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제 비로소 ‘정치인’ 되는가]
[윤석열이 고전하는 숨겨진 진짜 이유]
[尹선대위 재편 놓고 종일 혼선·갈등, 이래서 쇄신이 될까]
尹, 이제 비로소 ‘정치인’ 되는가
[김대중 칼럼]

김종인 위원장의 선대위재편 발표로 일정을 잠정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22년 1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나서고 있다./이덕훈 기자
대통령선거를 두 달 남기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선대위 등 당의 조직 개편을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옳은 선택이다. 애당초 윤 후보가 부진에 빠진 것은 후보와 당(黨)이 불협화음에 빠져 있고 후보는 그것을 극복할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윤 후보는 기본적으로 국민의힘과 그 소속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 그는 지난달 23일 전남 광주에서 “국민의힘이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호남 분들이 국힘에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다. 저도 정권 교체는 해야 되겠는데 민주당에는 들어갈 수 없어 부득이 국힘을 선택했다. 국힘이 수권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뒤 기자들과 문답에서 “아홉 가지 생각이 달라도 정권 교체라는 한 가지가 같으면 함께 정권 교체 이뤄야 하는데 당시 국힘이라는 정당은 아홉 가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을 다 포용할 수 없는, 선뜻 내키지 않는 정당 아니었나”라고 부연 설명했다.
문제는 윤 후보가 그러면서도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의 조직에는 올라 탄 것이다. 국민의힘을 그렇게 타기(唾棄)했으면 애당초 입당을 하지 말고 다른 선택을 했어야 했다. 들어왔으면 조직을 전면 개편하거나 창당하듯이 뒤집고 장악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그는 신뢰는 없으면서 국힘의 조직(선대위 등)에 그냥 엉거주춤 얹혀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 핵심 관계자)에나 의존하는 기회주의적 처신을 한 꼴이 됐다.
당시 윤 후보의 지지율(여론조사상)은 국힘과는 상관없이 아주 높았고 윤 후보로서는 국힘 없이도 대권에 다가갈 수 있다고 자만했음 직하다. 하지만 그의 아내의 학력과 이력에 관한 문제, 본인의 몇 가지 실언, 토론상의 문제 등이 부각되면서 윤 후보의 문제는 자신의 인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조직의 대처가 필요했고 그 와중에 조직(국힘)은 윤 후보 측의 오만과 냉대에 저만치 밀려나 있었다. 그러니 화음(和音)이 생길 리 없었다.
그렇다고 윤 후보가 여기저기 언짢은 소리나 하고 당내 조언을 외면하는 것이 그의 ‘새 정치’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국민(유권자)은 모른다. 후보와 당(黨) 사이에 무슨 불협화음이 있고 누가 옳고 그르고를 구체적으로 따질 이유도 필요도 없다. 그것은 후보의 리더십의 문제로 귀결될 뿐이다. 이준석 당 대표의 행적과 발언과 속내에 아무리 문제가 있다 해도 심판받는 사람은 윤 후보지 이 대표가 아니다.
작금의 통계뿐 아니라 지난 경험을 토대로 보건대 특단의 변화 없이 현재의 추세대로 간다면 국민의힘에 의한 정권 교체는 무망해 보인다. 국힘당 내부에 이미 패색이 깃들기 시작했고 이것은 역설적으로 민주당을 상승 기류에 올려 놓을 것이다. 민주당은 총공세로 나오고 있다. 이 후보의 색깔과 진로에 의문을 가진 친문 세력들까지 동원해 연일 윤석열 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제 뒤늦게나마 윤 후보가 선대위를 정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당을 정리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정리하겠는가. 윤 후보는 엊그제 선대위 신년 인사에서 ‘저부터 바꾸겠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보면서 오만은 곧 독약이라는 것을 잘 알게 됐다. 우리 자신에게 그런 모습이 있지 않은지 되돌아본다”고 말했다. ‘오만’했다면 당연히 바꿔야 한다. ‘오만’은 윤 후보 자신뿐 아니라 선대위에도 있고 선대위를 이끄는 지도부에도 있다.
지금 선대위를 재편하는 것은 도박일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이대로 패배할 것이라면 지금 무엇인들 못 하겠는가. 후보는 바꿀 수 없다. 당도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바꿀 수 있는 것은 선대위다. 모두 잘난 척하고 윤 후보의 인기에 무임승차하는 분위기였던 선대위 또는 당 조직이다. 기왕 바꾸는 김에 한두 명 사표 받는 식으로 하지 말고 아예 확 바꾸는 것이 분위기 쇄신을 위해 필요할 것이다. 당에 얹힌 것처럼 앉아 있지 말고 본인이 운전석에 앉은 기분으로 쇄신하기 바란다. 또 당의 외연을 넓히려고 당 정체성에 어긋나는 사람 찾아다니지 말고 원칙에 충실하기 바란다. 윤석열 후보는 비로소 정치의 영역에 들어온 것이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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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고전하는 숨겨진 진짜 이유
[오늘과 내일]
검사 시절 갑(甲)의 언어습관 못 버리면
대선 내내 유권자와 주파수 못 맞출 수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새해부터 위기에 빠지자 사람들이 그 이유를 찾느라 부산하다. 상당수는 부인 김건희 씨 논란과 함께 선대위를 망가뜨린 이준석 당 대표와의 내전(內戰)을 꼽는다. 아들뻘 하나 품지 못하는 정치력에 혀를 찬다. 하지만 이준석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쌍방 과실’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정치권을 오래 지켜본 사람들은 다른 이슈에 잠시 가려졌지만 윤석열의 입이 문제의 본질이라고들 한다. 전두환 발언 때만 해도 단순 실수인 줄 알았는데 ‘부득이 국민의힘 선택했다’ ‘청년 대부분이 중국을 싫어한다’에 이어 ‘미친 사람들 아니냐’까지 나오자 찍기 고민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그가 정치 자산으로 내세우는 공정과 상식은 스스로의 성취라기보단 문재인+조국+추미애라는 ‘내로남불 연합’에 대한 반사효과로 얻은 것이다. 말실수 몇 방이면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더욱이 대선 본선은 그야말로 말의 전쟁. 결국 김종인이 “후보의 메시지, 연설문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하기에 이르렀다.
윤석열은 왜 계속 말실수를 하는 것일까. 주변에선 ‘정치 초짜’의 경착륙 과정이라 여기는 듯하다. 한 측근 인사는 “새해 첫날 큰절한 것 보라. 학습 능력이 좋아서 말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한국 보수세력 특유의 대책 없는 낙관론이라고 필자는 본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정치 언어’가 무슨 대치동 학원에서 속성으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의 화법, 언어에 대한 인식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윤석열은 다변가(多辯家)다. “종종 삼천포로 빠지니 주의하라.” 지난해 말 윤석열을 인터뷰하기 전 그를 잘 아는 지인이 필자에게 해준 말이다. 실제로 만나 보니 삼천포를 지나 남해 바다 한가운데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다. 컨디션이 좋으면 몇 시간이고 대화를 주도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화법을 시중에선 ‘구라’라고 하는데, 이게 사적 대화에선 좌중을 휘어잡을 수 있지만 정치 언어로선 어디로 튈지 몰라 스스로 지뢰를 품는 격이다.
더 큰 문제는 정치 언어에 대한 인식이다. “정치 세계는 공직 세계나 학문 세계와 달라 상대에게 빌미를 주면 늘 왜곡되고 공격당할 수 있다.” 윤석열이 지난해 12월 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실언 논란에 대해 한 말이다. 나는 A라고 말했는데 왜 민주당과 일부 언론에선 B라고 비판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에선 내가 사실이라 믿는 것보다 밖에서 어떻게 인식되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정치 IQ’가 뛰어난 정치인은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파악하고 필요하면 실제와의 차이를 줄이려 한다. 이런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윤석열의 사과 타이밍이 늘 한두 박자 늦었던 것이다. 이는 이회창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실패로 끝난 법조인 출신 대선 주자들이 매우 취약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언어 문제에 있어서 윤석열 후보는 여전히 검사 티를 못 벗고 있다. 검사 시절에야 피의자들이 절대 갑(甲)인 윤석열의 말을 끝까지 경청했겠지만 유권자들은 그럴 이유가 없다. 무한대의 정보가 오가는 요즘은 한두 마디 상징적 언어로 정치인의 전체를 기억하는 경향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 윤석열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검사 시절 한 문장으로 회자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정치의 팔 할은 결국 커뮤니케이션이다. 하물며 대선에 도전하는 후보가 말에서 어그러진다면 선거 기간 내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승헌 부국장, 동아일보(2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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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선대위 재편 놓고 종일 혼선·갈등, 이래서 쇄신이 될까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기현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송은석>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국민의힘이 선거대책위 쇄신에 나섰지만 하루 종일 혼선을 빚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사퇴 여부부터 갈팡질팡이었다. 당초 윤 후보 측은 김 위원장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가 뒤늦게 “소통 착오로 잘못 전달됐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했다. 선대위 개편으로 윤 후보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려고 했지만 오히려 소통 부재의 난맥상만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대위 개편을 둘러싼 윤 후보와 김 위원장 간 불협화음도 불거졌다. 윤 후보는 그제 선대위 6개 본부장의 일괄 사퇴 건의를 받고 숙고하겠다고 했으나 김 위원장은 어제 전격적으로 선대위 개편 내용을 발표했다. 윤 후보에게 사전 연락도 없이 김 위원장이 일방 통보하듯이 발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선대위가 하라는 대로 연기만 잘해 달라고 했다”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됐다. 윤 후보 측은 대선 후보의 독자적인 권한을 무시한 발언이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의 선대위 새판 짜기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선대위 쇄신 차원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도 당직을 일괄 사퇴했다. 소속 의원들도 의원총회에서 모두 당직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의총에선 연일 윤 후보를 비판하고 있는 이준석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이 대표는 “내 거취는 변동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최고위원들이 그만둔다면 즉각 후임자를 뽑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 패권을 놓고 권력투쟁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선대위에 이어 당 지도부도 자중지란을 보인 것이다.
윤 후보는 “모두 후보인 제 탓”이라며 선대위 개편 논의를 위해 오늘 예정된 일정도 취소했다. 윤 후보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어제 하루 국민의힘에서 벌어진 지리멸렬한 모습만 보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윤석열 선대위의 쇄신과 혁신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대부분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 지지율은 하락세였지만 정권교체 여론은 아직도 정권연장 여론보다 높았다. 정권교체를 바라지만 윤 후보에게 실망한 여론이 상당 부분 이탈한 것이다. 윤 후보는 내분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적당히 수습하는 척하는 땜질 처방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면 역풍이 불 것이다. 필요하면 모든 것을 버린다는 각오로 근본적 수술에 나서야 한다. 윤 후보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동아일보(2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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