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징벌법’ 국내외 규탄에 물러선 민주당, ‘민주’ 이름을 생각하길]
[세종대왕은 언론중재법을 어떻게 보았을까]
‘언론징벌법’ 국내외 규탄에 물러선 민주당, ‘민주’ 이름을 생각하길

<YONHAP PHOTO-5683> 의장실 나서는 윤호중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 신현영 원내대변인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언론중재법 관련 여야 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1.9.29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려 했던 ‘언론징벌법’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국내 언론계, 시민단체, 법조계, 학계 등은 물론 해외 인권 언론단체들까지 대거 ‘비판 언론 재갈 물리기’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 언론과 표현의 자유 파괴’라며 규탄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낀 여권이 사실상 물러선 것이다. 여당은 연말까지 추가 논의를 하겠다고 하지만,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언론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언론법’은 시작부터 정권에 대한 언론의 비판 보도를 막겠다는 의도로 시작됐다. 이 법을 최초로 제기한 사람은 이스타항공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상직 의원이다. 그는 자신의 비리 의혹에 대한 취재가 계속되자 “가짜 뉴스와 싸울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며 언론만을 향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주장했다. 그러자 이른바 조국 수호대들이 앞장섰다.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를 이끌었던 김용민·김남국 의원이 각각 당 미디어혁신특위 위원장·위원으로 법안을 만들었다. 언론의 재개발 지역 부동산 투기 문제 보도로 청와대 대변인에서 물러난 기자 출신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한술 더 떠 독소 조항 추가에 나섰다. 언론 보도로 자신들의 불법, 파렴치, 내로남불이 드러난 사람들이 언론에 보복을 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정의당을 비롯해 각계 여권 성향 인사들까지 나서 “만약 국회에서 일방 처리된다면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정부·여당에 서한을 보내 “언론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으니 법을 수정하라”고 했고,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어렵게 만들고 국제 인권 원칙에 위배되니 통과시켜선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이 결국 물러서긴 했지만 불씨가 재연될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상식 합리와는 담을 쌓은 극렬 친문 세력에 늘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평지풍파를 통해 민주당은 ‘민주당엔 민주가 없다’는 세간의 평이 왜 나왔는지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조선일보(21-10-01)-
_________________________
세종대왕은 언론중재법을 어떻게 보았을까
[朝鮮칼럼]
말의 자유(freedom of speech) 없이는 정치도, 문명도 없다. 인간과 동물은 어떻게 다른가?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인간에게만 말이 있다. 말이 없다면, 인간도 동물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박주민 법사위 위원장 직무대리가 지난 8월 25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개정안을 통과 시킨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이덕훈 기자
동양이 문장 중심이라면, 서양은 말이 우선이다. 정치도, 재판도 말이 중심이다. 시저는 심지어 전투에 앞서 병사들에게 연설을 했다. 그런 전통은 그리스에서 왔다. 그리스인의 생활은 소박했지만 대화는 풍부했다. 대화는 그들에게 생명의 호흡이었다. 아고라에서의 대화가 삶의 중심이었다. 그 속에서 철학과 민주주의가 활짝 개화했다.
동양은 조금 다르다. 한비는 동양의 마키아벨리이다. ‘한비자’의 첫 시작이 난언(難言), 즉 ‘말하기의 어려움’이다. 왜 어려운가? 역사를 보면, 곧은 말, 바른말을 하는 사람 중 죽거나 가시밭길을 걷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상의 환경에서도 그렇다. 은나라를 세운 탕왕은 성군이고, 그의 재상 이윤은 명재상이다. 하지만 이윤은 처음에 요리사였다. 이윤이 발탁된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신뢰가 쌓인 뒤였다. “지극한 지혜로 지극히 착한 임금을 설득해도, 지극하다고 해서 반드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게 한비의 결론이다. 하물며 지극히 정성된 충언은 귀에 거슬리고, 마음에 어긋나지 않겠는가. 말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좋은 정치가 그토록 드문 이유이다.
그런데 한국 역사에서 말의 자유가 찬란히 꽃핀 때가 있었다. 바로 세종의 치세이다. 1418년 22세의 나이로 즉위한 세종은 첫 조정회의에서 “내가 인물을 잘 알지 못하니, 좌·우의정과 이조·병조의 당상관과 함께 의논하여 벼슬을 제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사권은 가장 나누기 어려운 권력이다. 세종은 재위 32년간 이 ‘의논’을 국정 운영의 원칙으로 고수했다. “더불어 의논한다”(與議)는 표현은 ‘세종실록’에서 가장 빈번하게 마주치는 말이다.”(김홍우 교수)
세금에 관한 공법 개혁이 대표적 실례이다. 조선 초기의 조세제도는 인정과세인 답험손실법이다. 당연히 징수 부정이 많았다. 그래서 정액과세인 연분9등, 전분6등제로 바꾸려고 했다. 의견 수렴을 위해 전국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인원이 무려 17만 명에 달했다. 수령부터 평민까지 모두 참여했다. 세계 최초의 일반 여론조사였다. 그런데 명재상 황희가 공법에 반대했다. 오히려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부자와 빈자, 그리고 지방간 토지 비옥도를 가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종이 가장 아끼고 신뢰했던 집현전 학자들도 반대했다. 그들조차 “내 뜻을 알지 못하니, 하물며 기타 사람들이겠는가.” 절망한 세종은 그들을 불러 직접 대화를 나누었다. 허심탄회한 의견을 들으며, 세종은 “하는 말이 참으로 옳다” “나는 능하지 못하다”고 자책했다. 해질 무렵 시작한 모임은 밤 10시에 끝났다. 17년에 걸친 논의 끝에 세종은 마침내 공법 개혁에 성공했다.
풍수지리 논쟁도 놀랍다. 성리학은 풍수지리를 사술로 본다. 그러나 세종은 지관 최양선이 자유롭게 말하는 것을 옹호하고, 직접 풍수지리설을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특정 이념으로 타인의 입을 막으면 안 되고, 국정에 필요하면 이념을 넘어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세종은 비록 꼴 베는 사람의 말이라도 옳으면 채택하고, 비록 틀려도 죄주지 않는 것이 왕의 자세라고 역설했다. 언로가 막힐 것을 염려해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여 말한 것은 비록 중도(中道)를 잃었더라도 또한 죄를 가하지 않았다.” 한글 창제를 비롯해 거침없이 반대 의견을 표명했던 좌의정 허조는 “간하면 행하시고 말하면 들어주시었으니, 죽어도 유한이 없다”고 말하며, 웃으면서 임종했다. 세종의 치세에 수많은 인재들이 나타나 활약하고, 문화적 성숙을 이룬 것도 우연이 아니다.
언론중재법 처리가 일단 연기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말의 자유는 크게 위축되고, 말의 의미는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국정 전반이 난조에 빠지고, 상식이 무너진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세종의 정치와는 정반대이다. 위정자뿐만 아니라 세종 같은 시민이 많아야 한다. 말의 자유는 단순한 언론 문제가 아니다. 말이 막히면 생각도 죽는다.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을 관리하는 정부에는 얼마나 행운인가?” 히틀러의 말이다. 전체주의는 그런 사회의 코앞에 와 있다. 언론중재법은 완전히 폐기되어야 한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조선일보(21-10-01)-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임기 한 달 남은 정권의 남북정상회담, 대선용 외에 무슨 의미 있나] (0) | 2021.10.01 |
|---|---|
| [대선판 뒤흔들 사건, 애완견 檢·警에 맡겨둘 수 없는 이유] [ .. 與는 특검 이어 국감까지 막아] [두 얼굴의 권순일] .... (0) | 2021.10.01 |
| [국민 재산이 약탈당하고 있다] [국민은 부동산 아비규환, 대장동은 돈벼락] (0) | 2021.09.30 |
| [‘대장동’ 수사, 진상 규명 아니라 진상 덮기 같다] [법률가의 자존심] .... (0) | 2021.09.30 |
| [日 새 총리 기시다 아베노선 버리고 한일관계 개선 나서야] .... (0) | 2021.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