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이길 것이다]
[대통령 후보들의 ‘탁구 정치’와 ‘야구 정치’]
[말 바꾸기, 억지는 ‘실용’이 아니다]
[“정책실패 예방할 미래 정부운영 혁신 필요하다”]
국민이 이길 것이다
[朝鮮칼럼]
우리 국민은 사회의 가치 지탱하는 민주주의 주체들
이번 대선은 상식 파괴 정치와 국민의 대결
文정부 실패 원인 성찰을
코로나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어설픈 위드 코로나 실험이 초래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일상이 된 코로나19 검사; 17일 오전 대구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뉴시스 2021.12.17.
가라앉은 듯싶다가 조금의 틈만 주면 무서운 기세로 다시 창궐하는 코로나 역병은 재난 드라마 속 좀비 떼를 연상시킨다. 거리를 두면 피할 수 있지만 잠시라도 방심하면 그들에게 물어뜯겨 그 끔찍한 괴물의 일원이 되고 만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좀비 떼보다 두려운 존재는 인간들이다. 법질서가 무너진 상황에서 인성과 규범을 상실한 채 타인들을 약탈하고 살육하는 무리다.
2021년 연말의 한국 사회는 더도 덜도 아닌 이 같은 디스토피아적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코로나 역병 때문만은 아니다. 그 고통과 비용이 상상을 초월하겠지만 우리는 언젠가 이 역병을 이겨낼 것이다. 정말 절망스러운 것은 우리가 인간다움을 상실한 야수 같은 인간들로 돌변하는 상황이다. “설마 그런 일이..” 하지만 초유의 추악한 대선 선거전이 우리 사회를 그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여야 후보들은 공히 애초에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는 계획이 없었음이 분명하다. 본인들의 자질 논란에 가족 리스크가 겹쳤다. 그 결과 대선은 진흙탕 선거를 넘어 나와 우리 가족이 살기 위한 죽기 살기식 각축전이 되고 말았다. 정책 대결이 사라진 가운데, 각 후보 진영은 연일 상대 후보와 그 가족들을 향해 말로 옮기기 민망한 적대적 메시지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희망의 대상은 국민뿐임을 절감하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이번 대선의 본질이 정치와 국민의 대결이라는 판단이다. 지지자들을 향한 온갖 사탕발림과 상대에 대한 저주성 공격으로 이 사회를 상식과 규범이 붕괴된 아수라 상태로 끌고 가려는 정치와, 그에 맞서 인간 사회 본연의 가치와 질서를 지켜내려는 국민 간의 대결이 이번 대선의 본질이고 실제 승부처다. 결코 쉽지 않은 대결이지만 국민이 이길 것으로 믿는다. 반드시 이겨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새삼스레 우리 국민들은 어떠한 존재인지를 돌아보게 된다. 가진 자와 없는 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시민과 기득권층, 진보와 보수, 이게 국민의 본질인가?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는 정치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인위적으로 재단한 국민들의 모습일 뿐이다. 정치집단이 자기들끼리 패거리로 싸우는 것도 모자라 이처럼 거친 이분법으로 국민들을 갈라칠 때, 정작 국민 개개인은 귀를 뚫은 남학생,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변호사, 밴드 활동에 열심인 대학병원 전문의, 70대의 멋쟁이 실버 모델로 진화했다.
필자는 한때 이러한 국민들의 모습이 사회 통합을 약화하는 개인주의의 과잉이 아닐까 걱정했다. 개인적인 행복에 전념함으로써 공정과 민주주의 같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식는 것은 아닐지 우려했다. 어리석은 단견이었다.
고도화된 사회일수록 섬세한 사회적 균열을 내포한다. 거기서 오는 파격과 변종이 생각을 확장시키며 삶에 다채로움과 활기를 더한다. 다양한 취향, 역사 인식, 정치적 지향이 공존하며 상호 소통한다. 이를 통해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사회가 통합된다. 또한 외양이나 생활 방식과 무관하게, 일을 잘하고 가족과 공동체에 기여하는지가 그 성원들의 가치를 판단하는 일차적 기준이 된다. 그에 따라 능력주의와 공정이 한층 강화된다.
이처럼 고도화된 사회의 성원으로 우리 국민들은 성숙한 것이다. 언뜻 보기에 제멋대로이고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이기적 존재이며, 휴대폰만 쳐다보는 지하철 승객들처럼 타인들과 사회에 대해 무심한 방관자로 보이지만, 이들의 가슴속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한 민주주의, 사회 통합, 공정의 가치가 자리 잡고 있다. 털털하고 어리숙해 보이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세계를 놀라게 하는 경제 및 문화적 성과를 만들어 내는 주역들이다.
이번 대선에서 야당 후보들은 물론 여당 후보조차 정권 교체를 앞세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이보다 잘 입증하는 사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선거운동에 앞서, 이전의 정부들이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그 첫걸음은 우리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흔히 재단되는 것보다 얼마나 크고 성숙한 존재인지 깨닫는 것이다. 이들은 무심한 척 모든 걸 지켜본다. 이 사회를 지탱하는 가치의 훼손을 좌시하지 않는 민주주의의 주체들이다.
코로나에 위협받고 정치에 실망하는 우울한 연말, 거리와 지하철은 바쁘게 오고 가는 사람들로 여전히 분주하다. 그 무심한 이들에게 크게 외치고 싶다. 당신들이 희망이라고, 감사하다고, 힘내시라고.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조선일보(21-12-18)-
________________________
대통령 후보들의 ‘탁구 정치’와 ‘야구 정치’
[터치! 코리아]
가족 의혹에 사족 달기보다 사실 관계 밝히고 이해 구해야
공 받아쳐 상대에 넘기려 말고 볼 골라내는 선구안 가지길
대선 레이스가 본궤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징후는 격해지는 네거티브전(戰)이다. 상대 후보나 그 주변 인사들의 신상 문제를 집중 공략하는 네거티브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치열해지는 게 선거판 생리다. ‘비호감 대선’이라고 유권자들이 아무리 피로감을 토로해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역대 대선을 봐도 방어하는 처지에선 최대한 빨리 상황을 정리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
대선을 80일 앞두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둘러싼 네거티브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소재부터 자극적이다. 한 후보를 향해서는 미술 전시 전문가라는 아내의 과거 경력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고, “나라 망할 두 번째 징조는 도박”이라고 했던 다른 후보는 아들의 불법 도박 의혹이 드러나 곤경에 처했다.
그런데 두 후보의 네거티브 대응 방식을 두고 한 정치권 인사는 “‘탁구식 정치’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탁구는 네트를 넘어온 모든 공을 상대편 테이블로 쳐내야 이기는 게임이다. 그런데 후보들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유권자에게 진상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보다, 탁구 경기 하듯 또박또박 받아넘기려 하거나 사족을 붙여가며 마지못해 의혹 해명에 나선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이 후보의 아들 도박 의혹 관련 사과 발언을 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이덕훈기자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특혜 의혹이 불거졌을 때 한동안 보인 반응이 그랬다.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주도한 대장동 개발에서 민간 업자에게 천문학적 특혜를 안겨줬다는 의혹이다. 그런데 이 후보는 시종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이라고 큰소리치다가 결국 “부당이득에 대한 국민의 허탈한 마음을 읽는 데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인사하고 있다. 2021.12.17./국회사진기자단
아내 경력 부풀리기 의혹을 대하는 윤석열 후보의 초반 태도도 비슷한 인상을 줬다. 그는 아내가 과거 한 대학 겸임교수에 지원하면서 경력 사항과 수상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를 보였다. 윤 후보가 기자들에게 “대학이 시간강사를 뽑는 현실을 잘 알아보고 보도하라”고 대응한 것도 그의 심중에 담긴 억울함의 발로로 보인다.
하지만 밀려오는 네거티브 공세를 탁구 하듯 모두 받아넘겨 득점으로 만드는 건 애초 불가능하다. 그래서 선거 전문가들은 “네거티브 대응에선 볼은 걸러내고 스트라이크는 쳐내는 ‘야구식 정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야구 타석에 선 타자에겐 스트라이크를 때려내는 일 못지않게 볼에 손을 안 대거나 치기 어려운 공은 과감하게 흘려 보내는 선구안(選球眼)이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정치권 인사들은 2012년 대선을 80여 일 앞두고 아버지의 5·16과 유신(維新)에 대해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고 사과한 박근혜 후보 사례를 살펴보라고 권한다. 당시 반대 세력의 ‘5·16 심판론’ 공세 앞에서 박 후보는 “구국의 결단”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같은 종전 태도를 물리고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상, 좀 더 냉정해지고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했다. 결국 그는 당선됐다.
손자병법에 병문졸속미도교지구(兵聞拙速未睹巧之久)란 전법이 나온다. 싸움에서 이기려면 기교를 부리며 오래 끌기보다 다소 모자라는 점이 있더라도 속전속결 자세로 사태를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권자는 오해해서 분노하기도 하지만 분노가 오해를 더 키우는 경우도 적잖다. 네거티브 공세로 수세에 몰린 대통령 후보라면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하기보다 세상의 오해와 분노가 커지기 전에 사실을 있는 대로 밝히고 유권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최경운 기자, 조선일보(21-12-18)-
________________________
말 바꾸기, 억지는 ‘실용’이 아니다
[오늘과 내일]
李·尹, 전두환 경제성과 발언은 같은 취지
엇갈리는 메시지 혼란은 신뢰 위기 초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그동안 진보진영에서도 강경한 목소리를 내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타협과 협상으로 대변되는 기성 정치권과 결이 달랐다. 2015년 5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보자.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서 타산지석으로 배운 게 있다. 노무현은 너무 착해서 상대 진영도 나처럼 인간이겠거니 하며 믿었다. 하지만 인간이 아니다. 관용과 용서는 참극을 부른다.’
보수우파 세력은 청산해야 할 대상이라는 적개심이 묻어났다. 이 후보가 박근혜 탄핵 정국을 주도하면서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이 후보가 대선후보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런 ‘이단적’ 캐릭터가 작용했을 것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친문 일색보다는 ‘이종(異種)교배’ 효과가 더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역대로 집권여당의 대선후보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 진영에서 나온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여당 대선후보는 집권세력 주류를 껴안고, 반대 진영의 표심(票心)까지 흔들어야 한다. 이것이 여당 대선후보의 숙명이기에 이 후보가 안고 가야 하는 딜레마다.
전두환은 적어도 지금 여권에선 만악(萬惡)의 근원이다. 집권 내내 보수야권을 적폐청산으로 몰아가면서 선악(善惡) 프레임으로 갈라놓았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이 후보는 경제를 살린 전두환 리더십을 평가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겨냥해 “존경하는 분이니 밟지 못할 것”이라며 전두환 표지석까지 밟는 퍼포먼스까지 했다. 한술 더 떠 조국은 “히틀러 통치 시기 독일 중공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독일 총리 후보가 ‘히틀러가 잘한 것도 있다’라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라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결국 윤 후보는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이 후보도 “전두환도 공과가 공존한다”며 경제성과를 인정했다. 경제 부흥이라는 공도 인정할 수 없다는 여권의 금기(禁忌)를 깬 것이다. 그 정도로 절박한 심정으로 야당의 기반인 대구경북 표밭을 공략하겠다는 승부수였다.
문제는 그 다음 대응이었다. 초등학생이 봐도 발언 취지는 같은 맥락인데도 “이재명과 윤석열 발언은 다르다”고 했다. 당내 일각에서 “이 후보 발언은 너무 나갔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 후보는 오히려 “우리가 양자택일, 흑백논리에 빠져 있다”고 반박했다. 나는 괜찮지만 윤 후보는 용납할 수 없다는 전형적인 이중잣대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정책 실패 등으로 등 돌린 민심 지형은 이 후보에게 불리한 편이다. 여권 인사들도 지금의 이 후보 지지율에서 5% 정도 빼서 보는 게 정확한 분석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중원의 표밭으로 나가야 하는 이 후보의 절박함을 모르는 바 아니다. 여권의 오만과 불통에 대해 연일 사과 모드로 몸을 낮춘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어제 했던 말이 오늘 바뀌고, 뒤집힌다면 그 사과가 진정성이 있을까. ‘내로남불’의 표상이었던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 전두환 공과 발언을 나 몰라라 한다면 어느 쪽 말도 믿기 어려워질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중요 지표 가운데 진실성(integrity) 리더십이 있다. 그 핵심은 ‘말’의 존중이다. 리더는 위기에 몰렸을 때도 전체 구성원에게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메시지의 힘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메시지는 너무나 혼란스럽다. 이게 실용 노선은 아니다.
-정연욱 논설위원, 동아일보(21-12-18)-
_________________________
“정책실패 예방할 미래 정부운영 혁신 필요하다”
[동아시론]
정부 부처 통폐합 대신 새 정부운영체제 필요
저출산-일자리 위원회로 실제 문제 해결 못해
사용자편의성 실패예방 업데이트 시스템 필요
UAE 가상정부인 ‘가능성부’ 신설도 참고해야
최근 대선 후보들의 차기 정부 운영 공약을 보면 기존 부처 통폐합이나 신설 같은 이름만 바꾸는 형식의 하드웨어 개편 논의만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살펴볼 때 운영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새 정부 출범 후 부처 이름만 바꾸거나 관련 위원회를 만드는 형태의 정부조직 개편은 그 성과가 없었다.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었다고,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고 안전 관련 정책의 효과가 올라가지 않았다. 오히려 혼란과 관련 비용만이 더 발생했을 뿐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핵심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서 해결하겠다고 하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었다고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거나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왜 상당수의 사람들은 아이폰을 선호하는지, 기업들이 삼성의 관리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폰 운영체제(OS)인 iOS가 타 운영체제에 비해 사용자 편의성이 높고 삼성의 관리시스템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 발생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국정운영도 OS 개선과 지속적 업데이트를 통한 문제 예방과 해결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문제가 생기면 대책기구, 위원회 신설, 또는 선진국의 성공 정책이나 단편적 인과관계에 의존한 이론에 근거를 둔 정책들을 전면적으로 도입해왔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면적 정책 전환의 실패로 재정적 부담과 국민의 고통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합리적인 존재여서 이상적이고 당위론적 규제와 정책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적법한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본인의 효용을 극대화할 방법을 강구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순응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제재하려 한다. 정책의 근거와 실험 없이 효과를 기대하는 정부 운영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OS 혁신을 위해서 첫째, 실증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Evidence-Based Policy) 수립이 가능하도록 변화해야 한다. 민간기업은 다양한 시제품을 만들고 수만 번의 테스트와 소비자 반응을 살펴본 후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데, 정부 정책 운영 방식은 그렇지 않다. 다양한 정책 대안을 특정 지역에서 실험해보고 시민들의 반응과 효과를 살펴본 후 전면적으로 시행해도 늦지 않다. 실패를 문책하는 형태의 정부 운영 방식 역시 개선돼야 한다. 말로만 적극 행정을 외칠 것이 아니라 실패 면책제도를 만들어야 공무원들이 창의적 대안을 제시하고, 실험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다.
둘째로 예견적 정부를 위한 디지털 혁신을 해야 한다. 현실과 같은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메타버스에서 국민들이 참여해 정책실험을 해보고, 그 결과들을 AI를 활용해 예측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가상세계의 활용은 실제 현상에서 발생하는 정책 실패의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면 한참 지난 뒤에도 효과를 검증할 수 없는 해결 방안에 매달리는 경직성에서 벗어나 선제적 예방이 가능한 예견적 정부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 문제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애자일(agile) 정부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미래대응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2019년 ‘가능성부(Ministery of Possibility)’를 신설했다. 플랫폼 거버넌스 형태의 가상정부인데, 담당 장관 없이 모든 부처가 관여하고 각 부처 구성원과 민간이 참여해 미래에 대비하고, 당면한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고안하는 조직이다. 국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사회 난제를 식별하고, 국민의 행정 수요 및 피드백을 즉각 반영하는 조직으로 운영된다. 구체적으로 시간 제약을 지닌 가상의 부서와 팀을 구축해 실험적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한 교육 훈련을 실시하고, 지속적인 피드백과 민첩성 원칙을 기반으로 문제해결 연구와 협동설계, 프로토타입 실행 및 평가 등 단계로 업무를 수행한다. 이 같은 시도를 실험적으로라도 도입해보는 정부 OS의 혁신이 필요하다.
미래 정부는 보여주기식 전면적 정책 수행이나 부처 신설을 통한 하드웨어 개편, 정치적 고려, 비난 회피식 정책 지연을 비롯해 정책 패치식 누더기 정책을 만드는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급변하는 국제질서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부 운영 방식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지금은 이를 통한 정부 리모델링으로 국민의 세금을 아끼고 잘못된 정책 실패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덜어줄 미래 정부로의 전환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점이다.
-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국정전문대학원 교수, 동아일보(21-12-18)-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박근혜의 ‘옥중 5년’] [국민통합 위해 박근혜·이명박 사면 적극 검토해야] (0) | 2021.12.20 |
|---|---|
| [김정은 잃어버린 10년, 시한폭탄 된 北] (0) | 2021.12.18 |
| [택시기사 폭행 이용구 내년에야 재판, ‘법치 농단’ 끝이 없다] .... (0) | 2021.12.18 |
| [조국의 강에는 아마존강에 없는 ‘우주 괴물’이 산다] (0) | 2021.12.18 |
| [‘좋은 일은 내가, 나쁜 일은 부하가’ 예외 없는 文의 법칙] [‘우리는 다 잘하고 있다’는 지도자들에게] (0) | 2021.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