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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보다 의혹을 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증오 부추겨 票 모으는 선거]

뚝섬 2021. 12. 17. 06:27

의혹보다 의혹을 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정치는 사실이 아니라 인식의 게임
‘가족 리스크’도 숨기려고 하면 필패
있는 대로 공개하고 사과해야 효과적
“상대가 싫어서 찍는다”론 집권 못 해
“좋아서 찍는다” 늘리도록 비전 보여야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다. 두 가지 의미다. ‘대통령 후보를 보고’ 선택한다와 ‘대통령다운’ 비전과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역대 모든 대선 후보가 본인과 가족의 법적·도덕적 문제로 공격받았지만 치명적 타격을 입은 경우는 거의 없다. 이회창 사례가 예외다.

 

‘대쪽 판사’ 이회창은 ‘법과 원칙’의 상징이었다. 포용력은 부족했지만 청렴과 강직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깨끗함과 대쪽 이미지는 부패하고 노회한 ‘3김 정치’를 위협하는 강력한 무기였다. 이회창은 그 상징 자본 덕에 대선 후보가 되었지만 그 상징 자본이 훼손된 탓에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일러스트=김성규

 

이회창은 아들 병역 비리 의혹으로 무너졌다. 정치는 사실이 아니라 인식의 게임이다. 대중이 그렇게 믿는 순간 사실이 된다. 나중에 사실이 밝혀져도 패배를 되돌릴 수는 없다. 1997년 대선 슬로건 ‘깨끗한 정치, 튼튼한 경제’는 아들 병역 의혹과 IMF 사태로 머리칼 잘린 삼손처럼 힘을 잃었다.

 

이회창의 실패에서 얻을 교훈이 있다. 2007년 이명박의 BBK·도곡동 의혹은 그에게 기대한 강점을 훼손하지 않았지만 이회창 아들 병역 의혹은 ‘대쪽’ 이미지에 치명적 손상을 입혔다. 이재명의 ‘대장동 의혹’과 윤석열의 ‘본부장 의혹’은 이회창 사례에 가깝다. 이재명의 ‘강한 추진력’과 윤석열의 ‘공정과 상식’에 의구심을 던질 수 있다.

 

정치에서는 이슈보다는 이슈를 다루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잘못 대응하면 작은 악재도 큰 위기가 된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최악의 대응으로 잠재적 리스크를 현실적 위기로 만들었다. 공직에 나가는 사람은 어떤 검증과 질문에도 답할 의무가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에게 들이댄 혹독한 잣대도 그 때문이다. 윤석열은 “국민은 대통령 후보와 가족에 대해 모든 것을 알 권리가 있고, 언론은 물을 권리가 있다”고 했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들이댄 잣대와 스스로에 들이댄 잣대가 달라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듯 윤석열도 ‘선택적 잣대’를 사용하는 순간 국민의 신뢰를 잃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문재인 정권이 촛불 민심을 배신했듯 윤석열도 ‘정권 교체 민심’을 배신하는 것이다.

 

안철수처럼 윤석열도 불려 나왔다. ‘불려 나온’ 정치인은 ‘불러낸’ 국민의 뜻을 잊으면 안 된다. 윤석열을 불러낸 이유는 두 가지다. 보수·진보 정권 가리지 않고 권력 핵심을 수사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뒤로 숨어’ 보이지 않을 때 ‘대통령처럼’ 말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처럼 보인’ 엄청난 정치적 자산이 정치에 뛰어든 순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받은 질문을 그대로 돌려받는 신세가 됐을 뿐만 아니라 젊은 층과 소통한다고 이리저리 불려 다니다 ‘대통령다운’ 이미지가 흐릿해졌다. 대통령답게 보여야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윤석열의 위기다.

 

김건희씨는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국민께서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석열도 “여권의 공세가 기획 공세고 아무리 부당하다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에서 봤을 때 조금이라도 미흡한 게 있다면 국민들께는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자세를 낮췄지만 아무런 전제 없이 화끈하게 사과하는 게 좋았다. 이재명이 아들의 상습 도박 의혹 보도가 나오자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한 까닭은 그것이 효과적 전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에서도 가장 큰 리스크는 ‘불확실성’이다. ‘김건희 리스크’도 숨길수록 더 커진다.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은 관련 의혹에 대해서 “자꾸 그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제대로 검토해보겠다. 오랜 시간이 안 걸릴 거라고 본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 이틀 내 뭐라는 게 나타나면 그걸 그대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진즉 그랬어야 했다. 후보 아내 리스크와 메시지를 선대위가 관리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지지율은 생각보다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예상된 터라 여론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 도덕적 잘못은 사과하고 법적 잘못은 책임지면 된다. 조국 부부처럼 불필요하게 ‘정치적’으로 돌파하겠다는 생각만 버리면 된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이회창의 실패에서 얻어야 할 정말 중요한 교훈은 가족 리스크 관리 실패가 아니다. 사실 대중은 정치인의 과거에 대해 관심이 없다. 자신의 미래에 이익이 된다면 대중은 그의 과거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 후보가 미래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에만 과거가 문제가 된다. 2002년 대선에서 대중은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미래를 향한 이슈를 던진 노무현을 더 주목했다. 이회창은 과거 때문에 진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졌다.

 

대중이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준은 세 가지다. 좋아해서 ②필요해서 ③상대가 싫어서다. 2002년 이회창의 실패는 높은 정권 교체 여론만 믿고 ‘김대중 정권 심판’에 기대어 ③번 네거티브 캠페인에 집중하느라 ②번 ‘미래 비전’ 제시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윤석열도 그 길로 가고 있다.

 

이회창은 두 아들의 병역 문제 때문에 진 것이 아니다. 미래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진 것이다. 대중은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정치인에게 매료당한다. 설령 그에게 지탄받을 결격 사유가 있더라도 미래에 큰 가치를 안겨줄 정치인이라면 과거 따위는 상관없다는 식이다. 미래를 파는 사람만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다.

 

윤석열 위기는 가족 리스크 때문이 아니다. ‘더 좋은 대한민국’ 비전과 ‘혁신과 통합’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윤석열이 던진 의제가 선거를 지배하고 있다면 ‘김건희 리스크’는 큰 이슈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위기를 벗어나려면 ‘정권 교체’를 넘어서는 미래 비전이 절실하다. “이재명이 싫어서 찍겠다”는 표에만 기대면 이회창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좋아서 찍겠다”는 사람과 “필요해서 찍겠다”는 사람이 늘어나야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 위기가 기회다. 담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간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조선일보(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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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 부추겨 票 모으는 선거

 

[여론&정치] 

 

이재명 윤석열

 

이번 대선이 역대 최고의 진영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박근혜 후보 지지자의 비호감이 44%였고, 박 후보에 대한 문 후보 지지자의 비호감은 53%로 절반 정도였다(미디어리서치 조사). 2017년 대선에서도 안철수 후보에 대한 문재인 후보 지지자의 비호감이 42%였고, 문 후보에 대한 안 후보 지지자의 비호감은 58%였다(엠브레인 조사).

 

하지만 이번엔 확 달라졌다. 칸타코리아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자의 78%가 이재명 후보를 비호감이라고 했고, 이 후보 지지자도 80%가 윤 후보를 비호감이라고 했다. 이 조사에서 각 후보 지지자의 절반가량이 상대 후보에 대한 호감도 점수가 10점 만점에 0점이었다.

 

비호감 대결’은 상대방을 겨냥해 섬뜩한 말을 쏟아내며 표(票)를 모으고 있는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윤석열 후보를 향해 최근 이재명 후보는 ‘친일파’ ‘반역행위’ ‘조직 폭력배’ ‘벽창호’ 등 거친 단어를 써가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었던 황교익씨는 “토론이 불가능한 무능력자”라며 “술상무가 가장 적합하다”고 했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공격엔 여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송영길 대표는 “커튼 뒤에서 수렴청정을 하자는 것”이라고 했고, 윤호중 원내대표는 “악랄한 개미핥기였다는 게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김씨가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의혹을 언급했고, 손혜원 전 의원은 김씨의 과거 사진을 올리고 “눈동자가 엄청 커졌다”고 했다.

 

여당을 향한 야당의 분노와 적개심도 커졌다. 이재명 후보에 대해 야당에서도 “상식을 파괴하는 폭력성이 있다” “정치인으로서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사망했어야 한다” 등 공세가 과격해지고 있다. 얼마 전 여론조사에선 야당 지지자의 윤 후보 지지 이유 1위가 ‘상대 후보가 싫어서’였다.

 

선거 민심만 쪼개진 게 아니다. 최근 갤럽 조사에선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야당 지지자는 77%가 찬성했지만 여당 지지자는 75%가 반대했다. 정부의 코로나 대처에 대해서도 야당 지지자는 72%가 ‘잘못한다’고 했지만 여당 지지자는 79%가 ‘잘한다’고 했다.

 

당파적 적대감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치유하기 어려운 분열로 몰고 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요즘 우리는 ‘역대급’ 정치 양극화를 목격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도 “편 가르지 않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유권자를 현혹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갈라치기 선거 전략’으로 표 계산에 몰두하며 갈등과 증오를 부추기고 있지는 않은지 눈여겨봐야 한다.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겸 데이터저널리즘팀장, 조선일보(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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