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자신이 9년 전 예언했던 ‘文·秋 검찰농단’
民情, 검찰 지휘 않는다더니 대통령이 직접 사건별 지시
‘검찰이 권력 비리 수사 않는 건 정권이 보은人事로 줄 세운 탓’
文이 2011년 정권 비판했던 말 2020년 秋 인사 전횡은 그 몇 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틀째인 2017년 5월 11일, 조국 민정수석이 첫 브리핑에서 “민정수석은 검찰 수사를 지휘하면 안 됩니다”라고 했다. 솔직히 살짝 감동했었다. 청와대의 검찰 수사 개입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양 단호한 어조였다. “검찰에 전화할 생각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재차 강조까지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 먼저 입장할 것을 권하고 있다.
“검찰의 권력 충견 시대가 끝나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잠깐 머리를 스쳤다. 문재인, 조국 두 사람의 진짜 됨됨이를 몰랐던 탓이다. 착각이 깨지는 데 채 3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날 오후 수석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조 수석에게 “세월호 사건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검찰에서 좀 더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들도 검찰에 수사 주문을 하곤 했지만, 임기 중 한두 차례 ‘토착 비리, 공직자 비리 척결’식의 추상적 방향 제시 정도였다. 문 대통령은 개별 사건을 일일이 거명했고, 횟수도 잦았다. 취임 두 달 만인 2017년 7월 방산 비리, 8월 박찬주 대장 부부의 공관병 갑질, 2018년 2월 강원랜드 채용 비리, 2018년 7월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2019년 3월 김학의 전 법무차관, 고 장자연씨, 클럽 버닝썬 사건 등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계엄령 문건에 대해서는 독립 수사단 구성이라는 수사 방식까지 제시했고,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세 사건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지난 일도 사실 여부를 가리라”고 사법적 실효성이 없는 지침도 내렸다.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지휘하면 안 된다”고 했던 말은 알고 보니 대통령의 고유 업무라는 뜻이었다.
검찰은 정치 권력에서 독립돼야 하지만, 그 독립성을 빌미로 검찰이 폭주하지 않도록 민주적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권력과 검찰을 간헐적으로 소통하도록 만든 ‘반도체’가 법무장관의 수사 지휘권이다.
지휘권은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검찰청법 제8조에 규정돼 있다. ‘법무장관은 개별 수사에 대해 가급적 간섭하지 말아야 하며, 간섭하더라도 검찰총장을 통해서 하라’는 뜻이다. 이런 입법 취지 때문에 지휘권은 지난해까지 71년 헌정사에서 딱 한 번 발동됐었다. 그런데 올 1월 취임한 추미애 법무장관은 한명숙 전 총리 위증 교사 의혹사건과 채널 A사건에 이어 며칠 전 사모펀드 ‘라임 비리’사건까지 벌써 세 차례 지휘권을 발동했다. 지휘권은 장롱 깊은 곳에 넣어두고 정말 불가피할 때만 꺼내쓰라는 것인데, 추 장관은 화장대 위 티슈처럼 아무 때나 뽑아 쓴다. 지휘권은 없는 셈 치고 지냈던 역대 법무장관들은 추 장관의 막무가내식 발동에 혀를 차고 있을 것이다.
추 장관은 지휘권 남발만으로도 양이 안 찬다. 개별 수사에 액셀과 브레이크를 마구 밟는다. 페달은 검찰 인사다. 지난 1월 장관 임명장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울산시장 선거 개입, 유재수 감찰 무마 같은 정권 비위 수사를 담당하던 지휘부를 완전 해체하는 수준의 학살 인사를 했다. 지난 8월 후속 인사 때는 윤미향 의원 기부금 횡령, 박원순 서울시장 피소 사실 유출, 추 장관 아들 휴가 의혹 등을 깔아뭉갠 검사들을 승진시키거나 영전시켰다. 정권이 음모를 꾸미다 탈이 난 ‘검·언 유착 조작’에 가담했다가 물의를 일으킨 검사들도 알토란 같은 자리를 꿰찼다. 반면 윤석열 총장 오른팔인 한동훈 검사장은 핵심 요직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장에서 열 달 새 부산고검 차장→ 법무연수원 용인 지원 → 법무연수원 진천 본부로 세 차례 좌천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추 장관 인사가 검찰 구성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단순 명료하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겠다고 덤비면 물먹을 것이요, 반대로 덮고 뭉개면 탄탄대로가 열린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12월 9일 국민 콘서트를 가졌다. 대선을 1년 앞둔 야당 유력 주자가 검찰 적폐를 비판하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역대 정권에서 권력형 비리가 끊이지 않는 건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면서 “마땅히 수사·기소해야 할 사건을 처리 않는 검사는 문책 대상인데 오히려 인사를 통해 보상받는다. 권력이 이런 인사를 통해 검찰을 줄 세운다”고 했다. 당시 이명박 정권을 겨눈 말이었지만, 2020년 대한민국 검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사 전횡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 수준이었다. 문 대통령은 9년 후 문재인·추미애 커플이 합작할 막장 검찰 농단을 스스로 예언하고 있었다. 조회 수 270만회가 넘는 이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전율이 느껴졌다.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0-10-22)-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장관의 ‘저격’
저격(狙擊)은 원거리에서 고성능 화기를 이용한 은밀한 공격을 말한다. 저격수를 뜻하는 스나이퍼는 야생 도요새(스나이프)에서 나왔다. 작고 날랜 새를 맞힐 만큼 총을 잘 쏜다는 뜻이다. 1차 대전 때 적 1명을 제거하는 데 들어간 탄약은 7000발, 2차 대전 때는 2만5000발이었다. 그런데 저격수들은 평균 1.7발을 사용했다. 핀란드 저격수 시모 해위해는 1939년 소련-핀란드 전쟁에서 700명 이상을 저격해 전쟁 양상을 바꿔놓았다.

▶저격수는 한때 야당 정치인들의 명예로운 이름이었다. 야당 저격수들이 제왕적 권력의 약점을 정확히 타격했을 때 국민들도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홍준표, 박지원 의원 등이 저격수로 성가를 올렸다. 홍 의원은 저격수가 갖춰야 할 3가지를 팩트 검증과 네이밍(이름 붙이기), 정무 감각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팩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격수는 ‘원샷 원킬’이다. 잘못 쏘면 자기가 죽는다”고 했다.
▶저격은 요즘 10대 학생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용어이기도 하다. 한 학생을 타깃으로 조롱하는 글을 올리고 다른 학생들이 댓글을 다는 식으로 비난을 퍼붓는 사이버 폭력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고생 가운데 저격글을 써본 경험 있는 학생이 14.5%라고 한다. 친구들끼리 돌아가며 저격하는 일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1966년 마오쩌둥은 인민일보에 ‘사령부를 포격(砲擊)하라’는 격문을 게재했다. 마오의 기고문을 본 홍위병들은 들불처럼 일어나 마치 자기 세상이 온 것처럼 마음대로 난동을 부렸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몰아 짓밟은 광기의 시대, 선동의 시작이었다. 추미애 장관이 어제 “국민을 기망한 대검을 저격하라”고 했다. 검찰이 라임펀드 사건과 관련해 여권 정치인들만 조사해 피의 사실을 흘리고 야당 정치인은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격하라는 것이다. 추 장관은 ‘저격’이란 표현을 썼지만 오히려 마오가 사용한 ‘포격’과 비슷한 뉘앙스다.
▶추 장관이 대검을 저격하라며 든 이유부터 엉터리다. 피의 사실 유출이라는 언론 보도는 라임펀드 전주(錢主) 김봉현씨가 도피 중에 퍼트린 것이다. 추사단으로 불리는 남부지검장부터 “누설 사실이 없다”고 했다. 여권만 집중 조사했다고 했지만 김씨 진술에 따라 진행된 것이고 야당 관련 수사도 계좌·통신 추적이 상당부분 이뤄졌다. 허위 조작 채널 A사건을 두고 수사 지휘권을 발동하더니 펀드 사기꾼 말에 또 지휘권을 꺼내든 추 장관이 이제 선동까지 한다. 추 장관은 엉뚱한 표적을 겨냥한 난사를 멈춰야 한다.
-이동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0-10-22)-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 “중상모략은 가장 점잖은 단어”] [사기꾼과 與·법무장관이 한 팀으로 일하는 대한민국] (0) | 2020.10.23 |
|---|---|
| [불행한 남북관계…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0) | 2020.10.23 |
| [월성 1호 폐쇄 주역은 결국 文, 왜곡 조작이 탈원전뿐이겠나] .... (0) | 2020.10.22 |
| [금태섭 결국 탈당, 온건·상식·합리를 못 참는 집권 여당] [민주당, '원팀'이 아니라 '일진' 같다] .... (0) | 2020.10.22 |
| [판도라팬 文대통령, ‘판도라의 약속’도 보시라] [文정부 3년간 태양광 벌목 250만 그루, 기막히다] (0) | 2020.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