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망국병 ‘대깨×’] [‘비호감 대통령’ 뽑을 수밖에 없다면]

뚝섬 2021. 11. 1. 13:05

망국병 ‘대깨×’

 

[박제균 칼럼]’

이재명 숱한 의혹에 눈감은 팬덤.. ‘머리 깨져도 끝까지’ 대깨문 닮아
‘대깨명’까지 출현하면 나라의 불행.. ‘대깨×’는 또 다른 증오 팬덤 불러

 

궁금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들은 과연 이 후보의 욕설 녹취를 들어봤을까? 들었다면 그 이후에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마음에 변화가 없었을까.

조사하기도 민망한 일이지만, 이 후보 지지자들 가운데는 의외로 욕설 녹취를 들어본 사람이 적지 않은 듯하다. 도저히 일국(一國)의 대통령 후보 입에서 나올 거라곤 상상할 수 없는 말을 듣고도 지지를 거두지 않은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이재명 측이 주장하는 ‘욕설 이유’를 100% 수긍했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내가 지지하는데, 욕설 따위가 대수냐’는 일종의 저항 심리가 작동한 건 아닐까.

지지자들 중에는 일부러 욕설 녹취를 찾아서 듣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어떤 도전(?)에도 흔들리지 않는 ‘명파’로 가기 위한 통과의례로 봐야 하나. 이런 열혈 지지자들에게 이재명의 종북 조폭 연루, ‘공짜 불륜’ 의혹 등은 ‘신념을 흥미롭게 하는 양념’일 뿐이다.

 

그나마 이 후보 지지 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대장동 의혹이다. 지지자 입장에서 다른 의혹들은 나와 큰 관계없는 ‘먼 나라 얘기’처럼 들렸지만, 대장동 게이트는 우리네 삶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아직도 30% 안팎의 단단한 지지율을 지탱하고 있다. 대장동 게이트가 이재명과 관련 없다고 믿고 싶어 하는 지지자들에게 그의 다른 의혹들처럼 ‘먼 나라 얘기’로 들리게 하는 신공(神功)을 이 후보가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게이트에는 벌써 3개의 녹취록이 등장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에 걸쳐서 녹음된 것들이다. 그들의 대화가 얼마나 어둡고 추악했으면 이렇게 ‘보험용’ 녹취록까지 생산됐을까. 그렇다면 ‘대장동 키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녹취록도 없으란 법이 없다. 만일 유동규의 녹취록이 있다면 그건 ‘윗분들’과 관련된 것일 공산이 크다.

여태 공개된 녹취록에서 드러난 충격적인 내용만으로도 대장동 사업의 최고 책임자였던 이재명은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려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특유의 음모론과 적반하장, 야당과 언론 탓, 강변과 궤변으로 비판자들을 도리어 조소(嘲笑)하고 있다. 이쯤 되면 아무리 지지자라도 흔들릴 법하건만, 오히려 이재명의 화법에 동화(同化)되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그런데 이런 무비판적인 지지의 모습,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5년 가까이 질리도록 봐온 소위 ‘대깨문’이 꼭 이랬다.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지도자, 내가 지지하니까 무조건 옳다는 지지자, ‘머리가 깨져도 끝까지 간다’는 극렬함, 지도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수록 더 똘똘 뭉치는 저항 심리까지…. 아직 댓글 공격까지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 또한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 대깨문에 이어 ‘대깨명’까지 출현한다면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돌아보면 민주당 쪽에서 정치적 지지 차원을 넘는 팬덤을 가졌던 정치인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정도다. 김대중은 본인이 받은 박해와 지역차별 정서가 어우러져 호남 출신을 중심으로 살아생전에 ‘선생님’ 팬덤을 형성했다. 하지만 그 자신이 화해와 용서, 국민화합 행보를 솔선해 비교적 건강한 팬덤을 남기고 떠났다.

노무현의 노사모도 고인의 대통령 재임 시에는 비판적 지지를 유지했던 ‘깨시민’이 주류였다. 노사모가 열혈로 바뀐 건 그의 비극적 선택 뒤였다. 그래도 노사모는 조직적으로 반대자를 공격하는, 자유민주주의에 도전하는 짓은 벌이지 않았다.

그런데 대깨문은 반대자를 적으로 돌리는 지도자에게 영향 받아 상대를 배척하고 공격했다. 대깨문에 이어 대깨명이 나타난다면 더 두렵다. 이 후보는 반대자를 배척하는 문재인 대통령보다 한술 더 떠 반대자를 겁박하고 심지어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측 윤석열 홍준표 예비후보에 대한 지지는 어떤가. 아직은 두 사람이 좋아서라기보다 문재인-이재명으로 이어지는 정권 승계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큰 소극적 팬덤이다. 그만큼 지지 기반이 물렁하다.

하지만 노사모가 대깨문을 낳고 대깨문이 대깨명을 낳을 조짐을 보이듯,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면 ‘대깨윤’ ‘대깨홍’도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바닥에 상대에 대한 증오가 깔린 팬덤은 또 다른 증오의 팬덤을 부르게 마련이다. 그런 증오와 분열의 정치가 갈 길은 오직 하나, 망국(亡國)이다.

-박제균 논설주간, 동아일보(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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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감 대통령’ 뽑을 수밖에 없다면

 

[朝鮮칼럼]

 

이번 대통령 선거는 특이하다. 여당은 이미 대통령 후보를 선출했고 야당도 이번 주 후보를 확정하지만, 이 시점에도 유권자들은 딱히 어느 곳으로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후보자들이 유권자를 끌어들이는 힘 자체가 매우 약하다. 김영삼, 김대중은 물론 이회창, 노무현, 박근혜, 그리고 문재인도 모두 열렬 지지층을 갖고 있었다. 이번에는 오히려 주요 후보들에게 느끼는 비호감도가 누구랄 것 없이 다 높다.

 

투표에 쓰이는 기표도장/뉴시스

 

이로 인해 선거는 사실상 진영 간의 다툼이 되었다. ‘어느 후보가 더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저쪽’이 이기게 둘 수 없으니 ‘우리’가 뭉쳐야 한다는 논리가 투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 편’이면 눈에 들보가 들어있어도 다 용서가 되고, ‘저쪽 편’이면 티끌조차도 용납할 수 없는 정파적 편향 속에서, 정책 논쟁이나 후보 역량에 대한 평가는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정책 대결은커녕 고소, 고발과 극심한 네거티브 캠페인만으로 선거전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후보자들의 언행이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일산대교 통행 무료화, 음식점 총량제 발언은 포퓰리즘에 능하다는 인상을 주고, 거기에 대장동 사건을 보면서는 혹시라도 부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윤석열 후보의 잇단 설화(舌禍)는 준비가 안 된 후보라는 인상을 주고 있고 현 정권 반대의 상징이라는 것을 넘어서는 미래지향적 비전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더욱이 이 두 후보는 중앙 정치의 경험도 없다. 홍준표 후보 역시 안정감을 주지 못하기는 마찬가지고, 그나마 합리적인 듯이 보이는 두 후보는 별로 주목받지 못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들 가운데서 누군가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왕적’이라고 할 정도로 권력이 집중된 우리의 대통령제에서 이들이 과연 그 직을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현행 대통령제를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우리 사회에 던져 주고 있다. 분권적인 형태의 통치 시스템으로 바꾸기 위한 개헌이 선거 과정에서 중요한 공약으로 제시되어야 하고 차기 대통령 재임 중에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어쨌든 그건 나중의 일이고 이번 선거에서는 누군가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 후보자에 대한 불안감을 그나마 줄일 수 있는 한 방안은 ‘팀(team)으로서의 대통령’을 확인하는 것이다.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자신을 도와서 주요 정책을 책임질 담당자를 미리 밝히라는 것이다. 영국과 같은 내각제 국가에서는 정당이 예비내각(shadow cabinet)을 구성하고 총선에 임한다. 집권하면 경제장관은 누구, 국방장관은 누구, 문화장관은 누구 하는 식으로 주요 정책의 담당자를 선거 전 정당이 미리 제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은 그 정당의 공약뿐 아니라 국정을 담당할 ‘팀’을 보고 투표 결정을 할 수 있다. 후보자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유권자가 많은 만큼 자신의 예비내각을 제시해서 유능함을 보이고 유권자의 신뢰를 얻으라는 것이다. 어느 자리에 누구를 쓰겠다고까지 미리 확정해 말할 수는 없겠지만 주요 정책 공약을 누가 책임지고 있는지는 밝힐 수 있을 것이다. ‘팀으로서의 대통령’을 보여주는 것은 후보자의 역량을 간접적으로 가늠하게 하고 또 집권 후의 정책 방향을 짐작하게 해 줄 것이다.

 

이것은 선거 캠프 중심의 국정 운영이라는 최근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관련해서도 의미’가 있다. 후보자의 선거 캠프 인사들은 청와대 비서실을 비롯하여 요직을 차지함으로써 당선 후 집권의 중추 세력이 되어 왔다. 선거 캠프가 사실상 후보자의 예비 내각처럼 활동해 왔다. 그러나 정당과 달리 선거 캠프는 후보자와의 개인적 관계에 의존하고 있어서, 미리 검증할 수도 없고 또 정치적 책임성을 묻기도 어렵다. 차기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인물들을 밝히는 것은 후보자 개인에 대한 불안감을 보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기 정부 국정 운영의 예측 가능성과 책임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그것은 대통령이 된다면 혼자서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제헌헌법에서 ‘합의체 의결기관’으로 만들어 둔 국무회의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의 통치를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팀으로서의 대통령’은 그 취지에도 부합한다.

 

얼마 전 노태우 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87년 체제의 주역들인 ‘1노 3김’이 모두 세상을 떠났다. 시대적으로, 상황적으로 새로운 통치 형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조선일보(2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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