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후보 수사 촉구 이틀 뒤 하나은행 압수수색, 우연인가]
[카게무샤]
[주나라 솥에 그려진 ‘쥐’ 그림]
李 후보 수사 촉구 이틀 뒤 하나은행 압수수색, 우연인가

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7일 하나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과 함께 하나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대장동 개발 당시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의 무산 위기를 곽 전 의원이 막아줬다는 피의자 진술에 따른 수사라고 한다. 하나은행은 컨소시엄 지분 14%를 보유했지만 받은 이익 배당금은 11억원에 불과했다. 자신에게 손해라는 사실을 알면서 지분 1%인 화천대유와 6%인 천화동인이 수천억원을 가져가는 비정상적 이익 배분을 용인했다는 것이다.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시급하고 중대한 대장동 사태의 본질은 손도 안 대던 검찰이 왜 이 수사부터 서두르는지 의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지난 15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하나은행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하나은행이 무려 7000억원 거의 대부분의 자금을 부담하면서 이익 배당은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몰아주는 설계를 했는데 이야말로 배임 혐의”라고 했다. 이 발언 이틀 후 검찰이 압수수색했다. 우연인가. 이 후보는 수차례 “내가 한 것은 공익 환수 설계이고, 도둑 설계는 민간이 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수사 방향이 이 후보가 제시한 이 가이드라인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대장동 개발 사업은 성남시가 설계하고 만든 것이다. 사업 주체였던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유동규 전 본부장이 공사 몫을 확정해 놓는 바람에 수익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경우 모두 투기 세력을 포함한 민간 몫이 되도록 몰아준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비정상적 이익 배분의 주체는 성남시라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 본질은 제쳐둔 채 민간에게 돌아간 수익 중 하나은행과 투기 세력 간의 배분부터 수사에 나선 것이다. 누가 봐도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대장동 의혹엔 성남시의 배임 문제 외에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도 포함돼 있다.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무죄 의견을 낸 권순일 당시 대법관이 재판을 전후해 김만배씨를 수차례 만나고 퇴임 직후 화천대유에 고문으로 입사한 문제다. 배임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다. 하지만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을 조사는 물론 피의자로 입건도 안 하고 있다. 무능과 나태보다 더 나쁜 게 이런 식의 선택적 수사다.
-조선일보(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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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무샤
일본 전국시대의 대표적 무장이자 영주인 다케다 신겐은 정벌 전쟁 중 급사했다. 그는 3년간 죽음을 숨기라면서 자신과 닮은 대역인 ‘카게무샤’(그림자 무사)를 쓰라고 했다. 좀도둑 출신 카게무샤는 신겐 못지않은 용병술로 적을 막아낸다. 하지만 1년 후 그의 정체가 들통나 쫓겨나자 다케다의 무적 기마군단은 전멸한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카게무샤’의 줄거리다.

▶실제로 신겐은 자신과 닮은 동생 2명을 카게무샤로 뒀다. 카게무샤가 얼마나 연기를 잘했던지 그의 죽음을 확인하러 온 다른 영주의 사절이 깜짝 속아 넘어갔다. 당시 영주들은 카게무샤를 전쟁 등에 대신 내보내는 위장 전술을 썼다. 중국에선 제갈량이 자신과 닮은 대역 장수를 내보내 적을 교란했다. 신라 김춘추가 고구려군에 붙잡혔을 때 수행원인 은군해가 대역으로 나서 그의 목숨을 살렸다. 고려 왕건이 공산성 전투에서 포위됐을 땐 장수 신숭겸이 그의 옷을 입고 싸우다 죽었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 곽재우는 10명의 대역을 써서 왜병을 격파했다.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은 최소 3명의 ‘가짜 후세인’을 뒀다. 성형수술까지 한 가짜들이 공식 석상에서 대역을 했다고 한다.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도 미군 폭격과 암살을 피하려 가짜를 내세웠다. 한때 북한 김정일이 자신과 닮은 2명의 대역을 뒀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김정은도 신변 이상설이 돌 때마다 어김없이 카게무샤 설이 나온다.
▶사람만 카게무샤가 있는 게 아니다. 무기도 ‘디코이’(decoy·미끼)라는 대역이 있다. 상대 공격이나 탐지, 요격을 피하기 위해 잠수함이나 항공기, 미사일 등은 가짜 표적인 ‘더미’를 내보낸다. 1999년 코소보 분쟁 때 나토군은 78일간 세르비아군을 맹폭했는데 나중에 보니 가짜 탱크와 항공기였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연합군은 대규모 공수부대 인형을 타 지역에 투하했다. 북한은 폭격에 대비해 가짜 무기 모형을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우리 군도 비닐로 만든 탱크를 선보였다.
▶낙상 사고를 당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를 두고 갑작스러운 ‘카게무샤’ 논란이 일고 있다. 검은 망토와 모자 마스크 선글라스 차림으로 이 후보 집에서 나온 여성을 김씨로 오인한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를 연상시킨 이 여성은 당에서 보낸 수행원이었다. 그가 먼저 나와 차를 타자 취재진은 그를 뒤쫓았다. 하지만 김씨는 그 직후 나왔다. 야당에선 언론을 따돌리기 위한 ‘여사님 카게무샤’냐고 했다.
-배성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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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나라 솥에 그려진 ‘쥐’ 그림
[이한우의 간신열전]
‘정(鼎)’은 세 발 달린 초대형 솥인데 고대 중국에서는 천자의 상징이다. ‘여씨춘추’에 따르면 주나라의 세발솥에는 말이 쥐를 밟고 있는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예부터 중국에서 쥐는 음지(陰地)에서 서식하며 양물(陽物)을 해치는 동물로 간주했다. 그래서 양을 상징하는 말로 하여금 쥐를 밟아버리게 해서 나라를 망치는 풍속을 내쫓으려 했다고 한다.
‘주역’에서도 진괘(晉卦) 밑에서 네 번째 붙은 효, 즉 양효(陽爻)를 풀이해 “나아감[晉=進]이 쥐새끼와 같으니 정(貞)하면 위태롭다”고 했다. 정(貞)은 반듯하다[正]는 뜻이니 언뜻 생각하기엔 정(貞)하면 위태롭지 않을 것 같은데, 쥐새끼이기 때문에 정(貞)하면 오히려 위태롭다고 한 것이다. 정(貞)은 반듯하다는 뜻 외에 고집하다[固]는 뜻도 있다. 여기서는 후자다.
쥐는 사람을 두려워하고 꺼린다. 이때 사람이란 군자다. 바른 도리를 가진 사람을 꺼리고 두려워하니 매사 자리에 나아가 일을 행하는 것이 쥐새끼와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자리를 계속 고집하면[貞=固]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공자는 이 효를 풀이해 “위태로운 까닭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보·좌파 관점에서 보자면 조국·추미애 전 장관이 바로 이 효에 해당하는 인물일 것이다. 두 사람이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있으면서 상대 진영의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주었고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그 진영은 ‘정권 상실 위기’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이 대표적인 진보 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보수 논객’이라 불렀다. 이럴 때 쓰는 말이 ‘뜬금없다’이다. 진 전 교수는 누가 보아도 민주당보다는 좀 더 왼쪽에 있는 지식인이다. 조국 교수 사태 때 보여준 그의 양식 있는 말과 행동은 진영을 넘어 많은 공감을 얻었다. 그런 진 전 교수의 말이 듣기 싫다고 ‘보수 논객’이라는 ‘뜬금포’를 쏘아서야 되겠는가? 이 후보 측과 진 전 교수 중에서 누가 말이고 누가 쥐일까?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조선일보(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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