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희의 江’이 그리 중한가]
[尹 후보의 ‘쓴소리’ 기피증이 야당 내분의 본질이다]
[이준석, 선거에서 손 뗐다면 말도 아껴야]
‘건희의 江’이 그리 중한가
[김순덕 칼럼]
대통령 후보 부인 부풀린 이력, 본인 사과 없이 국민은 용납 못 해
2022년 대선 시대정신 ‘정권교체’,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실패할 텐가

동아일보 DB
한국사를 보다 보면 복장 터질 때가 적지 않다. 효종 승하 뒤에 벌어진 예송논쟁도 그중 하나다. 효종의 계모 자의대비가 상복을 1년 입느냐, 3년 입느냐가 뭐 그리 중요한가 말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단순한 예법 논란이나 당파싸움이 아니라고 말한다. 국가 정통성을 둘러싼 사상적 논쟁이라는 거다.
조선은 주자성리학자들이 인류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유교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나라다. 1차(1659년) 2차(1674년) 예송논쟁의 결론은 더 극단적인 주자성리학이었다. 효종이 왕통은 이었지만 장자가 아니므로 적통(嫡統)이라고는 할 수 없다. 비록 명이 망하고 청이 들어섰으나 적통은 명에 있다고 당시 잘난 근본주의적 주자성리학자들은 주장했다.
이미 망한 명나라 대신 조선이 소중화(小中華)를 자처하며 정치적 사상적 쇄국을 감행한 17세기, 세계질서는 급변하고 있었다.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으로 위계적 봉건질서가 무너지고, 근대 주권국가체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을 눈귀 닫은 선비들이 알았을 리 없다.
영국과 네덜란드가 아시아 개척에 나섰고, 일본도 네덜란드와 교역하며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조선을 추월하고 있었다. 청나라는 1750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2.8%나 차지하는 부국이 됐는데도 우리만 숭명반청(崇明反淸)질을 했으니 잘난 척하다 망국으로 전락한 게 아닌가 싶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을 들추는 이유는 간단하다. 2022년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갤럽 조사 결과 55.5%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결혼 전 이력을 놓고 벌이는 공론(空論)이 과거 예송논쟁이나 다름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21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교육위원회를 단독 소집해 “김건희 씨의 허위 학력 기재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증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3월 9일 대선까지, 아니 윤석열이 대선에서 승리를 하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질 태세다.
대선 후보 부인 결혼 전 사인(私人) 시절의 이력이 중요하다고 나는 보지 않는다. 김건희가 결혼할 사람이 검사일지, 나중에 검찰총장이 될지, 심지어 대선 후보가 될지 젊은 날 짐작도 못 했을 것이다. 알았다면 보톡스 맞듯 그렇게 과장해서 이력을 쓰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쩌면 김건희는 남편 아니라 검찰총장에게도 사실을 말하기 싫을지 모른다.
그러나 김건희가 국민 앞에서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 한, 우리는 진도를 나갈 수가 없다. 윤석열이 아내를 보호하겠다고 직접 사과하는 걸 막는다면, 그의 판단력과 분별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김건희를 위해 ‘윤핵관’을 통해 의원 기자회견을 연출했다는 것도 경악할 일이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윤석열의 대선 구호는 이미 흔들렸다. 윤석열이 대선 기간 중 부인을 선거운동에 동반하지 않는대도 마찬가지다. 설령 그가 대통령에 당선돼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한대도 김건희는 절대 국민 앞에 나설 수 없다. ‘건희의 강’을 건너지 않고는 어떤 식으로든 문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2021년은 100년 만에 닥친 팬데믹으로 세계의 흐름이 급변한 한 해였다. 양극화와 디지털 혁명이 급진적으로 가속화됐고,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경쟁은 신냉전 소리가 나올 만큼 격렬해졌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대통령 후보 부인의 결혼 전 이력 문제로 공론을 벌이는 것 자체가 분하기 짝이 없다.
2022년 초 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 침공, 이란의 핵무기 생산 등 세 개의 전쟁구름이 몰려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세 지역 모두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는 중국에 대만과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상황에서 미국의 국가적 위엄이 손상되면 이는 한미동맹, 우리의 국가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이 대만 문제로 한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 북한은 초강경 반미 이란을 반기는 상황이다.
사방이 첩첩산중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 때 남북 (화상)정상회담과 종전선언을 성사시켜 민주당 대선 승리에 기여할 눈치다. 그리하여 유엔사 해체와 미군 철수가 완료된다면 이 나라에 더 이상 희망은 없을 것 같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건희의 강’에 이대로 빠져 죽고 말 것인가.
-김순덕 대기자, 동아일보(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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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후보의 ‘쓴소리’ 기피증이 야당 내분의 본질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에서 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은 최근의 분란 사태와 관련, “선대위를 강하게 움켜쥐고 끌고 가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선 후보도 김 위원장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선대위가 질서와 계통 없이 몸집만 불린 것이 불협화음의 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이번 사태는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 의혹에 대응하는 방식을 놓고 불거졌다. 김씨 의혹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덮고 지나가자는 쪽과 그래서는 문제를 키울 뿐이라는 쪽이 충돌한 것이다. 김씨 이력이 총체적 허위라는 식의 의혹 제기는 상당히 부풀려져 있다. 김씨 이력 중 일부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이 윤 후보의 국정 운영 능력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장관 자녀의 입시 자료 의혹에 엄정한 잣대를 들이댔던 점에 비춰 윤 후보가 아내 이력 논란을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 역시 만만치 않다. 윤 후보가 국정 전반에 대한 경륜을 충분히 검증받지 못하고도 국민 지지를 받아 야당 후보가 된 것은 윤 후보가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문재인 정부의 위선에 맞섰기 때문이다. 국민은 윤 후보 아내 이력 자체보다는, 그 문제를 다루는 윤 후보의 자세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윤 후보가 아내 문제를 비롯해 껄끄럽고 부담스러운 쟁점에 대해 귀를 닫으려 한다는 세간의 평 역시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윤 후보는 조수진 공보단장이 당대표인 이준석 선대위원장의 지시를 거부한 것에 “그게 민주주의”라고 했다. 조 단장이 김씨 의혹에 대해 윤 후보 편에 섰기 때문일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윤 후보가 불편해하는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윤 후보가 그 말을 경청하는 태도를 보여야 그게 진짜 민주주의다. 대선 후보 때부터 쓴소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나라 꼴이 어떻게 돌아가겠는가. 국민들이 그런 걱정을 하기 시작하면 윤 후보에게 국가의 장래를 맡겨도 되겠느냐는 고민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조선일보(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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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선거에서 손 뗐다면 말도 아껴야

2021년 12월 22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덕훈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은 조수진 최고위원의 항명 사태를 문제 삼아 “선거에서 손 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페이스북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비판하면서 “세대 결합론이 무산되었으니 새로운 대전략을 누군가 구상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복어를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고 누누이 이야기해도 그냥 믹서기에 갈아버렸다”고 했다. 당 대표가 선거를 눈앞에 두고 후보와 당을 위기에 빠뜨린 분란의 한 쪽 당사자가 된 데 대해 책임을 느끼거나 미안해하는 마음은 조금도 느낄 수 없다.
조 최고위원과 윤 후보를 둘러싼 일부 측근을 문제 삼은 이 대표 지적에 옳은 대목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윤 후보와 대화를 통해 조용히 문제를 풀었어야 한다. 당 대표에겐 그럴 권위와 수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선 무대의 주인공은 후보며, 최종적인 결정은 후보의 몫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두 차례나 사퇴 카드를 휘두르며 당내 문제를 확산시켰다. 선거를 망치는 자해 행위로까지 비친다.
이 대표가 정말 선거에서 손을 떼겠다고 결심했다면 선거에 대한 논평도 삼갈 일이다. 링 밖에 선 제3자 정치 논평가처럼 선대위 인사들을 향해 비판을 이어가는 것은 당 대표로서 후보를 돕는 일은 계속하겠다던 다짐과도 배치된다. 이 대표는 불과 몇 달 전 낡은 정치에 새 바람을 일으키며 우리 정치판의 세대교체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이 대표가 요즘 보이고 있는 가벼운 처신은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배신하는 일이다.
-조선일보(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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