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와 게도 아프다
‘번성’ 관점에서만 보면 가축은 성공한 동물이다. 오늘날 호랑이 늑대는 멸종 위기에 몰려 있지만 인간과 함께 사는 개와 고양이는 온 세상에 널렸다. 대형 동물 90%가 가축이란 통계도 있다. 다만 공짜가 아니다. 많은 가축이 번성하는 대가로 인간 식탁에 오른다. 저술가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사육에 의한 번성이 인권 아닌 동물권을 극도로 억압한다고 한다. 암퇘지는 가로 2m, 세로 60㎝ 좁은 우리에 평생 갇혀 10번 정도 새끼를 낳고 도축장에 끌려간다. 하필 지능이 높고 감성도 풍부해 갇혀 사는 내내 좌절과 분노를 수시로 드러낸다. 하라리는 “그렇게 사느니 지구 상 마지막 개체로 태어나 마음껏 뛰어놀다가 멸종하는 편이 짐승 입장에선 더 낫다”고 말한다.

▶허영만 만화 ‘식객’의 ‘쇠고기 전쟁’ 편엔 가축의 감정이 육질에 영향을 주는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쇠고기 요리 대회에 가지고 나갈 소를 고르러 온 요리사에게 소 주인은 “우리 안에 있는 나머지 소도 다 사라”고 요구한다. 한 마리만 사면 죽으러 가는 걸 눈치 챈 나머지 소들이 충격에 빠져 육질이 나빠진다는 게 그 이유다.
▶영국 정부가 문어 같은 두족류와 바닷가재·게 등 수산 갑각류에도 동물복지법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외신들이 엊그제 보도했다. 소·돼지 등 척추동물뿐 아니라 수산물도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런던정경대 연구에서 밝혀진 데 따른 조치다. 런던정경대는 해산물을 산 채로 삶지 말라고 했다.
▶이런 연구가 아니어도 수산 시장 상인들은 경험으로 생선과 문어·오징어 등이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안다. 잔인한 방식으로 죽은 수산물은 맛이 나쁘다고 한다. 갓 잡은 생선을 공기 중에 방치해 질식시키거나 냉각 수조에 담그면 고통받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래서 권하는 방법이 뇌를 한 번에 찌르는 피싱(pithing)이나 전기 충격을 줘서 통각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생선회의 나라 일본에선 ‘이케지메’라는 방법을 쓴다. 생선의 눈과 눈 사이를 겨냥해 뇌를 단숨에 찌른 뒤 척수와 분리해야 하는데, 숙련된 솜씨가 필요하다.
▶동물의 감정을 살피고 고통을 줄여 주는 게 좋은 고기를 얻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몽골 유목민들은 도축할 양의 목에 작은 상처를 낸 뒤 손을 천천히 집어넣어 심장을 쥔다. TV로 그 장면을 본 적 있는데 양이 마치 잠자듯 눈을 감았다. 인간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짐승을 죽여야 한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연민과 감사의 마음을 갖지 않는다면 인간성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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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공산당이 싫어요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옌롄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자네의 가장 큰 이상이 뭐지?” “공산주의를 실현하고 공산주의 사업을 위해 죽을 때까지 분투하는 겁니다.” 그녀가 미지근한 표정으로 웃었다. 마치 석탄불 위에 옅게 올려진 얼음과도 같았다. 류롄이 솔직하게 대답하라며 다시 한번 정색하고 물었다. “자네의 가장 큰 이상은 뭐지?” “승진입니다. 아내와 아이를 도시로 데려왔으면 합니다.” -옌롄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중에서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이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린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발언이 화제다. 그는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 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 자유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라는 국민교육헌장의 문구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친여 성향 사람들이 소비자에게 피해와 불쾌감을 주고 공산권 국가의 반감을 살 수 있다며 비난과 압박을 가하고 있다.
요리 실력과 성실함을 인정받아 사단장의 사택에서 일하는 취사병 우다왕은 하루빨리 당의 인정을 받아 가족을 도시로 데려오고 싶어 한다. 그런데 사단장이 장기 출장을 간 사이, 그의 젊은 아내 류롄과 내연 관계를 맺고 처음으로 내면의 욕망을 깨닫는다. 그는 꿈을 묻는 류롄에게 처음엔 공산주의 사회의 이상을 말하지만 결국 자기의 소박한 바람을 이야기한다.
중국의 작가 옌롄커의 재미있는 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2005년에 출간되자마자 전량 회수되었고 출판, 홍보, 게재, 비평, 각색을 할 수 없는 5금 조치를 당했다. 내밀한 개인의 사생활과 인간 감정까지 통제하는 공산당의 허상을 남녀의 성애를 통해 적나라하게 표현한 데다, 공산주의 혁명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라는 마오의 정치 슬로건을 조롱했다는 이유였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국민이 잘 먹고 잘사는 나라는 역사상 없었다. 소련과 중공,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을 모르는 국민도 없다. 중국 진출 20년 만에 이마트를 철수했던 기업인의 소신을 누가 뭐라 할 수 있나. 오히려 진보라는 이름으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의 발언 이후 많은 사람이 소리 내어 말하기 시작했다. “나도 공산당이 싫어요!”
-김규나 소설가, 조선일보(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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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 “문어는 고통 느낀다”며 산 채로 요리 금지 법제화 검토. 이러다 산낙지 요리 퇴출 위기 오는 건 아닌지.
-팔면봉, 조선일보(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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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의 ‘미안하다, 고맙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입이 화제인 기업 오너는 일론 머스크일 것이다. 전기차 테슬라 성공으로 주목받았지만, 잇단 가상 화폐 관련 실언에 사기꾼으로 몰렸다. 머스크가 왜 이러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제발 그 입 좀 다물라”고 통사정한다. 우리 기업 오너들도 숱한 말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억에 남는 어록엔 비난보다 대중의 공감을 산 말이 많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는 말을 남겼다. LG그룹 구인회 창업주는 “한번 사람을 믿으면 모두 맡기라”고 했다. 현대그룹 정주영 전 회장의 “이봐, 해봤어?”는 인생 지침으로도 손색없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말과 생각을 퍼뜨리는 사람을 ‘인플루언서’라고 한다. 요즘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인플루언서 강자로 부상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65만명을 넘는다. 6일 오후 현재 게시물이 32개뿐인데, 댓글은 900개를 넘고 ‘좋아요’는 1만7600개에 이른다. 댓글에 정 부회장이 직접 ‘대댓글’을 단다고 해서 ‘공답 요정’이란 별명도 얻었다. ‘공개 답변을 하는 요정’이란 뜻이다.
▶정 부회장은 레이디 가가나 방탄소년단처럼 소셜미디어를 홍보에 영리하게 활용한다는 평가도 있다. 신세계 조선호텔이나 신세계푸드가 개발한 요리 사진을 올릴 때마다 완판 기록을 쓴다. 최근엔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과 글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우럭찜에 이어 엊그제 해물 요리 사진을 올리며 한글과 영어로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다.
▶식재료가 된 동물에게 미안하고, 맛있으니 고맙다고 한 게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이 문장이 지닌 사회적 함의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팽목항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 찾아가 방명록에 이 문장을 썼다. 정 부회장은 한우 사진에는 “너희들이 우리 입맛을 세웠다”고 쓰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월호 분향소에서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웠다”고 쓴 것의 패러디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사람들은 정 부회장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한다. 기업인의 자유분방한 글에 정치적 의미를 달지 말자는 반론도 있다. 정 부회장의 속뜻을 알 도리는 없다. 다만 문 대통령의 ‘미안하다, 고맙다' 방명록 이후 많은 사람이 이 표현을 접할 때마다 그날의 불행을 떠올리며 고통스러워하거나 대통령이 ‘고맙다’고 한 것에 분노한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에서 “사람은 비수를 손이 아닌 말 속에 숨길 수 있다”고 했다. 65만 팔로어를 거느린 인플루언서의 말이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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