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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아닌 가까운 사이’ 유동규,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 최순실] ....

뚝섬 2021. 10. 25. 06:18

‘측근 아닌 가까운 사이’ 유동규,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 최순실

 

[천광암 칼럼]

유독 ‘유동규’ 질문엔 “기억 안나”
박근혜도 최순실을 ‘주변’ 지칭
측근 아니라할수록 커지는 의구심

 

지난주 경기도 국감에서 이재명 지사의 답변은, 강변이든 궤변이든 대체로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유동규’ 세 글자만 만나면 ‘크크크’를 곁들인 ‘사이다 화법’이 일순 답답한 ‘고구마 어법’으로 돌변했다. 이틀간의 국감에서 심상정, 이영, 이종배 의원 등 3명이 ‘2010년 유 씨를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에 임명하는 인사에 지시하거나 개입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기억이 안 난다”는 표현을 18일에 4번, 20일에 6번 썼다.(참고로 이 지사의 측근인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임원추천위원회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이 인사에 대해서는 경력 조작, 부실 심사, 맹탕 감사 등의 의혹이 쏟아지는 중이다.)

20일 국감에서 이 지사는 “유 씨와는 작년 말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강조하다가 “유 씨가 압수수색을 당할 당시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꺼냈다. 하지만 “누구에게 들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또 한 번 “기억이 안 난다”는 방패 뒤로 숨었다. 유 씨가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지난달 29일, 불과 한 달도 안 지난 일이다. 유 씨의 말 한마디에 수사 칼날이 어디로도 튈 수 있는 비상한 시기에, 그처럼 내밀한 정보를 누구에게 들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을 믿으란 것인가.

이 지사는 유 씨와 “오랜 친분”, “가까운 사이”를 인정하면서도 ‘측근’이라는 수식어는 한사코 거부했다. 그리고 그 근거 중 하나로 유 씨가 ‘사장도 아닌 본부장’이었다는 사실을 내세웠다.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다. 유 씨는 2015년 3월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을 불과 보름 정도 앞둔 시점에 임기를 절반도 못 채운 황무성 사장을 밀어내고 직무대리 자격으로 사장 권한을 틀어쥐었다. 후임 사장이 올 때까지 3개월간 벌어진 일이 성남의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민간 분야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사업협약서 확정 등의 일이다. 토건 비리세력에 ‘돈벼락’을 안기는 설계 작업이 이 기간 동안 완벽하게 처리된 것이다.

 

통상 정부부처 차관이나 국회의원 출신이 가던 경기관광공사 사장 자리에 유 씨가 앉게 된 배경을, 이 지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유 씨가 압수수색을 당한 바로 다음 날 토론회에서다. “이분이 시설관리공단과 도시개발공사에서 직원 관리하는 업무를 맡아서 매우 잘했기 때문이다.” 황당한 이야기다. 유 씨는 2010년 이사장이 공석이던 시설관리공단에 입사하자마자 3개월간 20번이나 인사권을 휘둘렀다. 자신의 업무추진비 자료가 언론에 공개됐다는 이유로 회계담당 직원 5명 전원을 직위해제했다가 복직시키는 등의 전횡으로 감사원 지적을 받기도 했다. 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시절에는 남욱, 정영학 등 토건비리 세력의 끄나풀들을 끌어들여 별동대를 조직한 뒤 화천대유를 위한 일확천금 실무 설계를 맡겼다. 그 대가로 유 씨는 700억 원이 넘는 뇌물을 약속받았다.

 

유 씨가 이 지사의 ‘측근’으로 언론에 등장한 것은 9년도 더 된 일이다. 2012년 5월 2일자 한 중앙일간지는 이런 소식을 싣고 있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줄곧 대장동을 공영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는데도, ‘측근으로 불리는’ 유 씨가 민관공동개발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당시 성남시 관계자는 “시 소유 시설물을 관리하는 기관의 간부가 시장이 외국 출장 중인 시점에 도시개발을 멋대로 발표한 배경을 파악 중”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대장동 개발은 유 씨가 밝힌 내용대로 진행됐다. 이런 유 씨가 측근이 아니면 비선실세였단 말인가.

 

2016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게이트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3번에 걸쳐 대국민 사과담화를 했다. 1차 때는 최 씨와의 관계를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고 했다. 2차 때는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 곁을 지켜줬다”고 말했다. 3차 때는 “주변을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라고 했다. ‘비선실세’라는 이미지를 탈색시키기 위해 일부러 사적인 인연을 강조하거나 ‘주변’이라는 모호한 명사를 골랐을 터다.

이 지사의 ‘측근 아닌 가까운 사이’와 박 전 대통령의 ‘어려울 때 도와준 사이’라는 이상야릇한 어법 뒤에 가려진 본질은 같을까, 다를까. 이 지사가 ‘측근’이라는 표현을 밀어내려고 하면 할수록 커지는 의구심이다. 진실을 밝혀내기까지 검경 수사의 갈 길이 멀다.

-천광암 논설실장, 동아일보(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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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워터 규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과 국민의힘 경선 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소시오패스(sociopath·반사회적 인격 장애)’ 발언을 놓고 격돌했다. 원 전 지사의 아내인 정신과 전문의 강윤형 씨가 유튜브에 출연해 이 후보에 대해 “자기편이 아니면 아무렇게 대해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듯 답변하는 것은 소시오패스의 전형”이라고 말한 것이 불씨가 됐다.

▷23일 원 전 지사와 함께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이 후보 측 현근택 변호사는 “강 씨 발언은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과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맞서 원 전 지사는 “전문적 소견에 비춰 의견을 이야기한 것인데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감정이 격해지자 생방송 도중 자리를 뜨는 ‘방송사고’까지 터졌다.

▷방송 이후에도 장외 공방은 계속됐다. 여당 측은 “문제의 발언은 명백한 의사윤리 위반”이라고 집중 공세를 폈고, 원 전 지사는 “대통령 후보의 정신 건강은 명백한 ‘공적 영역’”이라고 받아쳤다. 일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별문제가 안 됐을 텐데 정신과 전문의의 의견이었다는 사실이 민감했던 모양이다.

▷1964년 미국 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이 한 잡지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배리 골드워터에 대해 “정신 상태가 대통령직 수행에 적절하지 못하다”고 답변한 것이 논란이 됐다. 골드워터는 잡지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당시 잡지사 편집장은 보상금으로 7만5000달러를 지불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정신의학회는 전문의가 직접 진단하지 않은 공인(公人)의 정신 상태에 대한 의견을 언급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선언했다. 전문의가 직접 진료를 했고, 당사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골드워터 규칙’이다. 우리나라 정신의학회도 회원들에게 이 같은 골드워터 규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평범한 일반인이 아닌 공인이라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만 강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타인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인에 대해선 건강 문제도 경고해야 한다는 ‘경고의 의무(duty to warn)’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의견 제시를 획일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신·심리학 등 전문가들도 2017년 콘퍼런스를 열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많은 사람의 생사가 걸린 대통령직이라는 권력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의 직업윤리와 엄중한 대통령직의 무게 사이 적절한 균형점을 모색해야 할 때다.

 

-정연욱 논설위원, 동아일보(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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