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고 뒤엎고 엇나가고… 되레 의혹 키운 李 대장동 발언]
[‘고담시장’ 이재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국민들]
비틀고 뒤엎고 엇나가고… 되레 의혹 키운 李 대장동 발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민간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은 것에 대해 그제 국정감사에서 “(2015년) 공모하고 승인한 내용을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된 다음에 변경을 하면 안 된다. 이게 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지사는 2017년 민간업자들에게서 대장동 터널 공사비 등 1100억 원을 추가로 받아낸 것에 대해선 “권한에 없는 일을 한 것” “인허가권을 남용했다고 비난받을 사항”이라고 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은 법을 탓하고 공이라고 내세울 만한 부분은 권한이 없는데도 실행했다고 설명한 것이다.
또 이 지사는 “성남시가 회수한 것은 현재 가치로는 7000억 원 가까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이 지사는 공공 환수 금액을 총 5503억 원이라고 말해왔는데, 갑자기 ‘현재 가치’라는 기준을 적용해 금액이 부풀려 보이게 표현한 것이다.
유동규 씨가 측근인지에 대한 발언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유 씨의 비리가 처음 불거졌을 때 이 지사는 유 씨에 대해 “산하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이 미어터질 것”, “측근 그룹에 끼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제는 “가까운 사람인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정말 가까이하는 참모는 ‘우동규’로 표현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유 씨와 거리를 두려고 하다보니 자꾸만 사실을 비틀게 되는 것이다.
민감한 질문에는 엇나가기로 본질을 흐렸다. ‘측근 비리가 밝혀지면 사퇴하겠느냐’는 질문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이 100% 확실한 그분의 문제에 국민의힘이 사퇴할 것인지 먼저 답하라”며 거꾸로 야당을 재촉했다. 배임 혐의와 관련된 질문엔 “100% 민간이 개발이익을 가지게 한 전국의 모든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인허가권자는 다 배임죄냐”고 했다. 민간 개발은 민관 합동으로 진행된 대장동 개발과 달리 토지 강제 수용권이 없는데도 교묘하게 초점을 돌린 것이다.
이 지사가 이런 식으로 말을 바꾸고 비튼다고 해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체를 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의혹과 불신만 키울 뿐이라는 사실을 이 지사는 알아야 한다.
-동아일보(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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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시장’ 이재명
[송평인 칼럼]
이재명 이후 고담시 닮아간 성남, 가짜 모라토리엄으로 기만하고
대장동에선 무능 부패 드러내.. 조폭 같은 측근에 조폭 연루까지

성남은 특별한 시군 기초자치단체다. 서울 강남에 인접한 배후지역이라는 위치 덕분에 강남 다음으로 아파트 값이 비싼 판교와 분당이 있고 실리콘밸리 같은 판교 IT 단지도 있다. 지방세만으로도 세수가 넘쳐 국가나 경기도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다시피 하니 간섭도 거의 안 받는다. 그래서 시장의 권력이 막강한데도 지방이라서 언론의 감시도 소홀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010년 성남시장이 되자마자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을 했다. 전임 시장이 호화 시청사를 짓느라 돈을 펑펑 쓰긴 했지만 재정자립도가 그보다 훨씬 못한 지자체도 모라토리엄을 선언해 본 적이 없다. 정작 돈을 받아야 할 국가 측은 한 해 수백억 원씩만 갚으면 된다는데 돈을 줄 쪽이 오히려 수천억 원 빚 타령을 하며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그리고 3년 뒤, 있지도 않던 모라토리엄 위기를 극복했다고 자찬하더니 이후로는 넘쳐나는 세수에다 경기도의 가난한 시군으로 가야 할 돈까지 움켜쥐고 ‘나 홀로 퍼주기 복지’를 하면서 경기지사와 대통령으로 가는 정치적 가도를 닦았다.
대장동 개발은 그의 2014년 재선 이후 본격 추진됐다. 그는 자신은 100% 공영개발을 고집했지만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반대해 못 했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그의 재선 이전에는 타당하지만 재선 이후에는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다수를 점했기 때문에 거짓말이다.
‘두 번 담그기(double dipping)’란 말이 있다. 한 번은 공영개발에 담가 저가에 토지 수용을 한 뒤 또 한 번은 민간개발에 담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대장동 민간개발을 주도하다 이 지사에게 사업권을 뺏긴 업체에 따르면 민간개발만으로는 예상 수익이 3400억 원이었지만 관이 개입해 토지 수용에서만 6000억 원의 이득이 더 났다. 손해는 원주민 몫이었다.
이 지사는 100% 민간개발보다 더 탐욕적인 방식을 택하면서 자신의 임기 중 손에 쥘 확정 금액에만 정신이 팔려 민간업체 초과이익 환수 조항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나중에 막대한 민간업체 이익을 보고 그 일부를 빼돌리려 했는지는 다음 얘기다. 무능이냐 부패냐가 아니라 무능 기본에 부패 추가가 어느 정도인가의 문제일 뿐이다.
배트맨 시리즈에는 고담시라는 가상 도시가 나온다. 성남시는 이 지사 재임 이후 선량들 위에 약탈자들이 활개 치는 고담시를 닮아갔다. 이 지사, 정진상 캠프 부실장 다음의 ‘넘버3’였다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는 대장동 설계를 지휘하면서 실무를 담당한 변호사(남욱)와 회계사(정영학)의 뺨을 후려갈길 정도였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출마할 때 선대본부장을 한 김인섭은 백현동 개발 시행사 대표를 협박해 지분 25%를 받아가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지사 측근들의 조폭 같은 짓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실제 조폭이 등장한다. 이 지사는 변호사 시절 조폭 사건을 수임했다. 성남시장 시절에는 그 조폭 출신이 운영하는 기업에 중소기업인 대상을 줬다. 후임인 은수미 현 성남시장은 바로 그 기업으로부터 1년간 운전기사와 차량을 제공받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이 항소심의 절차적 오류를 트집 삼아 벌금 90만 원만 선고하는 바람에 시장직을 유지했다.
그 조폭이 성남 국제마피아파이고, 출신 기업가가 이준석이고, 기업이 코마트레이드임은 검찰 공소장과 판결문에도 다 나온다. 국회 국감장 화면에 등장해 이 지사에게 뇌물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박철민(수감 중)은 이준석 아래 조직원이었다고 한다. ‘돈 사진’의 진위 논란이 불거져 있지만 본인이 얼굴과 실명을 밝히고 ‘거짓이면 처벌받겠다’고 한 만큼 정식 고발 절차를 밟게 하고 검찰이 사실인지 무고인지 수사해 잘못을 가려내야 한다.
‘흐흐흐, 크크크’ 국감장에서 조커의 웃음이 흘러나왔다. 조커는 사실 힘은 세지 않다. 그럼에도 위협적인 것은 규칙을 무시하고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공격하기 때문이다. 배트맨까지 쩔쩔맬 정도다. 이 지사는 모라토리엄 선언 때부터 조커적 재능을 보여줬다. 민주당에서조차 ‘이재명은 한다면 한다. 거짓말까지도’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왔다. 조폭의 말이 그대로 믿기 어려운 만큼 이 지사의 말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 어디 거짓말뿐이겠는가. 쌍욕에 표절에 범죄(전과 4범)까지. 이 불온한 기운을 멈춰 세워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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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모두가 이긴 거야. 모두가 상을 받아야 해.” 도도새가 말했다. “그러면 누가 상을 줘?” 동물들이 물었다. “그건 물론 저 애지.” 도도새가 앨리스를 가리켰다. 그러자 동물들이 앨리스를 둘러싸고 왁자지껄 외쳤다. “상을 줘. 상을 줘!” 앨리스는 당황해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마침 호두 사탕 한 봉지가 있어서 모두에게 상으로 나눠 주었다.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에서
앨리스는 정원에 나타난 토끼를 쫓다가 이상한 세계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앨리스는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고양이, “너는 누구냐?”고 자꾸 묻는 쐐기벌레, 교훈만 늘어놓는 귀부인과 화가 날 때마다 “저 놈의 목을 베라”고 명령하는 여왕을 만난다. 차를 한 잔도 마시지 못하는 티파티에도 참석하고 재판정에서 입바른 말을 하다가 사형선고를 받기도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동화로 알려져 있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상을, 특히 노닥거리거나 졸거나 거들먹거릴 줄만 아는 당시 지배 계층의 모순을 풍자했다. 이런 비판은 과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출발점도 다르고 결승선도 없고 언제 끝나는지도 알 수 없는, 그러나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달리기 경주는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롭다면서도 지배 권력층의 이익만을 챙겨온 현 정부의 모토를 떠올리게 한다.
이상한 나라의 동물들은 땀 흘리며 힘들게 경기하고도 승패를 가리지 않는다. 모두가 이겼다면서 경주에 함께 참가한 앨리스에게 상품을 내놓으라고 한다. 다 같은 우승자라면서도 앨리스의 사탕을 자기들끼리만 나눠 먹고는 그녀의 골무를 빼앗았다가 도로 주면서 앨리스에게 주는 상이라며 환호하고 박수친다. 제대로 하는 일은 없이 국민의 등골을 빼먹는 정치인들의 쓸모없음에 대한 가차 없는 조롱이다.
처형 직전 ‘휴, 꿈이었구나!’ 하고 깨어나는 동화와 달리, 비리는 감춰지고 의혹은 사라지고 죄와 거짓과 위선만이 득세하는 세상은 눈앞의 현실이다. 하루하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으로 산다. 그런 국민이 어디 나 하나뿐일까.
-김규나 소설가, 조선일보(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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