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승어문’ 만으로는 부족하다]
[檢, 李쪽도 尹쪽도 수사 않기로 했나… 이래서 불신 사는 것]
[이 ‘죽음’은 누구 책임인가]
이재명 ‘승어문’ 만으로는 부족하다
[오늘과 내일]
李 연일 文 정부와 차별화 시도
‘나 홀로 경제상식’부터 고쳐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요즘 문재인 대통령과 선 긋기에 바쁘다. ‘이재명의 민주당’ 선언과 “저는 윤석열도 아니고 문재인도 아니다. 이재명은 이재명이다”라는 발언에서 예고된 변신이다. 부동산, 탈원전 정책부터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 지원, ‘K방역’에 이르기까지 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버지보다 나은 자식이 되는 걸 승어부(勝於父)라 하는데 문 대통령의 정책 실패를 밟고 일어서야 대권가도가 열리는 이 후보에게 승어문(勝於文)은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선거 코앞에서 바뀌는 게 문제지만 심하게 왜곡된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를 바로잡는 건 옳은 일이다. 현 정부가 백지화한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를 내비친 건 탈원전의 폐해를 고려할 때 다행스럽다. “전 세계에서 방역 잘했다고 칭찬받는데 방역 그거 누가 했나”란 비판도 K방역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절대 놓지 않는 문 대통령의 귀에는 거슬리겠으나 틀린 말이 아니다.
몇몇 정책에 대한 이 후보의 급변침과 달리 조금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경제를 보는 그만의 남다르고 위험한 시각이다. 자영업자에 대한 소극적 지원을 비판하면서 “평범한 나라들은 국가채무비율이 평균적으로 110%가 넘는데 우리나라는 45%에 불과하다. 100% 넘는다고 특별히 문제가 생기나”라고 한 데서 이런 점이 드러난다.
그가 ‘평범하다’고 한 곳들은 모두 미국, 유럽, 일본 등 기축통화국이거나 재정건전성 악화로 경제위기를 겪은 나라들이다. 달러, 유로, 엔화를 찍는 나라와 한국 같은 비기축통화국 부채비율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기축통화국은 국가채무 100%를 넘겨도 국채를 사줄 나라가 있지만 비기축통화국은 빚이 급증해 부도위험이 커지면 국채가 안 팔리거나 훨씬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비기축통화국의 평균 부채비율이 50.5%이고 60% 정도를 마지노선으로 보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현 정부 5년간 36%에서 50%로 급등한 한국의 부채비율은 차기정부 말기인 2026년 66.7%로 높아진다.
경제학 상식에서 많이 벗어난 이 후보의 주장은 ‘독자적 통화를 가진 나라의 정부는 무한정 돈을 찍어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현대화폐이론(MMT)’을 빼닮았다. 이 후보 주변엔 MMT와 흡사한 주장을 펴는 학자들도 있다. 미국 민주당 소수 급진파 의원들이 주장하지만 정통 경제학계는 이단 취급하는 이론이다. 섣불리 실행하면 국가부도를 맞기 십상이다.
“가난한 사람은 이자를 많이 낸다, 그러나 부자는 원하는 만큼 저리로, 장기로 빌려준다. 정의롭지 않다”는 발언도 그의 경제상식이 일반 국민과 많이 다르다는 걸 확인시켜 준다. 문 대통령이 3월에 “신용이 높으면 낮은 이율, 신용이 낮으면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다가 “대통령이 신용 시스템의 기본조차 이해 못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대변인 실수로 묻고 적당히 넘어간 일이 없었으면 이 후보의 말이 훨씬 그럴듯하게 들릴 뻔했다.
‘소득주도 성장’이 마차가 말을 끄는 것만큼 황당한 주장이란 걸 국민 모두가 깨닫는 데 몇 년이 걸렸다. 다행히 국가경제를 모르모트 삼아 실험을 감행한 문 정부에서 독한 백신을 맞은 덕에 우리 사회는 포장만 그럴듯하고 작동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더 심한 경제정책에 면역력이 생겼다. 이 후보가 일부 정책에서 ‘문 정부 넘어서기’에 성공하더라도 국민의 높은 경제 이해 수준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만 계속한다면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심긴 어려울 것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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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李쪽도 尹쪽도 수사 않기로 했나… 이래서 불신 사는 것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건물. 동아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수사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는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후 진척이 없다. 수사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윗선인 몸통으로 향하지 않고 깃털의 숫자만 늘리려다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유한기 씨가 2015년 당시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게 이재명 성남시장, 정진상 성남시 정책실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사퇴를 압박한 녹취록이 공개됐음에도 이 후보는 고사하고 정진상 씨에 대한 소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검찰 재직 시 최측근이던 윤대진 검사장의 형으로 용산세무서장을 지낸 윤우진 씨가 스폰서로부터 돈을 받고 법조인과 세무당국 관계자들에게 청탁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돈을 받아 주가 조작을 한 혐의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구속기소됐다. 두 사람 다 공교롭게 과거 한 차례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리됐다. 윤 후보가 윤우진 씨의 접대와 청탁을 받았는지, 부인 김 씨가 주가조작에 관련돼 있는지, 윤 후보가 두 사건의 무혐의 처리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는지 의혹이 있지만 수사는 딱 그 의혹들 앞에서 멈춰 있다.
검찰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는 두 후보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는 의혹은 아예 수사하지 않기로 작정한 듯하다. 혹시나 두 후보 모두에 대해 손을 놓고 있으니 수사가 공정하고 중립을 지키는 것이라고 여긴다면 이보다 어리석은 생각이 없을 것이다. 두 후보 중 한 명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때서야 이어질 검찰의 수사가 얼마나 편파적일지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검찰의 본업(本業)은 범죄 의혹이 제기됐을 때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 수사하는 것이다. 검찰이 능력이나 시간이 모자라 대선 전까지 만족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 수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과 매뉴얼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할 수사를 하지도 않는 것은 질적인 차이가 있다. 뒤의 것은 직무 유기다. 검찰이 대선 전까지 의혹의 진위를 밝힐 수 있는 데까지 밝히지 않으면 대통령 임기 내내 정국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검찰의 수사 책임자들은 큰 책임감을 느끼고 지금이라도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
-동아일보(2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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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죽음’은 누구 책임인가
[기자의 시각]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소식을 접하고 문득 약 4년 전 세상을 등진 변창훈 전 차장검사가 생각났다. 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의 국정원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았던 그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변 전 검사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엔 믿기 힘들었지만 평소 그의 성품을 생각해보니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10일 오전 고양시 일산서구 자택 인근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뉴시스
1997년 서울지검 검사로 공직에 입문한 변 전 검사는 검사 재직 기간 대부분을 공안 검사로 살았다. 2011년 처음 사석에서 만났을 때 그는 기자에게 “내가 책을 살 테니 다가 오는 통일에 대비해 함께 공부하자”고 했다.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을 잡아넣는 수사를 떠벌리거나 자신이 앞으로 가고 싶은 보직만 이야기하는 검사들만 보다가 진지하게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는 검사를 만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만큼 때 묻지 않고 순수했던 그는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가 억울한 나머지 결국 그릇된 선택을 한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사망하기 전 주위에 ‘억울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그가 받고 있던 혐의는 ‘뇌물 수수’와 ‘사퇴 강요’ 두 가지다. 뇌물 혐의는 그가 사망하면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게 됐다. 다만 2015년 2월 자신의 상관이었던 황무성 당시 성남도개공 사장을 찾아가 ‘사직서를 내야 한다’고 했던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로 진실 규명이 가능하다. 피해자인 황 전 사장이 당시 유 전 본부장의 육성을 녹음한 파일을 검찰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 녹음 파일에서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장(이재명 민주당 후보)을 7번, 정진상 성남시 정책실장을 8번 언급하며 자신의 사퇴 요구에 ‘윗선’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자신은 ‘지시를 실행에 옮긴 사람’에 불과하고 ‘지시한 사람’은 따로 있다는 말이었다. 그가 자신을 조여오는 검찰 수사에 부담과 억울함을 느꼈다면 이 지점일 가능성이 크다. ‘아랫선’으로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진실’의 무게가 견디기 힘들었을 수 있다. 유 전 본부장 죽음에 일말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됐든 지금이라도 스스로 용서를 구하는 게 마땅하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유 전 본부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 도중 비극이 벌어진 이상, 검찰도 극단적 선택의 이유와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수사 과정에서 다수의 증거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윗선’의 실체를 밝혀내지 않고 변죽만 울렸던 검찰이야말로 이번 비극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사 핵심 인물의 죽음을 핑계로 수사마저 덮으려 한다면 고인(故人)의 억울함만 증가시킬 뿐이다.
-윤주헌 기자, 조선일보(2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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