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장기 집권론은 어디로 갔나]
[60년 전 돌 사진 시비까지, 또 도진 與의 ‘닥치고 친일 몰이’]
[겨울 파리(寒蠅)]
여권의 장기 집권론은 어디로 갔나
정권 초, 文 정부 성공 기준 질문에 與 핵심 지체 없이 “정권 재창출”
탈원전, 부동산, 국가채무, 적폐 청산… 대선은 마지막 文 정부 평가 기회
정치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2017년 여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80%대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게 문재인 정부의 성패(成敗) 기준을 물었더니 지체 없이 “정권 재창출”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통령 지지율은 빠질 것이고, 정권에 대한 추문이 발생할지 모르지만 민주당 정권이 재창출되면 그건 분명한 성공이라는 식이었다. 물론 김대중 정부가 노무현 정부로, 이명박 정부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며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지만 역사가 김대중, 이명박 정부를 성공한 정부로 기록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정권 재창출은 직전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긍정 평가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2021년 10월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와 만나 차담에 앞서 기념촬영하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당시 여권에서 차기로 거론되던 인물은 선두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가 있었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뒤를 이었다. 탄핵 이후 초토화된 야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호화 진용이었다. ‘20년 집권론’이 나오더니 총선 이후에는 50년, 100년 집권론까지 나왔다. 누가 되면 이래서 좋고, 누가 되면 저래서 좋다는 낙관론이 여권을 지배했다.
권력의 시간은 벚꽃처럼 진다. 박원순, 안희정, 김경수 등 유력 주자들은 민망한 일이나 드루킹 사건으로 레이스에서 탈락했고, 이재명 대선 후보만 사선(死線)에서 돌아왔다. 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던 이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대법관이 훗날 화천대유 고문을 맡게 될지, 화천대유 대주주가 그의 사무실을 들락날락거리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정권 재창출을 향한 ‘오징어 게임’의 승자는 이 후보였다.
이 후보가 당선되면 문 대통령이나 친문(親文)에 대한 보복이 있다는 말도 돌지만 그저 말뿐이다. 정권이 교체되는 경우를 상정하면 문 대통령과 친문들의 선택지는 없다. 현재 여권의 지지부진은 대장동 게이트, 경선 후유증 때문이다. 정권 재창출을 문재인 정부 성공 기준으로 본다면 여권은 곧 바위처럼 뭉칠 것이다.
대선은 미래 권력의 선택이면서 집권 정부에 대한 마지막 평가다. 문 대통령은 정말 예측하지 못했던 많은 일을 했다. 여권 인사의 말을 빌리면 “하고 싶은 일은 원 없이 해본 첫 진보 대통령”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필두로 한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모든 세금 수단을 동원했던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상품’이다. 재정(財政)을 풀어 위로금을 주고 공공 부문 일자리도 수없이 만들었다. 공무원 조직은 공룡이 됐고, 내년도 국가 채무는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는다. 북한 지도자가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도록 중재했다. 전직 대통령 2명을 구속했고, 주변 인물들이 적폐 청산의 제단(祭壇)에 바쳐졌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총선에서는 선물을,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선 레드카드를 받았다. 떠나는 정부 입장에서도 최종 성적표가 궁금할 것이다. 그 기회가 내년 3월 대선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당선돼도 정권 교체”라는 주장을 하고, 이 후보도 정권 교체 여론에 ‘탈(脫)민주당화’에 나섰다. 그러나 아무리 차별화에 나선다고 한들, 여당 후보의 당선이 정권 교체가 될 순 없다.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교체냐 둘 중 하나만 있을 뿐이다. 정권 재창출은 적폐 청산, 재정 확장, 공공 부문 확대, 부동산 정책의 연장을 의미한다.
여야 대선 후보의 비호감도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정말 많은 일을 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최종 평가를 역사가들에게 맡길 수는 없다. 정치의 시간과 달리 역사의 시간은 길고 두껍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최종 성적표는 대선 다음 날 나온다.
-정우상 정치부장, 조선일보(2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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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돌 사진 시비까지, 또 도진 與의 ‘닥치고 친일 몰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과거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돌잔치 사진. 오른쪽은 화폐 부분만 확대한 모습. /인스타그램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60년 전 돌잔치 사진 속 화폐가 일본 엔화라며 비판했다가 실수를 인정하고 발언을 철회했다. 송 대표는 “(윤 후보가) 엔화가 우리나라 돈 대신 돌상에 놓였을 정도로 일본과 가까운 유복한 연세대 교수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했다가 한국은행 발행 지폐임이 확인되자 뒤늦게 유감을 표명했다.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일단 내지르고 보는 여권의 습관적 친일 공세가 망신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지난 5년 내내 친일 프레임을 정권 운영의 도구로 활용해왔다. 앞 정권 시절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더니 틈만 나면 ‘죽창가’를 부르고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외치며 반일 몰이를 이어왔다. 한일 관계 개선을 말하면 친일파라고 비난하더니 정작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 간 공식 합의였음을 인정한다”고 뒤늦게 180도 말을 바꿨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의 여당에서 일했던 김원웅 광복회장은 ‘이승만은 친일파’ ‘안익태는 민족 반역자’ ‘백선엽은 사형감’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더니 독립유공자라던 자기 모친의 창씨 개명 의혹 등에는 “그럴 리 없다”며 모른 척하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지원 단체 활동의 공로로 금배지를 단 윤미향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기부금 유용 등의 의혹을 제기하자 “친일 세력의 모략극”이라며 억지 부렸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7월 출마 선언 직후 “대한민국은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되지 못했다”며 친일파 타령으로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이들에겐 미·중 패권 경쟁의 한가운데서 이웃 나라 일본과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앞뒤 안 맞고 근거도 없는 ‘내로남불’식 친일 공세와 선거공학만 난무한다. 급기야 이번 민주당 대표의 실언으로 밑바닥이 드러났다.
-조선일보(2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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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파리(寒蠅)
겨울 파리 벽 위에 딱 붙어
날개 접고 마른 송장 되었네
소란만 일으켜 미움받아
앵앵대고 성가셔도 못 잡았던
찬바람에 다 죽었나 했더니
따뜻한 방에서 다시 날아올라
더 이상 살아나지 말라며
가시나무 손에 쥐고 혼쭐 냈지
더위엔 호기롭고 장하더니만
찬 서리에 풀 죽어 설설 긴다네
단청 기둥에 점 하나 되고
흰 벽 위 까만 사마귀 점 되어
쓸모없는 얇은 날개로
모퉁이에 천한 흔적 하나 남겼거늘
때 얻었다 방자하지 마라
권세 다한 뒤 그 누구를 원망하랴
-김시습(金時習 1435∼1493) (최명자 옮김)

재치와 위트가 넘치는 오언절구 한시. 2행에서 날개를 접고 벽에 붙은 파리를 마른 송장이라 하더니 마지막 행에서는 세력이 다한 권신에 비유해 일침을 날렸다. 수미상관하고, 진부한 구석이 없고 묘사가 치밀하고 적확하다. 오백 년 전 그때는 가시나무로 파리를 잡았구나! 고것 참 편리하겠다. 살충제처럼 독한 성분이 없어 친환경적이며 돈도 안 들고…. 그 한 몸 겨우 뉠 소나무 오두막에 살면서도 김시습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생육신 김시습의 시에 배어있는 어떤 정서, 불우한 지식인의 환멸과 체념의 몸짓이 때로 지겨웠는데 ‘겨울 파리’는 신선했다. 날 웃게 만든 사람을 어떻게 미워하나.
10행에 “풀 죽어 설설 긴다네”의 원문은 “不自由”다. 찬 서리에 자유롭지 못하다를 쓰면서 시인은 어떤 심정이었을지? 시의 서정적 자아에 대해 생긴 의문: “소란만 일으켜 미움받아 앵앵대고 성가셔도 못 잡았던” 그는 누구일까? 시인 자신이 투영되어 있지 않나.
寒蠅 [겨울 파리] (시 원문)
寒蠅倚壁上 戢趐作枯殭 變亂人多嫉 喧煩臂莫攘
風寒如殄瘁 室暖又飛翔 勿復重蘇活 深呵止棘章
溽暑多豪壯 淸霜不自由 畫梁加剩點 粉壁受黥疣
薄趐容無地 寒蹤貼一隅 得時須勿恣 勢盡欲誰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조선일보(2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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