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 美신부의 70주기
미국 캔자스주에서는 요즘 70년 전 숨진 천주교 사제에 관한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캔자스 출신으로 6·25 전쟁에 미 군종 신부로 참전했다 중공군에 끌려가 35세로 숨진 에밀 카폰 신부다. 이달 초 미확인 실종 군인 유해들 사이에서 DNA감식을 통해 그의 시신이 확인됐다는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 발표 뒤 카폰 신부의 시성(諡聖)이 가시화됐다는 전망과 기대가 잇따른다. 지역 일간지 ‘위치토 이글’은 “유해 수습으로 카폰 신부가 성인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캔자스주 위치토 천주교 교구 소식지도 최신호에서 “장래에 시성 절차에 들어갈 것을 고대한다”는 주교 발언을 전했다.

6·25 전장에 군종신부로 파견된 카폰 신부가 군용 차량을 제단 삼아 야외에서 병사들을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미 육군 홈페이지
카폰 신부에 대한 관심은 미 전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캔자스 지역구 로저 마셜 연방 상원의원이 발의한 추모 결의안은 지난 16일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재조명되는 신부의 삶은 어땠을까. 스물네 살이던 1940년 신부로 서품된 그는 6·25가 터지고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1950년 7월 16일 한국 땅을 밟았다. 인천 상륙 작전 성공으로 평양을 탈환한 뒤 북진하는 유엔군과 함께하며 부상자를 구하고 전사자를 위한 임종 기도를 했으며, 다친 적군까지 돌봤다.
그해 11월 쏟아지는 중공군 공세에 퇴각 명령이 떨어졌지만, 낙오 병사들을 돌보기 위해 지시를 거부하고 전선에 남았다가 중공군 포로로 끌려갔다. 열악한 환경으로 사망자가 쏟아져나오는 수용소에서 미군들을 돌보던 카폰 신부는 중공군이 강제로 사상 교육을 하려 들 때면 점잖고도 단호하게 “당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중공군의 눈엣가시로 구타와 학대에 시달리던 신부는 1951년 봄 수용소에서 생애 마지막 부활절 미사를 집전한 뒤 5월 23일 숨을 거뒀다. 이 같은 구체적 행적은 그와 함께 수용소 생활을 했던 미군들의 증언을 통해 전해졌다.


천주교 사제이자 육군 대위였던 카폰 신부의 생전 모습(좌)/2013년 카폰 신부에게 추서된 명예 훈장 / 미 전쟁포로 실종자확인국 홈페이지
2013년 대통령이 군인에게 주는 최고 등급의 ‘명예 훈장’을 뒤늦게 받은 데 그치지 않고, 카폰 신부를 천주교 성인으로 추대하려는 운동은 탄력을 받고 있다. 1993년 교황청이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한 그는 이제 시성을 위한 다음 단계인 기적 심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참군인이자 박애를 실천한 종교인이었던 그의 유해 확인으로 삶이 재조명되는 지금이 기적의 순간일지 모른다.
카폰 신부의 삶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삶의 궤적을 들여다보면, 오랜 우방과 적군을 식별할 수 있으며, 왜 분단이 고착화됐고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카폰 신부의 생애 마지막 부활절과 선종 70주기가 코앞이다. 한·미 동맹 간 신뢰 구축에 관한 제언이 쏟아지는 요즘, 우리 보훈 당국과 종교계가 합심해 국경을 초월한 추모에 동참하면 어떨까. 무엇보다도 카폰 신부의 삶은 아픈 우리 현대사의 일부이기도 하니 말이다.
-정지섭 기자, 조선일보(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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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사(驅魔師)란 무엇인가
구마사(驅魔師)의 ‘驅’자는 ‘몰아내다’는 뜻인데, 흔하게 쓰는 표현은 아니다. 퇴마사(退魔師)라는 뜻과 같다. 세계 어느 문화권이든지 마귀와 악령을 쫓아내거나 몰아내는 주특기를 가진 직책이 있었다. 질병이나 집안의 우환이 이러한 악령들의 작용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70년대 중반에 개봉되었던 ‘엑소시스트(Exorcist)’라는 영화가 필자의 인상에 깊게 남아 있다. 악령과 사투를 벌이는 구마사제의 역할이 나온다. 영화감독은 이 장면을 찍기 위해서 로마교황청의 이 분야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백제 때 이미 주금사(呪噤師)가 활동했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서기’에는 백제에서 일본에 주금사를 파견했다고 나온다. 주금사는 주문(呪文)을 외워 마귀를 쫓는 역할이다. 이건 전문 분야이니까 따로 훈련받은 인력이 필요하다. 고려시대에도 국가기관에서 이 주금사에게 직책을 주고 연봉을 주었다. 그만큼 필요하다고 인식하였다는 말이다. 국가공무원으로 대접하고 연봉까지 지급하였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귀의 세계가 있고, 주술이라는 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주문을 외워야 구마사의 파워를 얻는 것일까? ‘옥추경(玉樞經)’이다. 조선의 도사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전문가용 주문 경전이다. 바위 암반에 둘러싸인 산신각에서 100일 동안, 하루에 3번 ‘옥추경'의 주문을 외운다. 대개 산신각은 불교 사찰에서 가장 기가 센 터에 자리 잡기 마련이다. 암반 위에 터를 잡는 수가 많다.
주문 암송은 천둥번개신[雷電神]에게 마귀를 쫓는 힘을 달라고 비는 행위이다. 경험담에 따르면 주문을 외운 지 일주일쯤 지나면 귀에서 벌의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3주째가 되면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린다. 7주째가 되면 폭포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까지는 보통 사람도 견딜 만하다. 마지막 단계가 되면 귀에서 천둥 번개 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를 듣는 단계에서 엄청난 공포심이 느껴진다. 천둥 소리를 견디면 구마사의 자격을 획득하지만 견디지 못하면 탈락한다. 심하게 탈락하면 정신이상이 오거나 병이 든다.
아는 후배 한 명도 이거 외우다가 겁이 나서 중단한 적이 있다. 천둥소리의 공포를 버텨내고 100일 동안 ‘옥추경' 주문을 달성하면 마귀를 몰아내는 초능력을 얻는다고 한다. 천둥번개신이 마귀의 뼈까지 녹여 버린다고 일컬어진다. 한국은 화강암 산이 많아서 주문의 전통이 매우 깊다.
-조용헌 교수, 조선일보(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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