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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과 性관계 금지'] [미인계] [北 '씨앗 공작'] ....

뚝섬 2025. 4. 5. 08:59

['중국인과 性관계 금지'] 

[미인계] 

[北 '씨앗 공작'] 

[CIA 마담 디렉터]

 

 

 

'중국인과 性관계 금지'

 

프랑스 외교관이 1964년 베이징에서 경극 배우와 사랑에 빠졌다. 연인의 요구에 따라 기밀 문서 500여 건을 넘겼다. 외교관이 중국을 떠나자 이 배우는 낳은 자식이라며 아기까지 데려와 정보를 요구했다. 외교관은 프랑스 당국에 체포된 뒤에야 배우가 ‘여성’이 아니라 ‘여장 남성’임을 알았다. 경극에선 화장한 남성이 여성 배역을 맡는다. 자식도 중국 당국이 마련한 가짜였다. 이 스토리는 ‘엠. 버터플라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2004년 상하이의 일본 영사관에서 ‘비밀 전문’을 보내던 외교관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현지 여성과 관계를 맺었는데 중국 공안이 이를 이용해 일본 기밀을 넘기라는 협박을 해왔다. 일본 외교관은 “나라를 배신하지 않는 한 중국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유서를 남겼다. 6년 뒤 상하이의 한국 영사관도 성(性) 스캔들로 뒤집어졌다. 한국 외교관 2~3명이 한 명의 중국 여성을 두고 추문을 일으켰다가 소환됐다. 이들이 외교 정보를 유출했을 것이란 소문이 많았다.

 

▶주중 미국 대사였던 게리 로크가 2013년 돌연 사표를 냈다. 첫 중국계 주중 대사로 인기가 좋았는데 쫓기듯 베이징을 떠났다. 미모의 중국 여성과 불륜이 들통났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016년엔 론 켈러 네덜란드 대사가 베이징의 중국 여직원과 내연 관계가 밝혀져 물러나야 했다. 미국 경제학자인 볼딩 교수는 자신이 겪었던 ‘미인계’를 SNS에 폭로했다. 중국 출장에서 발표 사례비를 받는데 “한 미녀가 현금 봉투를 들고 호텔 방으로 찾아와 ‘더 필요한 게 있는지’ 물었다”고 했다. 그 대가로 중국이 한 요구는 ‘시진핑 찬가’였다.

 

최근 미국이 중국 주재 정부 직원들에게 ‘중국인과 연애·성관계 금지령’을 내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1월 당시 주중 미국 대사가 직접 도입한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냉전이 한창이던 1987년 모스크바 주재 미 해병이 스파이의 유혹을 받은 이후 현지인과 성관계를 금지했다가 소련이 붕괴하자 이를 완화했다. 이번 ‘금지령’은 미·중 패권 경쟁의 한 단면이다.

 

중국 미인계는 ‘손자병법’에 등장할 정도로 역사가 깊다. 공산당은 성(性)을 도구로 쓰는 데 거리낌이 없다. 북한에는 ‘씨앗 공작’이 있다. 러시아에는 ‘콤프로마트(kompromat)’란 말이 있는데 몰카 등으로 약점을 잡아 협박하는 것이다. 트럼프도 과거 모스크바 호텔에서 낯 뜨거운 일이 몰카에 찍혔고, 그래서 푸틴에게 유화적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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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계

 

가을에는 물도 시린 빛을 띠게 마련이다. 그러나 맑은 햇빛과 공기 때문에 곱다는 느낌도 준다. 그 가을의 물을 뜻하는 한자 ‘추수(秋水)’는 여성의 눈매와 관련이 깊다. 특히 눈물이 비치는 여성의 고운 눈을 형용할 때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추파(秋波)는 남성에게 쓸 수 없는 단어다. 본래는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물결을 가리켰다가 끝내는 여성의 눈가에 고인 맑은 물기, 또는 그런 고운 눈빛을 지칭했다. ‘추파를 던지다’라는 말은 처음의 뜻이 세속으로 내려앉은 결과에 불과하다.

 

미인의 형용은 아주 풍부하다. 침어낙안(沈魚落雁), 폐월수화(閉月羞花)가 대표적이다. 물고기와 기러기를 숨거나 내려앉게 만들며, 달이 얼굴을 가리고 꽃은 부끄럽게 한다는 뜻이다. 대단한 미모에 아름다운 경물들이 한발 물러나 비켜 앉는 경우를 표현했다.

 

미인이 한 번 뒤를 돌아보면 성이 무너지고, 두 번 고개를 돌리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경성(傾城)과 경국(傾國)의 미색(美色) 이야기도 있다. 아름답고 우아한 여성을 가리키는 요조숙녀(窈窕淑女)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녀의 형용이다. 빨래터에서 옷 빨던 미인을 스카우트한 뒤 적국(敵國)의 군주에게 보내 환락에 젖게 해 그를 무력화한 스토리도 있다. 약 2500년 전 춘추시대 월(越)나라의 계략(計略)이었고, 등장하는 여인은 중국 4대 미녀의 으뜸으로 꼽히는 서시(西施)다. 이른바 ‘미인계(美人計)’의 대표적 사례다.

 

몇 년 전 중국 여성이 유망하고 젊은 미국 정치인들을 포섭했다가 사라진 스캔들로 미국 정계가 소란하다. 미국은 요즘 군사, 정보, 산업, 첨단 기술 부문 등 모든 영역에서 중국의 ‘침투’를 색출하려 부쩍 분주해졌다. 노련하며 집요한 중국의 모략(謀略) 전통에 허를 찔린 미국이 새삼스레 경각심을 높이는 형국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이다.

 

-유광종 소장, 조선일보(2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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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씨앗 공작' 

 

콤프로마트(kompromat)란 러시아 말이 있다. 몰카나 도청 장치 등을 이용해 유명 인사들의 약점을 잡은 뒤 협박하는 공작을 뜻한다. 소련 시절 크렘린 궁에서 가까운 한 호텔은 벨보이·요리사·청소부까지 죄다 KGB를 위해 일했다고 한다. 이런 데서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가 어쩔 수 없이 소련 간첩 노릇을 하게 된 외국 정치인·기업인이 한둘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3년 모스크바 호텔에서 여성들과 낯뜨거운 짓을 하다가 몰카에 찍혔다는 소문으로 지난 대선 때 곤욕을 치렀다.

▶대만 법무부는 2009년 중국을 방문하려는 관료들에게 '미인계' 경고령을 내렸다. 당시 중국·대만 해빙 분위기를 타고 중국으로 몰려간 대만 공무원 가운데 술과 여자에 빠져 기밀을 흘리거나 간첩으로 포섭되는 경우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대만 국회의원 보좌관은 중국 현지처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에 총통부 도면 등을 중국 측에 넘겼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이런 공작은 북한이 중·러 뺨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014년 엘리트 탈북민을 인용해 "북이 '씨앗 품기 작전(seed-bearing program)'을 쓴다"고 했다. 방북한 외국 인사들에게 매력적인 여성을 통역이나 안내 요원으로 붙여 동침하게 하고는 몇 달 뒤 "당신 아이를 가졌다"고 통보한다는 것이다. 술을 진탕 먹여 말실수 등을 유도하는 수법도 동원된다. 한번 걸려들면 꼼짝없이 친북(親北) 인사가 된다고 한다. 북이 무슨 짓을 해도 손뼉을 치고, 경협이나 대북 지원을 추진하도록 내몰리게 된다.

▶북 공작에 모든 사람이 당하는 것은 아니다. 한 종교인은 숙소에 여성이 들어오자 그 사진을 찍고는 '북 당국이 보내서 왔다'는 진술을 몰래 녹음한 뒤 북측에 항의했다고 한다. 북이 건네는 술을 마시고 곧바로 화장실에서 토해내는 방법으로 정신을 유지했다는 사람도 있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방북 인사들에게 반드시 여자·술·말을 조심하라는 주의를 준다"고 했다.

▶그제 북이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주역인 박지원 의원을 향해 "덜 돼먹은 추물" "노죽(노골적 아부) 부리던 연극쟁이"라며 막말을 퍼부었다. "배은망덕"이라고도 했다. 최근 북 미사일 도발을 비판했던 박 의원은 인신 모독을 당하고도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고 웃어넘긴다"고 했다. 노련한 그가 북의 '콤프로마트'에 걸려들진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북 도발을 웃어넘기지 말고 바른말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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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마담 디렉터

 

영화 '색계'에서 미인계로 친일파 핵심을 암살하려던 작전은 결국 실패로 끝난다. 암살 대상인 남주인공(배우 양조위)에게 마음 뺏긴 여주인공(탕웨이)이 마지막 순간에 '힌트'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선 미인계가 통할 때가 많다. 1986년 이스라엘 핵 기술자 모르데하이 바누누는 핵무기 정보를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흘렸다가 런던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미인계에 걸려 쥐도 새도 모르게 예루살렘으로 압송돼 18년간 수감됐다.

 

▶1992~1996년 영국 국내정보국(MI5)을 이끈 건 첫 여성 국장 스텔라 리밍턴(82)이었다. 영화 '007'에 등장하는 여성 정보국장 'M(주디 덴치)'의 실존 모델이기도 하다. 리밍턴은 한 인터뷰에서 "여성은 동정심을 유발하고 설득력이 있고 때론 잔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보 요원으로선 최적격"이라고 했다. 리밍턴 임명 이후 여성이 미인계 주인공으로만 활동하던 시절은 끝났다.

 

▶미국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마담 세크리터리(secretary·장관)'는 CIA 분석관 출신 여주인공(티아 레오니)이 국무장관으로 맹활약하는 내용이다. CIA 시절 고문(拷問)에 관여한 적이 있지만 냉철한 분석력과 교섭력으로 당면한 외교 난제를 풀어간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CIA 국장으로 여성인 지나 해스펠(62) 부국장을 지명했다. '마담 세크리터리' 주인공처럼 고문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걸림돌이나 상원 청문회를 통과하면 CIA 역사상 첫 '마담 디렉터(director·국장)'가 된다. CIA 근무 경력이 30년이 넘는데도 알려진 개인 정보는 '일과 결혼한 여자' '훈장 4개 탄 최고의 스파이' 'CIA 비밀공작국장 출신' 정도에 불과하다. 해스펠이 평창 올림픽 기간 극비리에 방한(訪韓)해 남북 당국자와 접촉했다는 소문도 있다. 

 

▶'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지만 모사(謀士·꾀 많은 참모)가 많으면 평안을 누릴 것'이란 성경 구절이 모사드의 좌우명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국가일수록 정보와 지략이 존망(存亡)을 가를 수 있다. 해스펠 CIA 국장 내정자를 보면서 우리 국정원장들을 생각한다. 온갖 사람이 있었지만 진짜 '스파이 대장'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는지 모르겠다. 연예인 같은 사람이 우스꽝스러운 쇼를 하기도 했다. 지금 대북 교섭의 전면에 나서 있는 국정원이 뒤로는 냉정하게 적정(敵情)을 탐지하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1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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