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선거’ 강조한 文, 정부의 중립 시비부터 불식하라]
[607조 본예산 두 달 만에 또 30조 추경, 선거 없어도 이랬겠나]
[예산 짤 때 뭐 하고 새해 벽두부터 ‘추경’ 호들갑인가]
‘통합의 선거’ 강조한 文, 정부의 중립 시비부터 불식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신년사에서 3·9 대선에 대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선거”라며 “적대와 증오와 분열이 아니라 국민의 희망을 담는 통합의 선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번 대선이 미래로 가는 통합의 장이 되길 바라지만, 문 대통령의 말이 다소 공허하게 들리는 까닭은 정권교체와 정권연장 등으로 국민 여론이 쫙 갈라져 있는 현실 때문이다. 집권 기간 미래와 통합과 같은 긍정의 에너지보다는 과거, 편 가르기 등 부정의 에너지가 더 위세를 떨친 탓이 크다.
통합의 선거를 강조하기에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엄정 중립’ 의지부터 다져야 한다. 집권 세력이 정권 재창출을 바라는 것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법과 상식을 넘어서는 행동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역대 정권들도 불공정 시비나 관권선거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조심하는 태도를 보였다. 현 정권은 대놓고 온갖 정책수단을 동원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정부 여당이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1가구 1주택의 경우 보유세를 물릴 때 1년 전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게 단적인 예다. 전기료와 가스료를 1분기엔 동결했다가 대선 직후 올리기로 한 것도 속 보이는 꼼수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손실보상금 500만 원을 1월 말 선(先)지급하기로 한 것도 대선용이란 의심을 사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선거 주무 장관 자리에 여당 중진 의원을 끝까지 앉혀 놓겠다는 것도 납득이 안 간다. 역대 정권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다. 당장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여야 대선 후보 관련 수사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주는 듯한 발언으로 야당의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선 기간 내각에 현역 의원 장관이 6명이나 되는 것도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선관위가 여당 공약 개발을 도운 혐의로 정부 부처 차관 2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자 문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했다. 헛말에 그쳐선 안 된다. 대선 주무 장관 2명만이라도 속히 사퇴시키고 차관이 장관 대행을 하도록 하는 게 최소한의 중립 의지를 내보이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동아일보(2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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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조 본예산 두 달 만에 또 30조 추경, 선거 없어도 이랬겠나

2021년 12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2022년도 예산안 표결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이 대선 직전인 2월 임시국회에서 최대 30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소상공인 선(先)지원을 위한 추경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애초 난색을 표하던 정부도 국회 처분에 따르겠다고 물러섰다. 여기에 선거를 앞둔 야당도 동조하고 있어 사상 초유의 ‘2월 추경’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추경은 본 예산을 짤 때 미처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나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기 위한 비상 조치다. 코로나 사태는 2년이 넘어 예상 못 한 재해나 위기가 아니다. 외환 위기 당시인 1998년 ‘3월 추경’을 편성했던 것보다도 빠르다. 지금이 국가 부도 사태보다 더 큰 위기는 아닐 것이다. 올해 본 예산을 빚까지 내 사상 최대인 607조원으로 편성한 것도 코로나 때문이다. 그런데 두 달 만에 무슨 새로운 위기가 발생했다고 추경인가. 선거가 없었어도 이런 무리한 일을 했겠나.
새해 예산이 집행되기도 전에 또 추경을 추진하는 것은 예산 607조원이 말로만 ‘코로나 대응’이었고 실제로는 엉뚱한 곳에 세금을 퍼붓고 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이다. 코로나 피해는 2년 넘게 이어져 온 것으로 결코 갑자기 새롭게 등장한 문제가 아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추가 지원이 필요하면 607조원이나 되는 기존 예산의 내용을 변경하면 된다. 그런 구조 조정은 표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절대 하지 않는다.
문 정부는 집권 후 5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추경을 편성했다. 이번 ‘2월 추경’까지 실현되면 열 번째다.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전비 조달을 위해 일곱 차례 추경을 짠 이후 최다 기록이다. 5년간 편성하는 추경 규모가 총 160조원을 웃돌게 된다. ‘2월 추경’을 전액 적자 국채로 충당하면 국가 채무는 올해 1100조원에 육박하고 GDP 대비 비율은 51%로 높아지게 된다. 방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이도 모자라는지 이재명 후보는 예산 편성권을 기획재정부에서 분리해 청와대나 총리실 직속으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정치권 요구에 미약하게나마 원칙을 들어 제동을 거는 기재부의 견제 기능까지 없애고 마음대로 빚을 내 돈을 뿌리겠다는 것이다. 지난 4년 동안에도 국가부채가 매년 100조원꼴로 늘어났는데 청와대가 예산을 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조선일보(2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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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짤 때 뭐 하고 새해 벽두부터 ‘추경’ 호들갑인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일 “추경을 통해서라도 자영업 손실 선보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자 민주당은 최대 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어 이 후보도 “선지원, 후정산을 통한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3일에는 민주당 의원 83명이 “코로나19 손실 보상과 지원을 위한 100조 원 추경안 편성을 촉구한다”는 대정부 결의안까지 냈다.
앞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1일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행정부를 설득해 추경안을 국회로 보내라는 입장”이라며 그러면 얼마든지 논의할 계획이 있다고 동조했다. 국민의힘은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자신들도 같은 입장이라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퍼주기식 정책에 짬짜미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대 최대인 2022년 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이 예산을 집행도 하기 전에 추경안을 편성하는 것은 선심용 재원을 쌓아두고 보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동네 구멍가게도 이런 식으로 살림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2월 추경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정부가 늘어난 손실을 보상할 의무가 있지만 손실을 정확히 산정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예비비로 선보상한 뒤 추후 정교한 검증을 거쳐 추경안을 짜는 것이 합리적이다.
추경이 일상화하면서 세수 상황을 따져 예산을 편성, 집행, 평가하는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올해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을 넘어설 판이지만 대선 후보나 여야의 누구도 재정건전성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 위기 경보장치가 꺼진 한국의 2022년이 불안하기만 하다.
-동아일보(2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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