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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대박 예보, 2년 전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이재명 ‘표절논문’이 예견한 대장동 사태]

뚝섬 2021. 10. 21. 06:27

대장동 대박 예보, 2년 전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김창균 칼럼]

이재명, “설계했고 문제없다” 실패 대비 확정수익 선택 주장.. 화천대유 1000배 대박 합리화
2년 전 재판 땐 “성공 90~100%”, 특혜 아니면 뇌물 근거도 흔들.. 유동규 왜 감옥에 있는 건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국정감사 답변을 듣고 가장 황당해한 쪽은 검찰이었을 것이다. 유동규씨가 이 지사 몰래 화천대유에 대박을 몰아준 것으로 시나리오를 짜놨는데 이 지사가 “내가 한 것”이라고 ‘자백’했다.

 

유동규씨는 ‘배임 및 뇌물’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구속 영장은 “성남개발공사의 배당금 상한액을 1822억원으로 제한해서 화천대유와 관계사인 천화동인이 나머지 배당금 전액을 받도록 했다”면서 “공사 측에 수천억 원의 손실을 끼치는” 배임을 저질렀다고 했다. 이런 특혜를 주는 대가로 배당 수익의 25%를 약속받고 수억 원을 이미 받았다면서 뇌물죄도 적용했다. 

 

이재명(가운데) 경기지사가 지난 2010년 성남시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 사무소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분당 리모델링추진위원장협의회 관계자들과 함께 서 있다. 이 지사의 오른쪽이 당시 연합회장을 맡았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다. 당시 협의회 측은 “분당을 재도약시키고 성남을 부흥시키겠다는 포부와 약속을 믿고 이 지사를 지지한다”고 했다./성남투데이 홈페이지

 

검찰이 밝히려는 대장동의 진실은 그동안의 수사 궤적을 통해 대략 짐작이 된다. 검찰은 ‘그분’에 대한 단서가 담겨 있을 유동규 휴대전화를 며칠째 못 찾고 헤매는 시늉을 했는데 경찰이 한나절 만에 “여기 떨어져 있네”라며 주워 오다시피 했다. 성남시청 압수 수색을 미루고 미루다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경계 경보까지 울리더니 막상 가장 중요한 시장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중심 못 잡고 비틀대는 슬랩스틱과 과장된 동작으로 눈속임하는 할리우드 액션이 뒤범벅된 저질 코미디였다. 검찰과 사전 교감을 마치고 귀국한 냄새를 풍긴 남욱 변호사는 묻지도 않았는데 “이재명 지사는 ‘그분’이 아니다”라고 친절한 주석을 달았다.

 

이재명 지사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이중 삼중의 방화벽을 세심하게 설치했다. 유동규 주범을 중심에 놓고 ‘그분’ 배역에 적당한 윗선을 얹고 공범 한두 명을 곁들이는 식으로 범죄 조직도가 그려진다. 이렇게 짜 맞춘 수사 설계를 이 지사가 뭉개 버렸다. 상무가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잡아들였는데 CEO가 “그 결정 내가 했다, 뭐가 잘못이냐”고 나섰다.

 

검찰은 외통수로 내몰렸다. 수사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유동규에게 들이댔던 배임 혐의를 이재명 지사에게 적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반대로 이 지사가 배임이 아니면 유동규씨도 배임이 될수 없다. 그렇게 되면 뇌물 혐의도 함께 삐끄덕 거린다. 검찰은 유동규씨가 화천대유에 ‘특혜’를 줬고 그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 지사는 화천대유의 수천억 수익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감수한 정당한 몫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폭등 덕분에 기대밖의 횡재를 했을 뿐이라는 거다. ‘특혜’가 없었으니 그 대가도 있을 수 없다. 대가성이 없는 돈은 뇌물이라고 부를 수 없다. 유동규씨가 지금 왜 감옥이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워 진다.

 

이 지사가 유동규씨를 희생양으로 삼는 수사 설계를 거부한 이유가 뭘까. “나는 몰랐다”고 하면 법적인 책임은 면할 수 있을 지 모른다. 그 대신 ‘단군이래 최대 공익 환수’라는 대장동 신화와 ‘당차고 일 잘하는 이재명’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함께 포기해야 한다. 이 지사 본인이 사업 설계를 승인했다는 증거가 뒤늦게 튀어나올 위험성도 신경쓰였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했고, 잘못 없다” 좌표에 방어 진지를 구축했다. 화천 대유 1000배 대박을 합리화 하려니 꼭 필요했던 논거가 ‘대장동 사업 불확실성’이다. 성공할 지 실패할 지 사전에 알 수 없기 때문에, 확정 수익을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공공 부문은 그래야 한다”고 했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왜 포함시키지 않았느냐”는 야당측 추궁에 “집을 5억원에 팔기로 해놓고 나중에 잔금을 치를 때 집값이 올랐으니 나눠 갖자고 하면 계약이 깨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장동 사업 전망은 선거법 위반 재판때도 쟁점이었다. 2018년 지방선거때 대장동 사업은 착공조차 되지 않은 시점이었는데 이 지사는 선거공보에 “결제 한번으로 5503억원 수익을 환수했다”고 썼고, 유세 때는 “그 돈을 내가 팍팍 썼다”고 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과거 시제로 업적을 홍보했으니 허위사실 공표라는 게 검찰 논거였다. 이 지사측은 대장동 사업은 성공이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반박했다. 2019년 1월 1심 공판에서 이 지사는 “이 사업의 성공은 거의 90~100% 확정된 것이었다”고 했다.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은 한국판 비버리힐스라고 불릴 정도로 사업성이 높이 평가됐고 천재지변이 없는 한 이 사업은 실패하지 않는다”고 했다. 2년전 재판때는 “호우 가능성이 90~100%”라고 하더니 지금은 “가뭄에 대비해야 했다”고 한다. 이재명 지사의 대장동 수익 예보는 그때 그때 다르다.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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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표절논문’이 예견한 대장동 사태

 

[오늘과 내일]

단체장의 개발-인사 비리 가능성 경고
지방권력 전횡 방치하다 ‘게이트’ 초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석사논문 제목이 공교롭게도 ‘지방정치 부정부패의 극복 방안에 관한 연구’다. 성남시장 출마 전인 2005년 가천대에서 썼는데 “인용 표시를 다 하지 않아 표절이 맞다”고 자인했지만 지방 영주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단체장은 부패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의식은 대장동 사태를 내다보기라도 한 듯 16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이 지사의 지적대로 기초자치단체는 특히 비리에 취약하다. 성남시장의 경우 한 해 3조4000억 원의 예산 집행과 3200명의 공무원 인사, 각종 인허가 권한을 독점한다. 권한은 막강한데 보는 눈은 적으니 탈이 날 가능성이 높다. 감사원이 2015∼2019년 자치단체 인허가 업무를 감사해 징계나 시정을 요구한 대상도 92%가 기초 시군이었다.

이 지사는 개발 사업과 관련된 부패 실태를 상세히 기술했는데 “당선 또는 재선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지방정치가와 부당한 이익을 도모하는 자들 사이에서 부패가 발생한다”고 했다. 민관 합동 개발로 이익금 일부를 환수해 시장은 ‘성남시장 시절 최대 치적’이라는 정치적 스펙을 챙기고, 업자들은 부당한 떼돈을 벌어간 대장동 사업이 딱 들어맞는 사례다.

 

선거 공신의 인사 우대를 부패 행위로 규정한 점도 인상적이다. 그 자신도 성남시장 선거를 도운 유동규를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시의회에서 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킨 뒤 2014년 선대위원장을 맡은 최윤길은 성남시체육회 부회장 자리에 앉혔다. 선거를 도운 폭력 전과자들이 시와 산하기관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백현동 개발 의혹의 핵심 인물로는 2006년 선대본부장 이름이 거론된다. 멀리해야 할 사람들을 ‘가까운 사람’으로 쓴 인사 부패가 인허가 비리와 합쳐져 역대급 게이트가 된 것이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빤한 동네에선 직분에 맞는 거리 두기가 어렵다. 그만큼 단체장의 전횡에 쓴소리하기가 쉽지 않다. 단체장은 임기 4년에 3연임이 가능하다. 한번 눈 밖에 나면 10년 넘게 고생하니 내부고발은 언감생심이다. 외부 통제도 헐겁다. 논문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단체장의 시녀’이고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감시도 ‘부실’하다. 임명 권력은 선출 권력에 복종하는 게 민주주의 대원칙”이라는 단체장이 경찰이나 검찰이라고 무서울까.

 

이 지사는 탄핵 대상인 대통령이나 국회의원과 달리 단체장은 징역형에 해당하는 죄만 아니면 징계할 수 없는 제도를 지방정치 부패의 요인으로 거듭 지적했다. 논문이 통과된 후인 2007년 주민소환제가 도입돼 단체장도 임기 전에 쫓아낼 수 있게 됐지만 주민투표까지 간 사례는 10건 정도다. 그것도 대부분 화장장 같은 혐오 시설 건립을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손해 보는 일이 아니면 시장이 무슨 나쁜 일을 하건 다들 무관심한 것이다.

지방의회가 부활한 때가 1991년, 단체장 직선제 시행이 1995년이다. 이 지사의 논문은 직선제 도입 10년 후 나왔다. 그는 “지방자치를 폐지해야 한다는 극언조차 나오는데 근저에 지방부패가 있다”고 했다. 지금은 달라졌을까. 형사 처벌로 임기를 못 채운 단체장이 20년간 100명이 넘는다. 개발이 활발한 경기 용인시의 민선 시장 6명은 죄다 뇌물수수나 인사 비리로 구속됐다. 논문에 “권력의 필연성만큼 통제의 필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30년간 자치 분권과 지방 이양만 말할 뿐 지방권력의 감시와 견제에 눈감은 대가를 크고 작은 대장동 사태들로 치르고 있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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