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편엔 귀 닫은, ‘개방적’ 대선캠프]
[이런 여론조사로 후보 뽑나]
[이 정권서 더 정치화된 관료들, 벌써 대선 바람 타기 시작]
다른 편엔 귀 닫은, ‘개방적’ 대선캠프
[김도연 칼럼]
대통령, 국민 아우르는 화합의 리더십이 중요
후보별 전문가 집단, 이념 편향성 뚜렷
집권 후 논공행상식 인사가 폐쇄성 강화
선거캠프 때부터 다른 의견에 귀 기울여야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꼭 6개월 후로 다가왔다. 국가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그러나 우리 사회는 소중한 에너지를 대통령 선거에 너무 낭비하는 듯싶다. 후보자들은 비전과 정책을 차분히 이야기하고 유권자는 이를 바탕으로 판단해 각자 투표하면 될 일인데 상호 불신과 비난이 난무하면서 사회적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 부딪혀 발화점에 이를 기세다. 누구나 이야기하는 것처럼 제왕적 권력을 지닌 대통령을 선출하기 때문일까.
대통령에 당선되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이 기회를 주고 땅이 도움을 주어야 가능하겠지만, 맹자가 이야기한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는 지도자가 새겨야 할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진리다. 하늘이 주는 때(天時)는 지리적 이로움(地利)을 앞서지 못하며, 또 이 모두를 뛰어넘는 가장 소중한 가치는 인화(人和)다. 국민 모두를 아우르는 화합의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후보자가 선출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리더십은 전혀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이미 모두 캠프를 운영 중이다. 본래 캠프란 야외에서 천막을 치고 일정 기간 숙식을 함께하는 것인데, 일반인들이 휴양을 위해 산이나 바닷가에 설치하는 캠프는 길어야 사나흘 정도일 것이다. 프로 야구나 축구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치르는 훈련캠프도 고작 한 달 남짓이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 캠프는 이렇게 몇 달간 지속되곤 한다. 일주일에 7일 그리고 하루 24시간을 함께하면서 캠프에 헌신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실제로 각 캠프에서는 공식 대변인도 여러 명씩 임명하고 있으니 예외 없이 꽤나 큰 규모다. 누구라도 줄만 서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대단히 개방적인 조직임에 틀림없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캠프가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성범죄 혹은 미국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으로 수사를 받게 된 사람들이 5년 전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각각 조직과 노동 분야 특별보좌관이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한 비판에 여당의 한 의원은 “수만, 수십만에 이르는 특보를 어떻게 다 책임지나”라고 일갈했다. 이 말은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는 대통령 후보 캠프 특별보좌관만 합쳐도 100만 명쯤 이를지 모르겠다. 정치 초과잉이다.
누구라도 환영하는 개방적인 선거캠프지만 이는 위에 언급한 것처럼 헤아릴 수도 없이 숱하게 임명하는 특별보좌관에 국한되는 이야기다. 이와 반대로 국가 정책 수립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제, 국방, 외교, 교육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폐쇄적인 게 캠프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여야 구분 없이 모든 캠프가 대단히 편향돼 있기 때문이다. 이념적으로 보수인 후보라면 좌측 전문가들의 의견을, 그리고 진보라면 우측 전문가들의 의견을 함께 듣고 정책이 결정되도록 캠프는 개방적이어야 마땅한데, 이는 거의 꿈같은 이야기다.
지난번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에너지 분야 정책 수립에 절대 환경론자만이 아니라 의견이 다른 원자력 전문가들도 초빙해 함께 토론할 수 있었다면 원전 조기 폐쇄 같은 무리한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캠프가 이렇게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결정적 이유는 선거에 승리해 집권으로 이어졌을 때 캠프 사람들만 소위 논공행상식으로 자리를 나누어 갖기 때문이다. 정해진 크기의 파이를 나누고 싶지 않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후보를 위해 애쓴 사람들을 중용하고 싶은 마음도 당연하지만 이는 필부(匹夫)의 길이다. 인사에서 캠프를 벗어나는 어려움을 취해야 진정한 국가지도자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이제는 각 분야 전문가들도 스스로의 성향에 따라 나뉘어 이 캠프 저 캠프에 몰려가 헌신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만 집권 후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를 들어 대학교수라면 본업을 팽개치고 캠프에 헌신하는 일이 전혀 바람직하지 못함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캠프를 위한 전문가 활동은 자문 정도로 그쳐야 한다. 외눈박이 코뿔소 같은 국정 운영을 막기 위해서는 캠프 단계부터 훨씬 개방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개방은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단순한 일이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동아일보(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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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론조사로 후보 뽑나
[여론&정치]
여론조사 회사 세 곳이 지난 3~4일 각각 실시한 대선 조사 결과는 요즘 여론조사가 얼마나 유권자를 헷갈리게 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재명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가상 양자 대결 지지율이 알앤써치·경기신문 조사는 35.2% 대(對) 32.1%로 접전이었다. 그런데 PNR·뉴데일리·시사경남 조사는 36.2% 대 28.7%로 이 후보가 크게 앞섰고, 정반대로 여론조사공정·데일리안 조사는 37.7% 대 46.4%로 홍 후보가 크게 앞섰다. 세 곳의 조사에서 홍 후보 지지율은 28.7%, 32.1%, 46.4% 등으로 들쭉날쭉했다.

여야대선주자들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홍준표 국민의 힘 의원/조선일보DB
여론조사 결과들의 차이가 심할 경우 조사업계에선 “조사 시기나 조사 방식 또는 질문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란 설명을 내놓곤 한다. 하지만 최근 세 곳의 조사는 조사 날짜와 조사 방식(ARS)이 같았고 질문 내용도 거의 비슷했다. 이럴 때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가 각 조사의 원(原) 자료를 정밀하게 검토해서 어떤 이유로 결과가 크게 달랐는지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기계음의 ARS 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품질이 좋은 것으로 여겨졌던 전화 면접원 조사도 최근 신뢰성에 금이 갔다. 얼마 전 여심위는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윤석열이 될 것 같죠?” “이재명?” 같은 식으로 유도 질문을 한 조사 회사를 적발해 과태료 3000만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면접원 관리가 허술해서 벌어진 ‘참사’였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대해선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로 후보를 뽑는 악습(惡習)을 되풀이하고 있다. 각 당의 당헌·당규에서 경선 여론조사 활용을 공식화했을 뿐만 아니라 국회가 만든 공직선거법(제57조의2)에도 당내 경선을 여론조사로 대체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여론조사가 후보 선정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조사 방식 즉 역선택 방지 여부나 문항 구성, 표본에서 집 전화 비율 등과 관련해 0.1%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사생결단의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야권은 최근 대선 후보 경선을 포함해 올해 들어 네 번이나 ‘여론조사 경선 룰’을 놓고 내전(內戰)을 벌였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과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 당 대표를 선출했던 6월 전당대회 등에서도 여론조사 역선택 등이 싸움의 주제였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선 당 선관위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하면서 일단 갈등이 봉합됐지만 앞으로 ‘본선 경쟁력’을 측정하는 문항과 관련한 2라운드 결전이 남아있다.
하지만 후보들이 정책 대결 대신 경선 룰 대결에 매달리며 내부 파열음이 계속 커진다면 공멸(共滅)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데도 여론조사로 후보 뽑는 경선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겸 데이터저널리즘팀장, 조선일보(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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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권서 더 정치화된 관료들, 벌써 대선 바람 타기 시작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한국광해광업공단 설립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산업자원부 1차관이 부처 정책 중에 “정치인 입장에서 ‘할 만하네’라고 받아줄 만한 게 잘 안 보인다”면서 “(대선) 공약으로서 괜찮은 느낌이 드는 어젠다를 내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대선 후보 입맛에 맞는 정책을 개발해 줄 대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차기 권력 줄 대기’는 산자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재명 경기 지사가 여당 대선 주자로 부상하자 일부 부처는 이 지사의 ‘기본 공약’ 시리즈를 뒷받침할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고 한다. 이 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기본주택에 맞춰 지역·기관별로 연구개발 예산을 골고루 나눠주는 ‘기본 R&D’ 아이디어까지 낸 부처도 있다. 어떤 부처는 대선 결과에 대한 시나리오를 짜서 여야 후보별로 정책·예산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양쪽 구미에 맞는 정책을 각각 들고 눈치 보고 있다가 집권하는 쪽 입맛에 맞는 정책을 들이밀겠다는 것이다. 중앙 부처뿐 아니라 지자체와 산하 공기업까지 이미 대선 영향권에 들어가 있다.
이 정부 들어 ‘정책의 정치화’는 더욱 심각해졌다. 정권이 주요 정책을 시시콜콜 주도하면서 정상적인 정책 결정 시스템이 다 무너졌다. 탈원전,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정책,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26차례의 부동산 대책, 임대차 3법 등이 모두 해당 사안에 경험 있는 공무원 집단이나 전문가 의견은 배제된 채 정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그 결과 원전 생태계가 무너지고, 좋은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소득 격차가 심화되고 집값이 최악으로 치솟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켰다.
과거 정부에선 정치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밀어붙이면 그래도 관료들이 목소리를 내서 조정하는 과정이 있었다.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책 다듬기도 관가(官街)의 전통이었다.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투입된 예산 대비 정책의 실효성도 따져가면서 추진했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 전문가 관료 조직의 정책 입안·조정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됐다. 그 결과 부작용이 뻔히 예상되는 비현실적 정책이나 전 국민 현금 뿌리기 같은 낭비성 매표(買票) 행정이 비일비재해졌다. 산자부 차관이 말한 ‘정치인 입장에서 할 만하네’에 해당하는 정책은 바로 이런 정책들일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은 정권 아닌 국민과 국가에 충성해야 한다는 기본 상식조차 사라졌다. 승진시켜주는 정권 앞에 공무원들은 바람이 불기도 전에 드러눕는 풀과 같다고 한다. 대선 바람은 태풍이다. 각 부처 공무원들은 이미 풀처럼 드러누워 대선 후보 입맛에 맞는 공약을 궁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선거는 필요악이라고 하지만 그 해악이 갈 데까지 가는 것 같다.
-조선일보(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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