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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시] [日食]

뚝섬 2021. 11. 28. 06:12

한국의 스시 

 

지금 유행하는 스시의 원형은 19세기 초반 에도(도쿄)에서 시작된 스시다. 패스트푸드식 대중 음식으로 일본식 포장마차인 '야타이'에서 팔았다. 에도시대의 스시 야타이 그림.

 

회전초밥집의 빙빙 돌아가는 접시엔 스시 두 개가 놓여 있다. 왜 두 개일까? 옛날 스시는 요즘의 2.3배 크기였다고 한다. 한입에 넣을 수 있도록 나눠 내기 시작한 데에서 접시당 두 개가 됐다는 것이다. 스시는 포장마차에서 주먹밥처럼 크게 만들어 팔던 대중 음식이다. 값이 비싸지고 장소가 화려해졌지만 요즘도 포장마차 때처럼 셰프가 손님을 마주하고 스시를 만들어 주는 곳이 많다.

 

▶옛날 스시는 밥과 생선을 섞어 발효시킨 한국의 식해 같은 음식이었다. 발효는 저장고가 필요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19세기 들어 수산물이 풍부한 도쿄를 중심으로 발효 대신 식초로 초밥을 만들고 생선 등을 올려 바로 내기 시작했다. 지금 스시의 원형이다. 일종의 패스트푸드였다. 20세기 들어 냉장 기술 발전 덕분에 값비싼 날생선이 올라가면서 스시는 점차 미식가가 찾는 고급 음식으로 변했다.

 

▶사시미(일본식 회)가 아니라 스시가 일본의 대표 음식이 된 것은 밥이 생선맛을 훨씬 좋게 하기 때문이다. “스시 맛은 밥이 60%”란 말이 있다. ‘밥 짓기 3년, 스시 주무르기 8년을 거쳐야 장인이 된다’는 말도 있다. 까다로운 셰프는 원하는 밥맛을 내기 위해 여러 산지의 쌀을 섞어서 사용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스시는 재료 하나하나에 상당한 연구와 내공이 필요한 음식이다.

 

▶미쉐린 가이드 도쿄가 처음 나온 건 2008년이다. 이때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은 스시 장인 2명이 지금은 모두 탈락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지로의 꿈’ 주인공인 오노 지로는 얼마 전 평가 대상에서 빠졌다. 세계적으로 너무 유명해져 일반인이 사실상 갈 수 없게 된 탓이다. 미쉐린은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은 제외한다고 한다. 지로의 제자인 미즈타니 하치로는 암에 걸려 은퇴했다. 10여 년 전 그를 만났을 때 “일이 너무 힘들어서 제자들이 가게를 잇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평생 매일 16시간씩 일했다고 했다. 1년 치 예약이 다 차도 하루 10석 손님이 전부라 큰 돈도 못 번다고 했다.

 

▶최근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별점을 받은 식당 33곳 중 일식당이 8곳이었다. 대개 스시집이다. 한식집 숫자와 같다. 한국의 스시는 30~40년 전 호텔에서 시작했다. 유명 셰프의 계보를 따지면 대개 신라와 조선호텔로 올라간다. 이제 맛과 질이 일본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대중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싸지만 질 좋은 스시집은 아직 많지 않다. 음식엔 국경도, 민족도 없다. 세계 최고의 스시도 한국에서 나왔으면 한다.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일보(2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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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食

 

이달 2일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 사이트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대학 교수가 쓴 칼럼성 글인데, 제목이 ‘세계유산이 될 것인가 일식(日食), 바른 일식이란?’입니다.)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UNESCO)에 일식(日食)을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해달라고 신청해놓은 모양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지난해에 신청했더군요. 이 칼럼에 따르면 지금까지 음식 분야에서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은 4건으로 프랑스의 미식술(美食術), 지중해요리, 멕시코 전통요리, 터키의 케시케키 요리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글을 잠시 인용합니다. 출전은 ‘파야지의 서바이벌 블로그(ppayaji‘s Survival Blog)’입니다.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지만 ‘사회적 습관’ ‘자국의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요건이다. 예를 들어 ‘멕시코 요리’는 7000년전부터 대대로 구성돼온 전통이 반영된 요리로, 옥수수와 콩 그리고 고추를 음식재료로 이용해 환경과의 공생과 지역사회의 유대 그리고 자국의 정체성에 있어서 커다란 의미를 인정받았다.

 

아시아 대표 음식으로 세계무형문화유산 등록 신청 마친 일식(日食)

 

터키 요리는 ‘케시케키’라는 제례(祭禮)시 준비되는 요리로, 음식문화뿐만 아니라 제례라고 하는 전통적인 관습의 한 부분이라는 점도 높이 평가 받는다. 일본의 이번 제안에 가장 가까운 것은 2010년에 세계무형문화유산 등록이 인정된 프랑스의 ‘gastronomie(미식술)’. ‘집단이나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때를 축하하기 위한 사회적 관습’이므로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판단됐다.”

 

일본의 세계유산등록 정식 명칭도 ‘와쇼쿠(和食·일식을 일본에서는 이렇게 호칭);일본인의 전통적인 식문화’입니다. 등록의 가부(可否) 여부는 오는 12월에 발표됩니다. 일본은 지난달 후지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한껏 기분이 고양돼 있는데 이번에 일식까지 세계유산이 되면 겹경사인 셈입니다.

 

일식은 요즘 글로벌 무대에서 대세(大勢)가 됐습니다. 값비싼 고급 식문화를 자랑하는 미식가(美食家)의 나라인 프랑스에서도 2000년대 이후 급속히 일식이 확산 중입니다. 특히 일식 레스토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대다수는 생선초밥(스시)을 메인 요리의 하나로 하는 가게입니다. 이 칼럼의 필자인 후쿠다 이쿠히로(福田育弘) 와세다대 교수는 한 논문을 인용, 파리에는 2010년 시점에 430여곳의 생선초밥을 제공하는 일식 레스토랑이 있고, 이것을 파리 면적으로 나누면 1㎢에 4.1곳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해의 일본 통계자료에 따르면, 도쿄 23개 구에는 4442곳의 생선초밥집이 있어서 얼핏 보면 몹시 많아 보입니다. 다만 그것은 도쿄 23개 구의 면적이 파리의 약 6배나 되기 때문에 1㎢당으로 환산하면 약 7.1곳입니다. 파리를 능가하는 밀도이지만, 도쿄도(東京都) 전체로 계산하면 약 2.5곳이 돼서 도쿄 보다 파리가 더 많습니다. 인구비율로도 사정은 거의 비슷합니다. 파리의 생선초밥 레스토랑 숫자가 도쿄와 비슷한 밀도를 보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재미난 것은 일식의 인기가 해외와 일본 국내에선 사정이 정반대라는 점입니다. 한식이 우리나라 안에서는 점점 쇠퇴하는 것처럼, 일본의 일식도 그런 듯 합니다.

 

 

도쿄에서도, 일본 전체에서도 생선초밥집은 감소하는 경향입니다. 2006년부터 2010년에 걸쳐서 도쿄도에서는 생선초밥가게 수가 14%나 줄었습니다. 한편 파리에서는 일식 레스토랑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이런 가게에서는 생선초밥이 메뉴에 올라와 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생선초밥은 바야흐로 일본보다 해외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는 것입니다.

 

생선초밥 외에도 일본요리는 일본인의 생활 속에서도 희소한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카레와 햄버거에 눌리고, 외식에서는 프렌치와 이탈리안에 뒤처지고 있으며, 중국요리와 야키니쿠(고기구이)에도 인기를 양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쿠다 교수가 인용한 논문은 프랑스 소르본대학 지리학과 대학원 학생이 쓴 석사논문입니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석사 2년째에 필드 워크가 의무입니다. 이 학생은 일본에서 2개월간 필드 워크를 했습니다. 일본 식문화 열풍은 벌써 대학 차원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시대 흐름도 일본 음식에 유리합니다. 고기와 지방을 기본으로 한 프랑스 요리에 비해, 일식은 저(低)칼로리라서 건강식이고 맛도 좋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광우병, AI 등 고기파동이 여러 번 발생한 것도 일식에는 플러스 요인입니다.

 

일본 정부와 민간, 대대적인 日食 세계화 노력… 일본인 日食 애호가 훨씬 더 많아

 

일본 정부는 일식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데 열심입니다. 올해 3월에는 프랑스 주재 일본대사관과 소르본대학의 공동 주최로 일본 식문화에 관한 프랑스·일본의 국제 심포지엄이 소르본 대학에서 열렸습니다. 일본의 요리와 음식물을 소개하는 관련 이벤트도 개최됐습니다. 이 행사는 예상 이상으로 성황을 이뤘습니다.

 

일식의 세계유산등록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힘듭니다. 다만 일식이 세계유산이 되면 요리 대국을 자처하는 중국과, 한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한국이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음식은 그 나라 문화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합니다. 터키는 사실상 유럽권 나라이므로 일식이 세계유산에 선정되면 일식이 한식과 중식을 제치고 ‘아시아 대표 음식’으로 공인(公認) 받는 셈입니다.

 

일식이 이 정도로 큰 것은 일본 정부의 공(功)이 큽니다. 일본 정부는 일식을 국책(國策)사업 수준으로 추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일식당의 위치와 인테리어를 A급으로 하도록 유도하고 지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일본 기업인들도 거래처 손님들을 일식당에서 대접하는 식으로 정부 시책에 적극 호응했습니다. 이같은 민·관 합동방식은 세월이 흐르면서 놀라운 성과를 낳았습니다. 어느샌가 해외에서 일식은 고급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됐고 이런 이미지 덕분에 일본 기업들은 제품을 더 비싸게 팔 수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005년에는 ‘일식 인구 배증(倍增) 5개년 계획’을 발표했고 2010년까지 일식 애호가를 12억명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일식을 프랑스·중국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습니다. 2007년에는 해외의 일식당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인증제를 도입했고, 일식을 세계화하기 위해 ‘일본레스토랑 해외보급 추진기구(JRO·Japan Restaurant Popularization and Promotion Organization)’까지 발족시켰습니다.

 

우리는 이제라도 한식을 세계유산으로 등록시키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우리의 민족적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봐도 한식이 일식보다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장 해외 한식당과 국내 한식당을 아우르는 '한식당 인증제'를 시행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프랑스가 와인 등급제를 가장 먼저 도입해 프랑스와인이 이탈리아와인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와인으로 각광 받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음식 분야의 등급제는 음식을 발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입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한식(韓食)을 보는 시각을 바꿀 필요도 있습니다. 한식을 조리법과 맛과 건강 등 좁은 분야에만 치중해서 보지 말고 세계유산 등록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적 습관 등도 감안해서 같이 봐야 할 것입니다. 음식은 문화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까요.

 

-조선일보(1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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