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9일... 누가 덜 나쁜지 골라야 하는 씁쓸한 대선]
[이번엔 공시가 재검토, 李 후보 ‘한 입 두 말’ 뭘 믿어야 하나]
[“경제는 과학 아닌 정치”라는 이재명, 터키를 보라]
D-79일…누가 덜 나쁜지 골라야 하는 씁쓸한 대선

이재명(앞줄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삼의사묘에서 열린 매헌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있다. 2021.12.19.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본인의 사법 리스크에 이어 가족 관련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터져 나오며 79일밖에 남지 않은 대선 판에 냉소와 불신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누가 더 빨리 사과를 하느냐, 어떤 태도로 사과를 하느냐로 두 후보의 우열을 가려야 하나 싶을 정도다. 매일 한 편의 소극(笑劇)을 보는 것 같다.
두 후보의 가족 관련 의혹은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내용들이다. 이 후보의 장남은 상습·불법도박 의혹에 이어 마사지 업소에서의 성매매 의혹까지 불거졌다.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서 포커 게임을 하고 서울과 경기 성남시 분당 일대의 도박장을 다닌 의혹이 있는 데다 지난해 3월엔 마사지 업소를 방문한 뒤 후기를 도박 사이트에 올렸다고 한다. 이 후보는 “본인이 (성매매는) 맹세코 아니라고 하니 부모 된 입장에선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애매한 사과를 했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는 2007년 수원여대 겸임교수 지원서에 경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 재직, 대상 수상 등 경력이 허위이거나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사흘 만에 머리를 숙였지만 허위 경력 의혹의 사실관계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두루뭉술한 사과였다. 민주당이 미국 뉴욕대 프로그램 이수 이력도 허위라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자 국민의힘이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반박하는 등 경력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여야는 “저쪽이 더 나쁘다”며 프레임 씌우기에 혈안이다. 여당은 “아들보다 배우자 검증이 우선이다”, 야당은 “김 씨 허위 경력은 조국 사례와는 다르다”며 자당 후보 감싸기에 급급하다. 상대 후보를 향해선 “범죄자 집안이다”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더라” 등의 네거티브도 서슴지 않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가적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다음 대통령은 미중 패권경쟁의 틈바구니에서 국가 생존의 길을 찾고, 갈수록 극심해지는 양극화 해소의 사회적 합의도 이뤄내야 한다. 온 국민의 에너지를 한데 모을 리더십이 절실한 때다. 두 후보는 이제라도 각종 의혹의 사실관계를 소상히 밝히고 법적 정치적 판단을 받기 바란다. 그래야 비호감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차선의 선택도 아닌 차악의 선택을 강요하는 불쾌하고 씁쓸한 대선으론 국가 미래가 너무 암울하지 않겠나.
-동아일보(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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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공시가 재검토, 李 후보 ‘한 입 두 말’ 뭘 믿어야 하나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이어 '공시가격 속도조절론'을 들고 나오며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12월 6일 이 후보가 소상공인과 함께하는 전국민선대위에서 발언하는 장면./국회사진기자단
그동안 공시가 현실화를 주장해오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동산) 공시가격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입장을 뒤집었다. 그는 “우선 (공시가에 연동되는) 재산세와 건강보험료는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민주당에 요구했다. 이 후보는 “부동산 공시가격은 68가지 민생 제도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공시가 상승에 따른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조정계수’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당정은 20일 공시가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이 후보는 경기도 지사이던 지난 2019년 “현행 공시가격 제도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불공평 과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하는 등 공시가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종부세보다 훨씬 센 ‘국토보유세’를 매기자는 공약도 냈다. 그랬던 이 후보가 갑자기 보유세를 비롯한 각종 국민 부담금의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가 현실화에 제동을 걸겠다고 한다. 하도 손바닥 뒤집듯 돌변하니 보는 국민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을 평균 73%나 올려 주택 소유자들에게 세금·건보료 폭탄을 떠안겼다. 올해만 해도 종부세액이 작년보다 3.2배 늘었고, 재산세도 20~30%씩 오른 곳이 많다. 건보료 부담이 대폭 늘어나는 바람에 생계가 곤란해진 은퇴자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을 5년간 지켜보기만 하며 국민 아우성을 외면하던 이 후보가 이제 와서 공시가 인상이 과도하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이 후보로선 실패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차별화하자는 계산일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몇 달 전만 해도 “부동산 정책은 대통령의 실패가 아니라 관료의 저항으로 인한 실패”라며 문 정부를 옹호했다. 그는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양도세도 갑자기 ‘1년간 유예’를 주장해 시장에 혼란을 주었다. 이로 인해 양도세 인하 뒤로 매매를 미루겠다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주택 시장이 ‘거래 절벽’ 에 빠져들고 있다.
마치 딴사람이 된 양 입장을 뒤집으면서도 변변한 사과나 해명조차 없다. 이 후보 본인은 ‘실용주의’라 주장할지 모르나 국민 눈엔 철학도, 신념도 없이 오직 표만 좇는 사람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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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과학 아닌 정치”라는 이재명, 터키를 보라
[천광암 칼럼]
“경제는 정치”… 독단과 포퓰리즘의 싹
터키가 보여주는 포퓰리즘의 末路
‘소주성’ ‘文 부동산 정책’도 닮은꼴
경제 실패 안 하려면 정치논리와 선 그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7일 서울대에서 한 강연에서 “경제는 과학이 아닌 정치”라고 말했다. 이 후보 말을 따르자면, 지금까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89명의 수상자들은 이 상을 반납하는 게 옳을 것 같다.
통상 노벨 경제학상이라 불리는 이 상의 공식적인 영문 명칭은 ‘Sveriges Riksbank Prize in Economic Sciences in Memory of Alfred Nobel’, 약칭은 ‘Nobel Memorial Prize in Economic Sciences’다. 어느 경우든 ‘Economics(경제학)’가 아닌 ‘Economic Sciences(경제과학)’라는 단어를 쓴다. 당연히 과학적인 방법론을 사용해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연구 성과를 낸 학자들에게 수상의 영예가 돌아간다. 경제가 과학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 상의 53년 역사가 통째로 부정당하는 셈이다.
이 후보는 이날 강연에서 “경제가 과학이 아니라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 진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엄밀한 의미의 과학이란 이론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일견 그럴싸하지만 사실은 황당한 주장이다. 자연과학의 최첨단에 서 있는 물리학 분야에서조차도 물질의 근원이나 우주의 실체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설이 있을 뿐이다. 절대적인 진리에는 이르지 못했다. ‘반론의 여지가 없는 진리’는 과학이 아니라 종교의 영역이다.
이 후보가 경제를 과학의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은 ‘경제는 해석과 의견의 영역’이라는 주장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 기본금융 국토보유세(토지배당) 등, 많은 경제학자들로부터 경제원리에 배치되거나 무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포퓰리즘 공약들을 강행하기 위한 ‘자락 깔기’의 의도도 엿보인다. 어차피 의견과 해석의 영역인 만큼 경제논리를 앞세운 어지간한 비판이나 반대는 개의치 않겠다는 선언일 수 있다.
‘경제는 과학이 아닌 정치’라는 발상이 위험한 이유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출간 이후 약 250년간 경제학이 이룩해낸 객관적인 연구 성과들을 부정하고, 정치 지도자의 독단이나 포퓰리즘에 경제 운영의 키를 내어주기 때문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통치하는 터키가 비근한 사례다.
2003년부터 11년간 총리를 지낸 에르도안은 2014년 대통령에 당선됐고, 2017년 개헌을 통해 권력 구조를 임기 5년에 중임이 가능한 제왕적 대통령제로 바꿨다. 2018년 대통령 연임에 성공한 그는 강력한 독재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경제논리’와 정반대된 정책을 국가경제가 결딴나건 말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중이다.
에르도안의 경제정책은 ‘높은 금리는 만악(萬惡)의 근원’이라는 ‘외골수’적 믿음에서 출발한다. 물가가 불안할 때는 금리를 올리는 것이 경제학의 보편적 상식이지만 에르도안은 이런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음모론이라고 일축한다. 그는 금리 인하 정책에 반대하는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을 잇달아 경질하면서 9월 이후 4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낮추도록 했다. 그 바람에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고, 터키 리라화의 가치는 연초에 비해 50% 이상 폭락했다.
급락한 리라화 가치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원재료와 수입품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서민 생계와 밀접한 주택 임차료와 식료품 가격도 예외가 아니다. 12월 첫째 주 밀가루 가격은 11월 마지막 주에 비해 2배 가까이 폭등했다. 배고픈 터키 국민들의 원성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에르도안 정권의 답은 ‘적게 먹으라’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집권여당의 한 유력 의원은 “정상적인 환경에서 우리가 한 달에 고기를 1∼2kg씩 먹었다면 앞으로 0.5kg만 먹자. 우리가 토마토를 2kg씩 샀다면 앞으로는 2개만 사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경제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라는 논리가 향하는 종착역의 풍경이다.
굳이 터키의 사례를 인용할 필요도 없겠다. 문재인 정부가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나 ‘공급 없는, 반쪽짜리 부동산정책’도 에르도안의 폭주와 오십보백보다. 이 후보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대신 사과하는 등 차별화 행보에 열심이다. 표를 의식한 일회용 쇼가 아니라면, ‘경제는 정치’라는 위험천만한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경제는 과학이다.
-천광암 논설실장, 동아일보(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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