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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 열전] [“그렇게 하고도 무너짐이 없겠는가”]

뚝섬 2021. 4. 7. 06:05

의인’ 열전

 

정치인들은 ‘의인(義人)’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자기편 들어주면 ‘의인’이다. 야당 오세훈 후보가 16년 전 내곡동 땅을 방문한 뒤 생태탕을 먹으러 왔다고 주장한 식당 주인의 아들도 민주당이 ‘의인'이라고 불렀다. 그는 내놓고 정권 방송을 하는 라디오에 나와 16년 전 일을 눈앞에서 보는 듯 말했다. “증거를 공개하겠다”며 기자회견까지 예고하더니 당일 취소했다. 그는 다른 언론엔 “그때는 오 후보를 몰랐다”고 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 봤다고 한다. 진짜 의인인지, 가짜인지 아리송하다.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을 김대업씨가 제기했다. 김씨는 문서 위조, 협박, 변호사법 위반 등 전과가 수두룩한 병역 브로커 출신이었다. “병적 기록표가 위조됐다” “병역 비리 은폐 대책회의가 있었다”는 주장은 결국 모두 거짓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뒤였다. 완전범죄가 된 사기극이었다. 공영방송은 김대업의 주장을 거의 매일 톱 뉴스로 보도하는 광(狂)적인 방송을 했다. 민주당은 김씨를 “병역 비리 발본색원의 신념을 가진 의인”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민주당이 한때 의인으로 불렀다. 그가 전 정권 때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 출신으로 국회에 나와 “선거 사범 사상 유례없는 중대 범죄”라고 했을 때였다. 그런데 그가 문재인 정권 불법을 수사하자 민주당 의원은 “의인화(義人化·의인인 척)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의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 공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돼 있다.

 

▶윤지오씨도 의인 대접을 받았다. 윤씨는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인을 자처하며 ‘누가 나를 테러하려 한다’고 허무맹랑한 얘기를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후원 모임까지 만들어 “의로운 싸움을 지켜주겠다”고 했다. 경찰은 윤씨 호텔비를 대줬고, 여성가족부 차관은 후원금을 냈다. 윤씨는 억대 후원금을 모았다가 기부금 전용이 불거지자 캐나다로 가버렸다. 그가 호텔에서 생일 파티한 동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는데도 법무부는 “소재 파악이 안 된다”고 했다.

 

▶의인은 의로운 사람이다. 공익을 위해 비리를 고발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이 ‘진짜 의인’이다. 문재인 정권에선 진짜 의인들은 탄압받는다.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수사관은 공무상 비밀 누설로 징역 1년에 집행 유예 2년을 받았다. 정당한 정책 문제를 제기한 사무관은 비난 공격에 시달렸다. 내 편이면 의인이고, 아니면 악인이다.

 

-금원섭 논설위원, 조선일보(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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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고도 무너짐이 없겠는가”

 

[이한우의 간신열전]

 

후한(後漢)의 학자 왕부(王符)는 책 ‘잠부론(潛夫論)’에서 춘추시대 현자(賢者) 정나라 자산(子産)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시작한다.

 

“칼을 제대로 잡을 줄도 모르는 자로 하여금 베라고 하면 스스로 많은 상처를 입을 뿐이다[未能操刀而使之割(미능조도이사지할) 其傷實多(기상실다)].”

 

이 때문에 세상의 군주들은 귀척(貴戚)에 대해 그들의 알랑거리고 아첨하는 모습만을 좋아해 그들의 재능은 헤아려 보지도 않은 채 관직을 내린다.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공적을 세워 백성이 추대하게 하지는 않으면서 구차스럽게 그 작위만 높여준다. 그리고 그 내려주는 상(賞)만을 높인다. 아래 백성에게는 원망만 사고 악한 죄는 더욱 매달아 허물만을 쌓게 한다. 그렇게 하고도 어찌 무너짐이 없겠는가? 이것이 이른바 “그대가 그를 사랑하는 것이 오히려 그를 상하게 하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이 글의 ‘귀척’을 지금의 ’586 귀족 진보'로만 바꾸면 단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고스란히 2021년 4월의 우리네 실상에 적용된다.

 

그나마 ‘사람이 먼저’라고 외쳐대는 저 진영에도 사람이 다 없어지지는 않았나 보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대표적인 ‘친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모처럼 바른 소리를 했다. 민심의 분노에 대해 “LH 사건은 트리거(방아쇠)일 뿐 오래 쌓인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우리 편의 부도덕에는 눈감다가 상대의 거짓말을 비난한다고 그게 중도층에 먹히겠느냐”고 말했다.

 

조국, 추미애, 변창흠, 김상조 등은 누가 보아도 칼을 제대로 잡을 줄 모르는 자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칼을 쥐어주니 마구 칼춤을 추다가 자기만 다쳤다. 어디 그뿐인가? 백성들의 마음도 마구 후벼 팠다. 민심은 하늘이라 했고 하늘의 마음은 일정하지 않아 어질지 못하면 그 사람은 버리고 어진 사람 쪽으로 옮겨간다고 했다. 왕부의 말이 마음에 붙어[着心(착심)] 떠날 줄을 모른다.

 

“그렇게 하고도 어찌 무너짐이 없겠는가.”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조선일보(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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