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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 [부부의 반말] ["반말 그만 하세요"]

뚝섬 2025. 10. 16. 07:47

[반말]

[부부의 반말] 

["반말 그만 하세요"]

 

 

 

반말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틀린 경어법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의 말투는 바뀌지 않는다. 때로는 사장이 그렇게 요구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고객을 과잉 존대해야 장사에 도움이 된다고 체험으로 배워왔기 때문이다. 손님은 왕이고, 왕은 무례를 참지 않는다. ‘왕’을 높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람 아닌 사물에게까지 존칭을 부여한 것이다. 한국 사회의 과도한 위계와 서열 사례의 한 단면이다.

 

▶드라마 ‘무빙’에서 국정원 블랙 요원은 한참 어려 보이는 동료에게 편하게 말을 놓다가 일격을 당한다. 얻다 대고 반말이냐는 것이다. 알고 보니 세 기수 공채 선배였다. 상명하복의 경직된 조직인 국정원에서 드라마의 요원은 자신이 여덟 살 더 많았지만 존댓말을 써야 했다. 현실에서 요즘 Z세대는 선후배가 서로에게 ‘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상호 존대를 하면 나이·학번과 무관하게 동등한 인격체로 대화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2대 국회 최고령자인 박지원 의원의 반말이 논란이자 화제다. 엊그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질의 시간을 초과한 박 의원에게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조용히 해”라고 반말을 했고, 신동욱 의원이 “연세 많다고 반말해도 됩니까, 존칭해 주세요”라고 반박하자 “너한테는 해도 돼” “나는 옛날부터 너한테는 말 내렸어”라고 했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23세다. 신 의원은 나중에 정치인과 기자로 알고 지낸 지는 오래됐지만 ‘너’라고 할 사이는 아니라고 했다.

 

▶과거에도 국회에서 반말 소란은 있던 일이다. 오래전 한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두 살 아래인 장관에게 반말로 질의했다가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그게 상식에 맞는 얘기야” “이거 언제 할 거야”라고 반말로 질문한 것이다. 그 의원은 그 직후 “거친 표현으로 결례해서 미안하다” “평소 격의 없이 지내다 보니 표현이 지나쳤다”고 사과했다. 장관도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받아들였다.

 

▶“왜 반말하느냐”로 큰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 한국 사회다. 싸우다 보면 원래 원인은 없어지고 ‘반말’만 남는 경우도 있다. 나이 많은 사람은 아랫사람에게 말을 놓으면 심리적 거리감을 허물고 거리낌 없이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인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들이 국회라는 공적인 장소에서 공적인 일을 하고 있을 때만이라도 품위를 지켰으면 한다. 박 의원이 “존경하는 서울 서초을구 출신 신동욱 의원님, 조용히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으면 목적을 120% 달성했을 것이다.

 

-어수웅 논설위원, 조선일보(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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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반말 

 

외국에서 유학하다 만나 결혼한 어느 부부는 서로 존중하자는 의미로 평소 존댓말을 쓴다. 그런데 부부싸움만은 영어로 한다. 존댓말로 다투자니 아무래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반말로 싸우자니 자칫 험한 말을 주고받을 위험이 있어서 영어를 쓴다고 했다. 반면 아내가 평소 안 하던 존댓말을 쓰면 긴장된다는 남자도 있다. 반말할 때는 다정하고 친밀하던 아내가 갑자기 정색하고 높임말을 쓰며 다가오면 십중팔구 싸움 거는 신호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양반가 부부는 서로 존대했다. 그러나 평등한 관계는 아니었다. 아내는 남편을 존경법·겸양법·공손법 등 세 가지 방식의 극존칭 경어로 대했다. 반면 남편은 ‘이러하오’ ‘저러하오’ 등 예사높임말을 썼다. 평민들처럼 아내에게 반말하지는 않았지만, 존중해서라기보다는 체통을 지키자는 취지였다. 소수서원을 세운 조선 중기 문인 주세붕의 시조 ‘지아비 밭 갈러 간 데 밥고리 이고 가/ 반상을 들오되 눈썹에 맞초이다(...)’는 부부간 언어조차 불평등했던 시대의 단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어에서 존댓말은 주로 연장자나 낯선 이에게 쓴다. 불어에선 그 쓰임이 우리와 사뭇 다르다. 불어의 ‘tu’는 ‘너’, ‘vous’는 존칭인 ‘당신’으로 해석되는데, 엄밀히 말해 ‘tu’는 반말이라기보다 관계의 친밀함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손자가 할머니를 부를 때 ‘tu’라 하는 것은 불손해서가 아니라 친해서이다. 프랑스 직장에서 상사가 부하에게 “나를 tu라 부르라”고 한다면 맞먹어도 된다는 게 아니라 서로 익숙해진 사이라는 의미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엊그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실세는 김건희씨로 알려져 있다. 김씨가 사석에서도 윤석열 후보에게 반말을 한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통령 부인이 권력을 휘둘러선 안 된다는 송 대표의 발언 취지는 타당하다. 하지만 김건희 실세론의 근거가 ‘아내가 남편에게 하는 반말’이라고 한 데서 많은 이가 고개를 저었다. 한 시사평론가는 “요즘 반말 안 하는 부부도 있느냐”며 “어설프게 프레임 작전을 짰다”고 비판했다.

 

▶존댓말을 한다면 아내만 남편에게 존대하기보다 부부가 함께 쓰는 게 타당하다. 근래에 부부 사이 반말이 보편화하고 있다. 부부간 친밀함을 강조하는 세태이기도 하고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며 부부 관계가 평등해진 시대 변화도 반영됐을 것이다. 존댓말이든 반말이든 그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고 부부가 선택할 문제다. 물론 부부는 서로 존중하면서 평등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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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 그만 하세요"

 

출퇴근길 오가는 지하철역 앞에 장사 잘되는 커피점이 하나 있다. 카운터에 걸려 있는 문구가 재미있다. "반말로 주문하시면 반말로 받습니다." 젊은이가 주인이고 젊은이들이 이용하는 가게지만 손님 중에 말버릇 안 좋은 이가 꽤 있는 모양이다. 말이란 게 이렇다. 대등해야 할 관계에서 한쪽이 힘을 과시하듯 반말을 하면 맞받아치는 게 인지상정이다.

 

▶특히 권력자가 많이 있는 국회에서 반말을 둘러싼 시비가 잦았다. 어떤 국회의원은 장관을 향해 "그게 상식에 맞는 얘기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 거야?"라며 면박을 줬다. 어떤 국회의원은 또 다른 장관을 추궁하다가 "그 정도로 머리가 안 좋다는 말이지"라고 모욕했다. 한 장관은 의원의 질의에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했다가 "반성하고 앉아 있으란 말이야"란 호통을 듣기도 했다. 

 

▶장관이 이럴진대 국회에 불려간 공무원이나 민간인들이 어떤 대접을 받을지는 상상이 간다. 공직자들 사이에선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 정부 청사로 돌아가는 길인 서강대교를 견자교(犬子橋)라고 부른다고 한다. 국회에서 수모를 당하다 차 타고 다리를 건너올 땐 자기도 모르게 '개○○' 하고 울분을 터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두 달 전에는 한 의원이 공공 기관 사장에게 "무슨 답변이 그래?" 했다가 "지금 나한테 반말합니까"라는 반격을 받았다.

 

▶지방 의회 의원들도 못된 것부터 배우는 모양이다. 시·군 의원들이 "공무원들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너희 과장한테나 말해" 같은 막말·반말을 예사롭게 하고 다닌다는 말이 들린다. 급기야 엊그제 김해시 공무원들이 '시의원님! 반말 그만하세요'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시 청사 벽에 내걸었다. 옆 건물이 의회 청사니 의원들 코앞이다. 이만한 일에도 꽤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그동안 오죽 당했으면 이랬을까 싶다. 의원들은 달라질까. 이런 호소에도 꿈쩍 않는 국회의원·지방의원들이 있다면 얼마 전 읽은 수필 한 대목을 들려주고 싶다.

 

▶옛날 나이 지긋한 양반 둘이 푸줏간에 들렀다. 한 사람이 "이봐 백정, 쇠고기 한 근 주게" 하자 다른 사람이 "이보게 김씨, 나도 한 근 주시게" 했다. 푸줏간 주인은 먼저 양반에게는 말없이 한 근을 달아 주었다. 그런데 나중 양반에게는 "어르신 여기 있습니다" 하며 육질이 좋은 고기를 골라 공손히 건네 주었다. 먼저 양반이 왜 다르냐며 화를 냈다. 그러자 주인이 말했다. "그쪽 것은 백정이 자른 것이고 이 양반 고기는 김씨가 잘라서 그렇습니다." 반말에는 대가가 따르는 것이다.

 

-김태익 논설위원, 조선일보(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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