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권력, 거악의 은폐 시스템을 완성하다
[박정훈 칼럼]
야권의 자멸로 마지막 퍼즐이 끼워졌다
이제 그들은 겁낼 게 없을 것이다
선거만 이기면 불법도 국정농단도 다 덮을 수 있으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0월 민주당 경선 후 16일 만에 이재명 대선 후보를 청와대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약 50분간 대화를 나누었다. /연합뉴스
K방역은 왜 일본 J방역에 역전당했나. 이해 불가한 미스터리였는데 알고 보니 백신 탓이 컸다. 작년 상반기 백신 가뭄 때 우리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집중 접종했다. 그런데 AZ는 석 달쯤 지나면 효과가 뚝 떨어지는 이른바 ‘물백신’이란 게 밝혀졌다. 일본은 화이자·모더나를 접종했다. AZ 백신도 확보했지만 자체 임상을 거쳐 자국민에겐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지금 일본이 선방하고 한국이 고전하는 데는 백신 요인이 결정적이라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본이 우리보다 ‘좋은’ 백신을 맞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해서 AZ 백신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AZ는 미국 FDA가 승인 거절할 만큼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백신 확보 경쟁에서 뒤진 한국엔 AZ밖에 구할 물량이 없었다. 선진국들이 코로나 초기부터 화이자·모더나를 대량 선구매하는 동안 우리는 한참 동안 손 놓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직무 유기였다. 정·관계에 나도는 얘기로는 청와대가 질병청 공식 라인 대신 당시 비서실장의 ‘절친’인 제약사 S 회장의 의견에 기운 탓이라고 한다. 치료제가 곧 나온다는 S 회장 말만 철석같이 믿고 백신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비선(祕線)에 의존한 국정 농단과 다름없다.
‘최순실 비선’이 끼친 손실은 많아야 수백억원 정도였다. 백신 조기 확보 실패에 따른 국민의 생명 피해는 돈으로 환산할 수조차 없다. 왜 그렇게 어이없는 판단 착오를 저질렀는지 진상을 밝혀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거대한 부조리의 흑막은 영원히 드러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정책 부실을 파헤쳐야 할 감사원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6월 최재형 원장이 떠난 이래 감사원은 정권에 불리한 사안은 손도 대지 않고 있다.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감사원이 청와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리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과 강요·수뢰 등의 혐의로 탄핵당했다. 최순실과 ‘경제 공동체’라는 법리로 얽은 뇌물 액수는 592억원이었다. 문재인 정권에서 벌어진 불법과 국정 농단은 그보다 몇 천 배, 몇 만 배 더 중차대하다. 탈원전 조작, 울산 선거 개입처럼 정권이 통째로 날아갈 만한 사건들이 잇따랐다.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면 어느 것 하나만으로도 탄핵 조건을 충족시키기에 모자라지 않는다.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사건으로 산업부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 등이 기소됐다. 경제성 수치를 조작해 멀쩡한 원전을 멈춰 세운 혐의였다. 이를 처음 밝혀낸 것은 2020년 최재형 원장 시절의 감사원이었다. 청와대 지시를 받은 산업부 장관이 주저하는 실무자에게 “너 죽을래”라고 협박하며 밀어붙인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보고서엔 ‘대통령’이란 말이 딱 두 번 쓰여 있다. 정권의 갖은 압박 속에서도 문 대통령이 최종 지시자라는 단서를 새겨 넣은 것이었다. 죽어가는 사람이 범인을 알리려 남긴다는 ‘다잉(dying) 메시지’와도 같았다.
울산 시장 선거에선 정권 차원의 조직적 개입 사실이 드러났다.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를 당선시키려고 청와대 비서실 8개 부서가 총동원됐다. 윤석열의 검찰이 정권의 온갖 협박에 맞서가며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 공소장엔 ‘대통령’이란 단어가 40번 가까이 등장한다. 기소만 못 했을 뿐 누가 진짜 배후인지를 다 적시해 놓은 것이다. 선거 공작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범죄다. 그러나 법원은 1년 4개월 동안 재판 한번 열지 않고 질질 끌었다. 기소 22개월 만에야 겨우 첫 증인 신문이 시작될 정도였다. 사법부마저 정권에 예속됐다는 작금의 현실이 그러했다.
그리고 ‘대장동’이라는 희대의 부동산 스캔들이 터졌다. 권력에 맞서던 윤석열과 최재형도 이제 그 자리에 없다. 여당 대선 후보가 ‘설계자’임을 자인해도, 그의 측근들이 잇따른 죽음을 맞이해도 검찰 수사는 변죽만 울리고 있다. 권력 범죄를 파헤치라고 만든 공수처는 야당 후보 캐기에 몰두해 있다. 통신 사찰 의혹마저 불거졌다. 이런 세상이 오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법치 위에 군림하는 권력의 폭주를 ‘거악(巨惡)’이라 한다. 이제 거악을 감시할 국가 기능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과 감사원은 정권의 충견이 됐고, 법원은 특정 집단 판사들에게 점령당했다. 국회는 180석 거여(巨與)가 장악해 입법 독재를 치닫고 있다. 야당이 지리멸렬 무너짐으로써 마지막 남았던 퍼즐까지 채워지게 됐다. 정권 교체 가능성이 줄어들수록 권력의 폭주는 거리낌 없어질 것이다.
마침내 좌파 운동권이 거악을 은폐하는 조직적 시스템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선거 공학엔 선수인 그들은 야권의 자중지란을 보며 더 이상 겁낼 게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선거만 이기면 불법도, 선거 개입도, 국정 농단도, ‘대장동’도 다 덮고 눙칠 수 있으니까.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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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원 “원전 충분히 안전.” 대통령의 탈원전 발언에 정면 반박. 정권 말 한수원의 뒤늦은 고해성사?
○ 바이든 美 대통령 취임 2년 차인데도 미국인 55%만 “대선 승자 맞는다.” 곧 한국서 벌어질 장면 예고편 보는 듯.
-팔면봉, 조선일보(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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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단일화 넘는 尹-安 공동정권 외엔 길 없다
[이기홍 칼럼]
尹, ‘무식’ ‘자질 부족’ 이미지 벗으려면 李와 주제별 무제한 맞짱토론 벌여야
野 단일화는 지분 반씩 갖는 공동정권 해야 단일화 성사 가능성과 지지자 흡수율 높아져

##장면 1. 2021년 11월 5일 늦은 밤 서울 송파구 홍준표 의원 집 앞. 덩치 큰 남자 한 명이 벨을 눌렀다. 그날 낮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윤석열이다. 검은 비닐봉투에서 소주와 마른 오징어를 꺼낸 윤 후보는 입을 굳게 다문 홍 의원에게 다가앉는다. “형님, 도와주십시오. 제가 국정을 뭘 알겠습니까. 형님이 함께 끌어가 주십시오.”
##장면 2. 2021년 12월 26일. 김건희 씨의 사과 회견 몇 시간 후 윤 후보가 기자들과 만났다. “그 정도 사과로 국민들이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모든 잘못에 대해 엄정한 처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물론 더 큰 매를 맞아야 할 대상은 접니다. 제 주변 허물에 무른 잣대를 들이대며 변명하려 했습니다.”
물론 허구의 장면들이다. 현실 속의 윤 후보는 반대로 행동했다. 이런 사례들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 후보 교체론이 거론될 만큼 벼랑 끝에 섰다. 정권교체에 실패하면 윤석열의 정치생명은 소멸한다. 물론 김종인 이준석도 마찬가지다. 자멸의 낭떠러지로 뒤엉켜 내달렸다. 사실 김, 이의 소멸은 국민 입장에선 별 중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윤의 정치적 소멸은 국민 과반의 정권교체 열망을 좌절시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앞날을 불확실성 속으로 밀어 넣고, 좌파권력이 저지른 온갖 부도덕과 무능이 정의로 둔갑해 정의와 불의가 거꾸로 되는 엄청난 결과를 뜻한다.
윤석열이 새 출발을 외쳤는데 그것만으로 회복이 가능할지 선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다들 회의적이었다. 흔히 거론하는 윤의 추락 요인은 당 내분, 가족 리스크, 비전 제시 부재, 말실수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세 가지를 추가했다.
첫째, 용인(用人)술이다. 그러지 않아도 특수부 검사 이미지가 약점인데 계속 검사 출신을 중용하고 주변엔 강성들을 포진시킨다. 이준석과 윤 측근 갈등은 지방선거 공천이라는 잿밥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사무총장 등 당의 요직을 차지했지만 대표의 결재권이 껄끄러운 측근들과, 리더십의 ‘ㄹ’자도 체화하지 않고 내분(內紛) 생중계 능력만 과잉 섭취한 대표 간의 이전투구다. 그래도 자기 애와 이웃집 애가 싸우면 일단 자기 애를 먼저 혼내는 게 문제를 푸는 상수(上手)다.
김종인 및 이준석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상반된 방향의 의견이 난무한다. 나름대로 다 논거가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게 리더가 정확한 나침반을 갖는 거다. 선거전에서의 나침반은 승리라는 북극을 정확히 향해야 한다. 그것은 외연의 확장, 덧셈의 정치다. 필자는 김종인이나 이준석의 득표력을 대단하게 평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표를 깨는 ‘감표력’은 상당하다. 돈 풀기와 네거티브를 앞세운 좌파진영이 진군해 오는데 굴 밖과 굴 안에 내부 저격수까지 생겼다.
둘째, 정치조직을 잘 모른다. 갈퀴로 긁듯이 사람을 모아 자리를 나눠줬다. 쇼윈도에 마네킹 내거는 방식으로 외연이 확장되고 캠프가 굴러갈 거라 착각한 것이다.
셋째, 정치판을 잘 모른다. 그동안 국민의힘 일선 조직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파다했다. 그 원인 중 하나였던 최측근 사무총장 체제는 일단 해체됐지만, 또 하나의 원인이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에 있음을 모르는 것 같다. 김한길 영입은 대선 승리 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빼오는 정계개편 구상의 산물이라는 게 진실 여부와 전혀 상관없이 정치권에 팽배한 분석이었다. 대선 승리 후 다른 당 현역의원이 합류하면 지역구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드는 순간 당협위원장들이 뛰고 싶겠는가. 당선 후 해야 할 일을 선거 때 꺼낸 정무감각 결핍의 소치다.
위기를 벗어날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첫째는 이재명 후보와의 무제한 맞짱토론이다. TV가 시간이나 다른 후보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제한이 있다면, 유튜브 등을 통해 매일 저녁 주제별 토론을 하는 것이다. 외교안보 경제 복지 권력구조개혁 등 세세한 주제 단위로 시간제한 없이 토론해야 한다. 지금 같은 추락 상황에선 번지르르한 공약 발표나 행사장 발언만으로는 ‘무식’ ‘준비 안 된 후보’ 이미지를 탈피하기 어렵다. 소극적 수용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실수하고 콘텐츠가 달려도 진정성과 방향성으로 승부하면 승패는 어찌 될지 모른다.
더불어 성사시켜야 하는 카드가 안철수 후보와의 공동정권이다. 그냥 단일화가 아니라 반반씩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어느 쪽이 단일 후보가 되든 국정을 함께 운영하는 것이다. 그냥 단일화로는 서로 양보를 얻어내기도 난망하지만, 설령 단일 후보가 된다 해도 ‘자질 회의론’등에 빠진 중도층이 쉽게 따라오지 않을 수 있다. “함께 끌어가겠습니다” 외치며 공동유세를 다녀야 한다. 1997년 대선 당시 김종필의 지지율은 투표일 54일 전 조사에서 3%에 불과했지만 DJ는 총리와 경제부처를 다 내줬다.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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