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뒤흔들 사건, 애완견 檢·警에 맡겨둘 수 없는 이유]
[이재명 측근으로 번진 대장동 의혹, 與는 특검 이어 국감까지 막아]
[두 얼굴의 권순일]
[부동산 요지경의 나라]
대선판 뒤흔들 사건, 애완견 檢·警에 맡겨둘 수 없는 이유
[이기홍 칼럼]
2002년 兵風 수사팀 김대업 조작 밝혀냈지만 친정권 檢간부들 방해로 발표 한 달 늦춰져
野, 곽상도 문제 빨리 결단 내리고 대장동 특검 도입에 명운 걸어야
2002년 대선의 병풍(兵風)은 거짓 폭로가 나라의 진로를 바꿔놓은 사건이다. 희대의 사기꾼을 앞세운 공작이 관영방송, 좌파언론들의 광적인 보도를 등에 업고 선거의 승패에 영향을 미친, 민주주의의 흑역사다. 며칠 전 필자는 당시 병풍 조작의 진상을 밝혀냈던 수사 관계자로부터 흥미로운 증언을 들었다.
김대업의 폭로로 대선판이 출렁이던 2002년 여름 검찰은 8월 초 서울지검 특수1부에 병역비리수사팀을 구성했다. 수사팀은 한 달 반 만에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놀랍게도 김대업의 조작극이 드러났다. 그가 제시한 핵심 물증, 즉 이회창의 부인으로부터 아들 병역 면제 청탁과 함께 1000만 원을 받았다는 병무청 직원의 진술이 녹음된 테이프의 공장 출시 시기가 녹취가 이뤄졌다는 시점보다 훨씬 뒤였다. 이를 포함해 김대업의 주장들은 대부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팀장인 김경수 부부장검사는 수사 결과 발표를 건의했다. 그런데 박영관 특수1부장은 “미진하다. 아직 더 할 게 많다”며 거부했다. 김학재 대검 차장도 반대했다.
대선(12월 19일)은 다가오는데 수사를 사실상 끝내고도 한 달가량을 더 끌다가 결국 ‘10월 25일 발표하되, 브리핑룸은 사용할 수 없고, 카메라 동원도 안 된다’는 조건이 붙은 타협안이 만들어졌다. 나라를 뒤흔든 사건의 수사 결과를 지검 3차장 사무실에서 티타임 형식으로 발표한 것이다. 김학재 차장, 박영관 부장은 목포고 출신으로 당시 김대중 정권의 검찰 파워맨으로 불렸다.
김대업의 조작극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대선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고 병풍은 이미 이회창을 만신창이로 만든 뒤였다. 법원은 2004년 판결문에서 이회창의 지지율이 (김대업의 폭로로) 11% 빠졌다고 적시했다.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여당과 좌파진영은 보수정당의 압력에 굴복한 정치검찰, 기득권 수구 세력의 야합 프레임으로 몰고 가 진을 빼버렸다.
병풍이 조작이라는 사실이 국민에게 확실하게 각인된 것은 2005년 대법원판결까지 나온 뒤였는데 이미 그를 의인(義人)으로 칭송했던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지 2년이나 된 시점이었다. 누가 김대업을 사주해 공작을 벌였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병풍 수사는 검찰이 여야 유불리와 관계없이 진실을 밝혀낸 수사로 평가받는데, 실제론 내부에서는 발표를 최대한 늦추려는 친정권 간부들의 마사지 압력이 횡행했던 것이다.
그래도 요즘 친정권 검사들의 진용·행태와 비교해 보면 애교로 여겨진다. 과거엔 검찰 내부 견제와 반발을 의식해 핵심 요직에 최소한의 안전판만 심어두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아예 거의 모든 길목에 친정권 인사들을 포진시켰다. 정권교체를 악몽으로 여길 이런 간부들이 직업윤리에 투철한 일선 검사와 수사관들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사안의 핵심을 흩뜨리는 등 장난을 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손준성 보냄 고발장’ 사건의 핵심은 윤석열 관련 여부를 신속히 밝혀내 국민이 명확히 판단하게 해주는 것인데, 시간만 질질 끌면서 이미지에 상처를 입히려 할 수 있다.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은 희대의 특혜 구조가 설계된 과정의 전모다. 곽상도 아들 50억 원을 비롯해 부패 실상도 반드시 밝혀야 하지만, 본질은 고수익이 뻔히 예상되는 리스크가 거의 없는 사업에서 소수 지분의 민간업자들이 이익을 대부분 가져갈 수 있게 구조를 짠 사람, 묵인해준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것이다.
도시개발법 제22조에 따라 개발공사가 100분의 50을 초과해 출자하면 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수용할 수 있다. 성남개발공사는 50%+1주를 출자했다. 토지 강제수용부터 인허가까지 다 해결해주는 원스톱 서비스 구조를 갖춘 것인데 성남개발공사는 확정 이익만 보장받고 나머지 이익은 화천대유(지분 0.9999%), 천화동인(6%)이 가져갈 수 있게 설계됐다.
하남, 안산, 의왕시의 경우 지분에 비례해 공공이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로 진행한 것과 대비된다. 사업비 1660억 원 규모였던 하남 풍산지구 아파트형 공장 사업의 경우 ‘사전확정수익 공공 우선 배정 후 초과 수익은 지분 비례보장’으로 설계됐다. 더구나 대장동은 노른자위라고 누구나 인정하던 요지다. 산간오지에 아파트를 짓는 도박성 높은 투자사업이 아니었다.
이 지사는 “민간업체가 다 가져갈 수익을 공영개발로 돌려 절반을 환수했다”고 자랑하지만 이는 현관 비밀번호를 1234로 설정해 장롱 속 거액을 도둑맞은 가장이 “내가 사다놓은 금고 덕분에 금고 속 돈은 안 털렸다”고 주장하는 격이다. 집권세력은 특혜 구조의 설계와 실행에 대해선 절차적으로 뚜렷한 위법은 찾아내지 못했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면서, 거물급 인사들이 뇌물 혐의로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요란하지만 단순한 뇌물사건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맞서 특검을 관철시켜야 할 야당은 지리멸렬하다. 장제원 곽상도 문제에 대한 구태의연한 대응은 특권·부패 세력 정당의 이미지를 다시 강화시키고 있다. 이준석 돌풍을 만들어준 국민이 염원했던 건 이런 모습이 아니다. 즉각 곽상도 문제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연루된 인사들이 더 나오면 나오는 즉시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당내의 부패·특권층 요소를 정리하는 인적 쇄신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여야 유력 후보의 도덕성·윤리성이 걸린 핵심 사건들의 진실을 모른 채 나라의 미래가 결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막으려면 특검 도입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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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측근으로 번진 대장동 의혹, 與는 특검 이어 국감까지 막아

이재명(오른쪽) 경기도지사가 2018년 10월 1일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악수하는 모습. 유씨는 2014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맡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추진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기획 및 사업자 선정 등 핵심적 역할을 했다. /경기관광공사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전 사장 직무대리(기획본부장)가 시행사인 화천대유와 한 몸처럼 유착됐고 금품까지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장동 투자자이자 사업 계획서를 만든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과 파일 등에는 현금 뭉치가 찍힌 사진과 금품 전달 관련 대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10억원대의 현금이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에게 전달됐다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유 전 사장대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측근으로 통하는 사람이다. 그런 유씨가 공직자로서 사업을 관리한 것이 아니라 아예 업자들과 한 몸 같았고 결국 8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개발 이익이 몇몇의 손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유씨는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핵심인 김만배씨 등과 호형호제 할 정도였다고 한다. 유씨가 세운 부동산 개발 업체 관계사는 화천대유 핵심인 남욱 변호사의 회사와 주소지가 같다. 사실상 동업 관계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 자체로 충격적인 일이다.
유씨는 대장동 사업 설계 때 민간 업체에 너무 많은 수익이 가면 문제 된다는 실무진의 반대를 묵살하고 실무 부서까지 바꿔가며 밀어붙였다고 한다. 그 덕분에 화천대유 등은 출자금의 1153배인 4040억원의 배당 수익을 챙겼다. 또 분양 사업을 직접 맡아 4000억원 넘는 분양 수익도 올렸다. 유씨가 아니었으면 있기 힘든 일이었다.
유씨는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때 휴대전화를 빼돌렸다. 창밖으로 던져버렸다고 했다가 다른 사정이 있다고도 했다. 검찰은 결국 찾지 못했다. 중요 증거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는 이달 중순 의혹이 제기된 직후에도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고, 언론 접촉을 피했다. 이 지사 캠프에서 일한다고 했다가 뒤늦게 부인하기도 했다. 떳떳하다면 왜 그랬겠나.
이제 의혹은 성남개발공사와 이 지사 측근으로까지 번졌다. 그런데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지사는 화천대유 문제에 대해 제대로 해명도 하지 않은 채 야당만 비난하고 있다. 이 지사는 사건 초기 “가장 모범적 공공 이익 환수 사업이었다. 사업 설계는 내가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전 사장대리 문제가 불거지자 “측근이 아니고 대선 캠프에도 없다”고 했다. 스스로 ‘최고의 치적’이라고 했던 핵심 사업을 맡긴 사람이 측근이 아니면 누가 측근인가.
이 지사와 민주당은 특검을 거부하며 검찰·경찰에 맡기자고 한다. 국민이 지금 검찰을 믿겠나.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 국정감사까지 증인 채택 거부로 막고 있다. ‘대장동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주장하면서 실제론 진상 규명을 막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두려워서 이러나. 검찰이 유씨를 구속해 꼬리를 자르고 수사를 끝낼 것이란 예상이 벌써 파다하다. 현재 검찰이라면 실제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국민 의혹은 더 커질 것이다.
-조선일보(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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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권순일

이재명 경기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 토론회에서 ‘친형의 강제 입원을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제 입원을 지시한 적이 있지만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이라고만 했어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강제 입원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까지 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최선임인 권순일 대법관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관 10명은 유죄 5 대 무죄 5로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그러나 대법원장을 빼고 가장 늦게 의견을 내는 최선임이 무죄 편을 들면서 추가 기울었다. 대법원장은 다수의견을 따른다는 관례에 따라 자동적으로 무죄 편에 섰다. 이 지사는 5 대 7로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공표의 개념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권 대법관은 공표는 활자화의 의미를 가진 ‘퍼블리시(publish)’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토론에서의 발언에는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런 주장은 대법원의 기존 판례에 반한 것이어서 반대의견 대법관들은 반발했다. 그러나 결국 토론에서의 발언에는 사실이냐 허위냐의 일도양단(一刀兩斷)으로부터 자유로운 여지가 주어져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말은 글과 달리 현장에서 공방(攻防)을 통해 부정확성을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에 일도양단 사이에 여지가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늘 그렇듯이 어느 정도냐가 문제다. 정작 권 대법관 자신은 2015년 대법원 소부의 주심을 맡아 박경철 익산시장이 방송 선거토론회에서 상대편 후보가 한 건설사와 모종의 거래를 통해 쓰레기 소각장을 변경했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사실을 인정했다. 피의자가 누구냐에 따라 생각이 왔다 갔다 한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권 씨는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대법관에 임명됐다. 그의 판단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그 덕분인지 2017년 12월 대법관이 겸임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됐다. 지난해 대법관 임기가 끝났는데도 관례를 무시하고 선관위원장을 계속 하려다가 빈축을 사고 결국 물러났다.
▷최근에는 대장동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1억5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이 지사 무죄에 결정적 기여를 한 덕분이 아니냐는 구설에 올라 있다. 이 지사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은 사실 중에는 선거 공보물 등에 대장동 개발 이익을 과장했다는 등의 내용도 있다. 대장동과 이 지사의 관련성을 몰랐다는 권 씨의 해명은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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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요지경의 나라
예전에 ‘땅꾼’이라는 직업이 있었다. 뱀을 잡는 사람들이었는데 거의 사라졌다. 이젠 부동산 시장에서 신종 ‘땅꾼’들이 활약한다. 개발 가능성 있는 땅을 찾아 부동산 디벨로퍼(시행사) 등에 소개해주는 전문업자를 속칭 ‘땅꾼’이라고 부른다.
▶원래 부동산 디벨로퍼는 남다른 아이디어와 안목으로 쓸모없는 땅에 가치를 불어넣어 사람들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선진국형 직업이다. 국내에 디벨로퍼 시대가 열린 건 IMF 외환 위기 이후다. 줄줄이 무너진 건설사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디벨로퍼로 변신했다. 과거엔 건설사들이 직접 은행 돈 끌어와 땅 사고 아파트 지어 팔았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돈 많이 들고 위험 부담 큰 ‘시행’에서 손 떼고 시공만 전담하면서 시행사·시공사 분업 구도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전주(錢主)들로부터 돈 끌어와 땅 사 모으고, 정부 인허가받고, 부동산 개발 전체를 지휘하는 디벨로퍼가 본격 등장한 것이다.
▶디벨로퍼의 세계엔 명암이 분명하다. ‘한국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MDM그룹의 문주현 회장은 다니던 회사(나산그룹)가 부도나자 재취업을 하지 않고 1998년 서울 서초동에 월세 20만원짜리 오피스텔을 얻어 창업했다고 한다. 손대는 부동산 개발 사업마다 성공을 거둬 국내 굴지의 부동산 개발 업체를 일궜다. 반면 2000년대 초 서울 동대문에 초대형 쇼핑몰 건립을 추진하던 굿모닝시티 윤창열 대표는 분양 대금 3700여억원을 가로채고 회삿돈을 횡령하며 정치권에 뇌물 준 혐의 등으로 징역 10년형을 받았다. 만기 출소 후에 또다시 사기 혐의로 수감됐다 지난해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했다.

▶부동산 호황기에 엄청난 숫자의 디벨로퍼가 생겨났다. 건설사 출신, 은행원, 공무원은 물론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전문직 출신들도 있다. 별다른 학맥이나 직장 경력 없이 남다른 ‘부동산 감’을 가진 동네 유지나 주부도 디벨로퍼로 뛴다. 소규모 상가 건물만 잘 개발해도 상당한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 디벨로퍼들이 난립한다고 한다.
▶디벨로퍼는 큰 위험 부담을 지고 인생을 거는 사람들이다. 실패하면 감옥 가기 십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장동 요지경은 그런 위험 부담 없이 일확천금을 챙겼다. 천문학적 돈을 챙긴 사람들은 그 돈으로 다시 서울 등 요지의 부동산을 사들였다고 한다. 부동산이 부동산을 만드는 부동산 요지경이다. 집값 폭등으로 벼락거지가 되고, 전셋값 폭등으로 살던 집에서 밀려나게 된 사람들로선 혀를 찰 노릇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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