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毛)퓰리즘’
역사 속 위인 중엔 탈모의 고통에 시달린 이가 적지 않다. 로마 장군 카이사르는 휑한 정수리를 감추려 평생 월계관을 쓰고 다녔다. 40대부터 탈모에 시달린 청나라 서태후는 죽을 때까지 가발을 썼다. 대머리였던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는 감추는 대신 “세월이 머리카락을 가져가는 대신 지혜를 주었다”고 자위했다. 서양 의학의 시조 히포크라테스는 탈모약으로 비둘기 똥을 처방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염소 오줌’을 바르면서 “거세된 남성 중엔 대머리가 없다”는 점을 주목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2300년 뒤 현대 생명과학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추론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미국의 한 제약회사가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를 찾는 과정에서 남성호르몬 대사물질(DHT)을 억제하면 탈모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 개발된 탈모 치료제가 ‘프로페시아’다. DHT를 줄이는 성분, 피나스테리드가 1㎎씩 들어 있다. 문제는 매일 한 알씩 평생 먹어야 하는데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고, 한 알당 1500~2000원으로 약값이 비싸다는 점이다.
▶1000만명에 달한다는 탈모인들이 그냥 있을 리 없다. 한 알에 100원꼴인 인도산 복제약을 해외 직구로 구입하거나, 피나스테리드가 5㎎씩 들어 있는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를 5등분해 먹는 ‘꼼수’를 찾아냈다. 전립선 치료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한 달 치 약을 1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비용을 정품 약의 25분의 1 로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립선 치료제의 탈모약 전용은 불법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탈모인의 이런 불편에 주목했다. 이 후보가 “탈모약을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넣자”고 제안하자 탈모인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열띤 반응에 고무된 이 후보는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노(no)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면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건강보험은 말 그대로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험 제도다. 외모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건강과 직접 관련 없는 약제는 비급여 대상일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이 기준을 허물려 한다. 현재 건보 재정은 나가는 돈이 너무 많아 위태롭다. ‘문재인 케어’ 탓에 건강보험 적립금이 3년 뒤엔 바닥난다고 한다. 어려운 건보 재정 때문에 항암제같이 생명과 직결되는 약도 비급여가 많은 실정이다. 그런데 표 얻자고 탈모약도 지원하자고 한다. ‘모(毛)퓰리즘’이라고 할 만하다. 이 후보가 돈 주는 아이디어를 내 점수를 따고 좋아할 때마다 나라와 사회의 바탕엔 금이 간다.
-조선일보(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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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 “脫毛 건강보험”에 外國 정치 SNS “이것은 페이크 뉴스가 아니다.” 세계로 뻗어가는 K탈모.
○ 초등학교·대학교·軍에 간다고 돈 주는 지자체들 속속 등장. 정부나 지자체나 이젠 돈 뿌리기가 유행.
-팔면봉, 조선일보(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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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장동 사건을 ‘완전 범죄’ 만들기로 했나

유동규씨 압수수색(작년 9월 29일) 앞두고 유씨와 통화한 주요 인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과 김용 선대위 조직부본부장이 작년 9월 대장동 특혜·비리의 핵심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각각 8차례, 6차례나 통화했다고 한다. 이들의 통화는 유씨 거주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닷새 전, 하루 전과 당일에 집중됐다. 세 사람은 통화 기록이 통신사에 남지 않는 영상통화 기능을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유씨는 압수수색 불과 17분 전까지 정 부실장과 통화한 뒤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버렸다. 이 휴대전화는 대장동 사건이 언론에 처음 보도된 다음 날 유씨가 새로 개통한 것이다. 유씨와 ‘윗선’인 정 부실장, 김 부본부장의 통화에서 범죄 축소·은폐를 위한 회유, 압박, 입 맞추기, 증거 인멸 논의 등이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차고 넘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검찰은 정 부실장과 김 부본부장을 정식으로 조사하지도 않고 있다.
대장동 사건은 이재명 후보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정 부실장은 성남시 정책실장으로 대장동 사업 관련 문서에 중간 결재했고, 김 부본부장은 성남시 의원으로 대장동 사업 진행에 주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검찰 수사에서 이 후보, 정 부실장 등은 모두 빠져나가고 있다. 성남시 산하기관 본부장에 불과한 유동규씨가 민간 업자인 김만배씨, 남욱씨 등과 함께 수천억 원의 특혜와 수백억 원의 뇌물을 주고받는 초대형 부패 범죄를 독자적으로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다. 지금 검찰은 대장동 사건을 범인이 없는 ‘완전 범죄’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눈과 귀를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 결국 진실이 모두 밝혀질 것이다.
-조선일보(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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