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날갯짓으로 태풍 조절?]
[괴물 태풍]
[지구의 자정작용, 빙하 스스로 녹는 속도 늦춰... ]
나비의 날갯짓으로 태풍 조절?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1961년 어느 날,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는 기상 모델을 이용해서 날씨 예측을 하고 있었다. 그는 모델에 입력하는 변수의 초기 값으로 0.506127을 사용했는데, 두 번째 시도에서 실수로 0.506을 입력했다. 그런데 모델이 예측한 날씨는 첫 번째 것과 생판 달랐다. 미미한 차이였지만, 기후와 같은 복잡계에서는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은 것이다. 로렌즈는 이 주제에 대해 논문을 쓰면서 끝에 “이 이론이 옳다면 갈매기가 날갯짓을 한 번 하는 게 날씨를 영원히 바꿀 수 있다”고 적었다. 1972년에는 “브라질의 나비 날갯짓이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자구를 조금 수정했다. 이는 카오스 이론을 대표하는 구절이 되었다.
태풍은 인간의 통제권 밖에 있었지만, 최근에 바로 이 이론을 이용해서 태풍을 조절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2004년, 미국 기상학자 로스 호프먼은 태풍 발생지의 0.1도라는 작은 온도 차가 태풍 경로에서는 2도 이상의 온도 차를 가져올 수 있고, 이는 태풍의 풍속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을 발표했다.
이런 예측에 기반해서 태풍 발생지의 온도, 특히 바다 표면의 수온을 낮추는 방법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가장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은 심층 해양의 차가운 바닷물을 끌어올려서 해수면의 따뜻한 바닷물과 섞는 것이었다. 그런데 연구를 거듭할수록 이 방법의 여러 난관이 드러났다. 요동하는 해류의 영향 때문에 해수면 온도를 낮출 수 있는지도 불확실했고, 깊은 바닷속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발산시켜서 지구온난화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에 누가 돈을 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했다.
사실 태풍은커녕 수십 년 동안 실험한 인공강우도 아직 그 효과가 미미하다. 기상학자 존 무어는 최근의 연구를 평가하면서 태풍을 조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온실가스를 줄여서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 했다. 이번 초강력 태풍 힌남노를 겪으면서 과학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조선일보(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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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태풍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는 가운데 4일 오후 경기 수원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태풍의 향후 경로를 분석하고 있다. / 뉴스1 김영운 기자
지구에 닿는 태양에너지의 93%가 결국은 바다에 축적된다. 바람과 해류는 적도에 쌓인 열을 극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기상 현상이다. 그걸로도 안 돼 바닷물이 너무 뜨거워지면 열 운반량을 극대화시킨 태풍이 등장한다. 수퍼 태풍이 운반하는 열에너지는 히로시마 원폭 1000만발, 또는 100만㎾급 원전 2만개를 1년간 가동시킬 때의 전력 에너지와 비슷하다고 한다. 아찔하다.
▶기후변화 온도 상승은 극지방에선 빠르고, 적도에서 느리게 진행된다. 열대와 극지방 사이 에너지 낙차가 점점 작아지게 된다. 그래서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발생 태풍의 개수는 줄어든다. 그렇지만 강력한 태풍은 개수도 늘고 힘도 세진다. 열대 바닷물이 태양열을 받아 워낙 가열되기 때문이다. 2015년 과학 논문은 태평양의 수퍼 태풍이 지금은 연간 3개꼴이지만 60~80년 뒤 연 12개로 늘 것으로 봤다. 수퍼 태풍의 풍속은 평균 88m에 달할 걸로 예측했다. 지금까지 측정된 태풍 최대 풍속은 2013년 하이옌의 초속 87m였다. 사라호(1959년) 이후 최강이었다는 2003년 매미 때는 ‘일 최대 풍속’이 초당 51.1m였다.

▶태풍 힌남노도 초강력 태풍이라고 한다. 기상청에서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규모”라는 말까지 나왔다. 기상청은 될수록 좀 더 심각한 쪽으로 예보하는 경향이 있다. 낙관했다가 큰 곤욕을 치른 것이 1987년 셀마 때였다. 기상청은 대한해협으로 빠져나가겠다고 예보했는데 실제론 순천만에 상륙해 내륙을 훑고 지나갔다. 기상청은 예보 실패라는 추궁이 두려워 국회 답변에서까지 실제 경로가 대마도 위쪽이었다고 우겨댔다. 5개월 뒤 ‘진로 조작’이 드러나 혼쭐이 났다.
▶기상청은 힌남노가 2003년 매미와 비슷한 경로, 강도일 걸로 예측했다. 매미 때는 경남 마산이 큰 피해를 당했다. 저기압으로 바닷물이 부풀어오른 상태에서 만조와 강풍이 겹쳤다. 큼지막한 해일이 해안가 매립지에 조성된 아파트와 상가를 덮쳤다. 당시 매미로 인해 100명 이상 인명 피해가 났다. 마산에서만 침수 차량이 8000대였다. 그 이후 마산과 창원 일대 아파트들은 1층을 비운 필로티 형태로 지어진 것이 많다.
▶내일 남해안으로 상륙할 것으로 기상청이 예보한 힌남노의 진로가 이번엔 대한해협 쪽으로 빗나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태풍의 경로를 인간이 어쩌기는 어렵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괴물 태풍’은 점점 늘어난다고 하지 않는가. 마산의 필로티 건물들처럼 강력 태풍에도 견딜 수 있게 철저히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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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자정작용, 빙하 스스로 녹는 속도 늦춰...
'자기 방어 능력'

최근 남극 빙하가 스스로 녹는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어요. 면적(19만1650여㎢)이 우리나라 두 배쯤 되는 초대형 '스웨이트(Thwaites)' 빙하 인근 바다에서 직경 40㎞ 소용돌이가 발견됐는데, 이 소용돌이가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따뜻한 물을 차갑게 만들어 빙하가 녹는 속도를 늦춘다는 거예요.
전문가들은 그동안 스웨이트 빙하가 전부 녹으면 지구 평균 해수면이 65㎝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어요. 남극 다른 빙하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죠. 그래서 이 빙하가 전부 녹아버리는 날을 '운명의 날'로 불렀는데, 빙하가 스스로 '자기 방어 능력'을 발휘해 이 시간을 늦추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거지요. 태풍과 화산뿐 아니라 남극 빙하에서도 지구가 '자정 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처음 발견된 빙하의 자기 방어 능력
남극 대륙은 수천 m 두께 빙하로 덮여 있어요. 남극은 동남극과 서남극으로 나뉘어요. 평균 해수면을 기준으로 측정한 높이를 해발고도라고 하는데요. 동남극은 빙하 해발고도가 해수면보다 높은 데 비해 서남극은 500m 이상 낮아요. 이 때문에 빙하 바닥이 따뜻한 바닷물과 만나 녹을 수 있는 불안정한 지역이죠.
해수면과 맞닿은 빙하 아랫부분은 대부분 빙붕이 차지하고 있어요. 빙붕은 남극 대륙 빙하와 이어져 바다에 떠있는 300~900m 두께 얼음덩어리예요. 빙하가 바다에 빠지는 것을 막는 '지지대' 역할을 한답니다. 남극 대륙을 둘러싸고 흐르는 바닷물을 남극순환류라고 불러요. 섭씨 1~1.5도의 심층수가 빙하 근처로 유입돼 서남극 빙하와 바다 밑바닥의 접촉 지점을 깎아내고 있어요. 또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빙하 윗부분도 녹죠. 이렇게 아래위로 빙하가 녹아내리며 서남극 빙하가 빠르게 줄고 있는 거예요.
그동안 학계에서는 '빙하 녹은 물(융빙수)'이 빙붕의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차가운 융빙수가 빙붕 아래와 주변 해양 순환을 도와 남극해 밖의 따뜻한 물을 빙하 아래로 더 많이 끌어들이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따뜻한 물이 유입되면 빙하가 녹으면서 빙하와 바다 접촉면이 줄고, 바다에서 빙하를 받치고 있던 빙붕이 쪼개져 나가면서, 그 결과 무게를 이기지 못한 육지의 빙하가 바다로 더 빨리 흘러내린다는 거죠.
그런데 최근 이런 예상과 반대되는 현상이 발견됐어요. 우리나라 극지연구소와 경북대·서울대·미 휴스턴대 등 공동연구팀은 2020년 1~2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서남극을 탐사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스웨이트 빙하와 '파인 아일랜드(Pine Island)' 빙붕 인근 바다에서 소용돌이를 만났어요. 융빙수가 흘러들어와 만든 거였죠. 해양 소용돌이는 지구 자전이나 지형, 수온·염분 등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져요.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융빙수는 주변 바닷물보다 밀도가 낮아 물 위로 상승하려는 경향이 있고 이 과정에서 소용돌이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하 1도~영하 2도 물로 이뤄진 이 소용돌이가 남극순환류를 타고 흘러 들어온 섭씨 1도 안팎 따듯한 바닷물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죠. 조사 결과 수심 400~700m 지점에서 해수 열용량이 12% 감소했어요. 융빙수가 빙붕 아래로 들어갈 열을 줄여 결과적으로 빙하가 녹는 속도를 늦춘다는 것이죠. 빙하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자기 방어 능력'을 발휘한 거지요. 이런 발견은 처음이에요. 이 연구는 지난 13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습니다.
태풍과 화산도 지구의 자정작용이에요
이 같은 자기 방어 능력은 태풍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태풍은 적도 가까운 저위도 지방 따뜻한 공기가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공급받으며 고위도로 이동하는 현상인데요. 이 과정에서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해요. 하지만 피해만 주는 건 아니랍니다.
태풍은 뜨거워진 지구의 열에너지 균형을 맞추려는 자연의 자기 조절 현상이에요. 지구는 23.5도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자전과 공전을 하기 때문에 위도에 따라 태양으로부터 받는 열에너지에 차이가 생겨요. 적도(저위도) 부근은 태양열을 많이 받는 데 반해, 극지(고위도)는 많이 받지 못해 열의 불균형이 생기죠. 태풍은 저위도에 축적된 열에너지를 고위도로 옮겨 두 지역 사이 에너지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해요. 태풍이 동반하는 강한 비바람은 호수와 강·바다를 흔들어 뒤섞으며 적조와 녹조를 제거하는 역할도 한답니다. 태풍이 불지 않는다면 저위도 지역은 더 뜨겁고, 고위도는 더 추울 수 있겠죠.
화산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산 폭발은 대기를 뿌옇게 뒤덮어 재앙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역할도 해요. 화산이 폭발할 때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오면서 더 많은 비가 내리고, 비는 지표면 암석을 부숴 토양으로 만드는 풍화작용을 가속화해요. 그러면 풍화된 암석 속 칼슘과 마그네슘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탄산칼슘이나 탄산마그네슘 이온을 만들어요. 이런 성분 암석이 토양으로 부서져 강으로 흘러가고 다시 바다로 흘러들어 바다 밑에 가라앉게 되죠.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거예요.
영국 사우샘프턴대 과학자들은 화산이 지난 4억 년 동안 대기에 미친 영향을 연구했어요. 그 결과 화산 폭발이 오랜 풍화작용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고, 기후도 조절된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8월 네이처 지구과학에 발표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산활동이 지구온난화로부터 우리를 구해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과학자들 분석 결과 오늘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수준은 지난 300만년 중 어느 때보다 높고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화산에 의한 배출량보다 약 150배 많다고 합니다. 빙하·태풍·화산 등은 아픈 지구가 스스로 면역 체계를 가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가이아(Gaia) 이론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1919~)은 1972년 지구가 자기 정화력과 유지 복원력이 있다는 '가이아 이론'을 주장했어요. 가이아란 고대 그리스인들이 대지의 여신을 부른 이름인데요. 가이아가 살아있는 신으로 묘사되는 것처럼 지구를 포함한 지구의 생물·대기·해양·토지 등이 살아있다는 의미죠. 그는 지구를 단순히 기체에 둘러싸인 암석 덩이가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 작용하며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하는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로 봤어요. 인간이 너무 지구를 괴롭게 만들면 지구는 살기 위해 자신의 몸을 정화한다는 거지요.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기획·구성=조유미 기자, 조선일보(2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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