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에어포켓]
[에어 포켓]
['알아서 피해 가겠지']
[어느 묵념]
[海警의 이상한 브리핑]
하늘의 에어포켓
몇 해 전 방글라데시에 취재 갔다가 수도인 다카 상공에서 난기류를 만났다. 비행기가 순간적으로 동력을 잃은 듯 급강하하자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다. 인터넷에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찍어 올린 동영상이 수두룩하다. 인천을 출발해 미국 댈러스로 가다가 태평양 상공에서 난기류를 만난 한 여행객은 유언까지 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2001년 11월 12일 에어버스 소속 항공기가 뉴욕 JFK공항을 이륙하다가 난기류에 균형을 잃고 추락해 탑승객 260명이 전원 사망했다. 다른 항공기가 1분 40초 먼저 이륙하며 난기류를 일으켰는데 여유를 두지 않고 뒤따랐다가 휩쓸렸다. 비행기가 일으키는 난기류를 항적 난기류(Wake Turbulence)라 한다. 공항 주변에서 순간적으로 부는 급변풍(wind shear)과 함께 난기류 사고의 주범이다.
▶파일럿을 떨게 하는 난기류는 항적 난기류와 급변풍처럼 낮은 곳에 부는 돌풍이다. 비행기가 지상과 가깝기 때문에 균형을 잃으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1만m 상공을 날다가 만나는 고고도 난기류는 아무리 거칠어도 추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요즘 여객기는 압력 2.5G(지구 중력의 2.5배)에도 견디도록 설계돼 있는데 자연 상태에선 폭풍을 만나도 1G를 넘는 경우가 드물다. 운항 고도도 워낙 높아 난기류를 만나 급강하해도 자세를 고쳐 잡고 상승할 시간·공간적 여유가 있다. 7000m를 급강하했다가 날아오른 사례도 있다.
▶싱가포르 항공 소속 여객기에서 난기류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했다. 항공기 여행은 일반화하는데 기후변화로 지난 40년간 두 배 넘게 난기류 사고가 늘었다니 걱정이 크다. 사고 항공기가 만난 난기류는 고고도 난기류 중에서도 맑은 하늘에 공기 밀도 차이로 발생하는 청천 난기류다. 대기 중에는 밀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에어 포켓이 있다. 비행기가 여기 들어가면 양력을 잃는다. 사고 항공기도 1800m를 3분 만에 급강하했다. 이 때문에 탑승객이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거나 나동그라지며 다쳤다. 바다의 에어 포켓은 생명을 지키는 희망이지만 하늘에선 반대로 사고를 일으킨다.
▶고공 난기류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특히 청천 난기류는 레이더에도 잘 안 잡혀 안전벨트 표시등이 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닥치곤 한다. 항공사들이 자리에 앉아 있을 때는 안전벨트를 무조건 매라고 권하는 이유다. 이번 사고의 유일한 사망자는 심장마비라는 사실도 눈여겨보게 된다. 불의의 사고가 있을 수 있다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서 나쁠 것은 없을 듯하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4-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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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포켓
경주 앞바다 전복 어선 실종 선원 수색 20일 경북 경주 감포 해상에서 해경이 높은 파도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전복된 어선 내부에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선체 타격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오후 경주 감포 동방 약 42㎞ 해상에서 9.77t급 어선(승선원 6명)이 전복돼 6명이 실종됐다. 2021.2.20 [포항해경 제공]
2017년 12월 3일 새벽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싯배가 다른 배와 충돌하며 뒤집혔다. 이 사고로 15명이 숨졌다. 생존자 7명 중 3명은 배 안에서 구출됐다. 배가 뒤집힐 때 조타실 내부에 생긴 에어 포켓(공기주머니) 덕분에 익사하지 않았다. 2012년 남아공 연안에서 39명을 태운 배가 뒤집혔을 때도 살아남은 이들은 벽장 크기 에어 포켓에서 5~6시간을 버텼다. 나이지리아 근해 수심 30m 바닥에 침몰한 배에서 60시간 만에 생환한 사례도 있다.
▶어항을 뒤집은 상태로 물속에 넣으면 윗부분에 공기층이 생긴다. 이게 에어 포켓이다. 배가 뒤집혀도 에어 포켓을 찾으면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배에 에어 포켓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 어뢰 공격으로 두 쪽 난 천안함과 격벽이 나무로 된 세월호에는 에어 포켓이 없었다. 에어 포켓이 있다 해도 생환 가능성은 의외로 높지 않다. 뒤집히거나 침몰한 배 안에서 산소가 고갈되기 전에 생존자가 있는 에어 포켓을 찾기부터가 쉽지 않다.
▶겨울엔 저체온증도 치명적이다. 체온이 35도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저체온증이라 한다. 이때 사시나무처럼 떠는 것은 체온을 올리기 위한 방어 기제다. 34도 밑으로 내려가면 정신착란이 온다. 32도가 되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며칠 전 경주 앞바다에서 배가 뒤집혔는데 사고 당시 해역 수온은 약 12도였다. 이런 바다에 빠지면 대개 두 시간 안에 의식을 잃고 생존 시간도 최장 6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저체온증이 생존을 돕기도 한다. 체온이 떨어지면 몸은 생존을 위해 호흡을 줄이고 에너지를 아낀다. 밀폐된 공간에 장시간 갇혔던 생존자가 질식하지 않은 것은 뇌가 신진대사를 늦추고 산소를 아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심정지에 빠진 환자를 얼음 속에 넣어 저온 치료를 하는 것도 산소 소비를 줄여 뇌세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배 안에 갇혀 있던 50대 남성이 40시간 만에 구조됐다. 사고가 나자 탈출을 포기하고 배 속 어창으로 피신했다. 소형 배 제작에 쓰는 섬유강화플라스틱이 어창의 빈틈을 막아 에어 포켓을 만든 덕분이다. 저체온증을 피한 것도 천운이다. 배가 9.77t으로 소형인데도 몸이 젖지 않을 만큼의 공간이 어창 안에 있었다. 구조 당시 입이 얼어 말을 하지 못했지만 의식은 멀쩡했다. 구출 과정을 보니 파도가 일렁이는 찬 바다에 해경 잠수사 11명이 뛰어들었다. 불길 속에서 인명을 구하는 소방관과 다를 게 없었다. 제 목숨 던져 남의 생명 살리는 진짜 영웅들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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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피해 가겠지'
교통의 기본 윤리는 '强者의 弱者 배려'다
얼마 전부터 한국 사회는 개인의 윤리적 잘못을
국가 잘못으로 바꾸는 데 귀신 같은 재주를 부린다
급유선 '명진 15호'는 13노트로 바다를 달렸다. 시속 24㎞에 해당한다. 인천항을 출발해 시화 방조제 앞바다를 지날 때 속도는 10노트였다. 물 밑에 암초가 널려 있는 협수로(狹水路)에서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 그 시간 낚싯배가 자주 오가는 곳이다. 선장은 오른쪽 앞에서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는 낚싯배 '선창 1호'를 발견했다. 낚싯배 속도는 10노트. 이대로 가면 저 배를 따라잡아 충돌한다. 선장은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알아서 피해 가겠지.'
낚싯배에서 급유선 불빛을 처음 본 건 갑판에 있던 몇 사람이었다. 선내에선 보지 못했다. 그들이 불빛을 본 지 1분 뒤 충돌했다. 생존자는 "암흑 속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갑자기 나타나 선미(船尾)를 들이받았다"고 했다. 갑판 승객은 튕겨 나갔고 선내 승객들은 바다에 갇혔다. 검은 바다로 사라진 낚싯배 선장은 이틀 뒤 파도에 쓸려온 갯벌의 주검으로 발견됐다. 9.77t과 336t. 낚싯배와 급유선 무게는 34배 차이였다.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급유선 선장이 생각했다는 '알아서 피해 가겠지'란 말을 되새겼다. 무서운 말이다. 트럭 운전자가 승용차에, 승용차 운전자가 이륜차에, 이륜차 운전자가 행인에게 흔히 하는 생각 아닐까. 고속도로에서 굉음을 울리며 끼어드는 질주 트럭을 만날 때마다 '죽기 싫으면 비켜' 하는 운전자의 고함을 환청처럼 듣는다. 뭍이든 바다든 교통의 기초 윤리는 '강자(强者)의 약자 배려'다. 급유선 선장에게 직업윤리가 있었다면 낚싯배를 본 순간 속도를 줄였을 것이고 15명을 바다로 몰아넣지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 사고 후 우리 사회가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이번 사고에서 선박 개조, 과적(過積)과 같은 흔히 보던 불법은 발견되지 않았다. 출항 절차를 문제없이 마쳤고 승객은 구명동의를 입었다. 해경도 매뉴얼을 알고 있었고, 승객 구조에 머뭇거리지 않았다. 세월호 당시보다 나아졌다. 구조선 출동과 도착에 시간이 걸린 기술적 문제점, 중대형 배의 협수로 항행을 허용한 제도적 문제점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치면 된다. 세월호 사고 후 거의 달라지지 않은 건 설비나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직업윤리다.
5일 오후 인천 서구 북항 관공선전용부두에서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수중 과학수사요원들이 영흥대교 인근 해상에서 낚시어선 충돌사고를 낸 급유선 명진15호에 대한 수중감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뭍에서도 우리는 대형 버스가 승용차를 깔아뭉개는 사고를 종종 접한다. 국산 버스의 성능은 세계적이다. 바퀴나 제동장치가 파열돼 사고가 일어났다는 얘기를 들어본 일이 없다. 십중팔구 버스 운전자의 졸음이 참사를 불렀다. 그때마다 대량 살상 무기로 변할 수 있는 대형차 운전자의 직업윤리를 주목한다. 규칙적으로 생활했는가, 음주로 무리는 안 했는가. 업무 수칙을 지켰는가. 하지만 취재는 늘 벽에 부딪힌다. 본인은 물론 동료 대부분이 모든 책임을 졸음을 유발하는 제도에 돌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언론은 처참하게 죽은 피해자의 억울함이 아니라 가해자가 소속된 집단의 제도적 처우 개선을 부르짖는다. 얼마 전부터 한국 사회는 개인의 잘못을 국가의 잘못으로 바꾸는 데 귀신 같은 재주를 부린다.
"언제까지 세월호 타령이냐"고 말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준 세월호 사고는 문제의 뿌리가 뽑힐 때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사고를 일으킨 선장과 선주를 단죄했다. 구조에 실패한 해경을 해체한 일도 있다. 느리게 반응한 청와대를 산산조각 냈다. 인적 청산에서 대단히 냉정했다. 이 정도 했으면 원점으로 돌아가 근본적 단계에 진입해야 했다. 승객을 죽음의 선실에 버리고 달아난 선장을 단죄했듯이 개인의 직업윤리를 개·보수하는 데 매달려야 했다.
사고 후 세월호를 다룬 청문회와 토론회는 수십 번 열렸다. 괴담을 둘러싼 논쟁은 지금도 끝이 없다. 수없이 해명한 '세월호 7시간'은 또 진상 규명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면서도 직업윤리 문제를 한 번도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없다. 구(舊)정권의 정점까지 올라가 단죄하고 선체를 퍼올려, 남해에 수장된 마지막 한 사람까지 신원(伸寃)하면 모든 게 저절로 풀린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렇지 않다. 이 나라의 직업윤리를 이대로 두면 크고 작은 비극은 언제든 반복된다.
성수대교 사고 당시 한국 사회는 이 문제를 정치 이슈로 만들지 않았다. 책임 추궁은 서울시장과 건설·관리에 직접 관련된 사람들에게 한정했다. 국제사회에 창피하지 않은 다리를 만드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 후 23년 동안 한국에서 교량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는 사고 직후부터 일부 세력에 의해 정치 이슈로 변했다. 앞으론 정권의 주도 아래 똑같은 논쟁이 반복된다. 익숙한 대형 사고도 뭍에서, 바다에서 반복되고 있다.
-선우정 사회부장, 조선일보(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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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묵념
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가 시작되기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 제안으로 참석자 전원이 일어나 인천 낚싯배 전복 사고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올렸다 한다. 그 모습은 영상·사진으로 공개됐다. 대통령 지지자들은 '투표 한 번 제대로 하고 몇 번을 대우받는지 모르겠다'며 감격해 하는 댓글을 올렸다.
▶육지에서 얼마 안 떨어진 바다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해 졸지에 13명이나 숨진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이런 사고가 생길 때마다 청와대가 묵념을 올리겠다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에서 '묵념을 올리는 커트라인(기준)이 무엇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몇 명이 사망하면 청와대에서 묵념을 올리냐는 것이다. 사실 궁금하다. 앞으로 교통사고나 화재 등으로 여러 사람이 숨지면 그때마다 청와대에서 묵념하나.
▶사고가 나자 해경뿐 아니라 해군 함정과 헬기, 해군 특수부대가 총동원됐지만 결과가 크게 달라지진 못했다. 탑승자 22명 가운데 구조된 사람은 7명이었다. 단순 비교하면 세월호 구조자 비율보다 낮았다. 세월호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리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을 어쩔 수 있었던 것처럼 만들어 누군가에게 책임을 씌우는 것은 정치 공격일 뿐이다.
▶새 정부의 사고 대응은 무언가 지나친 면이 있다. 지나쳐서 손해 볼 것 없으니 마음껏 지나치자는 것 같다. 사고가 난 3일 청와대는 문 대통령 동선(動線)과 지시를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국민의 의구심과 언론의 추측성 보도가 없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말도 전했다. 낚싯배가 전복돼 사망자가 난 것은 불행한 사고이지만 대단한 의구심과 추측성 보도가 나올 만한 일은 아니다. 왜 지레 그런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이 사고를 '국가의 책임'이라고 했다. 이런 사고를 '국가 책임'이라고 하는 정부는 세계에 없을 것이다. 청와대는 사고 후 위기관리센터를 가동했는데 이것이 국가적 위기인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유독 해상 사고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사람들은 대강 짐작한다. 문 대통령은 전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자 세월호 현장에 가서 '고맙다'고 썼다. 덕을 봤다는 뜻이다. 실제 세월호를 둘러싸고 벌어진 온갖 정치적 논란과 괴담은 새 정부 출범의 한 원동력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키는 사고가 터진 것이다. 그 후의 일을 보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연상된다. 낚싯배 충돌 사고 책임을 대통령에게 물을 국민은 없으니 청와대는 북핵과 같은 진짜 국가 위기에 제대로 대처해주기를 바란다.
-최재혁 논설위원, 조선일보(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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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警의 이상한 브리핑
지난 3일 오전 11시 30분 인천 영흥도 앞바다 낚싯배 전복 사고 1차 브리핑 때였다. 황준현 인천해양경찰서장은 "대통령께서는 해경 지휘관 중심으로 수색 구조에 전 세력을 동원하여 구조에 만전을 다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라고 했다. 앞서 오전 9시쯤 청와대는 서면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오전 7시 1분 위기관리 비서관으로부터 1차 보고를 받고, 구조 작전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참모진과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에 청와대 보고와 해경 선박의 사고 현장 도착은 세월호 때보다 빨랐다. 그러나 13명 사망, 2명 실종이라는 희생을 막지 못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신속한 구조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 측면이 있다. 그래서 사고 원인을 명확히 짚고 재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사고를 피해 규모와 사회적 파장에서 세월호와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다르지 않다. 직업윤리가 실종됐고 제도적 장치가 미비했다.
급유선 명진 15호와 세월호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안전한 길을 두고 위험한 지름길을 택했다. "낚싯배가 피할 줄 알았다"는 급유선 선장 말은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한 후 혼자 나온 세월호 선장을 연상케 한다. 중·대형 선박이 얕은 수심의 좁은 수로를 지나지 못하게 할 방법이 이번에 없었다. 세월호 참사 때는 형식적 안전 점검과 선박 검사가 원인이었다.
3일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대교 인근 해상에서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상에서 크레인 선박이 낚싯배를 인양하고 있다. /뉴시스
3년여 동안 세월호 참사에 대해 네 차례 조사했고, 2차 특조위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제자리걸음이다. 공무원들의 대응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해경은 첫 브리핑 때 사고 발생 시각을 오전 6시 9분이라고 했다. 실제는 이보다 4분 이른 오전 6시 5분이다. 해경이 첫 신고 접수 시각을 임의로 발생 시각으로 특정한 것이다. 사고 지점에도 혼선이 있다. 해경은 사고 지점을 항만에서 1해리 떨어진 곳이라고 했다. 정확한 좌표로 측정해 보면 0.6해리가 맞는다. 해경 관계자는 "반올림을 해 추정치를 말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주시하고 있으니 1분이라도 더 빨리 대응했다고 홍보하고 싶었을 것이다.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면, 구조에 도움이 되지 않은 '과잉 대응과 반응'일 것이다. 이번 참사 후 관심은 과연 문 대통령이 언제 보고를 받았고, 언제 대책본부에 나타나는지에 쏠렸다. 청와대가 신속히 대통령의 동선과 메시지를 공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월호 트라우마'가 원인일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중요한 의무이다. 하지만 "사고 때마다 나서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사회의 시선이 대통령에게 쏠리지 않고, 좀 더 차분하게 원인을 짚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김지연 사회부 기자, 조선일보(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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