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영원한 군인]
[트럼프 한·일 방문이 이렇게 다른 것은 외교력 차이다]
["트럼프는 못 믿어도... '장군 삼총사'는 믿는다"]
콜린 파월, 영원한 군인

2001년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김대중(DJ)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자신을 ‘디스 맨’이라고 칭한 부시의 결례 못지않게 DJ를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회담에 배석했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이례적인 이석(離席)이었다. 부시가 대화 도중 갑자기 파월에게 눈짓을 하자 파월은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파월은 전날 언론에 “새 행정부는 전임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밖으로 나간 그는 기자들에게 “내가 앞서간 것 같다”며 자신의 발언을 번복했다. 부시 행정부 초기 네오콘(신보수주의) 강경파에 둘러싸여 있던 파월의 처지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자메이카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파월은 학군장교(ROTC)로 임관한 이래 군인으로서 승승장구했다. 냉전 말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쳐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 때 역대 최연소이자 최초의 흑인 합참의장에 올랐다. 그는 1991년 걸프전쟁을 이끌며 무력 개입은 분명한 목표 아래 압도적인 전력을 사용해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는 ‘파월 독트린’을 보여줬다. 그 명성 덕에 공화당 대선 후보로 심심찮게 거론됐다. 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최초의 흑인 국무장관으로서 최고위 외교관이 된 것은 그에겐 큰 시험대였다.
▷파월은 군 출신으로 국무장관이 된 조지 마셜, 나아가 대통령까지 오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를 꿈꿨을지도 모르지만 부시 행정부에선 외롭게 분투해야 했다.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강경한 대외정책에 맞서 온건 실용파로서 목소리를 냈지만 역부족일 때가 많았다. 때론 원치 않는 ‘총대’도 메야 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전 유엔 연설은 그의 이력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이 됐다. 슬라이드까지 동원해 후세인 정권이 비밀리에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해 왔다고 주장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정보였다. 훗날 그는 “그 일로 고통스럽다”고 털어놨다.
▷파월은 공직을 떠난 뒤 당파와 이념에 얽매이지 않았다. 특히 군을 정치에 끌어들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겐 넌더리를 냈다. 지난해 6월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엉겁결에 군복을 입은 채로 트럼프의 정치 이벤트에 등장해 구설수에 오른 뒤 군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사임해야 할까요?” 파월은 단호했다. “제길, 안 돼. 그 자리를 절대 받지 말라고 했건만. 트럼프는 완전 미치광이야.” 밀리는 사표를 내는 대신 ‘있어선 안 될 자리에 있었던 실수’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18일 파월의 별세에 애도와 헌사가 넘치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무거울 이들은 ‘영원한 선배’를 떠나보내는 군인들일 것이다.
-이철희 논설위원, 동아일보(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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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일 방문이 이렇게 다른 것은 외교력 차이다
다음 달 방한(訪韓)에 앞서 5일 방일(訪日)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아베 일 총리와 골프 회동으로 3일간의 일정을 시작한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아베가 방미(訪美)했을 때 골프를 함께 하며 우의(友誼)를 다진 바 있다. 당시 27홀 골프와 아침·점심·저녁 식사를 모두 함께한 것은 정상회담 역사에 이례적인 일로 기록돼 있다. 트럼프는 6일 미·일 정상회담 후에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에 참석한다. 안보 분야에서 미국이 일본과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안팎에 강하게 발신하는 것이다. 북에 의해 납북돼 사망한 여중생 요코다 메구미의 부모를 면담하는 일정도 잡혀 있다. 미·일은 트럼프 방문을 계기로 더 결속하고 북에 대해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에 비해 7일부터 이틀간 방한하는 트럼프의 일정 중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은 잘 보이지 않는다. 국회 연설을 빼고는 사실상 눈에 띄는 행사가 없다. 트럼프가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북한에 경고하는 일정이 거론됐지만 없던 일이 될 것 같다. 청와대는 부인했지만, 미·일 언론은 우리 정부가 DMZ 방문을 반대한다고 보도했다. 방한한 역대 미 대통령 대부분은 중요한 고비 때마다 DMZ에 서서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돌아오지 않는 다리'까지 직접 걸어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보다 훨씬 더 많은 한국의 전후 납북 피해자들도 만나지 않는다. 한국에 3만명 넘게 정착한 탈북자 대표를 만나 북한 실상을 직접 청취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테지만 이런 일정도 없다. 청와대는 트럼프 방한이 25년 만의 국빈 방문이고 24년 만의 국회 연설이라고 강조한다. 의미가 있지만 일본과 비교되면서 전체 방문 일정이 빈약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과 일본은 국력에서 차이가 있다. 어떤 나라든 일본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북핵 사태로 우리만큼 절박한 나라가 없다. 그런데 덜 절박한 일본은 절박하게 미·일 동맹 강화를 위해 뛰고 우리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한·일 방문 내용이 이렇게 다른 것은 국력 차이에 앞서 외교력과 절박함의 차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미·중·일·러에 파견되는 한국 대사들이 의외의 인물들로 채워진 것에 대해 "외교관은 아무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인사"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현 정부에서 정통 외교관들의 경륜과 경험을 무시하고 '코드' 인사들만 중용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지금 4강 대사 중에 주재국의 정책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없다. 외교에 사활이 걸린 나라에서 외교 진용을 이렇게 짜고서 국익을 확보할 수 없다.
-조선일보(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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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못 믿어도... '장군 삼총사'는 믿는다"
[워싱턴 정가 "美 안보 중심 잡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
-3인방, 돌아가며 트럼프 발언 수습
트럼프 '北 완전파괴' 연설 뒤 매티스 "외교 수단으로 해결을"
트럼프 '단 하나의 수단' 언급 뒤 켈리 "외교 통하길 기대하자"
-"군인들이 전쟁 더 싫어해"
전쟁 나면 군인이 가장 큰 희생… 승리할 확신 없으면 시작 안해
지난 12일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 갑자기 등장한 존 켈리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 오늘 그만두지 않는다. 대통령이랑 금방 얘기했는데 오늘 잘릴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을 포함한 정부 주요 인사 연쇄 사퇴설을 부인하러 나온 자리였다. 켈리는 "(대통령 비서실장은) 내가 해본 일 중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최고의 일은 아니다. 내가 해본 최고의 직업은 해병 상사였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던 백악관에 '군기반장'으로 영입된 해병대 4성 장군 출신 켈리의 임무는 이날도 '정리와 수습'이었다.
지난 10일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열린 NSC(국가안보회의) 70년 기념 토론회엔 현역 육군 중장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헨리 키신저, 스티븐 해들리 등 역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단상에 올랐다. 맥매스터는 "NSC 인력은 현재 367명으로 이 중 정책 담당이 약 160명"이라며, 오바마 때 400명에 달했던 인원을 줄였다고 했다. 그는 "NSC의 효율성을 높여 장기 전략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장 괴로운 문제는 국가안보 정책 논의 과정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켈리, 맥매스터 등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는 장군 삼총사는 조셉 던퍼드 합참의장과 함께 '트럼프 월드' 내에서 '안정'과 '균형'을 담당하고 있다. 예측 불허하고 좌충우돌인 트럼프가 뒤흔들고 지나간 자리를 수습하는 역할이다. 그래서 워싱턴에선 이 삼총사를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이라고 부른다. 야당과 언론도 "트럼프는 못 믿지만 저 장군들은 믿는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에서 둘째)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북한과 이란 문제를 놓고 군(軍) 수뇌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허버트 맥매스터(맨 왼쪽)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제임스 매티스(왼쪽에서 둘째) 국방장관, 존 켈리(맨 오른쪽)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 장성 출신들을 발탁할 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강성 퇴역 장성들로 정부를 채우면 호전적인 '군인 정부'가 될 거라고 했다. "부엌에 군인이 많으면 식탁에 군대 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쟁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이 군인이다. "우리는 매일 전쟁할 준비를 한다. 그게 직업이니까. 하지만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군인들의 생각이다. 전쟁이 나면 군인이 가장 큰 희생을 치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장군 삼총사도 누구보다도 전쟁을 잘 아는 군인들이다. 켈리, 매티스, 맥매스터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다. 켈리 비서실장의 아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했다.
1993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유엔 대사는 보스니아 사태에 대한 군사 개입을 주저하는 콜린 파월 당시 합참의장에게 "도대체 그 굉장하다는 공군은 왜 가지고 있는 거냐"고 거칠게 항의했다. 파월은 당시 목표가 정확하고 결정적인 힘을 갖췄을 때만 군사 개입을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승리할 확신이 없는 전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장군 삼총사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 미국은 여전히 "군사적 방안을 포함한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묘하게 수위를 조절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긴장이 높아지면 뼛속까지 군인인 장군 삼총사가 돌아가며 '외교적 방안'을 언급해 수위를 낮춘다. 트럼프가 유엔에서 '북한 완전 파괴' 연설을 했을 때 매티스는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폭풍 전 고요'와 '단 하나의 수단'을 말하며 군사행동을 시사할 때 켈리 실장은 "외교가 통하길 기대한다"며 뒷문을 열어놓았다. 트럼프가 '화염과 분노' 발언을 했을 땐 맥매스터 등 안보 수장들이 일제히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데니스 블레어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 직후 "(대통령과 참모들이 각각 다른 얘기를 하는 건) 당연히 조율이 안 된 결과"라고 했다. 미 언론들도 대부분 '불협화음'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패트릭 크로닌 미국 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일사불란하진 않더라도 북핵 문제에 관한 한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을 갖고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트럼프가 정말 군사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북한과 중국이 믿게 만들어 북한을 협상으로 유도하는 '작전'이란 것이다. 발비나 황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이나 이란, 중국이 트럼프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믿게 만드는 것은 영리한 전략일 수 있다"고 했다.
-강인선 기자, 조선일보(17-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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