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카멜레온 포퓰리즘]
[미래비전도 백의종군도 없이 “대선 승리” 김칫국 마시는 野]
[김종인 野선대위 접수 ‘선거 뒤엔 나 몰라라 퇴장’ 반복되나]
[조류 전쟁]
이재명의 카멜레온 포퓰리즘

[천광암 칼럼]
기본소득 등 연이은 말 바꾸기.. 실용주의 아닌 기회주의에 가까워
‘국민이 반대하면’ 전제 달지 말고 ‘한다’ ‘안 한다’ 분명히 밝혀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올해 8월 친여 성향의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포퓰리즘으로 비난받은 정책들을 많이 성공시켜 인정받았다”면서 “앞으로도 그냥 포퓰리즘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2018년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는 “나는 포퓰리스트다. 국민을 대리하는 게 정치고, 이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게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이 상식일 텐데 굳이 ‘민주주의’를 두고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이 이 후보다. 신념형 포퓰리스트라는 이야기다.
이랬던 이 후보가 최근 포퓰리즘 지적을 받아온 자신의 공약·정책을 뒤집는 듯한 발언을 연달아 쏟아냈다. 지난달 18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지난달 29일에는 국토보유세에 대해 “불신이 많고 오해가 많기 때문에 국민의 동의를 얻는 전제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1일 “국민들이 끝까지 반대해 제 임기 안에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이 후보의 입장 전환을 ‘실용주의’로 포장하려고 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중도층 표를 끌어오기 위한 작전상 후퇴 또는 정치적 꼼수에 가깝다. 무엇보다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 등을 ‘접을 수도 있다’라는 발언에 “국민이 반대하면”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이 ‘국민의 뜻’을 앞세우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국민’을 앞세울 때는 각별한 경계심이 필요하다. 미국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얀베르너 뮐러 교수는 전 세계 포퓰리즘의 공통된 특징을 ‘국민’에 대한 정의(定義)의 독점에서 찾는다. 포퓰리스트는 오로지 자신들만 정당한 국민의 대표자라고 주장한다. ‘국민의 뜻’을 해석하는 데 객관적 증거 따위는 필요 없다. 오직 주관적 판단만이 있을 뿐이다. “국민이 반대하면”이 어느 순간 아무 설명도 없이 “국민이 원해서”로 바뀔지 모른다.
뮐러 교수에 따르면 포퓰리스트는 자기편에 속하지 않은 나머지 국민은 아예 국민의 정당한 일부가 아니라고 치부한다. 이 후보를 “기본소득 포퓰리스트” “대장동 불로소득 게이트의 당사자”라고 비판해온 이상이 제주대 교수에 대해 민주당이 최근 8개월 당원 자격정지 결정을 내린 것을 떠올려보면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일본군 위안부, 전쟁 범죄 등의 진실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자신들이 독점하는 역사 해석에 동의하지 않으면 ‘국민’이 아닌 ‘범죄자’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변신이 실용주의로의 전환이 아닌, 카멜레온 포퓰리스트의 위장색 바꾸기로 볼 수 있는 또 다른 근거는 간판공약인 기본소득과 관련해서 수시로 바뀌어 온 이 후보의 발언이다. 이 후보는 올해 여름 여당 경선 국면에서 대부분의 후보들의 집중공격이 쏟아지자 7월 초 기자회견을 갖고 “기본소득은 제1공약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그간 이 후보가 기본소득에 쏟아온 공과 노력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의 공약 철회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일부 지지층의 표심이 흔들리자 이 후보의 입장은 다시 바뀌었다. 7월 하순 기자회견을 갖고 2023년 1인당 25만 원으로 시작해 임기 내 최소 100만 원 이상으로 늘린다는 세부 내역까지 공개하며 시행에 못을 박았다. 그랬다가 다시 “국민들이 반대하면 안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1일 나온 것이다. 한데 이마저도 오락가락의 끝이 아니었다. 3일에는 삼성경제연구소를 방문해 “삼성에서 기본소득 얘기도 좀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뜬금없는 제안을 내놓기까지 했다.
이 후보가 최근 포퓰리즘 공약·정책에 대해 후퇴하는 듯한 발언을 하게 된 데는 국민들의 확고한 반대여론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이제는 기본소득과 같은 ‘무차별 현금 뿌리기 포퓰리즘’과 국토보유세 같은 ‘90 대 10 갈라치기 포퓰리즘’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만큼 우리 국민들의 정치적 소양과 수준이 높아졌다. 포퓰리즘의 종착지는 재정 파탄과 민주주의 파괴라는 사실을 우리 국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국민이 반대한다면”과 같은 모호한 전제를 달아, ‘한다’ ‘안 한다’에 반 발씩 걸치는 양다리 전략의 유통기한은 진즉에 지났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의 작은 성취를 잊지 못하고, 위장색을 바꿔 가면서 포퓰리즘의 길을 계속 걸을 생각이라면 스스로 낭떠러지를 찾아가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천광암 논설실장, 동아일보(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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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비전도 백의종군도 없이 “대선 승리” 김칫국 마시는 野
[광화문에서]

“DJP연합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번에도 충청과 영남이 연합했다. 선거는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인사는 최근 당내에서 “이런 얘기까지 들린다. 걱정이 된다”고 했다. 호남의 김대중, 충청의 김종필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 단일화를 했다. 김대중 후보는 충청권 표를 흡수하며 여당 후보인 이회창을 누르고 정권을 교체했다. “이번 대선엔 충청(윤석열)과 영남이 함께한 것이니 선거 결과는 이미 뻔하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대선 승리를 당연시하니 너도나도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어떤 식으로든 들어가려 한다고 한다. 선대위에서 한자리를 해야 집권 뒤 청와대든 정부 어느 부처든 공공기관이든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러니 “내가 아니면 안 된다” “누굴 챙겨줘야 한다”며 선대위에서 자리다툼이 일어난다. 일부 의원은 “지방에 내려가 지역 민심을 훑어 달라”는 윤석열 후보의 요청에 손사래를 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당은 움직이지 않고, 의원들은 벌써 대선 이후 당권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당권을 잡는 데에만 관심이 있지 당권을 잡아 당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한다. 중진 인사는 “윤 후보에게 노란불이 켜졌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기성 정치의 주류가 아니다. 그의 등장은 ‘여의도 정치’에서 탈피해 새로운 정치 비전을 보여 달라는 시대 조류의 흐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그런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러지 못했다”는 게 이 인사의 답이다.
많은 국민들이 바라는 또 다른 리더십은 사회 격차와 양극화를 해소하는 온기가 느껴지는 정치다.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산업은 물론이고 교육 시스템까지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요구하고 있다. “1960년대 산업화, 1980년대 민주화, 2000년대 세계화에 이어 2020년대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라고 얘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많은 이들의 눈에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이런 미래 비전으로 서로 싸우지 않았다. 대선 승리가 기정사실화한 것처럼 ‘집권하면’이라는 전제로 대선 이후 자신들의 이익을 어떻게 챙길지, 그 이익을 챙기기 위해 지금 어떤 자리를 차지해야 할지 싸우는 것으로 비쳤다. 중진 인사가 ‘옐로카드’를 꺼낸 뒤 며칠 안 돼 이준석 당 대표의 잠적 사태로 당내 갈등이 폭발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을 내려놓고 집권 이후 어떤 직도 맡지 않겠다는 윤 후보 측근들의 백의종군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국민의힘 인사들이 대선 승리의 근거로 거론하는 DJP연합 때 ‘동교동 가신’이라 불리던 권노갑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7명은 “집권할 경우 청와대와 정부의 정무직을 포함해 어떤 임명직 자리에도 결코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민들의 삶과 상관없는 이익을 둘러싸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야당을, 정권 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높다는 이유로 유권자들이 선택하려 할까.
-윤완준 정치부 차장, 동아일보(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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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野선대위 접수 ‘선거 뒤엔 나 몰라라 퇴장’ 반복되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오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한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킨다. 윤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 1개월 만이다. 김 총괄선대위원장은 윤 후보가 밝힌 대로 “대통령 선거일까지 당무 전반을 통할 조정하며 선거대책기구를 총괄하게” 된다. 당과 선대위에 걸쳐 ‘원톱 사령탑’으로서 윤 후보 선거운동의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는 셈이다.
김종인 총괄위원장 체제가 구축되면서 그간 지속된 내부 분란과 혼선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석 대표의 잠행 소동 끝에 내홍 사태를 극적으로 봉합한 배경에는 윤 후보 지지율이 정체를 넘어 하락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을 두고 당내에선 ‘노욕의 정치기술자’ ‘희대의 거간 정치인’이란 비난까지 나왔던 터다. 당 안팎에선 잠복했던 갈등이 언제 다시 터져 나올지 모른다는 걱정이 여전하다.
여야를 넘나드는 김 위원장의 화려한 선거 지휘 이력은 ‘킹메이커’ ‘차르’라는 별명에서 드러난다. 2012년 대선에선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2016년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2020년 총선에선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 올해 4·7재·보선에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온전히 자기 뜻대로 조직을 틀어쥐고 그에 반하는 일엔 단호히 선을 긋는 특유의 뚝심과 승부사 기질은 대체로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그는 늘 정치권이 선거 때만, 위기 때만 찾는 인물이다. 선거가 끝나고 위기가 지났다 싶으면 그는 자의든 타의든 소속 정당을 떠났다. 그래서 그가 내놓은 정책 공약도 유야무야되기 일쑤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후 사실상 폐기된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표적이다. 이번에도 그의 선거 후 역할은 미지수다. 윤 후보가 당선된다면 김종인표 색깔은 새 정부 국정으로 이어질지, 윤 후보가 낙선한다면 국민의힘 노선으로 남을지도 의문이다. 그러면 또다시 책임 없는 임시직 책략가에 매달린 우리 정치의 얕은 수준만 드러낼 뿐이다.
-동아일보(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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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전쟁
[조용헌 살롱]
선거는 맹금류(猛禽類)가 좌우한다. 독수리⋅매가 맹금류다. 맹금류의 시야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시야가 높은 맹금류의 주특기는 공중폭격이다. 선거의 축이 ‘공중폭격’과 ‘땅개작전’인데, 땅개작전은 요즘 들어와 비중이 확 줄었다. 전 국민이 앉아서 매일 카톡⋅페이스북 그리고 휴대전화 기사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일일이 전통시장을 찾아가 떡볶이 먹고 악수하러 다닐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공중폭격이다. 공중폭격은 고공에서 이루어지는 워딩(발언)이다. 국민 가슴에 남을 수 있는 워딩 한마디는 메가톤급이다. 그런데 이 워딩 한마디 날리는 게 아주 어려운 고급 기술이다. 핵심을 짚으면서도 늘여 빼지 않고 간결해야만 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울림이 남는 한마디를 해야 워딩이 된다. 워딩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공중폭격의 또 한 가지는 큰 방향을 잡아주는 능력이다. ‘이 대목이 변곡점이니까 집중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한발 뒤로 물러날 필요가 있다’ 등등의 큰 판단을 가리킨다. 대관세찰(大觀細察)에서 대관(大觀)의 능력이 공중폭격에 해당한다. 이런 형세 판단은 맹금류의 몫이다. 사람의 7~8배 되는 시력으로 지상의 먹잇감을 노려본다. 몇 년 전 살롱에서 ‘1독 2매 1갈’이라는 내용을 쓴 적이 있다. 독수리는 김종인이고, 매는 윤여준·이해찬이고, 갈매기는 김한길이라고 썼다.
두 마리의 매 가운데 윤여준은 요즘 잘 안 보이고 이해찬만 보인다. 이해찬은 매 중에서도 송골매다. 황해도 장산곶에서 사는 송골매 말이다. 조선 토종 매로서 아주 날카롭고 야무지다. 근래 건강이 안 좋다고 해서 혹시 발톱이 빠졌나 하고 봤더니만 눈매는 아직 살아있는 것 같다. 송골매 밑에는 부엉이 바위에서 부화한 중간 부엉이들이 일사불란하게 모여 있다. 송골매의 지휘 아래 그런대로 대오를 유지하는 중이다. 나중에 중간 부엉이들이 성장하면 그 발톱의 힘과 야간을 투시하는 안목은 맹금류의 본질을 보여줄 것이다.
송골매와 중간치기 부엉이 부대가 진을 치고 있는 여당에 비해 야당은 순금류(順禽類)인 꿩⋅비둘기⋅참새, 쇠약해진 갈매기만 있다. 꿩, 비둘기는 송골매의 식사거리이다. 맹금류가 없다. 독수리가 한 마리 있어야 하는데 그게 김종인이다. 매는 항상 붙어 있는 텃새이지만 독수리는 몽골에 살다가 겨울에만 한반도로 날아오는 철새이다. 독수리는 선거철에 힘을 몰아 쓴다. 야당에 독수리 한 마리가 보강이 돼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도 스라소니⋅송골매⋅부엉이 부대를 상대하기에는 쉽지 않다고 본다.
-조용헌, 조선일보(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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