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낙지 맨손 어업

낙지 금어기가 끝나고 본격적인 가을 낙지 철이다. 하지만 낙지잡이 어민들 표정이 밝지가 않다. 낙지 어획량이 10여 년 전에 비해 4분의 1로 줄어든 탓이다. 낙지잡이는 통발과 연승(낚시)과 맨손 어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맨손 어업은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서 가래(삽)나 호미 혹은 맨손으로 낙지를 잡는 어업이다<사진>. 이 중 가장 인상적인 낙지잡이는 전라남도 신안군 지도읍의 갯벌에서 보았던 ‘묻음낙지’라는 어법이다. 가래를 이용해 갯벌을 파서 잡는 낙지는 많이 보았지만 묻음낙지 어법은 처음이었다. 이때 사용하는 가래는 일반 낙지 삽의 절반 길이이며 삽날과 자루를 나무로 만들었다.
가래낙지

잡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먼저 낙지가 사는 구멍을 찾아내야 한다. 걸어 다녀도 되는 무르지 않은 펄 갯벌 조간대 상부에서 구멍만 보고 낙지 구멍을 찾는 일은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 그 낙지 구멍을 조금만 파내면 물이 고인 작은 웅덩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개흙으로 뚜껑을 만들어 웅덩이를 덮는다. 그렇게 여러 개 ‘묻음’을 만든다. 여러 사람이 같은 갯벌에서 낙지를 잡을 때는 자기 묻음을 표시해야 한다. 그리고 두어 시간 후 바닷물이 들기 시작할 무렵 차례로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어 낙지가 있는지 확인해 잡는다.
묻음낙지

낙지는 연체동물 중에서도 영특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낌새를 맡으면 곧바로 깊숙이 구멍 속으로 숨어 버린다. 들어가는 구멍은 한 곳이지만 안은 여러 구멍으로 나뉘어 있고 깊어 잡기 어렵다. 물론 묻음마다 낙지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어민들은 바닷물이 들어오면 먹이 활동을 하기 위해 구멍에서 올라와 웅덩이에서 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대부분 통발과 연승으로 낙지를 잡지만 아직도 가래나 묻음으로 낙지를 잡고 있는 무안과 신안 지역 ‘갯벌 낙지 맨손 어업’은 2018년 국가 중요 어업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인류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어업 유산이며 지속 가능한 어법의 전형이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조선일보(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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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꽃게잡이

연평도에는 대나루라는 곳이 있다. ‘크다’는 뜻의 '대'와 ‘포구’라는 뜻의 ‘나루’를 합친 지명으로 ‘대진동’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연평도에서 가장 너른 곳으로 일찍부터 벼농사를 짓고 있다. 지금은 섬의 동남쪽에 있는 연평항을 이용해 인천을 오가지만 한 세기 전에는 북쪽에 있는 대나루가 관문이었다. 이곳은 갯골이 섬으로 만입해 바람과 파도를 피할 수 있고, 해주나 옹진반도로 오가기 좋은 곳이다. 임경업이 병자호란을 피해 명나라로 갈 때도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북한 용매도와 수압도 주변에 정박해 있는 배에 꽂힌 깃발도 눈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을 꽃게 철에 북한의 섬 주변 배 수십 척은 모두 붉은 오성기를 달고 조업을 준비 중이다.

우리 어민들은 연평도 서남쪽 어장에서 꽃게를 잡는다. 하지만 꽃게에게 바다에 그어 놓은 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중국 배에 잡히면 중국산이 되고, 우리 어민들에게 잡히면 국산이 된다. 연평바다 꽃게지만 누구에게 잡히느냐에 따라 꽃게의 운명은 달라진다.
지금은 봄가을에 꽃게를 잡아 생활하지만 1960년대까지는 조기에게 의지했다. 봄철이면 조기잡이 배가 연평도에 가득했다. 조기 파시가 형성되면 연평도 뒷골목은 술집, 여인숙, 다방, 식당 등이 흥청댔다. 당시 주민들은 조기잡이 배를 타거나 나무를 팔고 식수를 제공하며 생활했다. 지금도 조기잡이를 하면서 불렀던 ‘배치기소리’를 흥얼거리는 주민을 만날 수 있다. 그때는 꽃게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물을 훼손하고 떼어내기 힘들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봄에는 암꽃게 몇 마리 반찬으로 쓸 것 빼고는 버렸다. 고추 모종을 심고 옆에 거름 대신에 꽃게 한 마리 푹 찔러놓았다는 주민도 있다. 꽃게는 쉽게 상하고 보관도 어렵고 소비지가 멀어서 유통은 더욱 힘들었다. 냉동 창고가 보급된 후에야 꽃게가 도심까지 유통될 수 있었다. 조기가 연평 바다에서 사라졌으니 꽃게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꽃게가 금값이다. 가을 꽃게 철이다. 어둠이 걷히는 새벽이면 불을 밝힌 배들이 연평 바다로 꽃게를 찾아 나선다.
연평도 꽃게 조업
-김준 책임연구위원, 조선일보(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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