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健康-疾患]

[병원도 호텔처럼 머물기 편해야 더 건강해진다]

뚝섬 2021. 6. 22. 06:37

[김철중의 생로병사]

호텔’과 ‘호스피털’, ‘잘 모신다’는 뜻의 어원 같지만 실상은 딴판
병원 옆 침대엔 낯선 사람… 어쩔 수 없이 가지만 또 가긴 싫은 곳
병원 경험, 병세 회복 큰 영향… ‘헬스케어’ 넘어 ‘휴먼케어’ 살펴야
 

 

호텔과 호스피털(병원), “잘 모신다”라는 뜻의 어원이 같아서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게 많다. 호텔에는 병원 다인실처럼 일행이 아닌 사람과 한 방에서 같이 지내는 상황은 없다. 만약 호텔 방에 체크인하고 들어갔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이 옆 침대에 누워 있다면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병원에서는 그게 일상이고, 되레 다인실이 저렴해 선호된다.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1~2인실이 더 인기를 끌고 있지만, 코로나 특수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호텔은 방 값을 마음대로 정해 받을 수 있는데, 병원은 정부나 건강보험 사업자가 정해 놓는다. 호텔은 숙박비를 고객이 다 내지만, 병원은 보험 적용 여부에 따라 보험자와 나눠 낸다. 호텔은 성수기나 휴가철 같은 게 있어 고객 수요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으나, 병원은 수요 예상이 어렵다. 응급 환자가 언제 올지도 모를 일이다.

 

호텔은 들어가고 나가는 선택을 투숙객이 정하지만, 병원은 환자가 오고 싶어 온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온다. 숙박에 만족한 호텔은 또 가고 싶지만, 병원 생활이 아무리 맘에 들었다고 해도 또 오고 싶은 환자는 없을 게다. 병원은 치료를 내걸고, 호텔은 안락을 표방하는 게 가장 큰 차이지 싶다.

 

/일러스트=박상훈

 

두 곳의 공통점은 둘 다 집 나와서 머무는 곳이라는 점이다. 호텔이 잠자리에 신경 쓰는 이유다. 어떤 매트리스와 이불, 베개를 제공하느냐가 고객 만족도에 중요하다. 향기, 온도, 습도, 조명, 소음, 공기 등 고객의 감각을 관리한다. 병원도 핵심 의료 처치를 접할 때 외에는 대부분 병원 공간에 머무는 시간들인데, 이에 대한 신경은 덜한 편이다. 병 고치러 왔지, 잘 지내려고 한 건 아니지 않으냐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최근 환자들이 병원에서 느끼는 경험이 병세 회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많이 나오기에 머무름을 가벼이 볼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이렇다. 소음과 조명을 개선해 환자들의 잠자리 편하게 했더니 면역력이 좋아져 퇴원이 빨라졌고, 햇볕이 병실에 잘 스며들게 했더니, 우울감이 개선되고, 수술 술 후 회복 속도가 당겨졌다는 연구들이다.

 

고려대의료원 서비스아카데미 김진영 센터장은 조선과 신라 호텔 등에서 총지배인을 거친 ‘호텔맨’ 출신이다. 그는 대학병원에 영입돼 연세대의료원, 이화여대의료원 등에서 일해왔다. 그가 ‘환자 경험 개선’ 책임자로서 처음 병원에 왔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천장에 대한 무관심이었다고 한다. 환자들은 병실서 많은 시간을 누워 지내고, 수술실과 회복실에서도 그렇다. 검사를 받으러 이동할 때도 카트에 누워 간다. 환자 시선이 위로 향하는 시간이 많지만, 병원 천장은 회색빛 시멘트 벽이고, 전등 불빛은 죄다 강하게 내리쬐는 직접 조명뿐이더라는 것이다. 그런 환경서는 환자들의 불안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학병원 환자들의 불만 조사 자료를 보면,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예고도 없이 의료진이 병실 커튼을 열어젖힌다”, “선생님이 자꾸 혼내서 무섭다”, “CT 검사하며 ‘숨 참으라 내쉬라’며 녹음된 목소리가 나오는데, 도저히 따라 하지 못했는데도 검사는 끝났다”, “남자 환자들이 쓰는 화장실에 여자 청소원이 불쑥 들어온다”, “간호 데스크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너무 커서 병실서도 다 들린다”, “간병인들끼리 싸우거나 병원 욕을 환자들한테 한다”.

 

이제 병원도 (처치에 문제가 없는 선에서)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do not disturb)’ 팻말을 환자에게 줘야 하지 싶다. 호텔처럼 음식 맛 평가도 있으면 좋겠다. 의료진 복장에는 ‘힐링 철학'이 담겨야 하지 않을까. 호텔이 근무 복장 갖고 그렇게 하듯이 말이다. 병원 직원의 복장은 여전히 구청 같고 동사무소 분위기다. 호텔은 투숙 첫 15분이 만족도에 가장 영향을 미친다며 첫인상 개선에 집중하는데, 병원은 되레 입원하러 왔다가 지치는 경우가 많다. 병실 침대 위에 “정성껏 보살피겠다”는 웰컴 레터가 놓여 있다면 환자들이 크게 안도하지 싶다.

 

예전 급성 질병 위주 시대에는 병원은 병을 한 방에 낫게 하는 곳이었기에 머무름이 중요치 않았다. 이제 고령화 만성 질환 시대에서 병원은 고된 삶의 회복터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큐어(cure)보다 케어(care)가 중요하고, 이제 헬스 케어가 아니고 휴먼 케어라고 하지 않는가. 어디서든 머물기 편해야 건강하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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