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 야당 의원이 “(간첩 혐의자를) 왜 사면 복권시켜줬냐”고 질문하자 법무장관이 머뭇대다 “주민등록증 발급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회의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통령 되실 때 무슨 꿈 꾸셨어요’라는 초등학생 질문에 “나는 숙면을 취하기 때문에 꿈을 안 꾼다”고 답한 것도 유명하다. 질문의 핵심과 잘 맞지 않는 이런 답을 논리학 용어로 논점 일탈 오류라고 한다.
▶정치권엔 눈살 찌푸리게 하는 논점 일탈 오류가 적지 않다. 휴대폰 도청 논란이 있던 시절 ‘장관 전화기는 도청 안 되냐'는 질문에 “전화로 비밀 이야기 않는다”고 답한 이가 있었다. 한 여성 장관은 ‘특혜로 유방암 수술 받았냐’는 의혹에 “의원님에게 전립선암 수술 했냐 물으면 기분 어떻겠냐”고 반문해 입을 막았다. 예산 전용을 따지자 “여자라서 우습게 보이냐”고 답한 여성 단체 임원도 있었다. 논점을 틀어 위기를 벗어나려는 것이다.

▶추미애 장관이 의원 시절 딸이 운영하는 양식당에서 20여 차례 기자 간담회 명목으로 정치자금 수백만원을 지출했다. 국민에게서 모금한 정치자금은 법률상 사용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사적으로 마음대로 쓸 수 없다. 공무원 업무추진비와 같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KBS 장악을 위해 야당 추천을 받은 이사를 몰아낼 때 2500원짜리 김밥 결제 내역까지 캐냈다. 그에 비하면 추 장관의 딸 식당 식사는 더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이를 추궁한 야당 의원에게 "딸 가게라고 공짜로 먹을 수 없지 않으냐”고 엉뚱한 답을 했다. 사적 이해관계 충돌 여부나, 실제 기자 간담회를 한 것이 맞는지 등 본질에 대한 답변은 제대로 하지도 않았다.
▶추 장관이 실제 기자 간담회를 했는지 믿을 수 없는 것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대표 시절 아들 군 훈련소 수료식 날 인근 음식점과 주유소에서 ‘의원 간담회’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썼다. 그날 추 장관은 경기 파주에 있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후원금 카드를 들고 가 사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래 놓고 ‘의원 간담회’를 했다고 했다. 추 장관은 이 질문에 대해서도 ‘공짜로 먹냐’고 답할지 모른다.
▶추 장관은 ‘병사가 병가 연장을 전화로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빙상 이상화 선수도 아들과 같은 병”이라고 답했다. 아들 특혜를 묻는데 “남편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하고 저는 삼보일배로 높은 구두를 못 신는다”고 했다. 5선 의원에 당대표까지 지낸 사람에게도 진실을 숨기고 피해 가기는 이렇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동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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