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강조’ 바이든 팀, ‘대북 지원 강조’ 문재인 팀]
[되찾는 바이든의 미국, 한국 외교도 정상화돼야]
[바이든 행정부에 맞서 협상력을 높이는 비결]
‘대북 제재 강조’ 바이든 팀, ‘대북 지원 강조’ 문재인 팀

바이든이 내정한 외교 안보 인사들 (왼쪽부터) 국무장관으로 내정한 토니 블링컨,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내정된 제이크 설리번, 유엔대사로 내정된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공식 정권 인수인계 절차를 시작했다. 미 정국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만큼 우리도 지난 몇 년간 손상된 양국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한·미 동맹을 다시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꽉 막힌 북핵 문제, 남북 관계에서도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 특히 바이든 외교 안보팀 면면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 설리번 국가안보 보좌관, 그린필드 유엔 주재 대사 등 주요 내정자들은 모두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동맹을 존중하고 다자주의와 자유 경제 체제를 중시하는 인물들이다. 북핵 문제에서도 트럼프식 톱다운 방식을 비판하며 강력한 대북 제재가 뒷받침된 협상을 강조해왔다. 김정은을 ‘최악의 폭군’으로 규정한 적도 있다. 더 이상 미·북 정상의 러브레터 같은 보여주기 쇼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팀을 상대해야 할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트럼프식 깜짝 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에게 “트럼프 정부와 이뤄낸 (대북) 성과가 잘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했고,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관여 노력을 지속하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김정은 쇼로 북핵은 오히려 증강됐고 우리 대북 감시 능력에만 구멍이 뚫렸는데 이를 ‘성과’라며 이어가자는 것이다. 통일부 장관은 국제사회 대북 제재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북에 물물 교환, 관광, 경협, 연락사무소 재개를 구걸하다시피 한다. 남북 관계 개선을 바라는 국민도 도 넘은 대북 저자세에 혀를 차고 있다. 제재를 통한 북핵 해결을 기본 입장으로 하는 바이든 외교팀은 이를 어떻게 보겠나.
-조선일보(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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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는 바이든의 미국, 한국 외교도 정상화돼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새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에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을 각각 지명하는 등 외교안보팀 진용을 발표했다. 때맞춰 그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협력 거부로 차질을 빚던 정권 인수 절차도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미국의 새 외교안보팀은 경험 많은 베테랑 대외정책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바이든 외교팀 구성은 예고된 대로 한국 외교에도 근본적 변화를 고민해야 할 과제를 던지고 있다. 한미 동맹 측면에서는 과도한 방위비분담금 압박에서 벗어나는 등 순조로운 관계 회복도 예상되지만 북핵 대응과 한일관계에선 적지 않은 이견과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바이든 팀은 이전과 다른 북핵 접근법, 즉 다자압박외교를 선보일 것이다. 블링컨·설리번 두 지명자는 2015년 타결된 이란 핵합의 과정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블링컨 지명자는 “북한과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기회가 있다”며 이란식 해법을 제시했다. 협상을 위한 제재 강화, 주변국과의 공조, 실무협상에서 시작하는 단계적 접근이 그 핵심이다.
이란 핵합의는 지난한 협상의 산물이었다. 협상의 큰 틀에 합의한 이후 최종 서명까지 20개월이 걸렸다. 당장 핵 신고도 거부하며 정상 간 직거래를 고집하는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기대하기 어려운 해법이다. 북한이 옛 수법대로 다시 도발 사이클을 돌리면 결과는 ‘압박과 무시’일 수밖에 없다.
이런 큰 변화에도 문재인 정부 안팎엔 난데없는 ‘민주당 정부 간 궁합’부터 트럼프 정책 계승론까지 변화의 갈피도 잡지 못한 근거 없는 자신감만 가득하다. 지난 3년 반 남북관계 최우선의 한국 외교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성과는 없이 북한 핵능력만 키워줬고 한미·한일관계는 오히려 후퇴했다. 북한 비핵화 정책의 궤도 전환을 포함해 대외정책 전반에 대한 재점검을 통해 우리 외교도 정상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
-동아일보(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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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에 맞서 협상력을 높이는 비결
한 개신교 신자가 목사 앞에서 고통을 호소했다. “형제님, 너무 걱정 마세요. 주님께서 해결해 주실 거예요.” 그러나 신도의 초조하고 불안한 낯빛은 변함이 없다. “목사님, 제가 내일까지 은행에 갚아야 할 빚이 100억원이나 돼요. 그런데 주머니에는 한 푼도 없네요.” 목사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형제님이 왜 걱정하세요. 걱정해야 할 쪽은 오히려 은행 아닌가요?” 빚이 많아지면 오히려 채무자가 갑이 될 수도 있음을 간파한 목사의 탁견(卓見)이었다.
협상력은 협상가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영어로는 ‘바기닝 파워(bargaining power)’ 또는 ‘레버리지(leverage)’라 불린다. 협상력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인 바트나(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자원에 대한 통제력, 협상가의 지위, 전문 지식, 윤리성, 선례, 끈기, 설득력, 합법성 등이 해당된다. 시간과 정보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 역사에는 협상력을 잘 활용함으로써 객관적인 힘(국력)의 우열을 뒤집고 약자가 강자에게, 약소국이 강대국에,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을이 갑에게 협상 우위를 차지한 사례가 많다. 프랑스·미국과 전쟁에서 베트남 승리를 끌어낸 보응우옌잡 장군은 ‘3불(不) 전략’을 구사한 게릴라전의 명수였다. 그는 “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았고, 적이 원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않았으며, 적이 생각하지 않은 방법으로 싸웠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이다. 하지만 중립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강한 자위력을 바탕으로 한 무장 중립이 바탕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스위스는 독일의 침략에 직면했다. 그러나 결코 항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스위스가 궤멸될 즈음이면 독일 역시 만신창이가 되어있을 것이다.” 사나운 결의 앞에 독일은 움츠러들었고 스위스는 중립을 지켜냈다. 잃을 게 많은 사람은 상대방이 죽기를 각오하고 덤빌 때 움츠러드는 법이다.
시간도 협상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케네디 행정부는 외교 교섭과 해상 봉쇄 등 군사작전을 병행하며 일촉즉발 전쟁 위기로부터 소련을 돌려 세웠다. 영화 ‘D-13′에서 묘사되었듯 13일간 케네디가 시간을 혹독하게 인내하는 과정이었다. 소련에 대한 핵공격도 불사하겠다는 군부를 통제하면서 말이다.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6년간 3600만달러 계약 협상이 타결된 건 협상 종료를 불과 30초 남긴 시점이었다. “협상에서 양보는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에 하는 것이다.” 케네디의 말이다. 과거 한국인 특성은 ‘은근과 끈기’였다. 언제부터인가 ‘빨리빨리’가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한건주의’의 ‘빨리빨리’ 문화는 협상에서 폐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정보 또한 협상 성패를 좌우한다. 특히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정보가 협상력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만큼 협상에 영향을 미친다. 고려의 서희가 거란의 소손녕으로부터 강동 6주를 반환받은 비결은 바로 정보력이었다. 송을 정복하는데 후방이 불안하니 어떻게든 고려를 단속해야 한다는 데 침략 의도가 있음을 간파한 서희가 담판에서 이를 활용한 것이다.
객관적인 힘(국력)의 우열이 협상에서 종종 뒤집히는 것은 협상력이 객관적 실체가 아니라 주관적 속성을 갖는다는 사실에 있다. 또 협상력은 ‘관계’와 ‘상황’ 속에서 발생하고 진화한다. 앞의 예에서 신도가 빚을 약점으로만 생각했다면 은행의 빚 독촉에 질질 끌려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일종의 지렛대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 은행을 상대로 자신의 처지에 맞게 빚 상환 계획을 협상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에서 협상에서 가장 어려운 상대는 자기 자신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생존을 위해 늘 협상해야 한다. 새로 출범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는 방위비, 전시작전권 전환 등 동맹 현안에 대해 협상이 필요하다. 중국과 사드 배치로 인해 경색된 관계를 복원해야 하고 일본 정부와 강제징용 문제 등 관계 개선을 위한 제반 이슈에 대해 협상해야 한다. 중견 국가인 한국이 강대국과 협상에서 종종 어려움에 처하는 것도 사실이나 협상력의 역설을 상황에 맞게 활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희권 한국외대 석좌교수, 조선일보(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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