다" 무죄일 경우 정치권은 합법
불법 넘나드는 'AI 선거'에 사활을 걸 것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거법 재판에서 무죄 취지 파기 환송 결정을 받으면서 여권(與圈) 대선판이 흔들렸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 독주 체제에서, 이 지사와 2강 구도가 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 발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22%, 이 대표는 21%였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에선 이 대표가 40%로, 28%의 이 지사를 크게 앞섰다. 이 지사 무죄 효과가 예상보다는 미미했다.

 

여권 대선 구도가 안갯속인 것은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친노(親盧), 친문(親文)이 아직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표를 만든 친문 지지는 대안 부재에 따른 일시적 지지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엄중함으로 상징되는 이 대표는 피아(彼我)를 나누고 진영싸움을 해야 에너지가 분출하는 친문에겐 2%가 아니고 20% 부족하다. ‘사이다’ 소리를 듣는 이 지사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거칠게 비판하며 친문의 미움을 샀다. “여기다”라고 좌표를 찍어 줄 김어준, 유시민도 아직 깃발을 들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지사가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2018년 12월 13일 열린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 보고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1월 6일 김경수 경남지사 재판이 끝나야 본격적 대선판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김 지사는 드루킹과 공모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 지사가 유죄를 받으면 내년 4월 보궐선거는 서울, 부산과 경남지사를 포함한 ‘매머드 선거’로 대선 전초전이 된다. 반대로 법원이 김 지사에게 면죄부를 주면 진문(眞文) 후보의 ‘족쇄’가 풀린다.

 

김 지사는 외모로는 도련님 스타일이다. 정치적 반대자에게도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학생 때인 1988년 폭력 행위 처벌법, 1990년과 1992년에는 국가보안법으로 3번 구속됐다. 그가 구속된 시기는 국보법으로 대충 엮어 가두던 때가 아니다. 자기 색깔이 분명한 정치인이다.

 

김 지사는 최근 통신비 2만원 지급에 “9000억원으로 무료 와이파이망 확대 사업에 투자하자”고 했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 지사가 통신비 지원에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은 통신비 2만원이 이낙연 대표가 제안하고 문 대통령이 수용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눈치 빠른 여당 의원들은 “일리가 있다”며 김 지사 편을 들었다. 김 지사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구상 역시 여권의 부산·경남 탈환을 위한 핵심 전략이다.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적자(嫡子)인 김 지사가 대선에 뛰어들면 대선 구도는 또 한번 요동칠 것이다.

 

김 지사 재판 결과는 2022년 대선의 디지털 여론 형성(또는 조작) 전략을 좌우한다. 김 지사가 무죄면 모든 정파는 디지털 여론을 흔들려는 유혹에 빠질 공산이 크다. 손으로 작업하던 2012년 국정원 댓글, 기계가 자동 댓글을 달던 2017년 드루킹 사건과 비교할 수 없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선거 국면이 전개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내가 어디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무슨 뉴스를 봤는지, 무슨 상품을 주문했는지 다 알고 이를 예측한다. 나의 정치, 문화 취향을 노린 선거 정보와 ‘가짜 뉴스’가 뒤섞여 스마트폰에 쏟아진다. 정치권은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AI 선거’에 사활을 걸 것이다. 김 지사 재판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 대선 때 여론 조작 문제가 불거지면 “내가 아니라 AI가 다 했다”는 항변이 쏟아질 것이다. 포털 장악 논란에 카카오가 “뉴스 편집은 AI가 한다”고 해명하자,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AI 설계는 사람이 한다”고 했다. “정당도 빅데이터를 갈수록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이해찬 전 대표의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정우상 정치부 차장, 조선일보(2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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