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에겐 있는데 尹에겐 없는 것]
[중요한 것은 선대위가 아니라 윤석열 후보 자신이다]
[한 달 만에 공중분해된 윤석열 선대위… 달리 누굴 탓하랴]
李에겐 있는데 尹에겐 없는 것
[양상훈 칼럼]
李 측과 尹 측의 가장 큰 차이는 절박감
절박하지 않은 사람은 막대기만 꽂아도 되는 선거 구도에서도 질 수 있다
민주당은 ‘선거에 지면 죽는’ 당이다. 한국에서 선거에 진다고 죽을 일이 없지만 민주당 상당수 사람들은 그런 피해 의식에 빠져 있다. 자신들이 선거에 이긴 뒤에 진 쪽을 그야말로 ‘죽였던’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표가 정권이 바뀌면 ‘문재인 대통령을 지킬 수 없다’고 했다. 노무현처럼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 실세였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감옥에 들어가며 ‘문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했지만 그 말엔 선거에 지면 ‘우리 모두 죽는다’는 절박감이 담겨 있다. 실제 작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관계자들은 입버릇처럼 “지면 죽는다”고 했고, 심지어는 문 대통령 지시를 따랐던 일부 군 관계자들도 ‘안 죽으려면 1번을 찍어야 한다’는 말들을 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에도 선거에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면 죽는다’는 절박감을 가진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생각을 평균 낸다면 ‘이겨야 하는데 참…’이거나 ‘이겼으면 정말 좋겠다’는 정도인 것 같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도 선거에 대한 열의에는 편차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핵심들 사이에는 절박감이 공유되고 있다. 그 절박감은 민주당 이재명 선대위의 일사불란과 ‘내부 분규 일절 없음’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내부라도 이견과 충돌이 없을 리 없지만 아무도 이를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다. 배가 침몰하면 다 죽는다는 생각을 가진 선원들은 누가 배에 구멍을 냈든 먼저 그 구멍부터 막고 본다.
국민의힘이라는 배에 구멍이 나면 구멍을 막기보다 ‘저 사람이 구멍을 냈다’고 확성기로 외치기 바쁘다. 당대표가 든 확성기가 가장 크다. 선거 핵심들 사이의 분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진다. 민주당 후보의 문제는 100이 10으로 줄고, 국민의힘 후보의 문제는 10이 100으로 커진다. 우리 대선 역사상 이런 내부 난맥상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핵심들 사이에 공유된 절박감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후보의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은 이 후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진영 전체의 절박감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경선에 나왔던 사람들은 대선 승리보다 자기 이익 계산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윤석열 후보 스스로 어떤 절박감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절박감이 있는지는 그 사람이 ‘자존심’을 내세우는지를 보면 안다. 절박감이 있는 사람은 누가 어떤 말을 해도 그 앞에 고개를 숙이고 “도와달라”고 한다. 절박감이 없는 사람은 자기 생각과 다르면 화를 낸다. 누가 “후보는 연기를 하라”고 했을 때 절박한 사람은 ‘연기가 아니라 그 이상도 하겠다’고 하고, 절박하지 않은 사람은 무시당했다고 생각한다. 절박한 사람은 천 길 낭떠러지를 건너야만 한다면 무너지기 직전의 다리라도 죽을 각오를 하고 건넌다. 절박하지 않은 사람은 안전한 길을 찾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P 연대를 위해 김종필 전 총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게 절박감이다.
이번 선거는 야당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될 것이란 말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민주당 사람에게서 들은 얘기다.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니다. 부산경남 출신이 아닌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김대중밖에 없는데 그때도 만약 제3후보 이인제가 부산경남에서 무려 30%를 가져가지 않았다면 김대중은 낙선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부동산 대란과 박원순 성추행으로 서울 민심이 민주당에서 돌아섰다. 서울에서 이기지 못하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아직도 중도층에서 정권 교체 여론은 정권 유지에 비해 높다. 민주당 후보가 도덕성과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다. 한국 대선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들 대부분이 야당 우세를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우리 유권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자만과 오만’이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은 선거 구도를 가진 측은 흔히 자만에 빠지기 쉽다. 국민의힘 내부가 바람 잘 날 없고 바람은 불었다 하면 태풍인 것은 자만심과 이기심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주판알만 굴리는 사람들은 국민이 그들의 속마음을 모를 줄 알지만 국민 눈엔 다 보인다.
절박한 사람은 필사적이다. 모든 것을 걸고 간구하는 사람은 유권자들이 결국 쳐다보기 마련이다. 심지어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절박해 보이는 사람에게로 동정이 쏠리는 것이 우리 사회다. 현재 중도층의 30% 정도가 ‘정권 교체를 바라지만 윤석열 후보 지지는 유보한’ 사람들이다. 앞으로 남은 60여 일 동안 이들이 투표장으로 나갈 것인지, 간다면 어디를 찍을 것인지는 누가 절박하고 필사적인지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은 명백히 민주당이 더 절박해 보인다. 막대기만 꽂아도 되는 판이라지만 막대기만도 못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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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선대위가 아니라 윤석열 후보 자신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5일 외부일정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당사에 도착, 승강기에 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선을 60여일 앞두고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체했다. 선대위 전면 개편을 요구해 온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도 물러났다. 매머드 선대위 대신 실무형 선대본부로 바꾼다고 한다. 윤 후보는 “국민께 안심을 드리지 못하고 가족 문제로 심려를 끼쳤다”며 “오롯이 제 책임”이라고 했다. 이어 “제게 시간을 주시면 국민이 기대했던 처음 윤석열의 모습, 변화된 윤석열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지난 연말 이후 잇단 말실수와 가족 논란, 당내 자중지란으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지지율이 역전당했다. 그래서 선대위 해체라는 극약 처방을 쓴 것이다. 하지만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은 근본적으로 선대위 운영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 후보 본인의 리더십 부족과 겸손하지 못한 태도에서 비롯됐다. 윤 후보는 아내의 허위 경력 논란이 제기됐을 때 빨리 사과하라는 주위의 권고를 거부하고 시간을 끌었다. 12일이 지나서야 김건희씨가 공식 사과했지만 여론은 나빠질 대로 나빠진 뒤였다.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내걸고 문재인 정부의 위선에 맞섰던 검찰총장 윤석열의 모습이 아니었다.
가족 문제만이 아니라 윤 후보가 주변의 쓴소리를 듣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후보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고리’나 ‘윤핵관’이란 말이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윤 후보가 선대위를 해체했다지만 쓴소리 대신 비위를 맞추는 사람들이 여전히 주변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윤 후보는 정치 신인이다. 게다가 야당이다. 스스로를 낮추고 경청하는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겸손과는 거리가 있는 태도를 보여왔다. 윤 후보가 이준석 대표와 끊임없이 갈등을 빚은 것은 이 대표의 잘못이 크지만 이 또한 후보가 수습 못 할 문제가 결코 아니었다. 결국 출마한 것은 후보이고 피해는 후보가 보는데 작은 감정에 빠져 대국을 그르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두 달 동안 제대로 인상에 남는 정책과 공약을 내보인 게 없다. 어떻게 하면 나라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잘살게 할지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집안싸움으로 허송세월했다. 국민들은 인내의 한계에 달했다. 과연 윤 후보에게 나라를 맡겨도 될지 의구심은 커졌다.
이제 윤 후보 스스로 다짐한 것처럼 완전히 환골탈태한 윤석열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선대본부는 중요하지 않다. 윤 후보가 겸허하게 경청하며 누구에게라도 고개를 숙이고 배우겠다는 진심을 가졌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내가 많이 알고 내가 옳다’는 생각은 정치에선 통하지 않는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은 많은 지식이나 현란한 말솜씨가 아니다. 위선 아닌 공정, 인치 아닌 법치, 편 가르기 아닌 통합, 몰상식 아닌 상식의 회복으로 이끌고 갈 리더십이다. 그 때문에 정권 교체 여론이 열망의 수준으로 높았던 것이다. 미래 비전도 거기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조선일보(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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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공중분해된 윤석열 선대위… 달리 누굴 탓하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이준석 대표가 임인년(壬寅年)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후 자리를 뜨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어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퇴진을 포함한 중앙선대위 해체를 선언했다. 그 대신 기동성 있는 실무형 선대본부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지지율 급락 위기 속에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윤 후보는 “많은 국민께서 과연 정권교체가 가능한 것인지 걱정하고 계신다”며 “다, 모두, 오롯이 후보인 제 책임이다”라고 했다.
둘의 불안한 동거가 33일 만에 파국을 맞은 건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원톱 전권을 둘러싼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지난해 12월 3일 겨우 합류했지만 봉합의 성격이 짙었다. 실제로 자영업자 손실보상금 100조 원 등 정책을 놓고 엇박자를 냈다. ‘윤핵관’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윤 후보의 실언(失言)이 이어지자 “후보는 연기만 잘하라”는 말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별의 순간’이란 덕담으로 엮였던 둘의 관계는 그렇게 끝났다.
윤 후보는 ‘상왕(上王) 프레임’은 벗었지만 이젠 홀로 정치력을 입증하고 대선 후보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다. 윤 후보는 “깊이 반성하고 확실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그간 보여 온 리더십이나 말실수 시리즈를 볼 때 미덥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정치 참여 선언 반년이 지나도록 반문(反文) 정권교체의 깃발에만 매달렸을 뿐 ‘정권교체 그 후’에 대한 국정 철학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 준 게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제 대통령’ 이미지 구축에 나서며 대장동 터널에서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는 윤 후보도 인정했듯 그 자신의 문제다. 현 정권에서 적폐수사를 주도하던 그가 왜 국민의 부름을 받게 됐는지 초심을 잊은 듯했다. 특수부 검사들의 폐쇄적 엘리트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치 위에 군림하는 자세를 보였던 것은 아닌가. 부인 문제 대응에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흥분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직언을 하는 참모가 없고 학교 동창, 검사 출신 등 편한 사람들이 주변을 에워쌌다. 말은 많지만 메시지는 ‘공정과 상식’ 외엔 남는 게 없었다. 피의자를 다루는 듯한 거친 용어까지 남발해 2030세대에게 ‘꼰대’ 이미지만 심어줬다.
최근 윤 후보의 이미지는 정치에 대한 미숙함에 국정을 맡겨도 되나 하는 불안함까지 겹친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 배제, 선대위 해산 자체가 위기의 근본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진정성과 절박감을 갖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조치가 위기 탈출의 계기가 될지, 패착의 수렁으로 빠지는 길이 될지는 윤 후보 자신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달렸다.
-동아일보(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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