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판사들이 아직도… ]
[반성문 대필 의뢰 좀 그만… 판사는 안 속아요]
이런 판사들이 아직도…

점심 자리에서 폭탄주가 오가던 법조계의 ‘낮술’ 문화는 2000년을 전후로 크게 줄었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추태나 실언이 사회적 물의를 빚으면서, 드러내놓고 공공연히 술자리를 갖는 일은 점차 자제하게 됐다. 하지만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 듯하다. 지난해 6월 제주지법 부장판사 3명이 근무시간에 낮술을 마시고 노래방에서 소란을 피운 사실이 최근 뒤늦게 드러났다. 국회 법사위가 이들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자 셋 모두 ‘재판 준비’를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사건은 지난해 6월 28일 제주지법 직원 환송회 자리에서 벌어졌다. 오창훈, 여경은, 강란주 등 세 부장판사는 낮술을 마시다 취한 상태로 노래방을 찾았는데, 업주가 “술은 못 파니 나가 달라”고 하자 버티면서 경찰까지 출동했다. 이들은 다른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고, 3명 중 2명은 법원에 복귀하지 않고 퇴근했다. 법원 감사위원회는 성실 의무와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인정했지만 ‘경고’ 조치로 마무리해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평가다.
▷이들 중 오 부장판사는 다른 논란에도 휘말려 있다. 그는 올 3월 재판 중 방청객에게 “어떤 소리도 내지 말라. 한숨도 쉬지 말라. 어기면 구속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해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됐다. 여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변호사와 “2차 애기 보러 갈까”, “좋죠. 형님” 등의 대화를 나눈 카톡 화면이 공개되며 부적절한 접대 의혹을 받는다. 이 변호사는 여 부장판사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구속된 피고인에게 “보석으로 풀려나게 해줄 테니 돈을 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오 부장판사에 대해선 “징계 사유가 아니다”, 여 부장판사에 대해선 “친분이 없는데 변호사가 과장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7년 서울동부지법 성범죄 전담 재판부 판사가 지하철에서 여성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현행범으로 붙잡혔는데, 법원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판결 직후 감봉 4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다. 2012년 일본 오사카지법 판사가 같은 혐의로 적발된 후 파면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당시 일본 재판관탄핵재판소는 판결문에서 “사법 전체에 대한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질타했다.
▷법사위는 제주지법 부장판사들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국회가 현직 판사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한 건 처음이다. 결국 끌려오다시피 나온 여 부장판사는 “부적절한 처신에 깊이 반성한다”며 여러 번 고개를 숙였다. 동행명령을 거부한 두 부장판사는 고발될 처지에 놓였다. 사법부가 내부 비위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밖으로부터의 ‘사법부 개혁’ 목소리는 점점 커지게 될 것이다.
-장원재 논설위원, 동아일보(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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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대필 의뢰 좀 그만… 판사는 안 속아요
장당 20만원 줄 테니 "읽으면 눈물 줄줄 나게" 자필 반성문 의뢰
기본일 뿐 그걸로 감형·석방은 없다, 선처 탄원서 뭉치도 마찬가지
변호사 사무실에 의뢰 전화가 걸려왔다. ‘글 잘 쓰는 변호사’가 필요하다고. 맡기고 싶은 건 반성문 대필. 반성문 한 장당 12만원, 자필로 써 주면 20만원. “집행유예 기간이라 이번에 실형 나오면 그전 형까지 살아야 해서 끝장이에요. 아무리 냉정한 판사도 읽으면 눈물 줄줄 날 수 있게 간절하게 써주세요. 네?” 양형 변론을 맡을 수는 있어도 반성문 대필만 맡지는 않는다고 안내하고 전화를 끊었다. 정말 반성문으로 판사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정답부터 말하면, 움직일 수 없다. 저런 오해가 생기는 것은, 형사사건 판결문에 ‘피고인이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반성하고 있는 점’이 양형 이유로 들어가곤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어떤 판사도 제대로 합의나 보상도 하지 않는 피고인이 눈물 젖은 반성문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감형·석방해 주지 않는다. 선고형을 결정할 때는 죄질, 범행의 경중, 수사와 재판 과정의 피고인 태도, 진술 내용, 재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그러면 반성문은 아무 의미도 없을까? 난 의뢰인들에게 설명하곤 한다. “반성문은 그냥 기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안 내는 사람이 없다. 반성문이 없으면 괘씸해서 형이 올라갈 수 있지만, 반성문 하나 냈다고 형이 내려가진 않는다. 그러니까 내라. 단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현실적으로 일반적인 형사사건에서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반성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는 일은 거의 없다. 사건은 너무 많고 시간은 없기 때문이다. 중요 증거를 검토하고 법률적 쟁점을 담은 의견서만 보기도 바쁘다. 그런데 간혹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이라든가, 사건이 중대하고 죄질이 나쁜 사건이라든가, 아니면 가정 폭력, 아동 학대, 스토킹 등 재범 위험성 판단에 신중해야 하는 사건은 반성문을 꼼꼼히 보기도 한다.
반성문을 읽어보면 가끔 보이는 경우가 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아니면 쓰기 싫지만 감형 좀 받아보려고 억지로 썼는지. 예를 들어 교묘하게 피해자나 제3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든가,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이 ‘사법기관에 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쓴다든가, ‘범죄’ ‘잘못’ 같은 단어는 절대 쓰지 않고 ‘실수’라고 표현한다든가.
가족이나 지인들이 써주는 선처 탄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음주 운전이어도 “내 아들은 절대로 그런 일을 할 애가 아닌데 여자 친구가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떼를 써서 어쩔 수 없이 간 것이다. 여자애를 잘못 사귀어 그렇다”고 둘러대는 탄원서가 있는가 하면, “그 어떤 말로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절대 가볍게 넘기지 않고, 부모로서 사죄하고 책임지겠습니다”라고 진심을 보이는 탄원서가 있다.
변호사에게 반성문을 맡기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 법원이나 수사기관에서 원하는 건 잘 쓴 반성문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지는 반성문이기 때문이다. 잘못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게 아니라, 재범을 하지 않기 위한 구체적 계획이나 실천 내용을 적거나 자료를 첨부하는 것이 좋다. 뭐든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라지만, 반성하는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서아람 변호사, 조선일보(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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